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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4월 30일 (목)

[기자수첩] '甲질'방지할 신해철법 통과시켜야

[기자수첩] '甲질'방지할 신해철법 통과시켜야

기자수첩



[한의신문=김승섭기자]의료사고가 발생하면 병원 측의 과실을 입증해야할 책임은 여전히 환자들이 떠안고 있다.



심심하면 한 번씩 우리 사회, 국민들을 분노케 하는 이른바 '갑(甲)질' 논란이 있는데 대리점에게 유통기한이 다된 우유를 떠맡기는 대기업부터, 고급외제차를 타며 백화점에서 수백만원 어치의 쇼핑을 하고 주차요원들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무릎을 꿇리는 행위, 모 대기업 고위임원의 '항공기 내에서의 라면 주문', 힘없는 이들에 대한 뺨때리기.



의료사고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잘못을 하고도 소송으로 가면 입증해보라는 식의 배짱, 아파서 병원에 가 몸을 맡겼더니 한 아이의 아빠가 또는 내 아들 딸들이 주검으로 돌아왔을 때의 심정은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이 같은 폐해를 막기 위해 지난 18대 국회에서 전현의 의원(당시 민주당 소속)은 의료사고 과실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을 의사에게 묻게 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임기가 끝나면서 통과되지 못했다.



전 의원은 치과의사 출신으로 의료계의 현실을 적시해 법안을 발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의료사고 과실의 입증책임을 의사나 병원 측에 지우지 않더라도 환자가 사망이나 중증상해 피해를 입었을 때 의료사고 당사자 및 유족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을 신청, 피신청인(의사·병원)의 동의 없이 분쟁 조정을 곧바로 개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 이른바 '신해철법(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김정록 새누리당 의원 발의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하 복지위)를 통과했으나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이제 며칠 남지 않은 19대 국회 임기 내에 처리될 수 있을 지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다.



지난달 28일 열린 국회 법사위에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시아버지가 의료사고로 돌아가신 사례를 들면서 "제가 신해철법의 당사자"라고 밝힌 뒤 적극적인 처리를 주장했다.



서 의원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조정이 열리면 "억울하고 힘든 사람들이 마음을 정리하는 과정이 생기게 된다"며 "그렇지 않으면 평생 한으로 남는다"고 했다.



또 "(시아버지가 있는)중환자실에 면회를 가려는데 의사를 만날 수가 없더라. 약물 투여가 안된 채로 혈전으로 돌아가셨다"고 당시의 기억을 상기시켰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김진태 의원 등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은 신해철법 처리에 대해 "병원에서 사망해 유가족이 문제를 삼으면 무조건 분쟁조정위로 가는 거냐. 강제적으로"라며 "이건 좀 과한게 아닌가 싶다. 외국에서 입법화된 국가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환자가 사망했을때)의료사고인 것은 누가 결정하는 것이냐"며 "유족이 (의료사고라고 주장하면)무조건 (조정원에)간다. (이는)의료인의 직업 수행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반대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의 입장은 물어볼 것도 없이 '반대'다. 의협은 신해철법이 지난 2월 17일 복지위를 통과하자 곧바로 성명을 내고 "의료전문가의 합리적 의견을 배제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의협 측은 "졸속입법의 결과는 의료인의 방어 진료를 확산시키는 등 안정적 진료환경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국민과 보건의료인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며 "개정안의 불합리한 심의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2일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신해철씨의 배우자 윤원희씨가 참석, "아이 아빠 사고는 아직도 마음이 너무 아프고 가족들, 저희 시부모님 아직 건강이 안 좋으시고 아빠를 잃은 아이들도 아직도 마음의 상처가 크다"며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애절하게 호소했다.



윤씨는 "저희 가족뿐만이 아니라 지난 2014년부터 의료사고에 대한 제도가 마련되기 위해서 일명 '예강이법'이라고 (이름)지어져서 노력이 이어져왔다고 얘기를 들었었다"며 "그런 일이 저희 집이나 예강이 집에만 일어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법안의 예명이 예강이법, 신해철법이 돼서 특정인을 위한 법인 것처럼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아니라 지금은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없는 것 같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생각돼 저희도 계속 법안이 통과되기를 기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새누리당을 겨냥해 "새누리당에서 발의한 법인데 새누리당에서 반대하고 있다"며 "주사기 재사용을 금지하는 법안도 마찬가지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고 쏘아댔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같이 말한 뒤 "이미 수많은 피해자들이 나왔는데도 국회가 법안통과를 하지 못하는 이 상황을 국민들께서 뭐라고 하시겠느냐. 참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결국 문제는 법이다. 많은 법들이 소비자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며 "가습기 살균제 문제도 마찬가지다. 피해자가 여전히 피해를 입증해야하는 입증책임문제, 그리고 소비자들의 집단 소송이 불가능한 법체계에 국민들은 억울함을 법에 호소하기는커녕 법 때문에 다시 좌절하게 된다. 이런 일들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서영교 의원은 이날 한의신문과의 통화에서 "아마도 신해철씨의 수술을 담당했던 집도의가 사고가 난 후 '입증책임이 나에게 있지 않다'며 '입증하라'고 주장했던 것으로 안다"며 "결국 소송으로 가게 되니까 병원, 의사 측이나 의료사고 피해 유가족 측이나 다 힘든 것 아니냐. 이 부분을 조정원에서 어느 정도 조정해주면 한결 수월해지기 때문에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 의원은 "우리당에 있는 을지로위원회(乙을 지키기 위한 위원회) 안에도 의료사고 피해자들 모임이 있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할지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전했다.



왠만한 규모의 병원 이라면 여러 변호사들을 고용해 '법무팀'을 꾸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의료사고가 났을 때 적극 방어하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돈을 쌓아놓고 사는 갑부가 아닌 이상 서민들로서는 변호사를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렵다.



더구나 병원 측과의 의료사고 분쟁·소송을 함에 있어 당사자인 병원 측으로부터 각종 자료를 얻어내고 입증책임을 물어 승소하기란 더욱 어려운 일일 것이다.



'신해철법'이 의협이나 새누리당의 주장처럼 의료인의 방어 진료를 확산시키는 등 안정적 진료환경을 저해하는 것일지, 아니면 서영교 의원이나 신해철씨 배우자 윤씨의 말처럼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주는 법안일지 정치권은 깊이 고민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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