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교과서를 만들어보자”
康命吉의 濟衆新編論

[한의신문]康命吉(1737〜1801)은 조선 문화의 황금기인 영조와 정조년간에 御醫로 활동하면서 뛰어난 의술로 당대 최고의 의사로 이름을 떨친 인물이다. 영조 44년인 1768년에 의과고시에 합격해 내의원에 들어온 후 정조대까지 의술과 학식으로 이름을 떨쳤고 이러한 능력을 인정받아 1794년에는 首醫의 위치까지 오르게 되었다. 그는 1799년 왕명에 따라 『濟衆新編』이라는 의서를 간행하는데, 이 책은 『東醫寶鑑』의 단점을 극복하고 활용도가 높은 의서를 만들고자 하는 정조대왕의 의지의 반영으로서 康命吉은 이를 잘 수행해 냈다. 康命吉 자신이 지은 발문에는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이에 선왕 시절의 기축년(1769년)에 臣 강명길이 처음으로 태의원에 들어갔다. 지금의 주상전하의 때에 春邸에 납시어서 臣에게 오셔서 굽어보시고 의학의 이치를 물어보셨다. 素問과 難經으로부터 歷代諸方에 이르기까지 깊은 내용까지 갈고리질해서 숨어있는 것들까지 적출해내셔서 나로 하여금 그 보고 들은 것들을 다하게 하시고는 이윽고 다음과 같이 하교하셨다. ‘내가 우리 大朝께서 오랫동안 섭정하시는 가운데 탕약으로 모시는 겨를에 의서들을 이리저리 거칠게 보아 의술을 알게 되었다. 의학만큼 어진 것이 없으니 백성들의 목숨을 관장하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뜻을 극진히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 조선에 의서가 허준의 『동의보감』이 있는데, 비록 상세하고 빠짐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문장이 혹 번잡하면서 군더더기가 있고, 말이 혹 중첩되고, 증상이 혹 빠진 것이 있어서 응용하는 처방들이 또한 기록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내경에서 그 요체를 아는 자는 한마디로 끝내고, 그 요체를 알지 못하는 자는 흘러 흩어짐이 다함이 없게 된다고 하였다. 그대는 모든 처방들을 널리 취하여 그 번잡한 것을 잘라내고 그 요체가 되는 것들을 취하여 별도로 하나의 방서를 지어서 가지고 오라.’ 臣의 性이 본래 용렬하고 우매하여 학문이 근원을 궁구하지 못하였으니 명령을 듣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두려워하여 이른 밤에도 쓰러질 만큼 허둥댔다. 삼가 모든 방서들을 모아 한결같이 성인의 가르침을 좇아서 번잡한 것을 깎아내고 요체가 되는 것만 취하여 8권으로 편성하였는데, 매 편을 완성하면 임금께 보여드리니 보아주시고 지적하여주시며 붓으로 교정해주셔서 수십년이 지나 책이 비로소 완성되었다. 이에 內閣에 명령하여 인쇄해 中外에 반포하여 天下萬世로 하여금 모두 우리 聖上의 백성들을 널리 구제하는 德에 살도록 하였다. 생각건대 臣이 더불어 듣고 책을 편집하는 일이 진실로 영광스러움을 이기지 못하여 요행스럽게도 삼가 몇 마디 말을 지어서 그 일의 전말을 쓴다. 己未(1799년) 4월 崇祿大夫行 知中樞府事 臣 康命吉가 拜手稽首하면서 삼가 씀.”(필자의 번역)

즉 이 책은 『동의보감』의 ‘중첩되고, 증상이 혹 빠진 것’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濟衆新編凡例에서는 이것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이하 필자의 번역).
一. 古方이 비록 많지만 症論이 浩繁하니 後學들이 要領을 알지 못한다. 지금에 널리 모든 처방들을 취하여 번잡한 것을 깎아내고 요체가 되는 것을 취하였다. 症과 脈을 각각 分類를 세워서 마땅히 사용할 처방을 그 아래에 나열하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책을 열면 밝게 눈에 들어오게 하였다.
一. 俗方의 가히 쓸만한 것들은 취하여 기록하였다.
一. 脈症治의 三條는 모두 모든 방서들 중에서 가장 긴요한 말들을 합하여 문장을 만들었다. 구별하기 어려운 것은 일부러 기록하지 않았다. 인용서의 이름은 단지 약처방의 아래에 각각 보이는 서적을 표시해 놓았다.
一. 老人의 病은 少壯들과 다르므로 별도로 增補하였다.
一. 瘟疫의 治法은 古方들이 지금에는 효험이 없는 경우가 많으니 뼈대가 될만한 것들만 간략히 남겼다.
一. 藥性을 註解한 것이 方書에 비록 많지만 모두 浩繁함을 면치 못한다. 단지 萬病回春과 壽世保元의 歌括을 베껴 놓았고, 또한 新增한 八十三首를 덧붙였다.
一. 일찍이 製方한 經驗 및 간간히 나의 뜻으로 논증하여 첨가하여 보충한 것은 참람되이 주제를 넘는 것을 피할 수 없지만 또한 실어 기록하였는데, 모두 ‘新增’이라는 말을 써서 구별하였다.
一. 內醫院에 進上된 藥들은 모두 ‘內局’이라고 써서 구별하였다.
김남일 교수·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