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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4월 30일 (목)

가족에 따른 강제입원 절차 어려워진다

가족에 따른 강제입원 절차 어려워진다

국회, 본인·타인 해칠 위험 있을 때만 입원하도록 정신보건법 개정

독일·미국, 법원이 강제 입원·치료 여부 결정



국회



[한의신문=민보영 기자] oo공원묘지 재단 이사 김제기(49·가명)씨는 큰 누나가 불러 찾아간 사무실에서 건장한 남자 4명에 의해 목이 졸리고 손발이 제압당했다. 김씨는 그렇게 강제로 끌려간 정신병원에강제 입원됐다. 큰누나가 이 병원 사무장에게 2억원을 주고 정신 병력이 있는 것처럼 가짜 서류를 꾸몄기 때문이다. 재단 재산을 둘러싼 가족 대립이 화근이었다.



큰누나가 김씨를 강제입원시킬 수 있었던 건 정신보건법 24조 1·2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조항은 보호의무자 2명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명이 동의할 경우 정신질환 환자를 정신병원에 입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 절차가 좀 더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국회가 지난 19일 본인이나 타인을 해칠 위험이 있을 때만 정신병·의원에 입원할 수 있도록 '정신보건법' 내 강제입원 조항을 개정하면서다. 이에 따라 재산 분쟁이나 치정 등 개인 간 갈등이 강제 입원으로 이어지는 불상사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입원 요건 절차 어렵게 만드는 정신보건법



이날 국회를 통과한 정신보건법 전부개정법률안은 입원 요건과 절차를 강화하고 입원 적합성을 따지는 외부 심사기구를 마련하는 게 뼈대다. 개정된 정신보건법에서는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 소속 전문의 2명 이상이 일치된 진단을 내리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신 병원에 입원한 후에도 한 달 내에 국립병원 등에 설치된 입원 적합성 심사회원회에 심사를 받도록 입원 단계 권리구제 절차도 강화됐다. 정신건강심의위원회의 결정 유형도 △퇴원 △임시퇴원 △처우 개선 외에도 △외래치료명령 조건부 퇴원 △3개월 이내 재심사 △다른 정신의료기관으로 의 이송 △자의입원 또는 동의입원으로 전환 등을 적용할 수 있도록 다양화했다. 환자의 재입원, 입원의 장기화 등을 통제하기 위한 입·퇴원 관리 시스템도 구축된다.



이 외에도 개정안은 정신질환자의 범위를 '정신병·인격장애·알코올 및 약물중독 기타 비정신병적 정신장애를 가진 자'에서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경우로 한정지었다.



또 보호의무자의 동의를 받아 정신질환자가 입원 신청서를 정신의료기관에 제출하는 '동의 입원제도'도 신설됐다. 다만 보호의무자의 동이 없이 퇴원을 신청한 정신질환자는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진단에 따라 72시간까지 퇴원을 거부당할 수 있다.



◇강제입원 조항, "인권침해 소지 크다" 비판 받아



강제입원 조항은 그동안 정신질환자 구제의 실효성, 절차의 적법성, 오남용 우려 등의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금까지 강제입원된 환자는 '인신보호제'를 통해 법원에 인신보호를 청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제 받아들여지는 인신보호 청구건수는 10%에 못 미친다. 법무부 소속의 인신보호기관이 정신의료기관을 상시 점검할 수 있도록 한 '인신보호관 제도' 역시 관련 상임위에서 한 차례 논의되는 데 그쳤다.



절차의 적법성 문제도 법원 판결 등을 통해 수차례 지적돼 왔다. 대법원은 지난 해 11월 이혼소송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전처를 정신병원에 감금시킨 A(47)씨와 아들 B(27)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지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남편은 전 부인을 입원시키는 과정에 관여한 바가 없다면서 잘못을 뉘우치지 않았다"며 징역 2년을, B씨에 대해서는 "어머니를 강제로 입원시킨 행위는 어머니에 대한 걱정과 연민을 가진 아들의 행위로는 도저히 볼 수 없다"며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제도의 오남용도 강제입원의 쟁점이었다. 지난 2014년 12월 한 언론은 '노숙인 환자로 둔갑시켜…요양 병원의 불법 영업' 보도로 건강보험을 챙기기 위해 노숙인들을 환자로 둔갑시키는 정신의료기관의 행태를 파헤쳤다. 진료 비중이 높은 상위 열 개 병원이 지난 2013년 노숙인 명의로 타낸 건강보험은 24억 원에 이른다고 이 언론은 보도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해 5월 헌법재판소에 정신보건법 제 24조 1항과 2항이 헌법상 과잉금지원칙과 적법절차원칙 등에 어긋나 위헌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인권위에 접수된 정신병원 관련 인권침해 진정사건은 전체 진정사건의 18.5%를 차지한다.



대한한의사협회도 지난 3월 16일 논평을 통해 "(강제입원제는) 양의사들에게만 부여된 독점적인 권한이 낳은 폐해이며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의 교차검증 등 역할강화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는 풍부한 임상경험으로 양의사의 입원조치를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견제하거나 동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 7만여명 중 5만6000명 가량이 타인에 의사에 따른 강제입원 환자다. 이중 67%는 보호의무자에 의해 강제 입원됐다.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서도 공방 가열...박한철 헌재소장 "정신질환자 대처 과도하게 수용 위주"



정신보건법 기획



24조 1·2항은 지난 달 14일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에서 다뤄지면서 다시 화제로 떠올랐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달 14일 대심판정에서 관련 조항에 대한 공개 변론을 진행했다. 재산을 노린 자녀들에 의해 강제 입원당한 박모씨(60)가 지난 2014년 5월 서울지방법원에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지방법원은 이 사건을 지난 지난 2014년 6월 헌법재판소에 제청하면서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 및 정신과전문의의 진단에 의한 강제입원은 행정입원이나 응급입원보다 그 요건이 완화돼 있고, 보호의무자와 정신질환자의 이해충돌 우려에 대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신보건법의 강제입원 조항이 신체의 자유와 입·퇴원, 치료 여부의 대한 결정 권리를 침해한다고 봤단 얘기다.



이날 열린 공개변론에서는 정신보건법 내 강제입원이 헌법정신에 부합하는지의 여부를 두고 토론이 벌어졌다. 보건복지부 측 대리인인 서규영 정부법무공단 변호사는 이 자리에서 "이 법은 가정이나 비인가 시설에 방치됐던 정신질환자들의 적시 치료와 인권 보호를 위해 1995년에 제정됐고 가족과 의사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법의 취지를 옹호했다.



그러나 박모씨측 대리인인 권오용 변호사는 "본인 의사에 반해 강제 입원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가족에게 입원 신청권만 주고 입원 필요성은 법원 등 독립된 제3의 기관에서 판단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참고인으로 나온 안석모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도 "인권위에 제기되는 장애인 진정 사건 가운데 정신보건 시설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가 아주 많다"며 "강제입원되면 전화도 못하고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는 등 인간의 존엄성이 보호되지 않는 만큼, 강제입원 제도는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 역시 정신보건법 조항 내에 "보호자 동의나 전문의의 진단 남용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며 "현재 정신질환자 대처가 지나치게 수용 위주로 돼 있는 것 아니냐"고 복지부 측 대리인에게 질문했다.



한편 해외에서는 부당한 강제 입원을 제한하기 위해 입원 요건을 좀 더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독일과 미국은 가족 등 보호의무자의 입원신청에 있더라도 법원이 강제 입원이나 치료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영국은 최소 2명 이상의 의사가 정신질환자의 입원을 결정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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