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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29일 (월)

[기자수첩] 법이 "이유 없다"는데 영문 명칭 소송걸더니…최종심 '완패'

[기자수첩] 법이 "이유 없다"는데 영문 명칭 소송걸더니…최종심 '완패'

보도증 사진



[한의신문=민보영 기자] "이유 없다." 대법원이 지난 14일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소송을 기각하면서 내린 결론이다. 한의협의 영문명칭 'The Association of Korean Medicine(AKOM)'이 자신의 명칭과 비슷해 혼동의 우려가 있다는 소송이었다. 최고심까지 간 소송이라면 각 심(審)마다 승패가 엇갈렸을 법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사법부는 최근 5년 동안 진행된 이 소송의 1·2·3심에서 총 다섯차례 전부 원고 패소 결정을 내렸다.



근거가 뭘까. 의협은 법적 토대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항을 들었다.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와 동일 또는 유사한 것을 사용, 타인의 영업상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을 크게 하면 안 된다고 규정한 법이다. 그러나 서울남부지방법원 제51민사부는 이와 관련, 지난 2012년 11월 "원고와 피고(한의협)는 모두 비영리법인으로 소속 의료인, 관련 정부기관이나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비영리행위가 주된 활동이므로 공통의 수요자에 대한 경합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한의협은 상인이 아니기 때문에 한의협의 영문명칭을 상호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의료서비스의 공공재적 성격을 감안한 판결이다.



부정경쟁방지법엔 영업상 이익이 부정한 수단으로 침해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의협은 자신의 의료 행위가 공공성보다 이윤추구에 있다고 본 셈이다. 이 같은 시각은 재판부의 판결에서도 나타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한의학 영문 명칭을 'Korean Medicine'으로 표기, 기존의 'Oriental' 표현이 유발하는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기 위한 것임을 감안하면, 피고가 피고의 영업을 원고의 영업으로 오인시키려고 하는 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공공재적 성격을 띈 한의 의료가 한의학의 세계화 등을 위해 영문 명칭을 바꿨지, 양의 의료를 흉내내려고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대법원의 상고 기각 이유는 이렇다. "원심판결 및 상고이유서와 이 사건 기록을 모두 살펴봤으나, 상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은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 각 호에 정한 사유를 포함하지 않거나 이유가 없다고 인정된다." 이 조항은 원심판결이 헌법에 위배되는지의 여부 등을 담고 있다. 원고가 한 번도 이긴 적 없는 5년간의 소송이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다. 적지않은 소송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승산없는 소송전을 시작한 이유가 있었을까. 그 원인이 의협이 의도한 대로 자신에 대한 한의협의 '부정경쟁 방지'에 있었다면, 의료 공급자와 환자의 관계를 '공통의 수요자에 대한 경합관계'로 본 의협의 시각은 다시금 생각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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