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우리나라는 한의학과 양의학을 동시에 인정하는 이원적 의료체계를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양의학 일변도의 법과 제도의 추진으로 인해 한의학은 각종 정책에서 소외받고 있는 실정이다. 본란에서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규제를 비롯해 각종 법과 제도에서 소외받고 있는 한의학의 현황 및 이에 대한 문제점을 살펴본다.
한·양의사가 의료기기 사용해 진료할 수 있는 범위·한계 규정하고 있지 않아
현실에서는 몇몇 판례 근거해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제한하고 있는 실정
[한의신문=강환웅 기자] 양방 일변도의 우리나라 법과 제도에서 한의학이 철저히 소외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단연 한의사의 의료기기에 대한 규제 문제이며, 한의학을 차별하는 가장 대표적인 대못 규제로 지적되고 있다.
보건의료기본법 제6조제2항에서는 ‘보건의료인은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할 때 학식과 경험, 양심에 따라 환자의 건강 보호를 위해 적절한 보건의료기술과 치료재료 등을 선택할 권리를 가진다’고 돼 있는 등 의료법에 명시된 보건의료인으로서 한의사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의료기기 사용에 제한을 둬서는 안 되며, 의료법 어디에도 이를 제한한다는 내용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에서는 몇몇 판례를 기준으로 삼아 곤란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오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기사 지도권 주체서 의사, 치과의사 포함된 반면 한의사만 ‘제외’
실제 현행 의료기기법에서는 X-Ray나 초음파 진단기기를 포함한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자격을 구분하고 있지 않으며, 한의사와 양의사 사이에 의료기기의 사용에 대해서도 별도로 구분하고 있지 않다. 즉 의료기기법 제2조에 의하면 ‘이 법에서 의료기기란 사람이나 동물에게 단독 또는 조합해 사용되는 기구·기계·장치·재료 또는 이와 유사한 제품으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제품을 말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또한 의료법에서도 종별에 따른 임무를 부여하고 있는 등 한의사나 양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해 진료할 수 있는 범위 및 한계를 규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보면 한의사에게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인 X-Ray와 초음파 진단기기를 포함한 의료기기에 대한 사용이 제한되고 있으며, 이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조 제2항에서 ‘의료기사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를 받아 제1항에서 규정한 업무를 수행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한의사를 의료기사에 대한 지도권의 주체에서 제외시키고 있는 데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의료법 제37조에서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설치·운영하려는 의료기관은 안전관리기준에 맞도록 설치·운영하도록 보건복지부령으로 위임했지만, 위임된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의 [별표 6]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의 자격기준(이하 [별표 6])에서는 한의의료기관 및 한의사를 누락시키고 있어, 의료법에 명시된 의료기관에 한의원, 한의병원 등 한의의료기관이 포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누락시키는 것은 의료법 위임 일탈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형로펌들, 한의사 X-Ray 사용은 의료법 개정 아닌 관련 규칙 개정으로 가능
이에 대해 지난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한의사의 X-Ray 사용을 허용하기 위해서는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며 한의사의 X-Ray 사용에 대한 불허방침을 밝힌 바 있지만, 이와 관련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가 국내를 대표하는 대형 로펌 5곳에 자문을 의뢰한 결과 복지부의 견해와는 전혀 다른 ‘한의사의 X-Ray 사용은 보건복지부령의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의 제10조 진단용 방사선의 안전관리책임자 중 [별표 6]에 ‘한의원’과 ‘한의사’만 추가하면 가능하다’는 공통적인 법률자문을 내놓은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법무법인 H는 “의료법 제3조 제1항과 제37조 제1항을 유기적으로 해석하면 한방병원·한의원에서도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며 “달리 의료법상 한의사의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으므로 보건복지부장관이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별표 6]에 한방병원·한의원, 한의사를 포함하더라도 상위법인 의료법에 위배된다거나 그 위임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무법인 B는 “의료행위가 한의사가 할 수 있는 업무범위에 포함될 뿐 아니라 국민건강 보호 및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면 [별표 6]을 개정해 한의원과 한의사를 추가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현대적인 의료기기를 이용한 검사가 서양의학적인 지식 및 방법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해서 그러한 의료기기를 이용한 검사 자체를 일률적으로 금지할 것이 아니라, 의료기기를 이용한 검사 자체는 허용하되 그러한 검사를 통해 행할 수 있는 진단 및 치료행위를 한의학적인 지식 및 방법에 기초한 것에 한정하는 것이 보다 타당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법무법인 A도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 [별표 6]을 개정해 한의원과 한의사를 추가하는 것은 의료법 기타 법령과 판례에 반하지 않는다”며 “[별표 6]을 개정하게 된다면 한의사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사용하는 것에 관하여 법률상 장애가 없게 된다고 사료된다”는 법리해석을 내렸다.
또 법무법인 L은 “의료법의 입법 목적, 의료법 제37조의 해석, 한의사의 의료기기를 사용한 진단행위에 관한 헌재 결정의 취지 등을 종합해 보면 [별표 6]에 한방병원·한의원, 한의사를 추가하는 내용으로 개정하는 것은 의료법의 입법 목적 및 헌재 결정 등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진단용 방사선의 안전관리책임자에 한의사 포함되더라도 의료법 위배 안 돼
아울러 법무법인 D 역시 “현행 의료법에서 명시적으로 한의사의 방사선 발생장치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있으며, 의료법 제3조 제2항의 의료기관 정의규정과 동법 제37조 제1항을 유기적으로 해석하면 한의원 또한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설치·운영할 수 있는 주체인 의료기관에 해당함이 문언상 명백하다”며 “진단용 방사성 안전관리책임자의 자격기준에 한의원과 한의사를 포함하는 내용으로 [별표 6]을 개정하더라도 상위법인 의료법에 위배된다거나 그 위임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같은 대형 로펌들의 지적처럼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특히 X-Ray의 경우에는 의료법 개정이 아닌 관련 규칙 조항 하나만 바꾸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이 법과 제도에서 한의학을 배제하는 것은 제도권에서 한·양의학 모두를 인정하는 우리나라의 이원화된 의료체계를 부정하는 것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