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교육협의체, 2단계 평가체계 도입 합의
2단계 평가체계로 기초·임상 두 마리 토끼 다 잡는다
한의계, 내달 설문조사 통해 단계별 평가체계 도입 논의
[한의신문=김대영 기자]약 25년여 만에 한의사 국가시험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1일 한의사 국가시험과목을 변경하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 것이다.
사실 세계 의학교육은 의료의 질적 보장과 환자 보호, 의료 인력의 전문성 요구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하루가 다르게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학습자가 학습 종료 후 또는 졸업과 동시에 실제 현장에서 발휘해야 할 역량을 다각도에서 정의한 역량바탕교육은 의학교육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의학교육은 지난 1970년대 이후 근대적 발전을 시작했다.
과목중심의 교과과정을 장기계통 통합과정으로 전환하고 새로운 학습방법으로 문제바탕학습을 받아들여 교과과정의 일부로 포함시키는 등 북미의학교육의 흐름에 발맞춰 새로운 교과과정과 학습방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이와함께 임상 상황에서 일차진료의로서 직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지식, 수기, 태도 등을 갖췄는지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실기시험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의사 국가시험에서는 지난 2009년부터 실기시험을 도입, 시행해오고 있다.
실기시험 도입 후, 일부 대학에서만 시행되던 학생의 임상수행 능력에 대한 교육과 평가가 모든 대학으로 확산되고 실제 임상 현장에서 의사로서의 정보획득, 대인관계 기술, 임상수기 등의 능력이 향상됐을 뿐 아니라 면허시험에 지식, 수기, 태도를 아우르는 균형 잡힌 평가 개념이 자리잡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이다.
최근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에 따르면 의사 실기시험의 형태가 실제 임상에서의 상황과 다른 면이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유형 도입도 검토 중이다.
단순 술기가 아닌 고차원적인 술기시험 도입 등 다양한 형태적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
이와 더불어 오는 2020년에 의사 국가시험에는 지필 시험에서 시행할 수 없는 형태(동영상 등)의 시험을 치르는 데 활용되는 컴퓨터화 시험도 도입될 예정이다.
치과의사 국가시험 역시 오는 2018년 가을부터 실기시험이 시행되며 같은해 1월 시행될 국가시험부터 임상수행능력 향상과 학교 교육과정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사례형 문항’이 도입돼 39문항이 출제될 계획이다.
의사 및 치과의사 국가시험제도와 교육환경이 눈부시게 발전해가고 있는 동안 한의사 국가시험제도는 약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 없이 답보상태가 이어져 왔다.
물론 한의계 내부에서도 한의학 교육 및 국가시험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고 여러번의 개선을 위한 시도가 있었다.
현행 국가시험 과목 내용이 임상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내용과 상이한 부분이 많고 한의학에서 수요가 가장 높은 근골격계 질환과 관련이 높은 재활의학과 과목이 빠져 있는 등 실질적인 한의사의 직무와 괴리감이 커 변화된 의료사회에 맞는 한의사 인력 배출을 위한 국가시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실제로 대한한의사협회, 대한한의학회,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 한국한의과대학학장협의회,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한의사시험위원회로 구성된 ‘한의학교육협의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2015년)한 ‘한의학교육 및 국가시험 제도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 국가시험 제도 개선방안에 대해 국시에 실기시험을 도입해 임상술기와 의료인의 태도를 평가하는 방안에 대한 동의지수가 7.7점(10점 만점), 교육평가인증제를 도입해 교육평가인증을 통과하지 못한 대학 졸업자는 국시 응시자격 제한(7.7점), 졸업 전 예비시험제도를 도입해 기초과목에 관한 평가 분리(6.8점) 순으로 나타났다.
국가시험 출제방향에 대한 우선순위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42.2%가 ‘의료지식’을 꼽았고 1·2순위 선호도를 통합한 결과에서는 ‘의료지식’, ‘의료술기’, ‘환자 증상 중시의 통합교과형 출제’, ‘의료인의 태도’ 순이었다.
2010년 이후 최근 면허를 취득한 응답자일수록 출제방향의 우선순위로 ‘통합교과형 출제’를 꼽았는데 이는 최근 면허를 취득한 한의사일수록 실제 임상에서 쓰일 수 있는 환자 증상 중심의 출제를 원하는 등 국가시험이 보다 실용화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초과목을 분리해 예비시험(단계별평가)제도 도입을 전제로 제안되고 있는 주장들에 대한 동의 정도를 묻는 질문에서는 ‘현 국가시험 기초과목을 예비시험으로 분리시켜야 한다’가 7.52점으로 가장 높았다.
한의사 국가시험의 역량중심 평가와 임상 중심 교육으로의 전환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한의계는 지난 2009년부터 2011년 사이 국가시험 개편을 추진했지만 과목 명칭에 치중하면서 끝내 내부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 채 지금에 이르게 됐다.
그러나 지난 2014년 6월 한의협 주도로 한의학교육협의체가 구성, 운영되면서 상황은 변하기 시작했다.
한의학교육협의체는 국가시험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장기간 논의한 결과 기초한의학 및 임상한의학에 대한 균형잡힌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2단계 평가체계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큰 틀에서의 합의를 이뤄냈다.
지난 해 7월부터 금년 상반기에는 국시원 위탁연구과제 ‘한의사 역량 중심 평가를 위한 국가시험 개선안 연구’(책임연구자 강연석)가 진행됐으며, 연구결과는 지난 1월 30일 한의학교육협의체가 주최하고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이 주관한 ‘역량중심 한의학교육 심포지엄’에서 발표됐다.
이 연구에서는 개선안으로 △직무중심 시험과목 편성 및 문항 개발 △출제교육을 통한 해결형, 통합 교과형 문항 개발 및 문제출제 확대 △한의사 국가시험 문항 개발 및 문제 출제 인력풀 관리 △실기시험 및 컴퓨터 베이스 시험 등에 대한 준비와 함께 △역량중심 기초한의학종합평가 도입을 화두로 던졌다.
역량중심 기초한의학종합평가 도입은 한의사 국가시험을 기초의학 지식을 묻는 시험과 임상실천을 강조하는 시험으로 분리해 치르자는 차원에서 접근됐다.
따라서 기초와 임상 교육과정을 모두 강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국가시험 과목에 대한 정리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기초학 과목에 단일 시험이 도입된다면 한의교육 표준화에도 큰 발을 내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의계 관계자는 “교육은 백년지대계이기 때문에 멀리 보고 준비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한다. 면허시험의 경우 새로운 개정안이 공표된다 하더라도 사안에 따라서는 다음 학년도 신입생에게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 10년이 걸리는 작업이 된다. 앞으로 한의학교육협의체를 통해 전체를 아우르는 정책방향을 마련하고 이에대한 개별 단위의 적극적인 참여와 대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며 “현재 모습보다는 미래 글로벌 시대의 한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전체 한의계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2016년 국시원 정책연구인 ‘우수한 보건의료인력 양성 및 배출을 위한 정책제안 연구(책임연구자 강연석)’에서는 장기적인 한의사 국가시험 개선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이 정책과제에서는 면허시험의 단계별 평가를 비롯한 다양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내달 한의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를 통해 결론을 도출할 예정이다.
연구결과는 오는 11월 2일 국시원 개원 24주년 학술세미나에서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