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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4월 29일 (수)

[기획]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 가능’ 판결에 무슨 내용 담겼나?

[기획]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 가능’ 판결에 무슨 내용 담겼나?

서울고등법원, ‘한의사가 뇌파계 사용해 치매·파킨슨병 진단하는 것은 면허 이외의 의료행위 아니다’ 판시

의료기기 사용한 한의사의 의료행위, 한의학의 이론·원리의 응용 또는 적용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의사가 현대 의료기기인 뇌파계를 활용해 환자를 진료하는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온 가운데 이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제2행정부는 지난 달 19일 한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한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 취소소송과 관련해 “한의사 A씨에게 한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린 1심 판결을 취소한다”며 “뇌파계를 사용한 한의사 A씨의 행위는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법부는 그러면서 1심 판결을 뒤엎고 한의사 A씨의 손을 들어줬다.



2082-04-1◇한의의료행위,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행위뿐 아니라 이를 기초로 해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행위까지 포함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한의약육성법 제2조1호 한의의료행위의 정의가 2011년 7월 개정되면서 한의의료행위는 우리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행위와 이를 기초로 해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며 “또한 의료법령에는 의사, 한의사의 면허된 의료행위의 내용을 정의하거나 그 구분기준을 제시한 규정이 없어 의사나 한의사의 구체적인 의료행위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이원적 의료체계의 입법목적, 당해 의료행위에 관련된 법령의 규정 및 취지, 당해 의료행위의 기초가 되는 학문적 원리, 당해 의료행위의 경위·목적·태양, 의과대학 및 한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이나 국가시험 등을 통해 당해 의료행위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통념에 비춰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한의사가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새로 개발·제작된 의료기기나 의료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관련해서도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당해 의료기기 등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이 있는지, 당해 의료기기 등의 개발·제작 원리가 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한 것인지, 당해 의료기기 등을 사용하는 의료행위가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의 응용 또는 적용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당해 의료기기 등의 사용에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아 한의사가 이를 사용하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단지 의료기기 등의 개발·제작 원리가 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하고 있지 않다는 사정만으로 한의사가 해당 의료기기 등을 진료에 사용한 것이 그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것이라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현대의학 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만으로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 할 수 없어




특히 재판부는 ‘한의사 A씨가 한의원에서 뇌파계를 파킨슨병, 치매 진단에 사용한 행위는 한의사로서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재판부는 “의료기술의 계속적 발전과 함께 의료행위의 수단으로서 의료기기 사용 역시 보편화되는 추세에 있는 가운데 의료기기의 용도나 작동원리가 한의학적 원리와 접목돼 있는 경우 등 한의학의 범위 내에 있는 의료기기의 사용에 대해서는 이를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며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의료기기의 성능이 대폭 향상돼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 없이 진단이 이뤄질 수 있다면 뇌파계의 개발 및 뇌파계를 이용한 의학적 진단 등이 현대의학의 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뇌파계를 사용한 것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한의사의 진료과목은 구 의료법 제43조, 의료법 시행규칙 제41조1항4호에 의하면 한방내과, 한방부인과, 한방소아과,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한방신경정신과, 한방재활의학과, 사상체질과 및 침구과이고, 한의사 A씨는 뇌파계를 사용해 한방신경정신과 진료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한방신경정신과 영역에는 뇌를 수(髓, 골수)의 해(海) 즉, 골수가 모이는 곳으로 뇌수를 뇌 기능의 물질적 기초로 파악하고 있으며, 뇌파는 이러한 뇌의 활동에 의한 미세전류의 변화를 외부에서 측정하는 것으로 기(氣)와 형(形)의 개념에 비유해 기의 승강출입(乘降出入)과 경락의 변화에 따른 결과로 뇌파가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 현대화된 방법 또는 기기 이용한 망진·문진의 일종



재판부는 이어 “전통적인 한의학적 진찰방법에 의해 파킨슨병이나 치매와 같은 뇌질환은 복직근의 긴장도가 강하고 배꼽 밑 단전 부위가 텅 빈 것 같은 느낌을 주는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배를 만져보는 ‘복진’을 하며, 또한 파킨슨병 증상 중 하나로 볼 수 있는 진전(振顫)은 머리나 팔다리를 떠는지 여부를 외부적 증상으로 삼아 ‘맥진’을 통한 예후 판단을 참고해 진단해 왔다”며 “한의사 A씨는 이 같은 복진과 맥진이라는 전통적인 한의학적 진찰법을 통해 파킨슨병 등을 진단함에 있어 뇌파계를 병행 또는 보조적으로 사용한 것은 복진이나 맥진 등의 절진(切診)의 현대화된 방법 또는 기기를 이용한 망진(望診)이나 문진(聞診)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재판부는 한의과대학(이하 한의대) 내 교육과정도 이번 판단의 중요한 이유로 제시하고 있다.

재판부는 “한의대 교과과정 중 하나인 ‘한의신경정신과학’에서는 뇌에 대한 한의학적 이해에서 뇌파에 대한 설명과 함께 신경계의 분류 및 구성, 뇌의 구조와 기능 등 기초적 이론부터 뇌파 촬영의 기법, 뇌파의 종류 및 정상·이상뇌파의 모습 등에 대한 것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한의대 교과과정 중 ‘진단학’ 교재의 하나인 ‘생기능의학’에서는 뇌파(뇌전도)에 대한 개요와 측정방법, 분석방법 등에 대해 상세히 기술하면서 ‘한의학에서는 뇌를 수해(髓海)라고 해 정(精)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고 인식한다’고 하고, 뇌파가 간질 등의 치료와 관련해 환자가 정신적으로 안정된 상태에 있는지를 파악하고 치료경과를 확인·분석하는데 중요한 지표가 된다고 하며, 칠정(七情, 喜·怒·憂·思·悲·驚·恐)의 정량적 평가에도 뇌파가 활용된다고 하고 있다”며 “또 검사 전 유의사항, 전극 부착방법, 전극 부착시 유의사항, 잡파의 원인 및 해결방법 등 뇌파 측정방법과 더불어 시각적·정량적·비선형적·유발전위 분석방법 등의 분석방법도 설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의사 국시에도 뇌파기기 항목 평가항목으로 포함돼 있어



이와 함께 재판부는 “한의사 국가시험(이하 국시)에는 뇌파기기 항목이 지난 2012년 1문제 출제됐고, 출제기준인 총 60개 영역 중 2개 영역에 뇌파기기 항목이 평가항목으로 포함돼 있는 반면 의사 국시에는 뇌파기기 항목이 매년 출제되고 있고, 출제기준인 총 30개 대항목 중 13개 대항목에 뇌파기기 항목이 평가항목으로 포함돼 있으며, 의과대학 학습목표집에 의하면 임상표현 105개 항목 중 8개 항목에서 뇌파검사기를 주로 사용했다”며 “그러나 이는 한의학과 양의학에서 뇌파기기가 차지하는 비중 등에 의한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이지 전문성 등에 대한 척도로는 볼 수 없고, 한의학 교육과정 및 의사 국시의 경우에도 뇌파검사 능력에 대한 평가는 필기시험만으로 이뤄지고 있을 뿐 특별히 임상경력이 요구되지는 않는 점 등에 비춰 볼 때 한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판단지표 중 하나로 충분히 뇌파계를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재판부는 “뇌파계는 환자의 두피에 두 개 이상의 전극을 부착해 뇌의 전기적인 활동신호를 기록하는 장치로서 뇌파계 사용에 특별한 임상경력이 요구되지 않고 그 위해도도 높지 않으며, 그 사용에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지식이나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은 점을 비춰 본다면 한의사가 이를 사용해도 그 사용 자체로 인해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는 없다고 할 것”이라며 “또한 의료기기 관련 법령 등에 의료인 전용 의료기기와 일반인이 사용 가능한 의료기기로 구별해 허가하거나 판매대상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어 일반인에게도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한의용 의료기기와 구별해 판매가 허가되고 있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뇌파계 판결,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중요한 법적 근거될 것



이와 같은 판결과 관련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는 “이번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은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중요한 법적 근거가 될 것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법부의 입장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라고 생각한다”며 “자격있는 의료인인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적법하다는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고 있는 만큼 보건복지부는 국민의 진료 선택권을 보장하고 편의성을 높이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규제를 하루 빨리 풀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한의사 A씨가 지난 2010년 9월부터 약 3개월 동안 뇌파계를 파킨슨병과 치매 진단에 사용했고, 이러한 내용을 신문기사로 게재했다.

이에 관할보건소장은 2011년 1월 한의사 A씨에 대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 등을 했다는 이유로 업무정지 3개월 및 경고 처분을 했고, 복지부는 이를 이유로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기준에 따라 3개월의 면허자격정지처분 및 경고 처분(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재결 신청해 자격정치저분 1개월 15일로 변경)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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