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시과목 개정으로 자칫 안방을 내 주는 것 아닌지 우려스려워”

[한의신문=박현철 기자]법령에 의거한 국가공인의 한약조제능력검증평가에 상응하는 조치 없이 한의사 국시과목에서 본초학이 배제되는 것은 향후 한의사의 한약에 대한 의권적 문제에 있어 불리한 포석이 될 것이다.
20년 전 한약분쟁에서 부당한 권력과 이익집단에 의해 한의학의 자존심이 짓밟혔던 뼈저린 교훈을 얻은 바 있기 때문에 충분한 의견수렴이나 이후에 벌어질 한약에 대한 정체성 및 의권에 미칠 영향 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졸속 진행된 이번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에 반대한다.
최근 대한약사회가 한약정책위원회에서 약학대학에 한약관련 과목 확대를 각 대학에 요청하고 국가고시에 본초학, 약용식물학, 한약제제학을 추가할 것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령에 국시과목으로 본초학이 명시돼 있지 않으면 한약재 관리 주체로서 명분을 양보하는 계기가 되고 향후 조제권에 대한 분쟁의 빌미가 될 수 있다.
본초학회 선배들이 그 권력과 탐욕스러운 이익 집단에서 자존심 짓밟히면서 고통스러워하는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다. 그런 역사가 우리에게 있다. 아까 말했듯이 법에 의해 본초학이 명시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 의권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또 민간 또는 학내내규 인증방식의 기초학종합시험은 한의사의 한약조제권 검증에 대한 확고한 법률적 근거가 될 수 없으며 이는 한약조제권 이양 요구의 근거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본초학회에서 재활의학 들어가는 것은 두손 들어 환영한다. 한약에 대한 회원들의 고민을 생각해 주시기를 바란다.

한의학이란 학문의 특성을 서양의학에 끼워 맞추려고 하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며 치료기법과 질환을 양대 축으로 개편해야 한의학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이번 국시 개선안이 큰 틀에서 과목중심이 아니라 직무중심 다시말해 질환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국시개편의 기본 방향은 제대로 잡았지만 국시과목 한두개만 바꾸는 식으로 해결하려는 접근은 국시개편의 기본 방향 취지는 물론 한의학의 정체성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단계별 평가의 필요성에 동의하고 기초학종합시험을 국가에서 시행한다면 반대할 이유도 없지만 한의계 자체에서 평가하는 것은 모순이다.
한의계 자체 평가를 인정받을 수 있다면 자체 시험에 재활의학이나 진단기기 넣으면 될텐데 이것 때문에 한의계가 고민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기초학종합시험을 위해 본초학을 국시과목에서 배제시키는 것이 한의계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본초학에 대해 일각에서는 임상하고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임상에서 다른 시각에서도 볼 수 있고, 약대에서는 본초를 늘리고 있다.
약계에서 약대의 본초 교육 시간을 늘리고 국시에도 넣으려고 하는 것은 한방 의약분업을 할 때 발언권을 더 얻기 위한 것이다.
수성을 해야하는 한의계 입장에서 국시과목 개정으로 자칫 안방을 내 주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
임상에서 80% 이상이 자가조제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시를 통해 본초에 대한 평가를 받았는지 여부는 이후 한의사의 이권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될 수 밖에 없다.
또 과거 한약조제약사시험의 경우를 예로 들며 정부가 서둘러 진행하려 한다면 오히려 더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우려스러운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철저하게 따져본 후에 추진해도 늦지 않다.
공무원과의 관계가 나빠질까 걱정하기 보다 한의계의 이득이 되느냐가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