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투아웃제, 시행 2년 됐지만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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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게티이미지[/caption]
# 의사 C씨는 지난 2011년 1월 달콤한 유혹에 빠져들었다. 한 의약품 제조업체가 자신의 의약품을 환자에게 팔면 현금 등 리베이트를 준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C씨는 결국 이 때부터 지난 2013년 4월까지 총 840만원 상당을 이 업체로부터 건네받고 환자들에게 이 업체의 의약품을 처방해줬다. C씨의 행각은 지난 8월 의료법 위반 혐의로 벌금 150만~400만원을 선고받으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C씨와 함께 벌금형을 물게 된 다른 의사는 항소심에서 "제품설명회에서 식음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 의료법 규정상 허용되는 행위"라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식음료 제공과 관련 없이 같은 금액의 현금을 주는 것을 허용하는 규정이 아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 다국적 제약사 A는 지난 2011년 1월 부터 지난 1일까지 의약전문지에 25억 9000만원 가량의 리베이트를 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2010년 11월부터 시행된 '리베이트 쌍벌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이 법은 의약품 판매를 위해 금전, 노무 등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 모두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게 골자다. 견본품 제공, 학술단체 지원, 임상시험 지원 등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의약전문지 B사는 지난 2011년부터 지난 해 6월까지 A사로부터 지급받은 광고비 중 11억 7000만원을 한국노바티스 거래처 의사에게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회사와 미디어, 의료계가 리베이트를 위해 담합한 결과다.
제약사가 자사의 의약품을 의사에게 제공하는 대신 금품 등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리베이트'가 점점 다양한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 8월 한 다국적 제약사가 전문의약지를 관여시키는 등 현행 법을 피해 리베이트를 대대적으로 벌이는 식이다.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에 대한 규정도 일부 유명무실한 수준이어서 법망을 좀 더 촘촘히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달 18일 의약품과 의료기기 공급자가 의·약사를 지원할 때 지출 보고서를 보건복지부에 제공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했다. 학술·임상목적 지원과 불법 리베이트를 좀 더 분명하게 구분하기 위해서다. 의약품·의료기기 공급업자가 지출보고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관련 자료를 비치하지 않으면 일정 기간 동안 위반 사항에 대한 시정 명령을 받을 수 있다.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하거나 제공 받은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항목도 추가됐다. 인 의원은 "이 법안을 통해 의약품공급자의 자정 능력을 강화하고 의약품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고자 한다"며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의료법 내 의료인 처벌 규정 '2년 이하의 징역' 유명무실
문제는 지금까지의 처벌 역시 가벼운 수준에서 이뤄지거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항암제를 판매하는 한 회사는 리베이트에 따른 처벌로 3개월간의 판매업무정지 대신 2억원 규모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항암제 특성상 당장 품목이 중단되면 환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을 수 있다는 시행령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결국 분기별로 평균 7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이 항암제에 2억원은 미미한 규모의 처벌이 됐다. '솜방망이 처벌'은 의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역대 최대 규모의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에게도 벌금형이 전부다. 한 의사는 '파마킹 리베이트'로 알려진 이 사건에 연루돼 지난 2011년 1월부터 2014년 5월까지 10회에 걸쳐 총 4750만원 상당의 현금 등 경제적 이익을 받았다. 이에 대해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8월 7일 이 의사에게 벌금 2000만원, 추징금 4750만원을 선고했다. 의료법 내 의사 처벌 규정인 '2년 이하의 징역' 처분을 받은 사례는 비교적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5일 식약처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도자 국민의당 의원에게 제출한 행정처분 자료에 따르면, 식약처는 지난 해 17개 업체의 226개 품목에 대해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의료인·의료기관 개설자 등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사실이 있다'는 이유로 해당 품목 판매업무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 조치를 받은 제약사는 그 기간 동안 약국이나 도매상에 해당 의약품을 공급할 수 없게 되는데, 이 때 도매상이 약국에 판매하거나 약국이 도매상에 판매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수개월간 판매정지를 받아도 유통업체와 약국 등에 미리 공급한 물량은 수요에 따라 소진될 수 있다. 결국 판매업무정치 처분이 나오기 전에 제품을 대량으로 공급해놓으면 처벌이 무의미해진다.
리베이트를 뿌리뽑은 국가는 이들 제약업체와 의사간의 짬짜미에 좀 더 엄격하다. 일본은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리베이트를 근절한 국가다. 일본은 1980년대만 해도 제약사 수가 2000여개에 달했다. 규모도 엇비슷하고 자신만의 신약이 없던 이들 제약사는 리베이트가 적발돼도 해당 영업사원만 처벌되고 마는 식이었다. 이런 관행은 3%대로 떨어진 성장률과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맞물려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켰다. 정부가 칼을 빼든 건 이 때부터다. 검찰은 '리베이트는 개인이 아닌 회사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해 제약사 대표는 물론 병원장까지 구속시키고 나섰다.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은 지난 2013년 삼일제약 등이 전국 894개 병·의원의 의료인 1132명에게 모두 32억 5616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을 확인하고, 의사 45명을 포함한 의료계 종사자 50명을 처벌했다. 경찰청은 올 초부터 지난 달 말까지 실시한 의료 의약품 관련 불법 행위 단속 결과, 적발된 의료·의약품 사범으로는 불법 리베이트가 531명으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리베이트 관련 법은 현재 쌍벌제에 이어 지난 2014년 7월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도입됐다. 병원이나 의사에 제공한 사실이 두 번 적발되면 해당 제품을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서 제외하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