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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내막증 후 임신 여성, 한약이 더 효과적[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KMCRIC)의 '근거중심한의약 데이터베이스' 논문 중 주목할 만한 임상논문을 소개한다. ◇KMCRIC 제목 자궁내막증 수술 후 재발 방지와 임신 성공을 위한 한약과 양약의 효과를 비교함. ◇서지사항 Zhao R, Hao Z, Zhang Y, Lian F, Sun W, Liu Y, Wang R, Long L, Cheng L, Ding Y, Song D, Meng Q, Wang A. Controlling the recurrence of pelvic endometriosis after a conservative operation : comparation between chinese herbal medicine and western medicine. Chin J Intergr Med. 2013 Nov;19(11):820-5. ◇연구설계 multi-center, randomomized, parallel controlled, active control ◇연구목적 자궁내막증 수술 후 재발 방지를 위한 한약과 양약의 투여 효과를 재발률, 재발시기, 임신율, 부작용 등을 통해 비교함. ◇질환 및 연구대상 자궁내막증 보존적 수술 후 환자 208명 ◇시험군중재 수술 후 첫 생리 1~5일째에 한약을 투여함. R-AFS 병기 1, 2인 자궁내막증 환자는 3개월 동안, 병기 3, 4인 환자는 6개월 동안 투여함. 하루 2번씩 21일을 코스로 하여 투여함. 한응혈어 (寒凝血瘀)인 경우에는 가미계부음 (加味桂附飮)을 투여함. 기체혈어 (氣滯血瘀)인 경우에는 가미단적음 (加味丹赤飮)을 투여함. 기허혈어 (氣虛血瘀)인 경우에는 가미기단음 (加味芪丹飮)을 투여했으며, 증상에 따라 가미함. ◇대조군중재 한 달에 한 번 3.75mg GnRH-a를 피하 또는 근육 주사하거나 일주일에 2회씩 경구로 Gestrinone을 투여하였음. GnRH-a를 투여받은 환자는 1.25mg tibolone으로 보충요법을 시행함 (치료 4개월 후부터 하루 한 번). R-AFS 병기 1, 2인 자궁내막증 환자는 3개월 동안, 병기 3, 4인 환자는 6개월 동안 투여함. ◇평가지표 자궁내막증 재발률, 임신율, 부작용 발생률, CA125 등을 한약군 평균 20.66±6.75개월, 양약군 20.83±6.65개월 동안 추적관찰 ◇주요결과 재발률을 비교했을 때 한약군은 8.5%, 양약군은 13.7%, RR 0.619였으나 95% CI 0.280 ~1.366, P=0.229로 유의한 차이 없었음. 재발 발생 시기와 임신율도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임신에 소요된 시간이 한약군이 조금 더 빨랐음 (P=0.04). 한약군은 약간의 소화장애 호소 외에는 부작용이 없었으나 양약의 경우 발열, 발한, 여드름, 체중 증가 등 부작용이 많았음. ◇저자결론 한약이 자궁내막증 수술 후 재발을 억제하고 가임능력을 높이며 좀 더 가벼운 부작용을 보임. 자궁내막증 후 임신을 원하는 여성은 한약 치료가 더 적합할 수 있음. ◇KMCRIC 비평 자궁내막증은 불임과 많은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 난임과 연관되는 자궁내막증의 경우 복강경 수술을 하는 것이 진단 복강경에 비해 임신율을 높일 수 있고 [2], 수술 후 3~6개월 정도 GnRH antagonist를 쓰는 것이 재발을 줄여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어, 수술 후 GnRH antagnonist나 gestinone, 프로게스테론 제제가 일정 기간 처방되는 것이 현재의 가이드라인입니다 [3]. 그러나 일반적으로 재발을 막는다고 알려진 약물이 폐경 혹은 임신 상태 같은 호르몬 변화를 만드는 만큼 임신을 지연시킬 수 있고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자궁내막증은 재발이 쉽고 수술 후 1년 이내가 가임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불임 치료를 위해서는 이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약이 재발을 막으면서 빠른 임신을 도울 수 있다면 임상적으로 상당히 의미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연구에서도 한약이 총 임신율 차이가 없었음이 확인된 바 있었고 [4], 본 연구에서도 좀 더 임신이 빠르게 되는 경향이 보이기는 했으나 임신율의 유의한 차이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평균 연령 측면에서 보면 모두 가임기 여성이라고 판단되지만, 모두 기혼 여성이거나 임신을 원하는 여성이었는지에 대한 명시조차 없으며, 불임 증세가 있었던 환자는 14%대인 상태로 임신율이 2차 결과변수로 고려되는 것이 적합한지 의문인 상황입니다. 또한, 연구에서 한약을 이용한 경우가 임신이 더 빨리 이루어짐을 보여주고 있으나 투여된 양약이 모두 폐경과 유사한 상태를 몇 개월 동안 만들어주고, 한약의 경우 피임의 효과를 나타내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으며, 양약군도 임상적으로 임신율이 높다고 알려진 12개월 내 임신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해석에 주의가 필요할 수 있겠습니다. 좀 더 잘 설계된 연구를 통해 결과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참고문헌 [1] Macer ML, Taylor HS. Endometriosis and infertility: a review of the pathogenesis and treatment of endometriosis-associated infertility. Obstet Gynecol Clin North Am. 2012 Dec;39(4):535-49. doi: 10.1016/j.ogc.2012.10.002. https://www.ncbi.nlm.nih.gov/pubmed/23182559 [2] Jacobson TZ, Duffy JM, Barlow D, Farquhar C, Koninckx PR, Olive D. Laparoscopic surgery for subfertility associated with endometriosis. Cochrane Database Syst Rev. 2010 Jan 20;(1):CD001398. doi: 10.1002/14651858.CD001398.pub2. https://www.ncbi.nlm.nih.gov/pubmed/20091519 [3] Dunselman GA, Vermeulen N, Becker C, Calhaz-Jorge C, D’Hooghe T, De Bie B, Heikinheimo O, Horne AW, Kiesel L, Nap A, Prentice A, Saridogan E, Soriano D, Nelen W; European Society of Human Reproduction and Embryology. ESHRE guideline: management of women with endometriosis. Hum Reprod. 2014 Mar;29(3):400-12. doi: 10.1093/humrep/det457. https://www.ncbi.nlm.nih.gov/pubmed/24435778 [4] Flower A, Liu JP, Lewith G, Little P, Li Q. Chinese herbal medicine for endometriosis. Cochrane Database Syst Rev. 2012 May 16; [5]:CD006568. doi: 10.1002/14651858.CD006568.pub3. https://www.ncbi.nlm.nih.gov/pubmed/22592712 ◇KMCRIC 링크 https://www.kmcric.com/database/ebm_result_detail?cat=RCT&access=R201311056 -
침구의학의 현재와 미래를 만나다이재성 간사(대한침구의학회) 제67회 전일본침구학회 학술대회 참관기 강의만 듣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보 공유와 다양한 사람 만나는 자리 제67회 전일본침구학회 학술대회가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일본 오사카의 하얏트 리젠시 오사카와 모리노미야 의과대학에서 개최됐다. 전일본침구학회가 주관한 이 행사에 대한침구의학회 이은용 회장과 대한침구의학회 소속 교수들, 한의과대학 침구의학과 연구원 분들과 함께 참여했다. 대회 첫날 오전에는 ‘The 9th K-J Workshop on Acupuncture and EBM’이 개최되어 Clinical Practice Guideline(이하 CPG): An update of Recent Progress라는 주제로 양국간 학술 교류가 이뤄졌다. 이번 학술대회에 앞서 대한침구의학회와 전일본침구학회는 침구의학에 대해 의학적 근거를 만들고 이를 국제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2년부터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활발한 토론을 지속해 왔다. 지난해 5월 양 단체는 학술 교류 15주년을 맞이해 침구치료에 대한 CPG의 공동 출판을 목표로 MOU(양해각서)를 조인하여 가까운 미래에 결실이 있을 것이라 밝혔다. 필자가 한의과대학에 입학하기 전부터 이어졌던 교류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 생각하니 앞으로 침구의학의 미래에 기대감을 가질 수 있었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일본에 소개돼 뿌듯함 느껴 이번 워크숍에서는 대한침구의학회 남동우 교수(경희대학교)와 전일본침구학회 Naoto Ishizaki 교수(Tsukuba University)가 좌장을 맡았다. 국내 발표자 김재홍 교수(동신대)께서는 발목 염좌, 홍예진 선생님(경희대)은 요통, 서병관 교수(경희대)께서는 요추 추간판 탈출증에 대한 CPG를 소개했다. 최근 몇 년간 한의계에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는데, 그 결실이 바다건너 일본에도 전해지니 한의사로서 뿌듯함을 느꼈고 다른 국내의 진료지침도 해외에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한편, 전일본침구학회의 Yohji Fukazawa 교수(Kansai University)는 침구 치료가 포함된 일본 CPG를 고찰하였고, Yuse Okawa 교수(Morinomiya University)는 GRADE System과 AGREE II 방법론을 통해 일본 CPG 연구의 질과 타당성을 평가했다. 발표가 끝나고는 참석자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전일본침구학회는 국내 CPG 연구와 승인 과정에서 한의사를 제외한 다양한 전문가들 특히, 양의사가 참여하는지와 양방 처치와 비교하여 우수성을 인정받는 진료지침이 있는지 질문하였고, 이원화된 국내 의료체계에서 동일 질환에 대해 한·양방 Guideline이 따로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한침구의학회는 침구치료가 포함된 일본 CPG에서 침 치료의 권고 등급이 낮은 이유와 이는 문헌 고찰 과정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닌지 의문을 던졌다. 특히 안면마비, 긴장형 두통 같이 국내 한의사의 상견질환에 대해 침 치료를 근거 부족으로 평가한 부분에 있어서 권고 등급을 높이기 위해 전일본침구학회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요구하였으며, 이에 전일본침구학회는 앞으로의 연구 방향을 함께 고민해주기를 부탁하였다. 한·일 상호간 문제점 지적하며 나아갈 방향 함께 고민 양 단체는 활발한 학술 교류에도 부족한 면이 많이 남았다는 상황을 확인하였고, 이를 통해 침구학 발전을 위한 노력을 다짐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우호적인 관계임에도 서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아갈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모습에서 건강한 교류가 이뤄지고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이어서 오후에는 모리노미야 의과대학에서 포스터 발표가 진행됐다. 총 287편의 논문이 소개된 가운데 다양한 증례들이 보고되어 이목을 끌었다. 국내 논문들에 비해서는 연구 규모도 작고 체계적이지 못했지만, 침구 치료를 주제로 이렇게 많은 수의 포스터가 발표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웠다. 사실 국내에서 포스터 세션을 열면 이 정도 숫자의 포스터가 접수되지 못할 것 같아서 부러운 마음도 생겼다. 우리나라에서도 로컬 한의사들이 침 치료 관련 포스터를 발표하면서 서로 정보도 공유하고 친목도 도모하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국내에서는 강동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연구팀이 만성 회전근개 질환, 요추 추간판 탈출증, 안면마비 후유증 환자에 대한 매선요법의 유효성과 안전성 연구를, 부산대학교 한방병원 연구팀이 퇴행성 요추 협착증 환자의 한의 치료에 대한 인식을 소개했다. 또한, 경희의료원 연구팀이 FEAS 방법론을 이용한 요통에서 침 치료와 비특이성 만성 요통에서 전침 치료의 체계적 문헌 고찰을, 우석대학교 한방병원 연구팀은 안면마비에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발표했다. 약 15분간의 발표와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오전부터 시작된 학술 교류가 이어질 수 있었고, 일본에서 발표된 포스터보다 체계적이고 규모가 있는 연구를 소개되는 것을 보니 자랑스러웠다. 이날 저녁엔 전일본침구학회의 Tadashi Hisamitsu 회장의 환영 인사를 시작으로 수백명의 한일 침구 전문가들이 모여 축하 만찬을 통해 친목 도모의 시간을 가졌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침구학에 대해 대화하는 것을 보니 다시 부러운 마음이 생겼다. 국내에서도 학술대회가 단순히 강의만 듣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보도 공유하고 다양한 사람도 만나면 어떨까라고 상상을 하였다. 200편 넘는 포스터는 곧 학문에 대한 관심과 사랑 이 자리에서 대한침구의학회 이은용 회장께서는 “오사카에 초대해주고 반갑게 맞이해주어서 감사하다”며 인사를 전했다. 이밖에도 “이번 학술대회는 침구학에 있어 뜻 깊은 행사였으며, 앞으로도 침구학 발전을 위해 양 단체가 함께 나아가자”고 덧붙였다.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번 여행은 침구의학의 현재와 미래를 느꼈던 시간이라 생각했다. 일본 참가자들에게 포스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Case study보다 수준 높은 SR이나 RCT 연구들을 소개해주어 침구과 전공의로서 자랑스러웠다. 반면에, 학술대회에 참석한 수많은 일본인들과 발표된 수많은 포스터들이 부럽기도 하였다. 물론 EBM에 있어 Case study는 근거수준이 낮지만, 200편 넘는 포스터는 곧 학문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증례를 객관적으로 연구하고 소개하면서 다른 사람의 연구와 비교하고 토론하는 과정은 침구학 발전의 밑거름이 된다. 근거수준이 높은 연구는 중요하지만 증례 보고와 적절한 조화가 필요함을 느꼈고, 이는 EBM과 CPG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이어져 침구의학, 더 나아가 한의학 미래를 밝게 해주리라 생각한다. 끝으로 여정을 함께해주신 대한침구의학회의 육태한 교수, 송호섭 교수, 남동우 교수, 서병관 교수, 양기영 교수, 김재홍 교수, 김종욱 교수, 부산대 김연학·최지원 선생, 경희대 박정렬·홍예진·전새롬·김성진·정성목 선생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 마지막으로 대한침구의학회장이자 스승님이신 이은용 교수께 소중한 기회를 만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
한의전망대 – 첩약건강보험이 가져올 한의계의 변화한의계 위기라는 이야기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살면서 이렇게 한의사 걱정을 많이 들어본 적이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보험에서 4%도 미치지 못하는 한의약을 국가가 국민건강 증진에 활용할 계획을 갖지 못하는 것은 일면 당연한 일이다. 첩약건강보험은 그 자체가 가져올 경제적 결과 이외에도 수반될 수 있는 제도적·문화적 변화가 더 클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첩약건강보험이 가져올 미래를 논의해보자. 문턱효과 한의약 치료에서 한약은 고가이미지가 강하다. 병원의 중증 치료비나 실손에서 보장해주는 비급여치료, 정관장 등 건강기능식품에 비해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의약품의 본인부담금이 한달에 5~60만원이 넘어가는 경우는 드물다. 치료적 목적의 의약품은 거의 급여 적용이 되어 본인부담금이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약치료는 고가이미지를 벗기 어렵다. 실손보험이 광범위하게 적용되어 순수하게 본인부담만으로 치료비를 지급하는 비율은 계속 감소 중이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첩약 건강보험의 수가는 18~20만원 선으로 첩약 본인부담금이 9~10만원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여기에 건보적용이 될 경우 실손보험이 적용되어 본인부담금은 2~3만원 수준으로 첩약 가격 장벽이 낮아질 수 있다. 이러한 문턱효과는 한의의료기관 내원율, 한약 이용률 증가로 이어진다. 한약으로 볼 수 있는 환자군이 늘어난다 한의 치료에서 근골격계 상병치료의 비중은 90%에 육박한다. 중국, 대만이 근골격계 질환의 비중이 2~30%에 머물러 있는 것에 비해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이유는 명확하다. 급여가 행위 위주로 되나보니 침·뜸·부항 등 행위에 적합한 근골격계 환자가 한의원 주 환자층이 된 것이다. 이것은 한약의 치료효과가 없다라는 평가로 이어진다. ‘경제적 장벽 → 내과 영역 환자군 감소 → 한약 치료효과 검증 곤란 → 제도화 허들 넘기 힘들어짐 → 환자군 감소’의 악순환이 무한 반복 중이다. 반면, 문턱이 없는 자동차보험의 경우 한의치료 선택율은 매우 높아지고 있다. 2010년 400억 수준이었던 자동차보험은 2017년 현재 5600억 규모로 성장했다. 자동차보험 전체 외래환자의 61%가 한의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가격제약이 없는 조건에서 한의치료의 경쟁력은 매우 높다는 실례가 된다. 근골격계 치료에서 한의치료의 효과 역시 마찬가지이다. 전체 근골격계 환자의 42%가 한의를 이용하고 있다. 전체 건강보험의 4%도 안되는 것을 고려하면 근골격계 환자들의 한의이용 비율이 높은 것은 가격부담이 동일한 조건에서 한의치료는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첩약 건강보험이 확대되면 한약으로 치료할 수 있는 환자군이 새롭게 형성되는 것이다. 한약 안전 관리를 국가가 한약 소비량이 줄어드는 원인 중 국민들이 가장 크게 이야기하는 것은 안전성에 대한 신뢰이다. 건강보험에 포함된다는 것은 한약 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국가가 담보해준다는 의미이다. 한약 투약에 따른 안전 관리는 식약처의 몫이 되고, 첩약의 유효성 연구는 복지부가 담당하게 된다. 한약 부작용 보고 시스템 구축과 한약 사용 및 양의약품 병용투약에 따른 DUR 등은 첩약건강보험과 당연히 수반되어야 하는 정책이다. 한의의료기관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첩약 사용은 빅데이터로 구축되어 한약 치료의 효과를 검증하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청구절차와 빅데이터 관리 및 이를 활용한 연구는 건강보험공단과 심평원이 진행하게 된다. 그 외에도 한약투여와 혈액검사를 패키지로 급여화하는 등 한약 안전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추진될 수 있다. 한약이 비급여로 남아있는 경우와 정부 관리하에 급여가 되는 경우, 안전성에 대한 정부 정책은 무게가 달라진다. 경제적 효과 아래 표는 첩약의 가격탄력성을 2, 3으로 적용했을 때 한약 소비량의 증가와 그에 따른 경제효과를 계산한 것이다. 현재 치료적 목적의 첩약시장 규모를 9200억 정도로 추정할 수 있는데, 전체 상병으로 확대할 경우 2조~2조6000억, 일부 상병과 계층에만 한정할 경우, 1조3000억~1조4000천억 정도의 시장확대가 예측된다. 참고로 기존 첩약의 가격탄력성 연구결과는 5.8이었다. 이는 첩약건강보험으로 인해 당장 달성할 수 있는 경제적 효과이다. 이는 치료적 한약 중 일부를 급여화 할 경우에도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건강 증진 목적 등 전체 비급여 첩약 시장도 같이 커질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은 데이터이다. 한약급여로 안전성에 대한 정부 보장과 실손 적용 등으로 비급여 첩약 시장은 동시에 성장할 수 있다. 한약제제 시장을 개편할 수 있다 첩약 건강보험 추진과정에서 한약제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있다. 안그래도 미발달되어 있는 한약제제시장이 오히려 전멸하고, 조제한약만 남게될 수 있다는 우려이다. 이는 조제한약(첩약)과 한약제제가 대체적 관계에 있다고 보는 데서 나오는 우려이다. 하지만 한약제제의 문제는 정치적 문제이다. 의약분업을 요구하는 단체로 인해 단 한걸음의 진전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첩약의 급여화는 필연적으로 제제의 급여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도 첩약연구에 제제급여방안을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첩약급여는 한약 전반의 제도화와 보장성 확대 논의로 이어질 수 있는 핵심 고리이다. 의료소비자에게 실제 비용상의 큰 편익을 주며, 한의의료의 건강보험 비중을 확장시켜 필수의료화에 기여하고, 국가가 한약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홍보해 주는 것 이것이 바로 첩약급여를 추진하는 이유이다. 실질적인 경제적 효과도 막대하지만 제도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더 소중하다. 첩약보험으로 한약 제도화의 물꼬를 터서 한약 관리 시스템의 개편과 안전 관리, 제제를 포함한 한약 전반의 제도 개선을 달성하고 궁극적으로는 비급여한약 전반의 급여화로 이어질 수 있다. -
한의기상도[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정부에서 발표한 통계를 근거로 한의의료와 관련된 현황을 매주에 걸쳐 팩트시트(통계자료표・fact sheet) 형태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현재 한의의료가 처해져 있는 사실 인식과 더불어 향후 한의학 육성 발전을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문턱을 낮추면 ① 보험이 되면 한의 치료 경쟁력 ↑ 한의의료기관의 자동차보험 매출은 2010년 400억에서 2017년 5600억으로 크게 증가했다. 또한 2017년 건강보험에서 한의가 차지하는 비중은 3.65%인데 비해, 자동차보험에서 한의의료 기관의 점유율은 31.82%에 달한다. 이는 경제적 문턱이 없어지면 한의 치료의 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앞으로 한의건강보험의 확대적용을 통해 한의의료기관의 문턱이 대폭 낮아지길 기대한다. 문턱을 낮추면 ② 급여화는 비급여를 축소하지 않는다 치과는 2012년 틀니의 건강보험 적용을 시작으로 임플란트, 스케일링 등 꾸준히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해 왔다. 처음으로 틀니가 건강보험에 편입된 2012년 이후 급여의 엄청난 상승과 더불어 비급여도 꾸준한 증가를 보여 매년 8%대의 총 매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의료기관의 문턱을 낮춤으로써 총 매출성장을 이끌어낸 좋은 사례이다. -
한의학 교육의 남북 교류한상윤 한의사/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박사과정 지난 4월 27일, 남과 북의 정상은 한반도의 대립과 분단의 시대를 종식하고 평화와 번영을 위한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자는 ‘판문점 선언’을 하였다. 한반도의 평화 체제 구축에 대한 노력과 상호 협력에 대한 선언문은 그 자체로 매우 큰 의미가 있으며, 우리 민족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이미 단단한 지지를 받고 있다. ‘판문점 선언’은 짧지만 여러 가지 내용을 담고 있는데, 기존의 남북 합의 이행이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이산가족 상봉 등 모두가 반가운 내용이었지만, 유독 눈에 들어온 조항이 있었다. “남과 북은 민족적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를 고조시켜 나가기 위하여 각계각층의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을 활성화하기로 하였다.” 민족 화해와 단합을 위한 협력과 교류에는 그야말로 다양한 분야가 참여 가능할 것이다. 그 중에서 한의학만큼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시키고 나아가 통일 한국의 발전 동력으로 작용할 만한 분야도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해방 이전까지만 해도 남과 북의 전통의학은 하나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으나, 70여년의 분단 기간을 거치며 상이한 역사적 맥락과 사회적 여건 속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한의학과 고려의학으로 일단 그 명칭이 달라진 것이 상징적이라 하겠다. 오랜 기간 상호 교류가 단절되어 의료인이 사용하는 언어나 의학 용어가 달라져 언어 문화적 이질성이 생겼으며 서로 상이한 의료 시스템과 의료인 면허 제도의 차이로 인해 상호 이해가 힘들게 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한의학과 고려의학은 같은 뿌리를 가진 만큼, 아직 상호 교류의 바탕이 되는 접점이 여럿 존재한다. 일단 남한과 북한의 의료인 양성 기간과 대학 기관이 유사한 측면이 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북한에서도 보통 6년의 교육 기간을 거쳐 고려의사가 양성되며 각 지역에 11개의 의학대학에서 매년 1000여명의 고려의사가 배출되는 현황이 우리와 비슷하다. 교육과정 역시 서양의학 교육에 상당부분 시간을 할애해 서양의학과 고려의학이 거의 동등하게 교육되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과 비슷하게 보인다. 법적 제도적 측면에서도 유사한 것이 발견된다. 남한은 한의약육성법을 통해 한의약 기술의 발전과 과학화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명시하였고, 북한은 인민보건법을 통해 고려의학의 과학화와 체계화를 명시하고 있다. 우리의 한의학연구원과 마찬가지로 북한은 고려의학의 과학화·현대화를 위한 연구 시설로 고려의학과학원을 설립하여 전문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효과적이고 발전적인 한의학과 고려의학의 교류는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 그 방법과 절차는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가? 교육적 측면이 바로 그 질문에 대한 유력한 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어떠한 교육 목표 아래 의료인을 양성하고 있는지, 배출된 의료인의 임상 역량은 어떠하며 보수교육을 비롯한 의료인의 관리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비교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장단점이 드러나며, 장점은 받아들이고 부족한 부분은 서로 채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북한의 의학교육은 최근 들어 수업과 실습 교육의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작년 통일정책연구지에 실린 ‘『고등교육』에 나타난 ‘북한의 의학교육 현황 분석’이라는 논문을 보면, 적극적이며 창조적인 실천 능력을 가진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학과간, 기초-임상간 연계 교수 방법을 사용한다고 한다. 또한 컴퓨터 기반 교수 수단을 통해 학생들로 하여금 실제적 임상 능력을 갖추도록 의학 교육이 개선되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1차 의료의 대부분을 고려의학이 담당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임상 역량과 관련하여 남북의 전통의학 교육과정에 대한 비교와 분석이 필요하다. 먼저 국립대학끼리 시범사업을 통해 서로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깊이 있게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부산대학교 한의학과와 평양의학대학 고려의학부가 교육과정을 교류하고 분석하여 서로 이해하는 노력을 한다면, 그 과정은 통일 이후 전통의학 모델 정립의 발판이 될 것이다. 또한 우리 민족에게는 ‘사상의학’이라는 좋은 콘텐츠가 있다. 한의학과 고려의학을 이어줄 수 있는 연결 고리로 이보다 더 좋은 주제는 찾기 힘들 것이다. 사상의학은 한국 전통의학의 고유한 의학 이론이며 기술로써 남과 북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교육하고 발전시켜 왔을 것이다. 고려의학에서는 사상의학을 어떻게 교육하며 임상에서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알아봄과 동시에 국제적 연구 성과를 꾸준하게 쌓아 온 남한의 연구 실적과 결과물을 교류하면서 사상의학의 남북 공통 교육과정 개발을 착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의학과 고려의학이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현존하는 차이를 줄이고 상호 이해를 하는 것은 통일된 한국의 전통의학을 만드는 데 있어 불가피한 과정이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관문이 있겠지만, 남과 북이 서로 합심하여 노력만 한다면 하나의 전통의학으로 많은 학문적·임상적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와 갈등에서 벗어나 신뢰와 협력으로 남북 상호 관계를 다지려는 시대적 흐름에서 우리의 전통의학, 민족의학이 그 다리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원하며 두 손을 모은다. ※ 본 칼럼의 문의는 이메일(kmed17@pusan.ac.kr)로 부탁드립니다. -
꼬리명주나비의 꿈(上)정재우 원장(원재한의원) 1. “쥐방울덩굴이 우리집 마당에 꼬리명주나비를 불러들인다고요?” 지난 가을 군위 한밤마을에서 가져온 쥐방울덩굴의 열매 씨앗을 매원집 담장 아래 곳곳에 심어두고 이제나 저제나 싹이 올라오기를 기다리며 매일 들여다보고 있는 나를 보고 아내는 못 미더운 듯 물어본다. “그럼, 꼬리명주나비가 이 쥐방울덩굴 잎에 알을 낳고, 그 알이 자라서 꼬리명주나비가 태어날 거야. 그러면 우리집 마당에 꼬리명주나비가 훨훨 날아다니게 될걸?…” “아니 꼬리명주나비가 우리집에 쥐방울덩굴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와서 알을 낳는다는 말이에요? 당신도 참, 말이 되는 이야기를 해야지.” 아내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피씩 웃는다. “두고봐, 조금 있으면 우리집 마당에 꼬리명주나비가 훨훨 날아다니게 될 꺼야, 나중에 매원마을 곳곳에 쥐방울덩굴을 심고 우리 마을 어느 곳에서나 꼬리명주나비가 훨훨 날아다니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게 될 꺼야.” 쥐방울덩굴이 꼬리명주나비와 사향제비나비의 먹이식물(식초, 食草)이 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과연 내 뜻대로 꼬리명주나비가 우리집 마당에 훨훨 날아다니게 될지는 내 스스로도 의문이었다. 2. 쥐방울덩굴(Aristolochia contorta Bunge)은 다년생 덩굴식물로 마도령, 쥐방울, 방울풀, 까치오줌요강, 까마귀오줌통 등으로도 불린다. 산림청 희귀식물, 약관심종으로 분류되는 식물자원이기도 하다. 쥐방울덩굴은 색소폰처럼 생긴 꽃 모양이나 열매 주머니 모양이 무척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식물이다. 가을철이 되면 마른 열매가 가는 실 같은 꽃자루(花梗)에 매달려서 예쁜 바구니나 낙하산 모양으로 매달려 있어서 야생화를 촬영하는 사진가들에게는 좋은 작품 소재가 되기 때문에 즐겨 찍는 식물 중의 하나이다. 꼬리명주나비와 사향제비나비는 쥐방울덩굴이나 등칡 잎 뒷면 또는 앞면에 알을 낳고, 그 애벌레는 잎을 먹고(먹이식물, 食草) 커간다. 그러므로 쥐방울덩굴이 없어지면 꼬리명주나비와 사향제비나비도 사라지게 된다. 쥐방울속 식물체 전체에서 나는 냄새는 수컷 사향제비나비의 사향(麝香; 사향노루나 사향고양이의 향낭(香囊)에서 나는 향) 냄새로 스며들어서 사향제비나비는 몸에서 특유의 사향 냄새가 난다고 한다. 한글명 쥐방울은 16세기 초에 쥐방올, 그리고 17세기 초에 쥐방을로 기록된 오래된 우리 이름이다.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 향명으로 勿兒隱冬乙乃(물아은동을내), 즉 말 勿(물), 아이 兒(아), 숨길 隱(은), 겨울 冬(동), 새 乙(을), 이에 乃(내)로 기록되었다. 17세기에는 쥐방울을 ㅁ·ㄹ△·ㄴㄷ·래(말산달래)7)라고도 불렀던 모양이다. 한의학에서는 쥐방울덩굴의 열매를 마두령(馬兜鈴)이라 하고, 뿌리를 청목향이라 하여 폐열로 인한 해수, 가래, 천식 등에 모두 응용되며 위장염, 이질에도 사용하였으며, 고대 서양에서는 출산을 자극하는 약재로 사용했다고 하지만, 이 종류에는 산부와 태아의 생명과 유산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물질(aristolochic acid)이 들어 있다. 아리스톨로크산은 쥐방울덩굴과에 속하는 광방기·관목통·청목향 등에 함유돼 있는 성분으로 신장조직에 유전자변이를 일으키고, 투여용량에 따라 간질 섬유화를 동반한 만성신부전과 신장암·비뇨기암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생약규격집(KHP)에서 삭제되었다. 마두령(馬兜鈴)은 종자 바구니 모양이 말(馬)에 달았던 방울을 닮은 데에서 비롯하고, 일본명 우마노수주쿠사(馬の鈴草, 마령초)도 마찬가지다. 속명 아리스토로키아(Aristolochia)는 여성 생식기 구조에서 비롯하는데, 꽃 모양이 나팔관을 닮았고, 아래에 부풀어 오르는 열매 모양을 자궁에 비유한 것이다. 출산(lochia)과 가장 좋다(aristos)는 의미인 고대 희랍어로부터 유래한다. 3. 군위 한밤마을은 오래된 돌담길 주변에 쥐방울덩굴이 무리지어 자라고 있으며, 가을이 되면 잘 익은 산수유랑, 적당히 단풍이 물들어가는 감나무가 마을 곳곳에 자라고 있어 전통마을의 풍취가 물씬 풍기는 마을이며, 왕과와 같은 특이한 야생화들도 간혹 자라고 있어서 내가 종종 찾는 마을이다. 2년 전 가을, 군위 한밤마을에 가서 쥐방울덩굴의 마른 열매(민간에서는 까마귀오줌통이라고도 한다)를 촬영하고는 열매 속에 잔뜩 들어있는 씨앗을 한 움큼 채집하여 꼬리명주나비를 매원 우리집에 불러들일 요량으로 매원집 담장 아래 곳곳에 심어두었다. “쥐방울덩굴 잎을 벌레가 온통 다 갉아먹었어요.” 한 해를 걸러 2년만에 쥐방울덩굴이 무럭무럭 자라는 걸 보면서 꼬리명주나비의 꿈을 꾸던 어느날 아내가 놀라서 나를 부른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조그마한 애벌레들이 새카맣게 붙어서 쥐방울덩굴의 잎을 모조리 갉아먹고 있었다. 나는 흥분하면서 말했다. “꼬리명주나비 애벌레일 수도 있어. 한번 찾아봐.” 인터넷을 뒤지던 아내는 “꼬리명주나비 애벌레가 맞네요. 세상에.정말 꼬리명주나비가 우리집 담장 아래 자라는 쥐방울덩굴을 찾아와서 알을 낳았나 보네요”라면서 못내 신기해 한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꼬리명주나비 애벌레와 함께 사향제비나비의 애벌레도 함께 보인다는 것이다. 사실 사향제비나비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녀석이기 때문에 우리는 더 흥분하게 되었다. 사향제비나비는 몸에서 사향 냄새가 난다고 해서 내가 특히 관심이 가는 나비이기도 했다. -
“환자 복지 위해서라면 한·양 구분 없어져야”손건익 통합의료진흥원 이사장 한국형 통합의료가 나아갈 길 “협진, 수가 관련 의료법 체계 개선해야 통합의료 가능” “환자를 위해서라면 한의학이든 서양의학이든 얼굴 붉힐 필요가 뭐가 있겠습니까?” 재단법인 통합의료진흥원(이하 진흥원) 손건익 이사장과 한시간 반 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일관된 키워드는 ‘환자 복지’였다. 죽음 앞에 한의냐 양의냐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는 “대장암이었던 전설의 투수 최동원 선수도 말기암 통보를 받고 죽기 전 민간요법인 소금물 관장에 매달렸다. 우리나라에 사이비 치료 대기 환자가 600만명이 넘는 상황에서 현대의학으로 치료법이 없다고 판정받은 환자들에게 방법이 없으니 잘 정리하라고 할 수만은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그러한 의미에서 한의치료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예컨대 말기암 환자의 경우 어떠한 마약성 진통제도 듣지 않아 고통스럽게 죽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이런 환자들에게 진통제를 쓰기 전 초기 단계에서 침 치료를 하면 통증 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침으로 안 될 때 그때서야 진통제를 쓰기 시작하면 돌아가실 즈음에는 진통제가 그래도 효과를 보는 상태로 가실 수 있죠. 이것도 환자의 고통을 줄이는 복지 아닐까요?”라고 묻는 손 이사장. 그에게 한의학과 양의학이 갈등을 빚는 한국에서 협진 및 통합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진흥원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통합의료진흥원이 하는 일, 합류한 계기는. 대구 가톨릭의대와 대구한의대, 대구시, 그리고 비록 크게 출연은 안했지만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네 개 단체의 출연으로 재단법인인 통합의료진흥원을 설립했고 여기서 연구사업을 하고 있다. 미국 조지타운대 의료원, 하버드 도너파버 암 연구병원 자킴센터, 하버드 브리검 여성병원-오셔센터, 하버드대 MRCT와 공동연구가 동시에 이뤄지는 국내 유일한 기관이다. 주력하는 분야는 유방암이다. 유방암 림프종 연구에 이어 유방암 신경병증 연구를 실시한 바 있다. 동물실험시 사용한 양약 및 한약(타목시펜+자음강화탕)의 유방암 병용투여 결과를 바탕으로 하버드대에서 같은 약을 사용해 실험을 계속하며 임상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대구 가톨릭 의대 부총장이었던 대구 가톨릭의료원 최영희 신부의 권유로 합류하게 됐다. 한·양방이 함께 치료하면 환자들의 고통을 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순진한 믿음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동참한 지 5년이지만 아직 통합의료가 갈 길은 멀어 보인다. ◇통합의료를 가로막는 장벽이 높다는 얘기로 들린다. 예전 복지부에서 근무할 당시 국립의료원에 한약부를 만들고 협진을 시도해 봤다. 물론 내 관심과 노력이 부족했겠지만 국민건강보험법, 의료법 등 현실적인 장벽이 너무 높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협진을 너무 간단히 생각했던 것이다. 제대로 된 협진을 하려면 결국 보건의료 관련법을 건드려야 한다. 제도적 도움을 받아야 제대로 된 협진을 할 수 있다. 수가를 못 받는데 누가 협진을 하려고 하겠나. 환자 입장에서도 지금 제도 하에서는 협진을 하면 진료비가 더 들게 돼 있는 구조다. 복지부에서 하는 협진 시범 사업 등에 참여하는 환자들의 경우에나 보상이 되지, 그 외의 경우 환자들이 자비로 치료하기에는 한쪽만 하는 게 더 저렴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환자의 선택인데 제도가 선택을 제한하고 있는 셈이다. ◇한의계는 제도권 내로 더 들어가려 하지만 양방에서는 한의약에 대한 근거가 먼저 증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진국 어떤 나라도 전통의학을 완전히 배척하는 나라는 없다. 전통의학은 수천년간 전해 내려 왔고 이는 치료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과학적으로 계량화된 것 외에 경험칙도 에비던스다. 그런데 이러한 전통의학과 서양의학이라 할 수 있는 양의학의 갈등이 국내에서 이렇게 심한데도 정부가 해결을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정부가 한의약을 배척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물론 정부가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의료계의 갈등을 방치하는 수준이라면 ‘유구한 역사적 전통, 세계 문화유산’ 이라는 식의 홍보도 안 하는 게 맞다고 본다. 홍보는 홍보대로 하면서 실제는 겉돌고 수많은 갈등 관계가 조성되는 상황은 방치하고 있다. 즉 한의학과 관련된 구호성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구호성 행정 캠페인을 혐오한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행정이다. 정부가 진정 한의약에 긍지를 느끼고 이어나갈 생각이라면 전통의학 전공자들에게 여건을 마련해 주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문제에 대한 견해는. 한의학과 서양의학은 진찰 방법과 치료법 기전, 원리가 다르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의사는 진맥을 짚는 방식으로 진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옛날에는 진맥 외에 다른 진찰법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할 능력이 있느냐다. 필요한 과목을 배웠는지, 의료기기 판독능력을 갖췄는지를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만약 없다면 능력을 길러주는 것도 방법이다. 의과의 경우 다른 과 전공의들이 기술을 배워서 성형외과를 개원하지 않나. 어쨌든 의료법에는 한의사도 엄연히 의료인으로 구분돼 있다. 이 문제는 정부측에서 타협안을 만들어 내야 할 부분이다. ◇행정가로서 한의약의 발전을 위해 조언한다면. 한의사협회뿐 아니라 모든 단체나 협회들이 겉보기에는 아주 굳건한 단체처럼 보이지만 현미경을 놓고 들여다보면 지역별, 세대별로 나뉘어져 있다. 이들을 잘 묶어내야 한다. 회원들 각자의 생각이 다르더라도 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위기를 돌파하기 어렵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또 한의약의 발전을 위해 첨언한다면 1년 예산 500억원이 넘는 한의학연구원에 대한 평가도 엄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 에비던스를 찾는 일은 꼭 한의사가 아니더라도 그 분야를 잘 아는 전문가라면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게 한의약이 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한의학’연구원이지만 더 객관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통합의료진흥원도 한의계와 중립적 관계를 유지하는 게 한의계를 도와드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
“의료기기 개발에 뛰어든 이유? 의료인으로서 당연한 관심”김태열 한의사 / (주)인토본 대표 자기장 치료의 원리, 한의학의 氣主血의 원리와 상통하는 부분 있어 의료기기, 직능 구분에 앞서 인류 모두에 혜택 돌아가는 방향으로 사용돼야 자기장 치료기 치료영역 확대 연구 및 적외선체열진단기도 곧 출시 예정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한의사로서 자기장 치료기 ‘엘리시움 100’ 등 의료기기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김태열 ㈜인토본 대표로부터 의료기기를 개발하게 된 계기 및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본다. Q. ‘자기장 치료기’를 개발한 계기는? 임상에서 매선을 전문적으로 시술하는 한의사로, 매선은 여러 증상에 사용할 수 있지만 제 경우에는 피부미용, 특히 얼굴 부분에 집중 시술하고 있다. 그러던 중 5년 전 코 융비술에 사용했던 가시매선이 산근 부위에서 염증을 일으켜 양방 외과로 이송 치료했지만, 환자의 특이체질로 인해 호전이 없었고 외과의는 대학병원 생균검사를 권유하기까지 했다. 이 때 그전부터 조금의 관심이 있어 구비하고 있던 자기장 기기가 생각나 해당 환자에게 대학병원으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치료를 해보자고 승낙을 받은 후 매일 30분씩 7일을 1차 치료기간으로 잡고 케어를 했는데, 5일이 지나자 거짓말 같이 염증이 치료됐다. 물론 이 기간 동안에는 일체의 타 시술은 물론 항생제나 스테로이드 제제도 복용하지 않았다. 이러한 경험이 있은 후 자기장 치료에 대해 국내 임상논문과 해외논문을 검토해 본 결과 충분히 의학적으로 유효성이 있는 것은 물론 이미 선진국에서는 비침습형 가정용 의료기기 제품이 많이 나와 있는 것을 알고 본격적으로 연구개발에 나서게 됐다. Q. 자기장 치료기는 무엇인지? 자기장을 쉽게 표현하면 자력의 힘이 발생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우리는 잘 느낄 수 없지만 지구의 핵에서 발생하는 거대한 자기장이 남극에서 올라와 북극으로 들어가는 큰 자기장 공간 안에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흔히 건강의 4대 요소는 △음식 △물 △햇빛 △산소지만, 여기에 35억년 전부터 지금까지 거의 변화하지 않고 있는 지구 자기장을 포함시켜 건강을 지키기 위한 5대 요소라고 서양에서는 말하고 있다. 미국 FDA는 1979년 자기장 치료기를 최초로 공인한 이후 2004년 펄스자기장 자극의 사용은 안전한 것으로 승인한 바 있으며, 현재 나와 있는 자기장을 이용한 의료기기는 대부분 진단 부분에 활용도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펄스자기장을 이용한 치료 부분에도 많은 개발과 발전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Q. 자기장 치료의 원리와 한의학과의 연계성은? 자기장이 왜 인간에게 필요한 것인지를 알게 된 계기는 최초의 우주인인 유리 가가린에 의해서다. 지구자기장 즉 대기권을 벗어난 가가린은 우주공간에서 1시간48분 동안 근육변성, 신진대사 감소, 방향감각 상실 및 급격한 우울증을 호소하게 된다. 이후 분석 결과 가가린의 육체적·정신적인 급격한 쇠약은 지구상에서 자연적으로 뿜어 나오는 자기에너지로부터 분리된 것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가가린 이후로는 모든 우주복 및 우주정거장에는 펄스자기장이 장착돼 있다. 자기장이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 중 하나는 혈액 순환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특히 펄스자기장은 혈관벽의 다양한 화학물질을 증가시켜 혈관을 팽창, 혈관을 통해 흐르는 혈액량을 향상시켜 조직에 전달되는 산소량을 증가시키면서 말초조직의 온도 상승효과도 동시에 나타난다. 자기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전기에너지다. 자기장 전기에너지로 혈액과 혈관을 개선시킨다는 의미로 보면, 한의학의 氣主血의 원리와 상통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인체 외부의 자기장 전기에너지로 혈류 개선을 향상시킨다고 볼 수 있으며, 실제로도 펄스자기장 논문을 살펴보면 적혈구의 산성화로 인한 연전현상이 자기장에 노출되면 상당 부분이 개선된다는 결론을 확인할 수 있다. Q. 한의사로서 의료기기 개발에 뛰어든 계기는? 한의사이기 때문에 의료기기 개발과 관계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의료인으로서 당연히 의료기기에 관심을 가져야 되고, 임상에서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개선 및 개발해야 하는 의무도 있다고 본다. 현재 대한민국 의료기기 시장은 새로우면서 편리하고, 효과는 증명되면서 부작용은 없는 의료기기를 원하는 시점이다. 이 시기에 다소 무겁게 접근하던 자기장 기기를 어느 누구나 마음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Home Therapy 용도의 의료기기가 필요하다는 나름 믿음이 생겼기 때문에 어렵게 개발에 뛰어들게 됐다. 아직은 초기라서 자기장에 대한 내용을 홍보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Q. 지방선거 출마, 벤처기업 운영 등 일반 한의사들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이유는? 2006년 동시지방선거에서 경남도의원에 출마한 적이 있다. 향후 의료복지가 지방의 중심행정사업이 되는 시기에 도의원의 구성이 퇴직공무원이나 건설업 관계자 등과 같은 특정 직업군에 집중되는 것 같아 의료인이 도의회에 진출해 의료현장의 현실을 도정에 적극 반영하고 싶은 마음에 출마한 적이 있다. 또한 의료기기 전문 벤처기업인 ㈜인토본을 설립하게 된 것은 25년 임상현장에서 필요로 했던 의료기기를 직접 연구개발해 보자는 생각으로 2005년 기존의 의료기기 유통회사를 의료기기제조 법인회사로 바꿔서 자기장연구개발실을 모태로 설립하게 됐다. 이처럼 다른 한의사들과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은 나 자신이 특별하다기보다는 프로스트 시인의 ‘가지 않은 길’처럼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아보고 싶어서 다양하게 경험하고 있다. Q.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견해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 같은 동양 의료권이지만 우리와 전혀 다른 의료시장이 있는 중국을 주목해 보고 싶다. 완벽하게 융합되어 있지는 않지만 중의학-서의학이 서로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부족한 점은 지적이 아닌 서로 보완해 주면서 세계의료시장으로 눈을 돌려서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뿐이다. 현재 전 세계 자연치료 및 대체의학 시장의 65% 이상을 독점하는 중국 중의학은 계속 발전하는데 한국 한의학은 계속 제자리걸음만 하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한의학이 세계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기의 검증을 받아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그런 진행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좋은 기술을 가지고도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다. 또한 의료기기는 인류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되고 봉사를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등소평의 ‘흑묘백묘론’과 같은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Q. 향후 계획은? 현재 개발 중인 자기장 치료기는 뇌혈류 흐름을 개선시켜 중풍후유증과 혈관성 치매를 개선시키고, 자기장으로 뇌파를 안정시켜 불면증을 치료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또한 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소와 공동으로 펄스자기장이 전립선암세포 치료 개선에 미치는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아마 조만간에 좋은 연구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한의원에서 사용하고 싶지만 너무 고가라서 선뜻 구입하지 못하는 적외선체열진단기를 현재 개발은 완료했고, 전기시험검사소에서 판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통과만 된다면 기존 제품의 3분의 1 가격으로 한의원에 공급할 수 있을 것 같다. -
세계의사와 동반자가 되는 한의사 양성을 위해현대의학, 경험의학·과학의학 시대 넘어 임상의학 교육 시대로 돌입 한의계, 어떤 (과학)지식·술기(능력)·(윤리)태도를 어느 수준으로 갖춰야 하는지 논의해야 할 때 다시 한의학 교육이 문제다. 한의과대학의 세계의과대학목록(WMDS) 등재가 이슈가 되고 협회장은 정부 상대의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면서, 대학에 시대 변화에 맞춘 교육과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의학은 ‘경험의학’에서 ‘과학의학’을 넘어 이제는 실제 임상에서의 문제해결 능력과 관련된 ‘임상의학’ 교육 시대를 맞고 있다. 또한 ‘체계적인 교육체계’와 함께 근대 전문가주의(professionalism) 핵심인 ‘윤리적인 자정능력’ 관련 교육도 요구되고 있다. 2002년 ‘의사헌장(Medical professionalism in the new millennium: a physician charter)’에서는 ‘새로운 세기의 의료전문가주의’란 이름으로 의사의 책임과 관련해 ‘환자 복지 최우선’, ‘환자 자율’, ‘사회 정의’의 세 가지 원칙이 발표된 바 있다. 의료행위에 대한 직접적 책임을 넘어 환자와 사회에 대한 포괄적 책임을 감당함으로써 전문가 지위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교육과 관련하여 한의학뿐만 아니라 경제성장기 대학 전공교육은 대부분 표준은 고사이고 체계적인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심지어 민주화 투쟁기간 동안 교육은 방치되다시피 하였지만, 졸업만 하면 취직이 되었다. 다행히 국내외 시장 여건이 좋았고 개개인의 기술습득 능력이 뛰어나 스스로 현장에 적응하며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였고, 선배 한의사들 또한 그런 시절을 거쳤다. 하지만 지금은 의료윤리와 환자권리가 강화되면서 정상적인 교육과정이나 전문의 자격이 없으면 임상경험도 제대로 전수받을 기회가 제한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당면한 문제와 갈등은 학문적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세대별 시대 여건과 개인의 경험 차이 때문에 논쟁이 되는 측면이 강하다. 한의협 집행진 교체 이후 한의학 교육 변화 ‘움직임’ 협회 집행진 교체 이후 한의학 교육과 관련하여 많은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4월1일 협회장을 비롯하여 이사 20여명이 부산대 양산캠퍼스 의·치·한 임상술기센터를 참관하고, 한의학 임상교육 및 한의사 보수교육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5월13일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 2차 이사회는 세계의학교육협의회(WFME) 흐름에 동참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신상우 부산대 한의전 교학부원장을 신임 원장으로 선출하였다. 그리고 오는 16일로 개최되는 ‘한국한의과대학학장협의회’에서는 임상교육 확대를 위한 교육과정 개편과 임상술기교육 콘텐츠 개발에 대한 논의가 예정되어 있다. 서양의학계는 의사들의 국가간 이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의학교육의 표준화를 유럽과 미국이 중심이 되어 급속히 추진되었지만, 전통의학 분야는 국제표준이 지지부진하여 세계의학교육의 흐름에 동참하지 못한 상태이다. 이제는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앞두고 있다. 미래사회는 엄청난 양의 의학지식에 대한 단순 암기나 인간의 감정 변화로 인한 실수는 인공지능 보조시스템이 임상현장에 투입되어 해결이 예상되므로, 의학교육은 문제해결 능력과 협업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한의학 교육에 관한 논제를 보면 ‘전통’과 ‘현대’, ‘도구’와 ‘목적’ 등이 뒤섞여 합의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최근까지도 한의계는 이견을 스스로 조정하는 집단지성보다 정치적 논쟁이나 집단간·직역간 갈등이 심화된 측면이 있다. 한의학 교육, 전문가로서 최소한 능력 갖추는데 초점 그렇지만 한의계는 희망적이다. 왜냐하면, 의료전문 집단 가운데 가장 먼저 ‘한약분쟁’을 거치면서 ‘사회화’를 경험하였고, 사회화 경험은 시대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 대안 마련에 대한 생산적 논의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외적으로 양의학과의 ‘과학 논쟁’, 내적으로 의학고전과 관련된 ‘한문교육 논쟁’에 머물러서 안된다. 이제는 미래 한의사들이 세계의사들과 전문가적 동반자로서 어떤 ‘(과학)지식’, ‘술기(능력)’ 그리고 ‘(윤리)태도’를 어느 수준으로 갖추어야 하는지 논의해야 한다. 특히, ‘태도’는 전문가로서 사회적 공인을 받는 중요한 기준임을 인식해야 한다. ‘전한련 의장 출신 학생자퇴’ 문제를 개인의 능력탓으로 돌리지 않고 교육받는 학생 입장에서 교육현장의 문제를 파악하고 교육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안아키’ 사태와 같은 사안에 대하여 의료인의 입장에서, 한의사의 동료 전문가로서 윤리적 평가와 자율적인 규제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 사회적·법적 이슈가 된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돌리고 전문가 집단 스스로 윤리적·자율적 해결책을 외면하면 전문가로서 사회적 신뢰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과학철학 전공교수가 서울의대 교수들 특강에서 (서양)의학은 과학이고 (한)의학은 비과학적이라는 의견에 대하여 모든 의학은 순수과학 분야가 아니라 경험에 바탕을 둔 기술 분야라는 지적처럼, 의학은 ‘과학(지식)’과 ‘기술(경험)’의 요소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한)의학 교육도 ‘과학’ 논쟁에서 벗어나 기술(경험)을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교육시켜야 전문가로서 최소한의 능력을 갖출 수 있는지 합의해야 한다. ‘醫療’는 ‘醫學(과학)’, ‘醫術(기술)’과 달리 법 제도뿐만 아니라 자본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환자(혹은 국가)는 저비용에 안전하고 고급 서비스를 원하고, 의사는 자신이 투자한 교육/수련 비용대비 짧은 기간에 투자/이익을 환수하기 위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비자(환자)와 공급자(의사), 공급자인 의료 직역간의 영역갈등, 비용의 직접부담과 간접부담의 적정비율 등에 국가가 개입하므로 종국에는 정치적 활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의료’ 환경을 결정하는 사회적 관계에 대처하는 한의사의 (사회적, 윤리적) 태도가 ‘醫學(지식)’, ‘醫(료기)術’보다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원전의사학을 비롯한 기초한의학은 의학지식이다. 의학지식은 의료기술의 과학적·논리적 기반이 되며, 동시에 기존 의료경험을 전수하는 효율적인 수단이 되어야 한다. 모든 기술이 그러하듯이 직접 체득하는 기회와 시간이 주어지지 않으면 숙련될 수 없다. 임상실습이 강조되고 일정시간 이상의 최소교육 시간이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임상 한의사들이 간혹 한의학 교육에서 학생들의 수준과 단계를 간과하고 경험의 완숙도와 연관시켜 원전의사학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논쟁이 되는 경우를 본다. 기초학자들에게 갈등을 일으키고 학문을 포기하게 만드는 원인은 원전의사학이 아니라 수단이자 도구인 한자와 한문 때문이다. 의학 고전뿐만 아니라 한문 고전이 인간 본성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인문학이라고 평가하거나, 고전은 원어로 그 의미를 새겨야 진정한 본의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자와 한문 교육을 강조해서는 안된다. 환자를 대하는 한의사의 겸손이 의학고전의 힘이라고 한문을 고집해서도 안된다. 도구와 지향은 구분해야 한다. 한자와 한문에 능통하다고 의학적 지식이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고, 원전을 통독하고 암기하였다고 바로 임상진료 기술의 능숙함으로 직결되지 않는다. 면허필기 점수와 면허 발급 년 수가 안전하고 능숙한 운전 실력을 보장할 수 없음과 같다. 미래 한의사를 위해 대학과 교수가 진지하게 고민할 때 한의학의 지향은 무엇인가? 한의사의 역할을 어떻게 변모할 것인가? 진정 환자를 인간으로 대하고 병을 돈으로 환산하지 않으며, 최신 의료지식과 고전의 경험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한 개인의 개별적 특성을 파악하여 현재의 질병상태를 치료함과 동시에 예후를 고려하여 질병 재발을 예방해야 한다. 또한 개인특성으로 인하여 발생가능한 질병 유형에 맞는 양생법도 제시하고 궁극적으로 몸과 마음의 조화를 이루어 인간다운 삶을 누리도록 도와주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전문가가 되는 과정에 대학은 과학과 기술, 지식과 경험을 교육시킬 여건을 제공해야 하고, 교수는 동료 전문가들과 합의하여 학생들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한의학 교육의 문제는 대학과 교수가 미래 한의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 비로소 해결이 시작된다. -
첩약 건강보험의 쟁점과 방향안전성·치료효과성·표준화 및 건강보험 재정 등 다양한 쟁점들 존재… 풍부한 논의로 첩약 급여화 추진 기대 문재인정부는 ‘병원비 걱정없는 세상’을 모토로 모든 치료적 비급여를 건강보험에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효과성과 안전성이 있더라도 비용효과성이 떨어져 급여에 포함하지 못하였던 기존 치료 항목들을 본인부담율에 차등을 두어서라도 급여에 포함하려는 강력한 보장률 확대 정책이다. 이러한 문케어에 한의의료서비스도 생애주기별 서비스를 예비급여에 포함한다는 내용의 계획이 포함되었다. 그리고 이미 추나와 협진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화 시범사업이 진행 또는 완료되었기 때문에 한의의료서비스의 건강보험 급여화는 ‘첩약(탕약, 고제, 환제 등을 포함한 모든 비급여 조제 한약)’이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단이 우려하는 급여화 방안의 쟁점은? 그러나 첩약이 어떤 방식으로 급여화가 될지는 아직 알기 어렵다. 첩약은 다른 급여 의약품과는 달리 식약처 허가를 받지 않았으며, 진찰료에 포함되어 있는 양방 의약품 처방료에 비해 한층 복잡한 처방선정 행위와 이로 인한 높은 시장 가격이라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첩약만의 독특한 특성으로 인해 첩약이 건강보험 급여화가 되기 위해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의 첩약에 대한 여러 의구심을 해결하면서 동시에 한의사에게 진료자율성 및 수익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이 요구된다. 아직 보험자와 공급자가 실질적인 협의가 진행되기 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방안은 그려보기 어려우나, 공단이 우려하는 주제를 중심으로 첩약 급여화 방안의 쟁점은 짚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공단은 줄곧 첩약이 급여화되기 위해서는 안전성·치료효과성·표준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러한 기반이 갖추어진 이후에 단계적으로 급여화를 진행하겠다고 밝혀왔다. 이 중 안전성은 비교적 설득가능하다. 이미 규격품 제도와 유통일원화로 인해 한약재 자체의 안전성은 제도적으로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 조제과정에서의 품질 또한 조제 기준을 확립하여 도입하고 사후 관리 제도를 통해 피드백하여 보완하는 방법은 도입하기에 무리가 없다. 그러나 치료효과성과 표준화의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왜냐하면 첩약은 특정 상병에 특정 처방이 일대일로 매칭되지 않아 치료효과성을 입증하기가 매우 곤란하기 때문이다. 고혈압에 천마구등음이 효과가 있다는 RCT가 많더라도 이것으로 고혈압에 대한 전체 첩약의 치료효과성을 보여준다고 말하기 어렵다. 물론 아직 보험자가 어느 정도 수준의 표준화를 요구할지는 알 수 없다. 이러한 ‘처방 표준화’는 한의사의 진료 자율성과도 연관이 있는 사안이라 첩약 급여화의 큰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보험자의 또 하나의 큰 우려점은 건강보험 재정이다. 이는 급여화시 가격수준과 지불방식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불방식은 현재의 자보 지불처럼 첩약 한 건당 일정액을 지불하는 방식(건당 정액제)과 첩약에 포함된 각 약재의 가격에 한의사의 진찰료 등 행위료를 합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전자는 한약재 가격을 개별로 고시해야 하는 등의 행정비용을 줄일 수 있고 후자는 지불정확도를 높일 수 있으며 공급자의 과소진료(비교적 싼 약재들로 첩약을 구성하려는 것)를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격은 가장 첨예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이며 현재 자보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바가 많으나 지불방식 등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보험재정은 급여 가격수준과 지불방식에 영향을 줄 것 그 외에도 첩약 급여화의 포괄 범위(상병, 대상 계층 등), 한약사(한약조제약사 포함)의 급여 포함 여부, 처방내역 공개 여부, 본인부담률 등의 주제가 모델 방안 수립 과정에서 쟁점이 될 것이다. 이렇듯 첩약 급여화 모델은 현재 넓은 스펙트럼속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형태이든 첩약 급여화는 한의계에 ‘획기적 한약 보장성 확대의 첫 사례’라는 단순하지만 매우 묵직한 의미를 던질 것이다. 첩약 건강보험 급여는 다양한 내과질환 환자를 한의의료서비스로 불러들여 한의사가 보다 전문적인 의료인이 될 수 있게 해주며, 근골격계 이외의 상병에 대한 새로운 한의서비스시장을 열게 할 것이다. 첩약 급여화 모델 설정과정에서 많은 쟁점들이 존재하며 진행과정에서 한의계 내부에서도 많은 논쟁이 있을 것이다. 첩약 급여화의 흔들리지 않는 방향 하에서 한의계를 위한 풍부한 논의들이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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