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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관절염 치료, 비약물요법이 비용대비 효과적이다[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KMCRIC)의 '근거중심한의약 데이터베이스' 논문 중 주목할 만한 임상논문을 소개한다. ◇KMCRIC 제목 무릎 관절염에 비용 대비 효과적인 비약물 요법은 무엇이 있을까? ◇서지사항 Woods B, Manca A, Weatherly H, Saramago P, Sideris E, Giannopoulou C, Rice S, Corbett M, Vickers A, Bowes M, MacPherson H, Sculpher M. Cost-effectiveness of adjunct non-pharmacological interventions for osteoarthritis of the knee. PLoS One. 2017 Mar 7;12(3):e0172749. doi: 10.1371/journal.pone.0172749. ◇연구설계 무릎 관절염에 대한 비약물 요법의 비용과 효과를 평가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대상으로 수행한 네트워크 메타 분석 (network meta-analysis) 연구 ◇연구목적 영국 NHS (National Health Service) 내 무릎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비약물 요법의 비용 대비 효과를 알아보기 위함. ◇질환 및 연구대상 무릎 관절염 환자 ◇시험군중재 비약물 요법 침, 운동 요법 (근육 강화·에어로빅), 거짓침, 교정용 신발 안창, 온천 요법 (balneo therapy), 경피 신경 전기 자극 (TENS), 펄스 전기 자극 (pulsed electrical stimulation), 수기요법, 펄스 전자 기장 (pulsed electromagnetic fields), 태극권, 레이저/광선 요법, 간섭파 치료, 온열 요법, 자석 (static magnets), 보조기, 냉각 요법, 신경근 전기 자극 (NMES) 등 ◇대조군중재 1. usual care 2. 여러 개의 치료군을 서로 비교함. ◇평가지표 1. EQ-5D: 각 연구에서 사용된 다양한 임상 결과를 predictino model을 사용해 EQ-5D index value로 변환함(8주 기준, 모든 연구/낮은 selection bias 연구). 2. 점증적 비용효과비 (ICER, Incremental costeffectiveness ratio): 비용-효과 분석 (threshold £20,000/QALY, 모든 연구/낮은 selection bias 연구) ◇주요결과 1. EQ-5D (1) 모든 연구: 간섭파 치료, 침, TENS, 펄스 전기 자극, 운동 요법 (근육 강화)은 usual care에 비해 효과적임. (2) 낮은 selection bias 연구: 침, 운동 요법 (근육 강화), 거짓침은 usual care에 비해 효과적임. 2. 점증적 비용효과비 (ICER) (1) 모든 연구: TENS (£2,690/QALY, vs. usual care)만 비용효과적임. (2) 낮은 selection bias 연구: 침 (£13,502/QALY, vs. TENS)만 각각 49%, 47%의 probability로 비용효과적임(TENS: £6,142/QALY, vs. usual care). ◇저자결론 본 연구에서 다뤄진 비약물 요법은 TENS가 비용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높은 질의 연구만을 고려했을 때는 침이 비용효과적이었다. ◇KMCRIC 비평 이 논문은 네트워크 메타 분석이라는 방법론을 활용하여 무릎 관절염에 대해 침 치료를 권고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인 견해에 상반되는 의견을 제시한 연구이다. 우리가 질환에 대해 사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치료법 중 어떤 것이 더 나은지를 비교하기 위해서 근거중심의학에서는 관심 있는 두 군 간의 효과를 직접 비교한 RCT를 통해 그 답을 얻고자 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두 군 간 직접 비교한 연구가 많지 않은데, 이것은 허가 승인 등을 목적으로 주로 placebo나 usual care, standard care 등과 비교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하나의 임상연구에서 많은 치료법을 모두 고려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도 하다. 네트워크 메타 분석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간접 비교 (공통 대조군이 있을 경우 이를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치료법간의 상대적 치료 효과를 추정하는 것), 혼합 비교 (직접 비교와 간접 비교 결과를 모두 이용한 것) 등의 방법론을 통해 관심 있는 여러 치료 중재간의 비교 결과를 추정한다. 이 논문의 고찰에서는 영국 NICE 가이드라인에서 침이 비용효과적이라는 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sham acupuncture와 비교하였을 때) 임상적 이득이 명확하다는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침 치료를 권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언급하면서, 이 연구의 분석에서는 sham acupuncture는 ‘처방 되는 (prescribed)’것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침 치료의 비교 대상으로 삼지 않았고, 그밖의 모든 비약물 요법 (usual care를 포함한, 그리고 NICE에서 권고하고 있는 치료 중재도 포함한)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음을 명시하고 있으며, 그 결과 그 어떤 것도 비용효과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과거에 비용효과비의 임계값 (threshold)으로 설정되었던 £20,000~30,000/QALY보다도 보수적인 £13,000/QALY를 들며, TENS는 모든 분석 결과 비용효과적이었음을 언급하였다. 전반적으로 분석에 포함된 RCT 연구의 질이 낮았던 점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selection bias의 비뚤림이 낮은 연구만을 따로 분석하였다), 건강 관련 삶의 질에 대한 지표인 EQ-5D를 적용하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의 효과를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 (이렇게 다양한 치료 중재를 사용한 연구들을 한꺼번에 묶어 분석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이고, 많은 경제성평가 연구에서 노출되는 한계점이기도 하지만 어찌 되었든 그 결과 이후 분석 과정에서 그만큼 많은 가정과 불확실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각 연구간의 이질성 (사실 이 부분은 정말 중요한 부분인데, 네트워크 메타 분석 수행에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동질성과 유사성 가정에 만족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이 연구는 효과를 EQ-5D라는 단일 지표로 변환하였고, 이 부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등은 연구자의 연구 정밀성에 대한 추구에도 불구하고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이다. 참고로 이 연구가 2017년에 발표되기 이전, 2013년에 이미 동일한 dataset을 활용, 유효성 평가를 목적으로 한 네트워크 메타 분석이 수행된 바 있으며, 이 연구에서도 침 치료가 다른 여타 physical treatment에 비해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연구는 결국 좀 더 보수적인 관점에서의 NICE 임계치보다도 더 낮은 점증적 비용효과비 (ICER)를 TENS가 보여주며, 높은 질의 연구 결과만을 합성하였을 경우에는 이 연구에서 가장 비용효과적이라고 제시된 TENS와 비교하였을 때에도 수용 가능한 비용효과성을 침 치료가 보여줌을 제시함으로 결론짓고 있다. 한편, 이 연구를 한국 보건의료정책에 적용하는 것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연구에서 비용으로 추정한 자료는 대부분 영국 현실을 반영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당연히 한국의 실정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효성에 대한 긍정적인 근거나, 비약물 요법의 특징, 즉 인력에 대한 비용이 큰 포션을 차지한다는 측면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다른 경향성을 보일 것 같지는 않다. ‘Simple’을 강조하는 많은 명언들이 있다. 우리 세계를 움직이는 중요한 법칙은 단순하다는 것이다. 연구에 다수의 ‘가정’과 복잡한 ‘통계기법’이 들어가는 순간 어쩌면 그것은 본질을 가릴지도 모른다. 따라서 직접 비교, 질환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한 장기간의 연구 설계 같은 것들이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한정된 자원과 시간 속에서 우리가 차선을 택해야 한다면, 그리고 이미 다양성이 확산된 현대 사회에서 실험적 환경에서의 답을 과연 정답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드는 상황이라면, 이러한 형태의 연구는 피할 수 없는 연구의 흐름일 것이다. 연구자의 많은 고민과 책임이 더 요구되는 시점이다. ◇참고문헌 [1] Bucher HC, Guyatt GH, Griffith LE, Walter SD. The results of direct and indirect treatment comparisons in meta-analysis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J Clin Epidemiol. 1997 Jun;50(6):683-91. https://www.ncbi.nlm.nih.gov/pubmed/9250266 [2] Zarin W, Veroniki AA, Nincic V, Vafaei A, Reynen E, Motiwala SS, Antony J, Sullivan SM, Rios P, Daly C, Ewusie J, Petropoulou M, Nikolakopoulou A, Chaimani A, Salanti G, Straus SE, Tricco AC. Characteristics and knowledge synthesis approach for 456 network meta-analyses: a scoping review. BMC Med. 2017 Jan 5;15(1):3. doi: 10.1186/s12916-016-0764-6. https://www.ncbi.nlm.nih.gov/pubmed/28052774 [3] Claxton K, Martin S, Soares M, Rice N, Spackman E, Hinde S, Devlin N, Smith PC, Sculpher M. Methods for the estimation of the 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are Excellence cost-effectiveness threshold. Health Technol Assess. 2015 Feb;19(14):1-503, v-vi. doi: 10.3310/hta19140. https://www.ncbi.nlm.nih.gov/pubmed/25692211 [4] Song F, Loke YK, Walsh T, Glenny AM, Eastwood AJ, Altman DG. Methodological problems in the use of indirect comparisons for evaluating healthcare interventions: survey of published systematic reviews. BMJ. 2009 Apr 3;338:b1147. doi: 10.1136/bmj.b1147. https://www.ncbi.nlm.nih.gov/pubmed/19346285 [5] Corbett MS, Rice SJ, Madurasinghe V, Slack R, Fayter DA, Harden M, Sutton AJ, Macpherson H, Woolacott NF. Acupuncture and other physical treatments for the relief of pain due to osteoarthritis of the knee: network meta-analysis. Osteoarthritis Cartilage. 2013 Sep;21(9):1290-8. doi: 10.1016/j.joca.2013.05.007. https://www.ncbi.nlm.nih.gov/pubmed/23973143 ◇KMCRIC 링크 http://www.kmcric.com/database/ebm_result_detail?cat=SR&access=S201703009 -
9·21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 “치매와의 전쟁에서 한의요법 적용해야”대한한의학회, 한의학의 미래를 열다 조성훈 교수 /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정책이사·치매특임이사,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편집자 주] 최근 전 세계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면서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들 역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질환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제공을 위해 각종 보건 관련 기념일을 제정, 국민들에게 질환에 대한 이해 및 치료, 예방에 대한 인식을 높여나가고 있다. 이에 본란에서는 대한한의학회 및 산하 회원학회 전문가들이 각종 보건 관련 기념일에 맞춘 해당 질환 및 질병등에 대한 유익한 정보 제공은 물론 다양한 한의약적 치료법 및 예방법을 소개하는 ‘대한한의학회, 한의학의 미래를 열다’칼럼을 게재한다. 현재 우리나라 치매환자 수는 72만5000명에 가깝다. 뿐만 아니라 노인인구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 초고령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이에 치매환자 수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환자가 생겼을 경우, 치매 간병으로 인한 환자 가족의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은 주변과 여러 통계 등을 통하여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 수를 1명 내지 2명이라고 단순 계산하면 150만명 내지는 200만명의 치매 환자 가족과 치매 환자들이 치매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고통받은 인구의 단순계산이지만, 경제적 부담인 치매치료비용은 이미 15조원에 달하고 있다. 이를 볼 때 치매는 환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치매와의 전쟁에서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이 치매와의 전쟁에서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모아 극복해 나가야 함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이에 국가에서는 중앙치매센터를 만들어 전국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으며, 치매 검사 및 치료에 많은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치매와 공공의 전쟁에서 배제된 무기가 있다. ‘한의’라는 근거 확실한 무기가 이 치열한 공공의 전쟁에서 배제되어 널리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치매 연구의 사령탑 격인 ‘국가치매연구개발위원회’에는 한의학 전공자가 한명도 없으며, 치매의 전국적 조직체계인 중앙치매센터와 광역치매센터에는 한의약 관련 체계가 전무하다. ‘아리셉트’ 등 의과의 다수 치매치료제들은 급여화가 이루어져 국내 시장규모는 830억원에 이르렀으나 치매에 대한 한약제제 중 보험 급여화 된 것은 하나도 없다. 이미 치매에 대하여 근거중심의학(Evidence-based Medicine)적인 한의 치료법과 관리법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치매 관리에 배제되어 있는 것이다. 가까운 일본의 예를 살펴보면, 의학계의 주류학회인 ‘일본신경학회’에서는 2010년 치매치료 가이드라인에서 치매환자의 수면장애, 행동정신증상에 한약치료를 권고하고 있으며, ‘일본노년의학회’에서도 치매의 행동정신증상과 치매약물부작용에 한약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또한 ‘미국노인의학회 저널’ 같은 세계의 유수한 학술지에서도 기공을 통한 노인의 인지기능 개선효과 등의 근거들이 발표되고 있다. 이제는 한의학의 근거를 의심하는 쓸모없는 논쟁을 버리고, 한의학도 치매 치료에 대한 국가제도권에 적용하여 치매 극복에 총력을 모으길 바란다. 이를 위해서 중앙치매센터 등 치매 관리체계에 한의학임상전문가를 배치하여야 한다. 또한 이미 근거가 확보된 한약제제를 보험 급여화 하여 하루빨리 치매로 인하여 사투를 벌이고 있는 치매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치매에 유효한 한의요법을 널리 알려야 한다. 이미 많은 지자체와 관련 한의사회에서 경도인지장애 및 치매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런 사업이 모든 지자체로 확대되어야 한다. 치매한의요법을 치매와의 전쟁에서 유효한 무기로 적용하여, 초고령사회라는 힘든 고지를 잘 넘어가길 기대한다. 참고문헌 - 중앙치매센터 치매관련자료 - KHIDI (2014) 주요질환별 R&D조사 분석보고서(치매) - 일본신경학회 치매질환치료가이드라인 2010 - 일본노인학회 ‘노인의 안전한 약물치료를 위한 가이드라인 2015 -
한약진흥재단 품질인증센터원재희 센터장 / 한약진흥재단 품질인증센터 품질인증센터, 한약재 품질·유통관리 선진화 국내 유일 식약처 지정 한약재 & 한약(생약)제제 시험기관 [편집자 주] 한약진흥재단은 한의약의 표준화, 과학화, 세계화로 한의약의 미래가치를 창출하고, 한의약을 통해 국민건강과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국내 유일의 한의약 산업 진흥기관으로서 한의약육성법에 따라 2016년 2월 출범됐다. 그러나 한의계에서 조차 한약진흥재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과 연구성과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본란에서는 한약진흥재단에서 어떠한 일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한약재 품질 향상과 유통관리 기반 구축 한약진흥재단 품질인증센터(이하 센터)는 「약사법 73조」에 근거해 식약처로부터 의약품 등 시험·검사기관으로 지정받아 불량 한약재의 국내 유입을 차단하는 사업을 수행한다. 국내에서 생산·제조되어 시중에 유통되기 전 품질검사와 안전관리를 통해 한약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또한 현장에서 발생하는 시급한 문제를 파악해 현실에 맞는 합리적인 품질관리 기준을 제안하고, 한약재 품질 향상과 유통관리 기반을 구축해 한약재의 신뢰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품질인증센터는 「식품·의약품분야 시험·검사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수입 및 규격품 한약재 시험·검사 기관으로, 모든 시험분석 과정을 실험실정보관리시스템(LIMS, Laboratory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에 입력, 전산화해 실시간 관리하고 있다. 2016년에는 분석 장비에 기록관리시스템(Audit Trail)을 의무적으로 설치해 시험검사 전 과정을 이력관리하고 있다. 또한 매년 숙련도 평가 및 교육을 통해 검사원의 능력과 분석 장비의 관리 상태를 점검하고, 시험·검사기관의 시설과 검사원 수에 따라 검사건수를 자율규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제약사의 신뢰성을 확보해 매년 의뢰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정한 수입 한약재 시험·검사기관은 전국에 5개 기관이 운영되고 있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www.mfds.go.kr) → 분야별 정보 → 시험·검사기관 → 의료제품분야 지정현황에서 확인할 수 있다. 품질인증센터는 한약재뿐만 아니라 한약(생약)제제를 시험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식약처 지정기관이다. 수입 통관검사 수입통관 절차는 수입자 및 제조사로부터 검사가 의뢰되면 식약처 LIMS에 등록하고 관능검사 일정을 정하여 이를 식약처와 관할 지방식약청에 통보한다. 보세 구역 내에서 식약처 직원, 검사기관의 직원 및 관능검사위원 2인 이상이 통관 전에 관능검사를 실시한다. 적합 판정인 경우 의뢰자는 검체수거증을 교부받아 해당 세관장에게 제출하고 우선 통관할 수 있다. 품질인증센터는 지난 7월 부산에서 식약처 직원과 소비자 참여연대 소속 일반인과 함께 수입한약재의 통관검사를 진행했다. 무작위로 통관검사 현장을 방문해 진행 절차를 감독하고 시료를 수거, 검사기관과 결과를 교차 점검했다. 이처럼 현장에 소비자를 참여시켜 수입 한약재 통관검사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다. 수입 한약재 대부분이 인천항과 부산항을 통해 국내로 통관되는데, 먼저 물류가 하역된 보세창구에서 포장의 제품명, 포장규격, 수출국, 수량 등을 제출한 신청서류와 동일한지 검토한다. 그 다음 한약재의 기원, 성상, 이물, 건조 및 포장상태 등을 종합하여 그 적부를 판단하는 관능검사를 진행한다. 검사기관은 수거한 검체로 정밀검사(제조사가 자사제조용으로 수입하는 경우 면제)와 위해물질검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지체 없이 의뢰자에게 알린다. 만약 의뢰된 시료가 부적합한 경우 의뢰업체, 관할지방청, 세관 및 다른 시험·검사기관에 통보하고 수입자는 이를 전량 폐기 또는 반송처리 해야 한다. 적합한 경우 적합 결과를 통보받아 제조사의 창고에 입고할 수 있다. 이때 제조사가 통관검사에서 정밀검사(확인시험, 건조감량, 회분, 정유, 지표물질의 함량 등)를 면제받은 경우는 자사에서 진행해야 한다. 자사에서 품질검사가 불가능하면 식약처 지정 시험검사기관에 의뢰, 개방형실험실을 이용할 수 있다. 규격품 한약재 안전성 확보 한약재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제도는 품질이 보장된 우수한 한약재 규격품을 체계적으로 제조, 공급하기 위해 제조소의 구조, 설비를 비롯해 원료, 자재의 구입과 제조, 포장, 품질검사 등 모든 공정관리와 출하까지 전반에 걸쳐 지켜야 할 사항을 규정한 기준이다. 현재 수입 및 국내 재배된 한약재는 GMP 인증을 받은 제조사에서 원료 입고검사와 제품 출고검사 등 2회 이상의 품질검사를 거쳐 의료용 한약규격품으로 생산되며, 이를 한약도매업소를 통해 한약방, 한약국, 한방병원 및 한의원 등 한방의료기관으로 유통되고 있다. 지난 5월 의약품 원료 한약재 제조사 등을 대상으로 개최한 2018년 식약처 한약정책설명회 자료에 의하면 한약재 GMP 제도 시행이후 GMP 업체 수는 증가했으나 2013~2015년 행정처분 이력이 있는 업체가 152개 중 74개로, GMP 운영 내실화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정부의 한약재 안전관리 정책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는 이유는 일부 한약재 제조업자의 우수 의약품 제조에 대한 의지 부족과 수익구조의 영세성 때문이다. 또한 규격품 한약재를 최종적으로 사용하는 한의사의 한약재 품질에 대한 인식 부족과 관리 부재도 영향을 미친다. 한약재는 화학적인 가공을 통해 제조되는 의약품과 달리 특성상 일관된 결과를 나타낼 수 없는 천연물임을 감안할 때 현실성 있는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제조단위 이상의 제조량 제한, 제조사간 품질검사 위수탁 의뢰건수 제한, 품질검사를 수탁받는 업체의 시설 및 검사능력 점검 등 다양한 관리방안을 모색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한약재 안전관리 정책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불법적 불량 한약재 유통과 위해기준 초과 등으로 인한 안전관리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 즉각적인 실태 파악과 유통, 소비단계의 대응시스템 가동을 위한 인프라 확보가 필요하다. 한의계에서는 정부의 한의약 육성정책, 한방의료 산업에 대한 투자, 건강보험 적용대상의 확대, 한의치료 선호도가 높은 고령 인구 증가로 인해 한의약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약진흥재단이 수행한 2017년 한약의료이용 및 한약소비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국민의 84.2%가 향후 한방의료를 이용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으며, 한방의료분야 주요 개선 필요사항으로 건강보험 적용 확대, 한약재 안전성 확보, 한의과와 의과의 원활한 협진 등이 도출되었다. 한의약 산업은 안전한 한약재 제조·유통을 위한 탄탄한 제도와 정책, 실천이 뒷받침 되어야 미래 의학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다. 이를 위해 좋은 한약재, 안전한 한약재를 국가가 제대로 관리, 공급해야 한다. 이는 한의사의 정당한 권리이자 한약 규격품을 신뢰하고 사용해야 하는 의무다. -
고전에서 느껴보는 醫藥文化 ①집현전 앞뜰 큰 버드나무와 『의방유취』 안상우 박사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버드나무 죽자 집현전 운영 사양길 『의방유취』 간행, 집현전 학자 맹활약 『의방유취』, 365권의 의학 백과전서 우연히 구해 본 『계림세적(鷄林世蹟)』이란 책을 들여다보니, 경주김씨 가문의 역대 문장들이 한데 모아져 있었다. 그 가운데서도 단박에 눈길을 붙드는 흥미로운 일화가 한편 실려 있었다. 권5의 보유편 첫머리에 ‘집현전피선록(集賢殿被選錄)’이란 글이 바로 그것이다. 거기엔 다음과 같은 역사 속의 뒷얘기가 적혀 있었다. “세종2년 경자년(1420)에 처음 집현전(集賢殿)을 설치하고 글재주가 뛰어난 선비 10인을 가려 뽑아 채웠다. 뒤에 정원을 30명으로 늘렸다가 또 20명으로 고쳐 10인은 임금 앞에서 경사(經史)를 강론하는 경연(經筵)에 참여하고 10인은 왕세자의 서연(書筵)에 참여시켰다. 오로지 문한(文翰)만을 맡았으며, 고금의 일을 토론하였고 조석으로 의논하고 사색하였으며, 글 잘하는 선비가 줄줄이 배출되었으므로 사람을 얻는 것이 심히 성대하였다.” 집현전의 학사들은 조정의 씽크탱크이자 국가의 동량으로서 국왕의 지우와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젊은 신료들이었다. 그런 집현전 얘기는 이렇게 이어진다. “집현전 남쪽에 커다란 버드나무가 서 있었는데, 기사~경오년(1449~1450) 사이에 흰 까치가 날아와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았는데 모두가 흰빛이었다. 몇 년 동안 현달하고 중요한 직에 오른 이가 여럿이었는데, 이들이 모두 집현전 출신이었다. 계유년에서 갑술년(1453~1454) 사이에 버드나무가 다 말라죽게 되었는데, 어떤 사람이 유성원을 희롱하여 말하길 ‘화가 반드시 버드나무로부터 시작되었으니 성원이부터 해를 입을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과연 그리되어 집현전이 그만두기에 이르렀다.” 수양대군이 계유정난을 일으켜 단종을 폐위하고 왕위를 찬탈하였으며, 이어 집현전을 폐위하기에 이른 일을 말하며, 곧이어 단종복위를 꾀하다가 유성원을 비롯한 사육신이 죽음을 당한 일을 두고 말한 것이다. 유성원(柳誠源, 생년미상~1456)은 1444년 식년 문과에 급제하였고 이듬해 집현전저작랑에 이어, 1446년 박사로 승진했고 1447년에는 문과 중시에 급제했으며, 춘추관 사관(史官)으로 『고려사』의 개찬(改撰)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다음 장에는 집현전 학사출신 명사들의 관함이 죽 나열되어 있다. 정인지, 이사철, 정창손, 이계전, 안지... 일렬로 늘어선 학사들의 이름자가 몇 면에 걸쳐 이어지는데 가장 마지막은 박팽년(朴彭年), 하위지(河緯地), 성삼문(成三問), 이개(李塏), 유성원(柳誠源)으로 사육신의 이름이 맨 마지막을 장식한다. 사실 우리가 한층 관심을 두게 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이들 중 많은 분이 『의방유취』 편찬 사업에 참여하였기 때문이다. 우선 세종조 1445년 『의방유취』 편찬 기사에는 집현전 학사로 김예몽(金禮蒙)과 민보화(閔普和), 유성원(柳誠源)이 등장하며, 이계전과 이극감 등이 편찬에 관련하여 발언한 내용이 『세종실록』 기사에 실려 있다. 세조대에 『의방유취』를 교정할 때에는 양성지(梁誠之)가 교정의 책임을 맡게 되었으며, 나중에 성종조에 간행과 관련해서는 한계희(韓繼禧) 등이 간행 책임자로 등장한다. 이렇듯 『의방유취』의 편찬과 교정, 간행하는 과정에서 집현전 학사들과 그 출신들의 역할이 지대했으며, 이 방대한 편찬사업은 사실 이들의 학문적 기반과 문사(文士)적 소양이 뒷받침되지 않았더라면 쉽사리 완성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365권이라는 세계의학사상 유례가 없는 대형의학백과전서인 『의방유취』의 편찬부터 간행에 이르는 과정에서 세종임금의 앞날을 대비한 혜안과 집현전에서 배출한 인재들의 활약이 결정적인 동력원이 되었다. 올해는 겨레의 성군이신 세종임금이 즉위하신지 6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의방유취』를 강독하던 학생들과 창덕궁 내의원 터를 답사하는 길에 인정전 앞에서 조촐한 기념의식을 치르며, 잠시 눈을 돌려 세종시대 의약문화를 짚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
“통합적인 치료로 암질환 정복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어”유화승 대전대학교 둔산한방병원 동서암센터 교수 전통의학과 현대의학 어느 한쪽만 고집하지 말아야 환자 심정 헤아리지 못하고 통합암치료 배척하는 국내 의료시스템 현실이 더 문제 [편집자 주] 통합의료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성과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통합의료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매우 뜨겁다. 이러한 세계 보건의료 시장의 흐름에 맞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암 치료다. 최근 통합암치료의 트렌드를 집대성한 ‘한국형 통합암치료’라는 책을 발간하기도 한 대전대학교 동서암센터 유화승 교수는 통합암치료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유화승 교수로부터 통합암치료에 대한 현황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1. 한국에서 통합암치료의 역사는 얼마나 되었는가? 동서암센터는 1991년 대흥동 대전한방병원에서 시작해 벌써 28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실질적인 통합암치료를 하는 효시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통합암치료라는 말이 국내에 소개된 것은 2000년 정도로 거의 20년이 됐다고 얘기할 수 있다. 좀 더 활발해 진 것은 미국에서 통합암학회(Society for Integrative Oncology)가 엠디앤더슨, 하버드 다나파버, 메모리얼 슬론 캐터링 등 미국 유수 암센터들을 중심으로 2004년에 설립되면서부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는 2015년 대한통합암학회(Korean Society of Integrative Oncology)가 현대의학과 한의학을 근거중심적으로 융합해 암 환자의 삶의 질 및 생존율을 높이는 것을 기치로 삼아 국내에서 출발함으로써 한국형 통합암치료 구축의 구심점 역할을 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2. 이번에 ‘한국형 통합암치료’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는가? 진료실에서 많은 암환자들이 보완적, 대체적 치료방법을 물어보곤 한다. 어떤 치료방법이 암에 좋다고 소문이 나면 무분별하게 접근하는 모습을 무수히 봐왔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되지 못한 보완적, 대체적 암 치료법들은 환자들이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수술 가능한 유방암 환자가 보완대체적 치료법에 매달리다 악화돼 전신전이가 발생하거나, 표적치료가 가능한 폐암환자가 표준치료를 거부하고 대체요법에 매달리다 급속히 안 좋아지는 경우 등이다. 그렇다고 확인되지 않은 특정 치료방법에 대한 암환자들의 맹목적인 믿음을 탓할 수는 없다. 오히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통합암치료를 배척하는 국내 의료 시스템의 현실이 더 문제일 듯하다. 이 책을 집필하기로 결심을 굳힌 이유는 아직까지도 국내의 의료 환경이 전 세계가 나아가고 있는 통합암치료를 수용하는데 있어서 인색하다는 점이 한 가지이고, 한의 중심의 한국형 통합암치료 치료기술들을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또 한 가지였다. 부디 암이라는 질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3. 통합암치료의 역할은 무엇인가? 통합암치료는 다성분 다표적 항암면역 천연물을 활용해 종양의 대표적인 특징들을 억제하고 또한 종양 미세환경을 개선시킴으로써 암의 성장과 침윤 및 전이를 억제한다. 뿐만 아니라 항암, 방사선 등으로 발생하는 독성감소 및 증상완화, 항암효과 증진 효능을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암의 표준치료를 끝까지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궁극적으로 통합암치료의 최종목표는 암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고 생존율을 연장시키는 것이다. 치료 유형별로는 부작용 감소 치료, 병용 치료, 전이재발억제 치료, 완화 치료로 나눌 수 있다. 4. 한국형 통합암치료에서 제시하는 치료법은 어떤 것이 있는가? 한국형 통합암치료에서 제시하는 치료법은 다음과 같다. 1단계는 암 진단시 수술, 항암제, 방사선 치료 등 표준치료를 진행함에 있어서 그 부작용을 감소시켜주고, 면역력을 유지시켜 주며, 표준치료와의 병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다. 다음으로 2단계는 추적관찰 시기에 종양 미세환경 관리를 통해 공고치료(consolidation)에 의한 전이 재발을 억제하는 것이다. 3단계로 암이 전이, 재발한 경우라면 표준치료와 함께 통합 집중치료와 증상 완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개선시키고 생존기간을 연장시키는 것이다. 구체적인 한국형 통합암치료 약물로는 △코디세핀, R1 성분의 삼칠충초정 △Rg3, Rh2 성분의 독삼섬수단 △푸스틴, 피세틴, 설퍼레틴 성분의 건칠정 △렉틴, 프로폴리스 성분의 노봉상기정 △폴리아세틸렌 성분의 자율신경 면역약침 등이 있다. 다음(하단 표)은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 시 주로 발생하는 증상에 대해 주로 국내에서 보험이 적용되는 대표적인 통합암치료법들을 요약한 내용이다. 5. 향후 통합암치료의 발전계획은? 통합암치료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전통의학의 가치는 과학적인 연구를 거쳐야만 현대를 살아가는 환자들에게 더 잘 전달될 수 있다. 암이라는 질병은 참으로 복잡하고 까다로워 아직 어느 누구에게도 완전히 정복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다학제적, 초융합적 접근을 바탕으로 하는 통합적인 치료법을 통해 암질환 정복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전통의학과 현대의학 어느 한쪽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검증되고 연구돼야만 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현재 대전대학교 둔산한방병원신관 5층에는 한의약 중부권 임상연구센터가, 지하 1층에는 동서생명연구원 실험실이 위치하고 있어 전통의학의 과학화에 앞장서고 있다.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통합암치료법들의 궁극적인 치료혜택이 환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의료현장서 소외된 청각장애인과 직접 소통하고 싶어 수화 시작”- 재능기부로 수화 가르치는 한상윤 한의사 - 한의학, 장애인의 다양한 증상 포괄적으로 치료하는 장점 가져 의료기관에 가면 환자는 의사에게 자신의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를 설명하고 의사는 진단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 후 지금의 상태와 치료방법을 환자에게 설명해 준다. 그러나 의사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시종일관 수화통역사만 바라봐야 하는 장애인 환자들이 있다. 의사 역시 환자가 아닌 수화통역사를 보며 모든 것을 설명한다. 환자와 의사가 눈빛 한번 제대로 마주치기 힘든 상황에서 의사와 환자 사이에 라포가 형성될 수 있을까? 평소 장애인 치료와 인권에 관심이 많았던 한상윤 한의사는 잠시라도 이들과 눈을 마주치며 직접 대화할 수 있다면 지친 마음을 먼저 어루만져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수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재능기부로 직접 수화를 가르치고 있다. 의료인의 장애인에 대한 무관심과 인식 부족이 때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줄 수 있는 만큼 의료인 개개인의 인식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 그는 장애인을 같은 인간으로, 환자로 대할 줄 아는 의료인이 많아지기를 바랐다. 그리고 공공의료 분야에서 한의사의 역할이 더욱 커져 장애인 진료에서도 한의계가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기를 희망했다. 다음은 한상윤 한의사와의 일문일답이다. 1. 최근에는 일반 직장인을 대상으로 수화를 가르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평소 참여하고 있는 독서모임 동호회가 있어요. 그곳에서 우연히 제가 수화를 배웠고, 학교에서도 수화 동아리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별뜻 없이 지나가는 말로 했었는데 회원들이 하나 둘 수화를 배워보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어요. 그래서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관심있는 분들을 모집해 보니 상당수가 모여 기초 수화 강좌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2. 수화를 배우게 된 동기가 있었나요? 수화를 처음 배우기 시작한 지 10년 정도 됐습니다. 장애인 인권이나 봉사에 원래 관심이 있었는데 수화를 할 줄 안다면 여러모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어 수화통역사 하시는 선생님과 농아인에게 직접 수화를 배웠어요. 배워보니 정말 쉬우면서도 재밌고 유익해 수화 배우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수화를 저만 할 줄 아는 것이 아깝기도 하고 수화를 할 줄 아는 한의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모교에 수화동아리 ‘지담(指談)’을 만들었어요. 많은 선후배들이 즐거운 추억을 만들며 수화를 배우고 가르칠 수 있어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3. 장애인 환자와 수화로 직접 대화하며 진료하면 어떠한 점이 좋나요? 일단 청각장애를 가진 분들의 경우 수화통역사를 대동해 진료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통역사의 수가 제한적이라 매번 통역사를 대동하기가 힘든 현실로 알고 있어요. 설사 통역사와 함께 병원에 방문한다 해도 의료인은 통역사와만 대화하게 되죠. 실제 환자는 의료 현장에서 소외됩니다. 저는 만약 농아인이 환자로 오셨을 때 직접 수화통역사처럼 모든 대화를 수화로 소통하기는 어렵겠지만 한 두 마디라도 환자의 눈을 보며 직접 소통하고 싶어 수화를 배웠습니다. 의료인이 수화를 조금이라도 할 줄 안다는 사실만으로도 환자와 라포를 형성하기 용이할 것이고 당연히 치료 효과도 높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계속 노력해서 수화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면 좋을 것 같아요. 4. 진료하는데 필요한 수화를 배우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나요? 일단 의료용어나 진단 결과를 환자에게 설명하는 일은 건청인들의 일반적인 대화를 하는 상황에서도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의료인의 경험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수화로 대화하며 진료에 불편함이 없도록 한다는 것은 매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꼭 필요한 단어 위주로 소통하며 수화를 어느 정도만 한다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도 가능할 것입니다. 5. 장애인 진료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장애인 치료에 한의진료가 갖는 장점은 무엇일까요? 일단 각 분과로 나눠져 있는 양방 의원이나 병원과 달리 한의원에서는 언제나 환자 몸 전체의 균형을 바라보기 때문에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더라도 포괄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그리고 틀에 박힌 진단과 처방이 아닌 개인 맞춤형 처방과 티칭으로 한의 진료가 장애인들에게 상당히 높은 만족도를 줄 수 있습니다. 6. 많은 장애인들이 한의진료 서비스를 활용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제도적으로 지원이 필요합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장애인 주치의 제도에서 한의사가 배제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앞으로 한의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장애인들에게 의료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면 합니다. 공공의료 분야에서 한의사가 당당히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장애인들 중에는 의료비 지원과 같은 실질적 복지 혜택이 필요한 경우도 많아요. 우리나라 사회 복지 제도가 개선돼 온 것은 맞지만 장애인 복지에 있어서는 앞으로도 많은 개선의 노력이 요구됩니다. 의료인 개인의 인식 변화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인이라 하면 왠지 모르게 꺼려지고 기피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뇌병변장애나 지체장애, 지적장애 등 장애에 대한 구체적 인식 부족과 무관심으로 의료인이 환자를 대할 때 알게 모르게 실수하기도 합니다. 그들의 의료 인권을 보장하는 제도와 의료인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7. 질문 이외에 남기고 싶은 말씀을 해주세요. 장애인은 장애를 고쳐달라고 한의사를 찾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도 똑같이 감기에 걸리고 어깨가 결리고 허리가 아파서 옵니다. 그들을 불쌍하게 생각해서 함부로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도 옳지 못하고, 무작정 그들을 기피하고 달갑지 않은 마음으로 맞이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똑같은 인간으로, 환자로 대할 줄 아는 한의사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장애인 진료에 한의계가 앞장섰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수화를 배우면서 제 주변도 돌아보고 다른 처지의 사람들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긴 것 같아요. 앞으로도 기회 닿는 대로 나름대로 소소한 봉사를 하며 지내고 싶습니다. -
무릎 관절염에 침·약물 병행 치료 효과[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KMCRIC)의 '근거중심한의약 데이터베이스' 논문 중 주목할 만한 임상논문을 소개한다. ◇KMCRIC 제목 만성 무릎 관절염에 효과적인 침 치료 ◇서지사항 Mavrommatis CI, Argyra E, Vadalouka A, Vasilakos DG. Acupuncture as an adjunctive therapy to pharmacological treatment in patients with chronic pain due to osteoarthritis of the knee: a 3-armed, randomized, placebo-controlled trial. Pain 2012;153(8):1720-6. ◇연구설계 3-arm, single blind, randomised sham control trial ◇연구목적 무릎 관절염의 약물 치료에 대한 부가적 치료로서의 침 치료 효과 (통증 경감, 뻣뻣한 증상 감소, 신체기능 개선 및 삶의 질 향상)를 분석하기 위함. ◇질환 및 연구대상 무릎 관절염으로 진단된 환자 120명 (Kellgren-Lawrence score 2점 이상, 무릎 관절 통증 3개월 이상) ◇시험군중재 침 + etoricoxib (침: biweekly, 8 weeks, 3번째 세션부터는 전침 추가/etoricoxib: 60 mg tablet, once a day, 60 days) 대조군중재 1. 가짜침 (피부를 뚫지 않음, 같은 혈자리, 같은 전침 자극) + etoricoxib 2. etoricoxib ◇평가지표 1. 1차지표: WOMAC index와 3개의 subscales(pain, stiffness, phtsical function) (8주) 2. WOMAC index (4, 12주) 3. VAS (4, 8, 12주) 4. Quality of life(SF-36) (8주) 5. Pain test (4, 8, 12주) ◇주요결과 1차 결과지표 (WOMAC index와 3가지 subscale, 8주) 모두 약물 치료에 침 치료를 병행한 것이 나머지 두 대조군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결론 삶의 질에서의 mental component를 제외한 모든 1차, 2차 지표에 대해 침 치료와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다른 대조군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릎 관절염에 대해 약물 요법에 침 치료를 부가적으로 하는 것은 가짜침에 약물 치료를 하거나, 약물 치료만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다. ◇KMCRIC 비평 이 논문에서는 우리가 무릎 관절의 문제에 흔히 쓰는 경혈 (족삼리, 음릉천, 혈해, 양릉천, 슬안, 학정 등)에 침 치료를 하며 진통소염제 (etoricxib 60mg)를 복용한 그룹이 가짜 침 치료와 진통소염제 복용 그룹 또는 진통소염제만 복용한 그룹과 비교했을 때 통증 감소 및 삶의 질의 개선 등의 효과가 가장 뛰어났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일단 8주 동안 매주 2회를 치료한 것은 일반적으로 한의원을 비롯한 임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치료 횟수이고 치료 효과 측정도 12주 (3개월)까지 하여 그 정도 기간 동안 증상이 호전된다면 환자들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기간이라고 사료되므로 임상에서 충분히 이 논문을 참고할 만하다고 생각된다. 본 연구에서 사용된 가짜침의 방식은 진짜침과 혈위는 똑같이 하되 피부를 뚫지 않은 것이다. 본 논문을 통해 (실제로 침 치료를 할 때 피부를 통과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침 치료에 있어서 어느 정도 깊이 이상을 자입하는 것이 더 효과가 높을 것이라는 것을 좋은 연구설계와 수행을 통해 보다 객관적으로 보여주었다. 좀 더 보완할 것은 무릎 관절염은 발병이 되면 평생 관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질환이므로 앞으로 좀 더 긴 기간의 치료 및 관찰된 연구 또한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된다. ◇KMCRIC 링크 http://www.kmcric.com/database/ebm_result_detail?cat=RCT&access=R201208039 -
“정량화된 값 제공으로 정확한 변증 수행하게 될 것”남동현 교수 / 상지대 한의대 진단생기능의학교실 설진기 분야 최초로 식약처 의료기기 품목허가 및 제조허가 획득 설진기(CTS-1000, 의료영상분석장치)를 식약처로부터 의료기기 품목허가와 제조허가를 받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2008년 ‘the journal of alternative and complementary medicine’에 설진(舌診)에 대한 논문 한 편이 게재되었다. 한국의 한 연구자가 호주의 대체의학 연구팀과 공동으로 설진의 신뢰도에 대해 연구한 결과였다. 논문의 요지는 육안으로 수행한 설진의 신뢰도가 매우 낮으며, 낮은 신뢰도는 임상경력의 길고 짧음에 상관없이 모두 낮았다는 내용이었다. 이 연구결과는 이전에 필자가 갖고 있던 선입견을 뒤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진단방법인 설진은 다른 진단법에 비해 믿을 수 있으며, 다만 임상경력이 부족한 한의사에 의해 설진이 수행될 경우 오진의 위험성은 높을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상당히 충격적인 보고가 아닐 수 없었다. 따라서 신뢰도 있는 설진법을 찾는 것이 당시 한의 진단학 분야를 객관화, 정량화하기 위해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과제라는 점을 인식하게 됐다. 설진기의 특징은 신뢰성, 유효성, 안전성 확보 신뢰도 높은 혀 영상을 얻기 위해서는 일정하고 표준화된 조명조건을 구현해야 했으며, 혀는 일정한 위치에 위치되어야 했고, 안정적으로 전체 혀 영상을 얻을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사람들마다 얼굴의 생김새가 달라 차폐환경을 구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고, 설근부까지 정확하게 촬영이 가능하도록 골고루 혀에 빛이 조사되도록 조명을 설계하는 것은 물론 혀 배면부와 카메라의 시축을 최적화시키는 일 등은 모두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었다. 촬영된 혀 영상으로부터 설진에 필요한 필수적인 평가지표들을 분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했다. 당시 다양한 평가지표들이 제안된 상태였기 때문에, 어떤 평가지표들을 계산해야 할지도 불명확했다. 하지만 주위의 많은 전문가분들의 도움으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갔고, 마지막 힘든 관문을 통과했다. 전원만 공급된다면 이 설진기를 이용해 전국의 모든 한의의료기관에서 표준화된 설진을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설진기의 독특한 차폐구조 덕분이다. 외부의 광이 설진기 내부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차폐하면서 혀가 일정한 위치에 놓이도록 설계했다. 또 설근부터 설첨부까지 혀의 배면부 전체 영역이 모두 촬영되도록 설계됐다. 이러한 구조는 신뢰도 높은 검사결과를 얻는 것을 가능하도록 했다. 현재까지 개발된 대부분의 혀 촬영장치는 혀 전체의 영상을 얻는 것이 어려웠다. 특히 설근 부분의 영상을 얻기가 어려웠다. 따라서 높은 신뢰도를 확보하는 것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다. 높은 신뢰도를 갖는 설진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외부광 차폐, 적절하고 정확한 혀 위치, 혀 전체에 고른 조명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이것이 가능해야 촬영된 영상을 분석해 정확한 진단도 가능하다. 이번 설진기는 이 같은 설진기의 필수적인 전제조건들을 충족시킴으로써 신뢰성, 유효성,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번 설진기에 기대하는 효과는 매우 다양하고 파급효과도 점점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 단순한 체외형 의료용카메라의 경우 신의료기술로 선정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낮다. 설진기와 가장 유사하면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체외형 의료용카메라로는 1차 의원급에서 흔히 사용하는 인두경이 있다. 아이들이 감기에 걸렸을 때 입 속 편도선이나 구인두벽의 아데노이드의 상태를 촬영하여 모니터를 통해 디스플레이 해주는 장치다. 신의료기술과 한의 보장성 확대로 이어질 것 이러한 장치를 이용해 인두를 살핀다고 하더라도 추가 의료수가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단순 촬영장치는 기본 진찰요소 중 하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설진기도 혀를 단순히 촬영하는 장치라면 신의료기술로 선정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번에 허가를 받은 설진기는 표준화된 환경에서 혀를 촬영하고, 촬영된 혀 영상을 분석하여 설태의 후박상태에 대한 진단을 수행하며, 설질과 설태 뿐만 아니라, 한의사가 분석하고자 하는 부분을 자유롭게 지정해 지정된 부분의 색상정보를 인간의 눈으로 인식하는 것과 가장 유사하게 분석하여 정량화된 값으로 제공함으로써 한의사가 정확한 변증을 수행하는 것을 가능케한다. 물론 설진을 통해 이루어지는 진단행위들이 이번 설진기를 통해 모두 구현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설진을 수행함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들은 구현되었다. 또 설진기를 이용한 연구들이 지금까지 국내외적으로 다수 이뤄지고 있어 이번 설진기는 조만간 신의료기술로 선정될 가능성이 낮지 않다. 신의료기술 선정은 곧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의미한다. 최근 한의계는 역량 중심의 교육목표와 교육과정, 실무평가 중심의 국가고시 개편에 대한 요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역량과 실무 중심의 교육이나 평가를 위해서는 과학적이고 객관화된 진단도구가 필수적이다. 설진기는 지금까지 어려웠던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될 것이다. 아직까지 맥진기는 PBL(문제기반학습)이나 CPX(진료수행평가)를 위한 자료로 활용하기에 불명확한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설진기는 한의사가 눈으로 망진하는 혀 영상을 표준화된 조건에서 획득할 수 있고, 대표적이고 전형적인 변증별 혀 영상 획득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지금까지 미진했던 한의학의 특징을 살린 PBL이나 CPX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이 가능해졌으며, 객관적인 평가도 가능해졌다. 설진기의 국제표준 선점은 한·중·일 전통의학 분야의 주도권 경쟁에서 중요하다. 최근 설진기의 일반적인 요구사항을 골자로 하는 국제표준이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우리나라에서 주도해 제안한 안이 국제표준 제정의 바로 전 단계까지 진행됐다. 큰 변수가 없는 한 2019년 상반기에 ISO 국제표준으로 제정될 예정이다. 그 국제표준안은 우리나라에서 제안한 만큼 이번 설진기를 비롯해 국내에서 개발한 설진기의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객관화된 진단도구는 역량 중심 교육에 큰 도움 맥진과 설진은 변증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다. 그러나 지금까지 맥진기는 개발이 되었으나 맥진기를 통해 얻은 결과를 변증과 직접적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해 임상에서는 제한적으로만 활용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반면에 설진기는 그 검사결과를 한의사가 눈으로 보고 바로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와 함께 그 결과를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치료결과의 변화도 환자와 함께 볼 수 있으며, 그 변화의 정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서는 설진기를 이용하면 변증을 보다 용이하게 객관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앞으로 남겨진 과제는 설진기를 보급하고 신의료기술 선정을 통해 보장성을 확대하는 일이다. 현재 설진기는 과제 참여기업이었던 대승의료기기와 기술이전 협상을 진행 중이다. 특히 신의료기술 선정은 한의계 의료기기 시장의 확대에 중요한 촉진제가 될 수 있다. 또 현재의 설진기는 설진기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핵심기능만이 구현된 상태이며, 앞으로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추가적인 기능들을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설진기는 한의학 고유의 설진 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대표적인 예가 ‘구취(입냄새)’다. 구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진성 구취의 대표적인 원인이 설태이기 때문에, 설태를 신뢰도 있고 정확하게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구취 상태를 평가하고 구취 치료의 효과를 평가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 밖에도 설진기가 개발되지 않아 이뤄지지 못했던 설진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러한 연구는 설진기의 적응증을 확대시키고 설진기의 보급을 촉진시킬 것이다. 앞으로도 한의학 임상에서 활용 가능한 많은 진단용 의료기기가 개발되기를 바란다. 유효성과 안전성이 검증된 진단용 의료기기가 다양해질수록 한의 진료는 다채로워지고, 진단의 정확도와 신뢰도는 향상된다. 새로운 치료법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한의학의 미래는 진단용 도구가 얼마나 풍성해지는가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
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⑤한상윤 한의사/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박사과정 어떤 학생을 선발할 것인가? “한의대에 필요한 적성은 무엇인가요?” 입시철을 앞두고 한의대 수험생들이 드나드는 인터넷 사이트들에서는 이런 질문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댓글로 답을 주는 사람들은 같은 수험생들도 있겠고 먼저 한의대에 입학한 한의대생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다양한 대답이 나올 것 같지만 실상은 거의 비슷한 내용으로, 짧은 시간에 자료를 암기하는 능력, 시험 기간에 지치지 않고 버티는 체력 등의 현실적인 조언이 주를 이룬다. 그런 능력들이 학교 생활을 하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텍스트를 읽고 빠르게 암기하며, 방대한 학업량에도 지치지 않는 능력이 한의대생이나 한의사가 되기 위한 핵심적인 자질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학교에 입학한 이후 적응을 하지 못해 방황하기도 하며 전문직으로서 의료인의 사회적 책무를 망각한 채 부도덕하거나 비양심적인 행위로 대중을 실망시키는 사람도 존재하는 것을 보면, 단순히 시험 성적을 잘 받고, 무사히 진학하여 의료인이 되는 것만을 목표로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사회가 요구하는 의료인의 역량은 이제 더 이상 학업적, 인지적 능력에 머무르지 않는다. 미국의과대학협회는 ‘Medical School Objectives Project’와 같은 보고서에서 미래 의료인의 역량으로 사회적 책무성, 의사소통능력, 자기계발 태도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역량은 의과대학의 교육과정 안에서 최대한 교육해야 하겠지만 정해진 시간 안에 방대한 전문적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 여건 하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이미 가치관과 생활 태도가 어느 정도 형성된 이후의 성인 교육이라는 점에서 대학 입학 후의 교육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학 입학 전형과 학생 선발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회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의료인의 자질을 미리 갖춘 학생을 선발한다면 의학 교육의 효율성을 달성함과 동시에 더 바람직한 역량을 갖춘 의료인을 양성, 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대학은 학생 선발에서 평가 요소의 다각화를 모색해야 한다. 학생의 학업 성취도 뿐 아니라 의사소통능력, 공감능력, 문제해결능력 등 비 학업적인 측면의 요소를 측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 12개 한의과대학에서는 수시와 정시로 전형을 나누어 실시하고 있으며 학교에 따라 다양한 단계를 도입해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논술로는 문제 파악 능력, 비판적 사고력, 논리적 사고력, 표현 능력 등을 측정할 수 있고 면접은 심층 면접을 통해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결능력과 대처 능력, 동료 집단 안에서의 적응성이나 소통능력을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면접과 논술 등에서 이미 판에 박힌 정형화된 문제를 여전히 암기식으로 대비하는 풍토 역시 존재한다. 따라서 대학은 면접 문항과 논술 문항을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하여 바람직한 의료인상에 부합하는 학생을 선발해야 할 것이다. 또한 단순한 면접문항이나 논술문항에서 벗어나 보다 더 포괄적으로 지원자의 다양한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할 필요도 있다. 영국의 페닌슐라 의과대학은 지원자의 학업 능력 이외에 의사소통, 이타심과 사회에 이익이 되는 행동, 융통성, 의사결정능력, 협동심, 정직함, 반성적 태도, 자기통찰력, 질병과 의학에 대한 통찰력, 관리능력 등 10가지 영역을 평가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구조화된 면접 질문을 개발하였다고 한다. 2004년 캐나다의 McMaster 의과대학에서 개발되어 현재 미국을 비롯하여 여러 나라로 확산된 학생 선발도구인 다면인적성면접(multiple mini-interview)역시 선발방식 변화의 중요한 예로 들 수 있다. 다면인적성면접은 학생의 비학업적인 특성을 보기 위해 객관구조화진료시험(OSCE)의 원리를 면접에 적용한 것으로서 한 학생이 여러 면접 스테이션을 거치며 제시되는 문제에 답을 하는 형식으로 구성된다. 주로 구체적인 문제 상황 하에서의 판단력과 평소 가치관, 인성을 평가하도록 되어 있으며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몇몇 의과대학에서도 입학 전형에 도입, 실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다면인적성면접이 단순히 선발도구로서 기능할 뿐 아니라 입학 후의 학업성취도와 학교 생활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McMaster 의과대학은 이 면접 점수가 OSCE점수와 임상수행능력 등과 높은 상관도를 보인다고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국내 서울대 의대에서도 다면인적성면접 수행군이 비수행군에 비해 더 타인과 사회지향적이며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학업성취도를 비교했을 때 다면인적성면접 수행군이 의예과 7개 과목 모두에서 비 수행군보다 더 높은 성적을 받았다고 한다. 동일한 다면인적성면접을 수행하고 입학한 학생들을 비교했을 때 그 점수의 높고 낮음에 따라서도 학업 성취도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다면인적성면접이 의예과 학업 성취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지원자의 다양한 인성, 적성을 파악하기 위해 도입한 면접 방식으로 학습에 대한 내적 동기까지 유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인지적 역량과 비인지적 역량을 고루 갖춘 학생을 선발하여 교육하는 것이 의과대학이 가진 중요한 사회적 의무라 할 수 있다. 바람직한 의료인을 양성하는 기관으로서 대학은 의료 역량의 핵심 요소를 추출하여 그에 맞게 학생 선발 단계를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9월은 수시모집의 시즌이다. 올해는 12개 한의대 수시모집의 비중이 55.2%로 확대되었다고 한다. 심의(心醫)를 꿈꾸는 모든 수험생들의 건승을 빈다. -
“관련 단체의 눈치가 아닌 국민만 바라볼 것"최도자 의원 "직역 갈등·쟁점법안도 논의될 수 있게 목소리 내겠다" [한의신문=윤영혜 기자]“한의사의 X-ray 사용은 무엇보다 국민의 입장에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대 국회 후반기 보건복지위원회 간사를 맡은 최도자 바른미래당(초선, 비례)의원이 5일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최 의원은 과거 한의 치료와 관련한 경험을 떠올리며 “공사장 구덩이에 발을 헛디뎌 넘어져 발목을 접질리거나 계곡 바위 위에서 미끄러지며 엉덩이 꼬리뼈를 다쳐 정형외과에 가서 진단을 받은 뒤 한의원에 가서 추가로 물리치료와 침 치료를 받아야 했다”며 “도저히 발을 못 디딜 상황이었는데도 며칠 동안의 한의 치료로 거짓말처럼 멀쩡해졌다”고 했다. 치료 효과에 대해서는 만족했지만 반드시 정형외과에 가서 X-ray를 찍어 부러진 곳이 없는지 검사를 받은 뒤에 다시 한의원을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다는 것이다. 이어 최 의원은 “그나마 젊은 사람들이라면 정확한 사전 진단을 위해 의료기기 검사를 거치겠지만 아마 나이 드신 분들 중에는 귀찮아서 그러한 검사도 거치지 않고 바로 한의원으로 가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최 의원은 그 과정에서 반드시 선행돼야 할 과제로 한의사가 ‘판독’에서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방사선사를 고용해 촬영을 할 수 있더라도 진단 결과를 제대로 판독하지 않으면 환자의 안전성을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현재 한의대에서 해부학 등 진단기기와 관련한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있다고 하나 대한의사협회 쪽은 그 정도 교육과 실습으로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반대측에서 인정할 만한 수준, 딴죽을 못 걸 정도로 답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방에서 인정할 정도의 X-ray 판독 능력만 갖춘다면 국회에서도 법안 통과에 전력을 다할 수 있을 거라는 설명이다. 법 개정과 관련한 향후 진행 방향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 교육부와 한의계가 머리를 맞대 의사들이 인정할 만한 수준의 과목 증설과 교육 개편이 이뤄져 법 개정의 타당성을 갖춘다면 해주는 게 맞다고 본다”며 “지금처럼 반대편의 목소리가 클 경우 한의사의 편을 들려 해도 국회의원들은 국민들로부터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는 오해를 받을까봐 나서기가 쉽지 않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최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요즘 근황은? 법안 심의하느라 정신 없다. 보건복지위 법안 소위가 계속 열리고 있다. 아직 쟁점 법안은 다루지 않고 무쟁점 위주로 다루고 있다. 복지위가 실적이 없다는 내부적 소리가 많기 때문이다. 법안이 천 건 이상 밀려 있는데 국감 전에 2-300개 다루자는 목표로 하고 있다. ◇간사를 맡은 포부는? 관계 단체의 눈치를 많이 안 보려고 한다. 국민만 생각하고 갈 것이다. 법안 심사할 때도 국민을 위한 반대인가, 반대를 위한 반대는 아닌가 고민하며 살펴볼 것이다. 특히 직역간 갈등으로 쟁점법안이란 꼬리표를 붙여 심사가 무기한 지연되고 있는 법안들이 많다. 한의계와 관련해서도 꽤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쟁점법안들이 상임위에서 논의되도록 간사협의에서 목소리를 내겠다. ◇추나, 첩약 등 한의약 보장성 강화에 대한 견해는? 양방에 비해 한의가 비급여의 비중이 훨씬 높다. 이 때문에 한의학을 선호하거나 필요로 하는 환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더 큰 경제적인 부담이 될 뿐더러 한의약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보장성 확대는 국민경제에도, 한의학 발전에도 꼭 필요한 일이다. 추나, 첩약 등에 대한 보장성 강화는 이미 상당 부분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됐지만 정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국회에서 정부가 능동적으로 움직이도록 협의하겠다. ◇국감을 앞두고 중점을 두고 살펴볼 부분은? 민생 복지, 서민 복지라고들 한다.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잘 따져보겠다. 정부가 우선사업보다 공약했던 것을 먼저 챙기지는 않는지, 물론 공약했던 게 좋은 사업이라면 당연히 할 수 있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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