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뜸 치료가 일차성 불면에 효과적인가?[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KMCRIC)의 ‘근거중심한의약 데이터베이스’ 논문 중 주목할 만한 임상논문을 소개한다. 정선용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 KMCRIC 제목 뜸 치료가 일차성 불면에 효과적인가? ◇ 서지사항 Sun YJ, Yuan JM, Yang ZM. Effectiveness and safety of moxibustion for primary insomnia: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BMC Complement Altern Med. 2016 Jul 13;16:217. doi: 10.1186/s12906-016-1179-9. ◇ 연구설계 뜸 치료를 양약이나 한약, 또는 다른 한의학 중재와 비교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대상으로 수행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 분석 연구 ◇ 연구목적 일차성 불면증에 대한 뜸 치료의 효과(effectiveness)와 안전성(safety)을 평가하기 위함이다. ◇ 질환 및 연구대상 일차성 불면증 ◇ 시험군중재 단독 또는 병용요법으로 사용된 모든 뜸 치료 ◇ 대조군중재 양약, 한약, 다양한 혈위 자극요법(경혈 마사지, 혈위 약물요법, 두침, 이침, 일반침)을 포함하는 한의학 중재 ◇ 평가지표 유효율과 GCTNPCM(Guideline for Clinical Trials of New Patent Chinese medicines) 기준을 평가변수로 추출하였고 위해 사건에 대해 정성적으로 기술했다. ◇ 주요결과 1. 유효율 · 뜸 치료와 모든 활성 대조군의 비교 RR = 1.17, 95% CI 1.12 to 1.23, P < 0.00001(RR이 높을수록 좋음) · subgroup analysis에서 뜸 치료와 양약의 비교 RR = 1.16, 95% CI 1.09 to 1.24, P < 0.00001 · 뜸 치료와 한약의 비교 RR = 1.11, 95% CI 1.04 to 1.18, P = 0.002 · 뜸 치료와 다른 한의학 중재의 비교 RR = 1.22, 95% CI 1.15 to 1.30, P < 0.00001 2. GCTNPCM criteria · 뜸 치료와 모든 활성 대조군의 비교 RR = 1.21, 95% CI 1.14 to 1.28, P < 0.00001 · subgroup analysis에서 뜸 치료와 양약의 비교 RR = 1.24, 95% CI 1.11 to 1.38, P = 0.0002 · 뜸 치료와 한약의 비교 RR = 1.15, 95% CI 1.03 to 1.28, P = 0.01 · 뜸 치료와 다른 한의학 중재의 비교 RR = 1.23, 95% CI 1.13 to 1.34, P < 0.00001 ◇ 저자결론 높은 비뚤림 위험도, 적은 샘플 수, 위해 사건 보고의 부족 등 불충분한 근거로 인해 일차성 불면증에 대한 뜸 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확실히 말하기 어렵다. 뜸은 불면증의 새로운 치료법으로 고려되어야 하며, 평가를 위해 추가적인 임상연구가 필요하다. ◇ KMCRIC 비평 일차성 불면은 양약의 부작용(내성, 치매 위험도 증가)에 대한 걱정으로 대체요법에 대한 요구가 많은 질환이다. 본 연구에서는 여러 가지 중재 중에서 뜸 치료가 일차성 불면에 유효한지를 평가하기 위한 메타 분석을 시행했다. CENTRAL, PubMed, EMBASE, Web of science, CNKI, VIP, and Wanfang 데이터베이스 검색을 통해 23개의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선정했다. 23건의 연구 중 비뚤림 위험도 평가 및 메타 분석이 가능한 22건의 연구를 대상으로 메타 분석을 시행한 결과, 뜸 치료군이 대조군(양약, 한약, 다른 한의학 치료)에 비해 더 유의한 효과가 있었다(RR=1.17, 95% CI 1.12-1.23, P<0.00001). 하위 그룹 분석에서는 뜸이 양약에 비해서 더 효과적이고(RR=1.16, 95% CI 1.09-1.24, P<0.00001), 한약에 비해서도 효과적이며(RR=1.11, 95% CI 1.04-1.18, P=0.002), 다른 한의학 치료에 비해서도 효과적이었다(RR=1.22, 95% CI 1.15-1.30, P<0.00001). 또한 뜸 치료와 관련된 심각한 이상반응이 보고되지 않아 부작용 발생률은 낮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포함된 문헌의 비뚤림 위험도가 높아서 효과에 대해 확실히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향후 질 높은 임상연구가 더 많이 누적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불면증의 비약물적 치료로는 인지행동 치료가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인지행동 치료는 양약 치료보다 부작용도 적고, 효과면에서 더 나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 한의학적인 접근으로는 침 치료의 체계적 문헌고찰이 진행된 바 있는데, 33건의 무작위 대조군 연구들을 종합하여 메타 분석을 실시한 결과 침 치료는 무처치에 비해 수면의 질을 유의하게 개선시켰고(OR=13.08, 95% CI 1.79-95.59) 플라시보 침에 비해서도 유의한 효과를 보였다(OR=6.62, 95% CI 1.78-24.55). 다른 치료를 단독요법으로 실시한 것과 침과 다른 치료를 병용요법으로 실시한 것을 비교했을 때도 침 치료 병용요법이 유의한 수면의 질 개선을 보였다(OR=3.08%, 95% CI 1.93-4.90). 하위 그룹 분석에서 오직 일반침만이 효과를 보였고 전침에서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침 연구 역시 방법론적으로 질이 낮아서, 침 치료의 효능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는 못한 상황이다. 뜸 치료뿐만 아니라 기타 한의학적 중재들에 대해서도 향후 질 높은 연구가 수행되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 참고문헌 [1] Cheuk DK, Yeung WF, Chung KF, Wong V. Acupuncture for insomnia. Cochrane Database Syst Rev. 2012 Sep 12;(9):CD005472. doi: 10.1002/14651858.CD005472.pub3. https://www.ncbi.nlm.nih.gov/pubmed/22972087 ◇ KMCRIC 링크 http://www.kmcric.com/database/ebm_result_detail?cat= SR&access=S201607006 -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 (179)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정렴(1505∼1549)은 조선 중기의 의학자이다. 天文, 地理, 卜筮, 律呂, 外國語 등에 능통하여 조정에서 그를 등용한 후 掌樂院 主簿, 觀象監, 惠民署의 敎授 등의 관직을 부여하였다. 말년에 벼슬을 그만두고 양주 계라리에 살면서 양생술을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龍虎秘訣』, 『鄭北窓方』을 이 때 집필하여 한의학의 역사에 족적을 남겼다. 『龍虎秘訣』은 養生의 방법을 써놓은 책으로서 정렴 선생이 『參同契』를 연구하여 양생의 방법을 깨달았지만 이 방법을 처음 사용하는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을 착안하여 쉬운 언어로 설명한 책이다. 일종의 丹學의 입문서인 셈이다. 그는 이 책에서 閉氣, 胎息, 周天火候의 세가지 방법을 제시하였다. 閉氣는 마음을 고요히 하고 책상다리로 윗 눈까풀을 내려뜨려 내려다 보며 눈으로 코 끝을 대하고, 코로는 배꼽둘레를 대하고 숨을 오랫동안 들이마시고 조금씩 서서히 내쉬는 것이다. 이리하여 神氣가 丹田에 모이게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특히 『東醫寶鑑·內景·身形』에 나오는 방법과 내용상 통하는데, 아마도 『東醫寶鑑』 편찬의 초기 참여자인 정작(鄭碏)이 정렴의 동생인 관계로, 양생과 관련된 부분을 정리할 때 정작의 생각이 일정 부분 반영되었을 것으로 보인다(그는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閉氣者, 先須靜心, 疊足端坐, 垂簾下視, 眼對鼻白, 鼻對臍輪, 入息綿綿, 出息微微, 常使神氣, 相住於臍下一寸三分之中, 念念以爲常, 至於工夫稍熟, 得其所謂玄牡一竅, 百竅皆通矣.”). 胎息은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호흡을 하듯이 숨을 쉬는 것으로 歸根復命의 방법이다. 이 방법도 『東醫寶鑑』 內景篇, 氣門에 胎息法, 調氣訣 등의 글에 반영되어 있다(그는 다음과 같이 胎息을 설명하고 있다. “稍稍推氣, 下至腹下毛際, 細心推究此氣, 息所從出處, 隨出隨入, 使一呼二吸, 常在其中, 而不出於口鼻之間, 此所謂在母胎之息, 所謂歸根復命之道也.”). 周天火候는 더운 기운이 온몸을 돌게 하는 방법으로, 더운 기운이 점차 커져서 아래에서부터 위로 마치 꽃이 피어오르는 것과 같아 華池生蓮花라 하기도 한다. 醫書인 『鄭北窓方』은 현존하지 않지만 『東醫寶鑑』 內景篇, 神門에 加減鎭心丹이 이 책에서 인용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그는 周天火候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周天火候者, 不過曰熱氣遍身也. 神氣相住於臍腹之間, 當此時, 若能加意吹噓, 則溫溫之氣, 從微至著, 自下達上, 如花至漸開, 所謂華池生蓮花也.”). 그리고 위의 세 가지 방법의 의의를 아래와 같이 평가하고 있다. “위의 세가지가 비록 각각 이름을 붙이고 있지만 오늘 하나를 행하고 다음날 또 하나는 행하는 것이 아니다. 그 공부는 오로지 閉氣의 가운데에 있다. 다만 그 공부가 얕고 깊음이 있고 등급에 높고 낮음이 있으니, 비록 변화하여 날아오르는 술법이라 하더라도 모두 이 세가지를 벗어나지 않으며 오직 그 정성에 달려 있을 뿐이다(右三條, 雖各立名, 非今日, 行一條, 明日, 又行一條, 其工夫, 專在於閉氣中. 但工夫. 有淺深. 等級. 有高下. 雖變化飛昇之術. 皆不外此三者, 唯其誠耳.).” 『東醫寶鑑』 內景篇, 神門에 나오는 加減鎭心丹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加減鎭心丹]治氣血不足心神虛損天門冬黃芪蜜灸當歸身酒焙熟地黃各一兩半麥門冬生乾地黃山藥白茯神各一兩五味子遠志薑汁製人蔘各五錢右爲末蜜丸菉豆大朱砂爲衣溫酒或米飮下五七十丸<北窓>” 이 처방은 『東醫寶鑑』에서는 神門에서 脫營失精證의 뒤에 치료처방으로 제시한 것이다. 탈영실정증은 잘 살다가 못살게 되어서 생긴 정신적 충격으로 생겨난 질병이다. 몸이 여위고 초췌해지며 입맛이 없고 추위를 몹시 타며 잘 놀라고 잊어버리기를 잘 하며 팔다리가 저리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그의 연구는 거의 대부분 훗날 許浚의 『東醫寶鑑』에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韓國韓醫學史에서 미친 영향이 지대하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대구한의대 민사련, 코로나19 극복 위해 성금 쾌척[편집자 주] 대구한의대 한의과 동아리 ‘민중 의료 실현을 위한 동의 사상 연구회(이하 민사련)’에서 성금 325만원을 대한한의사협회에 기부했다. 민사련의 기부 의미를 임수만 원장에게 들어보았다. Q. 자신 및 민사련에 대해 소개 부탁드린다. 현재 대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대구한의대 88학번 임수만이다. 민사련은 1989년에 만들어진 대구한의대 한의과 동아리며, 정식 명칭은 ‘민중 의료 실현을 위한 동의 사상 연구회’다. 민사련은 국내 정치뿐만 아니라 학내 민주화 문제가 첨예했던 시기에 탄생해 이름과는 달리 학문에 관한 연구보다 사회 속의 민주주의를 완성시키기 위한 활동을 주로 했다. 또한 선배 한의사분들이 직접 진료를 하고, 학생들은 보조하는 형태의 새터 진료소를 대구 빈민 지역에 개설해 바람직한 의료인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했다. 이처럼 개성있고 열정적인 사람들이 많은 동아리다. Q. 기부를 하게 된 계기는? 민사련 회원들끼리 자주 소통하는 창구가 있는데 그 곳에서 자연스럽게 기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특히 모교 한방병원에 ‘코로나19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가 만들어지는데 민사련이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고, 이에 성금을 모으자는 의견이 나왔다. 회원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참여해줬고, 기부를 하게 됐다. Q. 코로나19 치료에 한의계가 배제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속상하고 화가 난다. 힘을 길러야 한다. 한의계가 어떠한 전염병에도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 그래서 이번에 대한한의사협회에서 진행하는 ‘코로나19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국가 보건시스템의 주변인으로 머물지 않기 위해서 전화상담센터가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이를 근거로 한의계가 또 다른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Q. 대한한의사협회가 운영하는 ‘코로나19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의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한의사는 중증 뿐만 아니라 경증의 코로나 환자에게조차 접근할 수 없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한의계의 위상이 획기적으로 바뀔 수 있는 계기가 ‘코로나19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보건시스템에 완벽하게 진입하지 못한 한의계 입장에서는 항상 우리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야만 하는 현실을 마주하곤 했다. 현재 상황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부에서는 한의계에 특별한 역할을 부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가 코로나19를 치료하는데 큰 도움이 돼 국가에 인정받을 수 있는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 Q. 전화진료상담 외 한의계가 해야할 역할이 있다면? 코로나 검진을 받고 격리, 치료가 끝난 환자들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협회에서 전화상담센터와 연결된 환자가 코로나19 치료 종결 후, 지역 한의원을 방문해 사후치료나 첩약에 대한 지원 등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국민들이 한의약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Q. 정부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래지향적인 입장에서 세계 속의 의료한류를 만들어 간다는 목적의식을 갖고 국가 방역 시스템 재정비에 노력하길 바란다. 전염병은 이후에도 계속 발생할 것이고, 서양 의학적 치료법은 특별한 백신이나 치료약이 없는 경우 마땅한 대응 방법이 없다. 하지만 한의학의 오래된 경험과 지식에 근거해 전염병에 맞선다면 다양한 접근 방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메르스 사태를 경험 삼아 진단 시약 개발시스템을 미리 개선해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빠른 대응이 가능했던 것처럼 지금부터 한의계가 가진 다양한 장점을 활용해 준비하길 기대한다. Q. 협회에 남기고 싶은 말은? ‘코로나19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를 만들어 코로나19에 발 빠르게 대응해준 대한한의사협회 및 대구·경북한의사회 관계자 여러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그리고 자신의 희생을 감내하면서 현장에서 직접 진료활동을 펼치는 봉사단, 한의대생의 노력에 존경을 표하는 바이다. 우리 한의계가 국가 보건체계의 중심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와 같이 지역사회에서 의료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협회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각 지부에서는 지역 보건소와 연계된 사업을 진행한다면 정부에서도 환영의 뜻을 보일 것이다. -
“봉사 통해 선한 영향력 미치는 한의사 되고 싶어”[편집자 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보건의료통합봉사단(이하 IHCO)이 발 벗고 나섰다. 이와 관련 IHCO 박다솔 단원으로부터 봉사활동 현장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Q. IHCO는 어떤 단체인가? IHCO는 ‘Interated Health and Care Organization’의 약자로 다양한 전공분야의 대학생 청년들이 모여 의료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 어르신들을 돕는 보건복지부 등록 비영리단체다. 우리는 보통 취약계층 어르신들의 집을 방문해 혈압, 혈당 및 기타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며, 더불어 윷놀이, 화분심기, 산책 등 정서교류 활동을 통해 외로우신 독거노인들을 돕고 있다. Q. IHCO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는? 평소 재가방문 봉사활동에 관심도 있었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았다. 의료인들과 함께 재가방문 봉사활동을 통해 타인을 돕고 느꼈던 그 감정을 쉽사리 잊을 수가 없었다. 한의대 입학 후, IHCO에서 활동 중인 이상민, 손창현 선배로부터 좋은 봉사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어 보자는 제의를 받게 됐다. 따뜻한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했고, 단 한 번의 망설임 없이 제의를 받아들였다. 오늘날 이렇게 좋은 봉사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게 도와준 선배님들에게 감사드린다. Q. 코로나19 대응 혈액수급본부장을 맡고 있다. IHCO에서 각종 홍보업무를 총괄하는 홍보이사를 맡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혈액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를 해결하고자 헌혈봉사활동을 기획하는 혈액수급본부장에 지원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 진행한 헌혈봉사활동과 헌혈동참캠페인은 혈액수급본부장으로서 진행한 나의 첫 기획 작품이었다. 또한 이 기획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와 끊임없이 소통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조금이나마 국가혈액수급에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Q. 헌혈동참 캠페인이란? 본 캠페인은 SNS의 확산성과 친구지목이라는 전달력을 활용해 헌혈동참을 장려하는 캠페인이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혈액수급 위기를 알리고, 헌혈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자 한다. 헌혈봉사에는 IHCO 단원들이 참여한다. 우리가 준비한 이 뜻깊은 일에 많은 국민들이 참여하길 원하는 마음에 헌혈동참캠페인을 준비하게 됐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헌혈수급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고, 또한 코로나19가 가져온 국난 역시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Q. 코로나19 대응 특별 활동도 하고 있다. IHCO는 본래 어르신들을 찾아봬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정서교류를 하는 재가방문봉사단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됨에 따라 이와 관련한 긴급구호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현재 IHCO의 가장 핵심 활동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임원진들을 주축으로 첫 번째 봉사활동을 했으며, 앞으로도 전 단원이 참여하는 비대면 긴급구호물품 전달 봉사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Q. 긴급구호 물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독거노인·취약계층 어르신들 대다수는 거동이 어렵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일찍부터 줄을 서기도 어렵고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어르신들의 건강과 감염예방을 위해 우리는 △KF94 마스크 △손소독제 △항균비누 △알코올스왑 △경옥고 △쌍화탕 등을 코로나19 예방키트로 구성해 전달하고 있다. 최대한 감염예방에 만전을 기하고자 모든 봉사과정은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와 함께 단원들의 건강상태 사전설문조사와 당일 체온체크는 물론 소독과 방역에도 집중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이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길 바란다. Q. 향후 계획은?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한의사가 되고자 한다. 올해는 본과 3학년 학생으로 공부를 하게 된다.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학업에 할애해야 할 것이다. 확실한 것은 앞으로도 봉사활동을 지속할 것이고, 이러한 좋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의사가 되어서도 매주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자 한다.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특히 취약계층 어르신들은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 분들이 아프지 않고,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IHCO 활동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
“활발한 회무 공유로 회원 간 소통, 으뜸”본란에서는 경남지부 최중기 수석부회장으로부터 2020년 회무 추진방향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주> 최중기 수석부회장(경상남도한의사회) ◇수석부회장 취임 1년, 경남지부의 한해 살림살이를 마무리한 소감은? 1000명이 넘는 회원을 상대하는 수석부회장이라는 중책은 무거운 책임감을 갖게 했다. 특히 취임 첫 해였던 지난해는 첩약건보, 의료기기 사용, 난임사업 참여 등 한의계 차원에서 의권 신장을 위한 여러 가지 굵직한 운동들이 줄을 이었다. 미력이나마 열정으로 임했지만 개인적인 미흡함과 함께 지부 차원에서 좀 더 보완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알게 된 한해였다. 게다가 연이은 코로나19 사태로 더없이 힘겨운 시점이지만 힘든 때일수록 한의계가 더 하나가 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작년 회무 성적표가 궁금하다. 스스로 생각하는 잘된 점과 아쉬운 점은? 지부성적은 B+이며 수석부회장으로서는 B-정도라고 생각한다(웃음). 이전과 달리 지부에서 회무를 추진할 때 실무이사들이 중심이 돼 상호 의견개진과 토론의 장이 활발해진 것 같다. 난임 사업의 개선과 시군분회장과의 회무 공유 및 소통, 그리고 각 분회의 여러 가지 사업 등이 다양하게 잘 진행됐다고 자부한다. 무엇보다 첩약건보 시범사업과 관련한 회원들 간의 의견 차이를 묻는 과정에서 경남지부는 분회차원에서 홍보 및 의견 수렴으로 시간을 갖고 검토하며 복지부, 그리고 타단체와의 협상과 조율에 힘을 보태려고 했으며 나름 긍정적으로 회원들의 의견수렴에 앞장섰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갈등과 견해 차이를 좀 더 좁히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전의 회무 경력과 비교할 때 수석부회장의 역할은 어떤 차이가 있나? 개원이후 통합시 이전 창원시회 동네 반장부터 시작해 정책이사, 감사, 부회장직을 했으며 작년부터 380여명의 회원의 분회장에 선출돼 지부 수석부회장을 겸하고 있다. 경남에서 가장 큰 분회가 창원분회인데, 10년 전 행정적 통합일환으로 창원 마산 진해시가 창원시로 통합돼 분회 살림과 회원관리 융합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부 수석부회장이라는 자리는 스스로 능력의 부족함을 느끼게 하는 자리다. 업무량이 적지 않다보니 함께 일할 때 실무이사들의 역량을 모으는데 집중하고 있다. 시군 분회가 경남지부와 잘 융화되고 훌륭한 인재들을 모아 서로 발전적인 회무를 수행하는데 수석부회장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경남지부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경남지부는 어느 지부보다 단합이 잘되는 지부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코로나 사태 초반이긴 했지만 단체가 모이기는 쉽지 않은 자리였음에도 성대한 지부 총회가 무사히 마무리돼 올해 초부터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 사태도 어느 정도 회복 추세로 가고 있는 만큼 이제부터는 지부 회부 2년차를 맞아 추진하는 사업들에 박차를 가하려고 한다. 대표적인 게 난임사업, 분회별로 추진하는 경로당 한방주치의 사업과 저소득층 학생, 취약계층 대상 한약지원 사업 등 역내 봉사에 집중하는 해가 될 것이다. 그 외 경남한의사회 70주년 기념사업 준비와 벌써 3차례 준비하는 복지부 장관기 한의사 축구대회, 이제마 현감부임 133주년 기념사업 등도 준비 중이다. 무엇보다 지부는 중앙회와 분회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며 분회회무를 지원하는 일을 한다. 지역 내 정치적인 역량 강화와 한의사의 위상 홍보도 빼놓을 수 없다. 도민들에게 유익한 단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지부 임원을 넘어 한의사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20년 이상 회무 경력을 쌓으면서 느낀 점이 있다. 젊은 한의사 회원들이 갈수록 회무를 기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회무운영에 최대 걸림돌이다. 어느덧 고참 선배가 된 시점에 회무 참여를 통한 자기발전과 봉사의 즐거움에 대해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이를 위해 회무가 좀 더 효율적인 방향으로 시대에 맞게 발전하는 일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그래야 젊은 한의사들의 회무 무관심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젊은 한의사들이 한의계의 미래를 위해 회무에 뛰어들도록 하는 일에 앞장서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건강이 좋지 않은 편인데, 더 열심히 공부해 환자들을 대할 때 부끄럽지 않은 한의사가 되고 싶다. -
한의사 떠나 의료인으로서 코로나19 극복에 힘 보태는 것 ‘작은 보람’[편집자 주] 인천 남동구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신학수 인천광역시한의사회 학술이사. 본란에서는 신 이사로부터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게 된 계기 및 현재 담당하고 있는 업무 등을 들어봤다. 신 학 수 학술이사 인천시한의사회 (남동구보건소) Q. 인천 남동구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게 된 계기는? “2월18일 31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대구·경북 지역을 방문했던 남동구 주민들 중에 호흡기 증상이 있는 분들의 선별진료소 방문이 대폭 증가했다. 이전에는 보건소에 근무하는 의사 2명이 교대로 선별진료소를 전담했지만, 선별진료소를 방문하는 분들이 지속적으로 증가되면서 점차 의료진을 포함한 선별진료소 근무자들의 업무 강도와 피로가 가중됐다. 이에 대응해 보건소도 가용인력을 모두 동원했고, 이에 따라 2월26일부터 진료에 참여하게 됐다. 현재는 보건소의 의사 2명, 치과의사 1명, 한의사 2명이 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Q. 현재 선별진료소에서 담당하고 있는 업무는? “1차 역학조사를 마친 검사자를 대면 진료하고, 검사 적합 여부를 결정한 후에 검사실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일을 하고 있다. 코로나19와 유관한 증상이 있는지 판별하고, 여행력과 기존 확진자와 역학적 상관성 등을 고려해 검사 대상자를 선정한다. 검사 대상자는 독립된 음압 채취실로 자리를 옮겨, 구인두 주위와 비강내 분비물을 채취한다. 서울시 구로구의 콜센터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는데, 3월9일에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남동구 주민이 진료소를 방문했고, 절차대로 검사를 진행해 확진판정이 나왔다. 밀접 접촉했던 저도 다음날 검사를 받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Q. 남동구 선별진료소의 상황은 어떠한지? “현재 선별진료소는 남동구 기관의 보건인력이 대부분 투입돼 운영되고 있다. 보건소 진료실의 의료진과 간호사뿐만 아니라 방문간호팀, 치매사업팀의 간호사와 각 주민센터의 방문간호 인력까지 본인의 업무를 미뤄두고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야간 및 주말에는 보건소의 행정 직원도 투입돼 진료를 돕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경북에서 환자가 폭증하고 전국적으로 신천지 교회 관련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역학고리를 따라 지역마다 무증상 검사대상자가 대폭 증가했다. 남동구보건소도 한 차례 홍역을 치르듯이 대량의 검사를 시행했고, 현재는 증가세가 감소하면서 어느 정도 여유를 되찾고 있다. 하지만, 인천도 간헐적으로 한, 두명씩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어 긴장감은 더 높아지고 있다.” Q. 다른 지역에서는 한의사의 검체 채취업무에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별진료소에 근무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정신적 피로감이다. 물론 보호복을 착용하고 짧게는 2시간, 길게는 4시간 정도 근무하면 육체적 피로도 상당하다. 하지만 가장 신경쓰이는 것은 언제라도 내가 감염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작게는 가족의 건강과 직결되고 특히 지역 보건을 담당하는 보건소 내에 집단 감염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염려가 항상 있다. 또한 보호 장비나 검체가 오염되지 않도록 작은 행동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 힘들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정확한 검사 결과를 얻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펑퍼짐한 보호복을 입고, 김이 서려 시야가 흐려진 고글을 쓰고, 두겹으로 낀 장갑 때문에 무뎌진 손으로 깨끗하게 검체를 채취하는 일은 보통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다.” Q.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면서 한의사로서 느끼는 보람도 있을 것 같다. “현재 정부는 전염병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직에 있는 의료인으로서 방역사업에 동참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는 과의 구별도 필요치 않고 자격과 능력이 된다면 누구나 함께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한의사로서가 아니라, 의료인으로서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는 것에 작은 보람을 느낀다.” Q. 남동구는 전국 최초로 전담 한의사를 채용해 경로당 한의이동진료도 실시하고 있다. “인천시 남동구에서 시행하는 경로당 주치의 사업에 참여하면서, 지난해 6월부터 보건소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구의회에서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전담 한의사와 간호사를 배정하여 진행하고 있다. 관내 140여개 사립 경로당을 방문해 진료하고 있고, 질병 예방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구립 경로당은 남동구한의사회의 여러 원장님들이 방문해 애써주시고 있다. 이렇게 제도적으로 준비해 시행하는 경우가 유일하기 때문에 여러 지자체의 주목을 받고 있고, 그만큼 좋은 결과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지속되고 여러 곳으로 확대된다면, 그만큼 기관에서 한의사의 활동 기회가 많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제도권 참여 길은 무궁무진…정치력 열세 극복해야”“국회의원들은 앞에서는 선뜻 협조하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러나 국회 정보공개 등을 통해 살펴보면 한의계와 자신 있게 약속한 국회의원들이 회의 내내 말 한번 못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한의계를 대변하기는커녕 한의계를 공격하는 의원들에게 항의조차 못하는 게 현실이죠. 이런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한의사가 국회에 많이 진출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차선으로라도 한의계와 친하고 소통할 수 있는 정치인을 키우는 것도 한의계의 염원을 제도화하는 하나의 길이 아닐까요?” 4·15 총선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지금, 선거운동 하랴 한의원 운영하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한의사가 있다. 2016~2017년까지 강원 원주·횡성분회 분회장 겸 강원도한의사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중앙대의원을 맡고 있는 박성진 한의사(현대한의원 원장)는 4·15 총선에서 강원 원주갑 예비후보로 등록한 무소속 권성중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접촉이 거의 없는 요즘, 한의원 업무를 보면서 SNS를 통해 후보에 관한 글을 올리고 지인들에게 전화 통화로 지지와 후원을 부탁하며 퇴근 후에는 선거사무실에 들려 회의를 하느라 눈코 뜰 새 없다는 박성진 대의원으로부터 후원회장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와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후원회장’이라고 하면 정치적 후견인, 경제적 후원자가 떠오른다. 후보마다 후원회장을 선임하는 목적이 다양한 것 같다. 대부분이 사회나 정계, 재계의 유명인사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 일단 후원회장은 선거 캠프에서 후보를 도와 함께 뛰는 지지자들을 이끌고 소통해 원활한 선거업무를 진행해 지역 유권자들에게 후보를 알리고, 지지를 호소하며 후원회에 정치후원금을 최대한 법정한도까지 모금하는 일을 한다. 또 후보의 선거 전략에도 직·간접적으로 조언하고 선거기간 동안 후보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용기와 의지를 잃지 않도록 서포트하기도 한다. ◇권성중 후보를 후원하게 된 배경. 개인적 인연이다. 권 후보는 고교 동창으로 30년 지기 친구다. 원주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평소 소신 있게 말하고 사회와 소통하려는 사람이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협력해 지역사회 봉사에도 앞장서고 있다. 무엇보다 나서야 할 때 피하지 않고 용기 있게 행동해 일을 해결하는 모습을 지근거리에서 오랫동안 지켜보며 이런 친구가 지역이나 국가의 리더가 돼야 정치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게 됐다. ◇한의사의 정치 참여, 어떻게 해야 할까? 한의계가 제도나 정책에서 소외되는 이유가 ‘정치력의 열세’ 때문이라는 말을 학창시절부터 귀가 닳도록 들어왔다. 그러나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 20대 국회에도 한의사 출신 국회의원은 여전히 한 명도 없다. 최선은 한의사 출신 국회의원이 많이 배출되는 것이겠지만 당장 어렵다면 차선책으로 한의계와 잘 소통할 수 있는 국회의원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고 본다. 제도권 내에 참여하는 길은 사실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가능한 여러 가지 방안들을 열어두고 활동하다보면 한의사 국회의원이 여럿 배출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 무엇보다 지역사회에서 많은 한의사들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런 활동들이 정당 활동으로 확대돼 참여할 토대를 갖출 수도 있다고 본다. 즉 작은 일이라도 어딘가에 소속해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 ◇총선을 넘어 이후 계획 등 한의사로서 삶의 목표. 후원하는 권성중 후보가 국회의원으로 당선이 되면, 한의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해 한의약 발전에 관한 정책이 실현되는 데 일조하고 싶다. 우선은 당선이 목표다. 세제 혜택 등 개인은 500만원 한도 내에서 후원이 가능하다. 한의사 회원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개인적으로는 사상체질의학을 전공했는데, 일상생활 속에서 사상체질을 통해 자신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관리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을 준비 중이다. -
“코로나19 극복 위한 한의협 취지에 공감해 기부 결정”[편집자 주] 최근 코로나19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를 지원하기 위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000만원 상당의 탕전서비스로 통큰 기부를 실시한 옥천당공동탕전실의 구태훈 대표를 만났다. 구 대표는 동의한의대 94학번으로, 졸업 후 부산에서 잠시 한의원을 개원한 이후 2009년부터 공동탕전실 운영에 집중하고 있다. Q. 옥천당공동탕전실의 소개를 부탁드린다. A. 옥천당공동탕전실은 옥천당한의원의 부속탕전실로 2009년 ㈜옥천당과 함께 설립된 전문 한약조제 탕전실이다. ㈜옥천당은 공동탕전실에서 사용하고 있는 모든 설비 및 시스템을 개발하였으며, hGMP 한약재를 제조하여 공동탕전실 및 한방의료기관에 유통하고 있으며, 다양한 제품 및 한약제제 기술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옥천당공동탕전실은 2009년 울산의 가지산탕전실을 시작으로 부산탕전실, 서울탕전실(일산), 2017년 대구탕전실까지 총 4개의 전문 탕전실을 운영하고 있다. Q. 코로나19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에 최근 1000만원 상당의 탕전서비스를 기부한 것으로 들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기부하게 되었는가? A.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를 운영하겠다는 대한한의사협회의 취지에 공감하여 코로나19 극복에 참여하는 마음으로 기부하였다. 옥천당은 전화센터의 처방을 직접 조제, 발송할 수 있는 탕전실이 대구에도 있어, 현금보다는 탕전서비스로 기부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Q. 기부한 탕전서비스는 어떤 식으로 활용되나? A. 전화센터에서 진료 후 처방을 옥천당공동탕전실 홈페이지의 온라인처방스템을 통해 접수만 하면 그 이후 과정은 모두 탕전실에서 처리하게 된다. 조제, 탕전, 포장 및 모든 공정은 언제 누가 작업하였는지 그 이력이 실시간 상세히 처방한의사가 알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처방입력시 총비용 및 각 약재의 가격과 원산지, hGMP제조이력 및 관련 증명서류를 확인할 수 있으며, 조제된 약재사진과 포장작업시 사진을 조회할 수 있다. 모든 작업 공정과 배송과정을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의사는 진료와 처방만 집중하면 안전하게 환자에게 약이 도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Q. 한의진료 전화센터 개설 초기에도 한약재를 후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 A. 한약재 후원은 ㈜옥천당에서 제조한 원료의약품을 후원한 것이다. 중국에서 치료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청폐배독탕 연조엑스를 제조하기 위한 약재 중 일부를 후원하였다. 한의학의 특성을 살린 개별 변증을 통한 진료 및 처방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은 특정처방을 대량 조제하여 빠르게 투여하고 후속연구도 같이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한의계의 다양한 노력에 최대한 동참한다는 생각으로 후원하였다. Q. 코로나19가 장기화 국면이 우려되는 가운데, 한약의 효과성이 주목받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A. 과도한 공포가 조장되는 측면이 있다. 개인위생과 더불어 인체의 면역력을 기르는 한의학적인 접근은 충분한 효과가 있다고 본다. 다만, 효과를 설득할 수 있는 과학적, 통계적 근거가 부족한 것이 아쉬운 점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그 근거를 준비할 수 있다면 좋겠다. Q. 코로나19로 인해 옥천당 원외탕전의 조제 현황에도 변화가 있는가? A. 전반적인 매출감소가 지속되고 있다. 한의원의 내원환자가 급감하였으니 당연히 원외탕전의 조제 수요도 줄고 있는 것이다. 당장 뾰족한 대책이 없어 힘든 상황이다. 하루 빨리 코로나19가 극복되어 일상으로 돌아가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Q. 신학기와 봄을 맞이해서 다양한 이벤트도 기획했을 것 같은데, 매출 역시 타격을 입었을 것 같다. A. 매년 신학기를 맞이하여 총명탕 등 수요가 있는 약속처방 조제료 할인 이벤트를 하고 있다. 올해도 이벤트 진행 중인데, 학교 개학이 연기되면서 주문 처방이 실종된 상태다. Q. 옥천당의 기업이념 및 특징이 궁금하다. A. 옥천당은 한약을 조제하는 전통적인 방법과 전산시스템으로 처방을 관리하는 현대적인 기술이 결합된 곳이다. 다양한 한의원의 처방이 한곳에서 조제되면서 전문성을 높일 수 있고, 일정규모가 되면 학술적인 연구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된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 그 속에서 새로운 한의학 발전과 현대인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Q. 한의신문 구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A. 코로나19로 모든 한의원이 힘든 상황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화를 복으로 바꾸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환자를 위한 마음으로 작더라도 다양한 시도를 계속한다면 언젠가 한의학에 대한 시선도 더 좋게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 언젠가는 전염병 대책을 준비할 때 한의학도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였으면 좋겠다. 옥천당도 계속 노력해 가겠다. -
[ISSUE Briefing] 한의학과 출발점이 유사한 미국 일차의료 전문의 정골의사(DO)본고에서는 한의학정책연구원에서 수행한 ‘미국내 정골의학의사(DO)제도 도입 연구’ 최종보고서 일부 내용을 발췌하여 소개한다. 대한한의사협회 한의학정책연구원 김주철 책임연구원 정골의학은 1874년 앤드류 스틸이 기존의학에 큰 회의감을 느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약물 투여 없이 수기요법을 활용하여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을 고안하면서 시작되었다. 초기 정골의대의 커리큘럼은 약물사용을 금하고 해부학과 정골의학의 원리 및 기술에 한정되었다가 1920년 미국 전체 의대 수준을 평가했던 플렉스너 리포트에 의해 정골의대 대부분이 수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약물사용의 부작용이 줄어들면서 커리큘럼을 의대 교육 기준에 맞춰 과감히 변경하였다. 이후 오늘날 DO는 약물처방과 수술 등 의료인으로 가능한 모든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확보하였으며, 미국의 일차의료 전문의로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약물의 부작용을 해소하고 인체구조 정상화 이론을 기초로 탄생한 정골의학 정골의학(Osteopathy)은 1864년 자신의 세 아이를 척수막염(Spinal Menigitis)으로 잃은 후 기존의 현대의학의 한계에서 벗어나고자 의사(Medical Doctor, MD)였던 앤드류 스틸(Andrew Taylor Still)에 의해 시작되었다. 앤드류 스틸은 현대의학에서 효과가 없는 치료방법에 불만을 느껴 병을 고치는 의사의 역할은 근골격계 기능의 적절한 회복이라고 믿었으며, 제자리에서 벗어나 있는 척추뼈를 원래 자리로 오게 함으로써 신경에 영향을 주어 체액의 흐름의 폐쇄나 불균형이 해소된다고 생각하였다. 뼈의 잘못된 배치로 인해 체액이 막히거나 불균형을 이루어 질병이 발생한다고 보고 신체 스스로 타고난 치료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에 초점을 맞춘 의학 체계를 만들게 되었고, 이를 인간의 뼈(Os=bone)와 병리학(Pathology)을 결합한 정골의학(Osteopathy)이라 하였다. 정골의대의 모태 A.T. Still University 1892년 커크스빌(Kirksville)에 최초의 정골의학대학교(American School of Osteopathy)를 설립하였으며, 이 학교는 나중에 앤드류 스틸의 이름을 따서 A.T. Still 대학으로 발전하였다. 앤드류 스틸은 약물사용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여 초기 DO대학의 커리큘럼은 약물사용을 금하고 해부학과 정골의학의 원리 및 기술에 한정되었다가 1930년대 중반 약물사용의 부작용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약물치료에 대한 수업이 시작됐다. 학위는 의사(MD)와의 차별화를 위해 정골의사(Diplomate in osteopathy-이후 Doctor of osteopathy, DO)로 사용하였으며 현재까지 DO라는 명칭이 사용되고 있다. 의과대학 커리큘럼 중심으로 교육과정 개편 1920년 정골의학은 대변혁을 맞게 되는데 교육학자인 에이브러햄 플렉스너(Abraham Flexner)의 보고서 때문이었다. 앞서 플렉스너는 미국 교육기관에 대한 평가서를 출판한 뒤 카네기재단의 요청에 따라 미국과 캐나다에 있는 의과대학을 평가했다. 미국 교육기관에 대한 평가서를 출판하고 나서 미국 의학교육계는 엄청난 파장이 일어났다. 의학과 정골의학에 대한 신랄한 보고서로 인해 미국 내 많은 의과대학이 폐교됐으며 미국, 캐나다 전역에 있던 155곳 의과대학 중에서 약 10년 뒤인 1929년에는 76개로 감소했다. 플렉스너는 DO들도 MD와 같은 질환을 치료한다 보고 동일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해 정골의대를 보고서에 포함시켰다. 조사결과 정골의대는 교육, 임상 면에서 MD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이후 수술, 화학 및 생물요법 등을 교과과정에 적극 반영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초기 정골의대는 교육 과정이나 철학은 기존의 의대와는 차이가 있었으나 생물 의학의 기초와 임상 과학 지식이 점차 축척 되고 정골의학의 원리가 기존의 의학체계에 수용되면서 의과대학 교육 과정과 서로 겹치는 부분이 많아지게 되었다. 약물 처방, 수술 등 의료행위에 제한 없는 DO DO는 1973년에 이르러서 미국 50개 주 모두에서 ‘완전한 진료권(Full Practice Rights)’을 획득했다. 즉, 수기치료 외에도 수술치료, 약물처방 등 MD와 마찬가지로 의료행위에 제한 없이 모든 영역의 진료가 가능하다. 현재 정골의대는 미국 31개주에 34개의 학교가 분포되어 있으며, 세계의과대학명부(The World Directory of Medical Schools, WDMS)에 등록되어 있다. 모든 정골의대는 의대(Medical School)와 동일한 교육과정을 가르치고 있으며, 52주 교육과정에 MD는 2,000시간을 이수하고 DO는 200시간이 초과된 총 2,200시간을 이수한다. 학기 중에는 Longitudinal Chronic Care(만성질환자와 학생의사 1:1 매칭)와 같이 다양한 임상실습 프로그램을 통해 졸업 전까지 표준화된 환자 경험하고 있다. DO는 대학 졸업 후 필수적으로 1년간 인턴 수련을 해야 하며, 인턴 프로그램은 미국정골의학협회(American Osteopathic Association, AOA)에 의해 승인된 것으로 여러 전문과를 순환하는 Traditional Rotating, 특정한 전문분야를 수련하는 Special Emphasis, 하나의 특정 전문과를 수련하는 Specialty Track으로 구분된다. 이 중 하나를 선택해서 하는데 대체적으로 DO의 61.6%가 Traditional Rotating 수련과정을 이수하였으며,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MD와 같은 방법으로 전공과에서 2년~6년간의 수련과정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또한 DO는 정골의사로 활동 할 수 있는 COMLEX(Comprehensive Osteopathic Medical Licensing Exam)와 MD가 되기 위한 USMLE(United States Medical Licensing Exam) 모두 자격시험을 치를 수 있고 면허를 취득 할 수 있다. 정부 주도로 예방의학에 장점을 지닌 DO 배출 확대 DO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의료 직종 중 하나로 미국 정부에서 오바마케어와 관련하여 일차의료 및 예방을 강조하였고 인체의 골격 시스템, 예방의학, 총괄적인 환자 보살핌에 중점을 두고 치료하는 정골의학이 이에 부합하여 일차 의료인을 양성하려는 정부의 노력에 의해 DO 배출이 확대되었다. 2000년 이후 DO의 수는 47,197명에서 114,425명으로 240% 증가하였으며, 오늘날 4명의 의대생 중 1명은 DO대학에 재학 중으로 DO대학 입학생은 5년마다 25%씩 증가하고 있다. 미국 일차의료 전문의로 지위와 역할을 확보한 DO DO의 57% 정도가 내과, 소아과, 가정의학과 같은 1차 의료(Primary Care)를 담당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DO의 31.9%는 가정의학 진료(Family Medicine), 17.8%는 내과(Internal Medicine), 6.8%는 소아과(Pediatrics) 진료를 담당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전문화된 분야를 진료하고 있다. A.T Still 대학은 보건의료 서비스가 열악한 지역사회에 DO들이 활동 할 수 있도록 국립사회보건센터연합회(National Association of Community Health Centers)와 협약을 맺고 10개의 다른 주에 위치한 연방정부 공인의료센터(Federally Qualifeid Health Centers, FQHC)에 학생 의사들을 파견하여 일차의료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처럼 MD와 교육과 수련, 업무범위에서 실질적, 법적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에서 DO는 미국 일차의료 시범사업에 적극 참여하여 일차의료 전문가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DO 교육과정을 통해 일차의료 전문의로서 한의사 임상역량 강화 방안 모색 DO는 100년간 스스로 의약품(Chemical), 전문의(Resident), 수술(Surgery) 등이 우리(DO)의 진료 범위에 속한다고 선언하고 교육 개편을 기본으로 관련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 온 뒤에야 사회에서 인정을 받았다. 현재 세계의학교육연합회(World Federation for Medical Education, WFME)에서는 의사들이 단순히 6년간의 교육 만 받을 것이 아니라 반드시 충분한 실습을 권고하는 등 세계의학교육 패러다임은 지식전달에서 임상역량 강화로 재편되는 상황이다. 한의사가 한의 전문의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한의대 6년 과정 내 의생명과목이나 일반 검사와 진단에 대한 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 교육과 전문과목 심화교육과 임상수련을 병행하는 ‘한의대 졸업 후 교육’필수화 등이 필요하다. 더불어 의료기기와 전문 및 응급의약품 사용, 각종 검사와 건강검진 실시 등 관련된 정책이나 제도에서 제한되지 않도록 우리가 지켜야 할 교육의 가치는 지켜나가면서 DO처럼 한의계 또한 스스로 선언하고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보수, 진보, 중도 VS 부의, 빈의, 봉직의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3월 10일은 COVID-19가 국내에 상륙한 지 50일이 되는 날이었다. 21대 총선이 채 1개월도 남지 않아서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로 불리워야 마땅한 요즈음인데 예비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미소” 위에 얹혀진 이름 석자를 “사회적 거리 두기” 현수막들이 가려버린 느낌이다. 입춘(立春)이나 경칩(驚蟄)을 헤아리며 봄날의 들뜸을 즐기는 일 역시 실내외를 가리지 않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가뿐 숨을 몰아쉬어야 하는 우리 모두에게 당분간은 버거운 일이 되었다. 31번 확진자에서부터 폭발적으로 늘었던 환자수 그래프가 몇 주 전 정점을 찍고 이제 겨우 아주 서서히 안정세를 찾아가는 듯한 국내의 “코로나19” 대처에 있어서도 처음에는 너무 당황스러운 나머지 그 어떤 갈등이 개입될 여유는 없어보였다. 여야의 갈등도 양한방의 구별도 지역갈등도 사치스럽게 보였던 날들도 있었다. 여(與)는 몇 가지 과정에서의 착오와 실수는 있었지만 최선의 방역으로 이만큼 버텨내고 있다는 자평을 하였고 야(野)는 이게 나라냐며 여전히 정부의 모든 것을 질타 중이다. 의협은 면마스크를 권고한 적 없다며 마스크 부족사태를 미리 예측하지 못한 정부무능을 비난했고 정부에 “코로나19” 관련 자문을 한 교수들에게 “비선자문”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급기야는 자문팀을 해체시키기에 일조하기도 했다. 코로나19에 기여하기 위한 눈물겨운 안간힘 대구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뉴스에 많은 한의사들이 자원봉사를 원했지만 의료계와 정부는 검체 채취는 일반의사의 업무라며 한의사의 의료봉사를 공식적으로 거부했고 의협은 그렇게도 봉사가 하고 싶으면 대구에는 내려오되 “비의료” 봉사나 하라며 의료 봉사에 “한의사들은 제외”라는 입장을 견지하였다. 이러한 무시에도 불구하고 한의협은 확진판정을 받고 자가격리 중인 경증 환자들을 위한 전화상담 센터(1668-1075)를 별도로 마련하여 환자들의 증상을 모니터하고 환자들이 원할 경우 무료로 한약처방을 배송해 주는 방식으로 “코로나19”에 어떻게든 기여해 보려는 눈물겨운 안간힘으로 간당간당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언론에도 일회성으로 한의사들의 의료봉사 센터 운영에 대한 보도가 나갔을 뿐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그 센터가 운영 중인지 보건당국의 경증환자 치료에 한의학적 개입이 “통계상의 오류”를 유발하는 “불필요한 개입”으로 간주되어 혹시라도 중단 권고조치를 받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지난 3월 9일 한의협으로부터 발송된 단체메일의 제목은 “코로나19 한의진료권고안 안내”였다. <중국위생위진료방안 6판>에 나오는 청폐배독탕(淸肺排毒湯)을 통치방으로 권유하였으며 이 처방은 급성 호흡기 질환 및 항바이러스효과가 입증된 마행감석탕(麻杏甘石湯), 사간마황탕(射幹麻黃湯), 소시호탕(小柴胡湯), 오령산(五笭散)을 조합한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중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중의약 진료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1월23일부터 2월9일까지 중국임상실험등록센터에 등록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임상연구의 53%가 중의약, 중서의결합 관련 연구였다는 사실도 “코로나19”에 한의학적 치료의 필요성을 지지하는 근거자료로 제시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편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보건복지부의 한 국장님의 말을 빌자면 “코로나19”에 중국 내에서의 중의학과 중의사 활용방안을 인용하며 한국에서도 한의학과 한의사의 참여공간을 주장하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있으며 백신 개발 이전이라 별다른 치료약이 없으니 한약이라도 써 보자는 것을 한의사들을 뺀 그 누구가 인정하고 응원할른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전우익 저술 지금 한의협이 이 국가적 위기에 동참하고 싶은 그 순수한 의지를 모르는 바 아니나 지금은 그저 “노땡큐”이며 오히려 이 위기를 발판으로 한의사들의 쪼그라들고 있는 입지를 넓혀 보고자 협회 차원에서 정치하는 것처럼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고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국민들이 한의계에 보다 부정적인 시선을 가질까 걱정된다는 말씀도 보태주셨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19”를 위한 한의협의 의료봉사 소식이 전해짐과 동시에 많은 한의원들의 블로그와 홈페이지에는 “코로나19, 청폐배독탕으로 치료하세요”라는 광고글이 떴었고 의협의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코로나19 확진 환자에게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한방치료를 시험하려는 한의사단체의 비윤리적 행위를 국민을 상대로 하는 장사행위로 간주해 결코 묵과하지 않겠다”라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물론 이 위기에 영양제, 유산균, 코로나19 예방주사 장사꾼으로 나선 비양심적인 의사들을 맞비난하며 손가락질이라도 하고 싶지만 “코로나19”의 최전선에서 고생하는 순수한 의료인들을 감안해서라도 지금은 각자의 진료공간에서 “코로나19”와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상태에서 내원하고 있을지도 모를 환자분들에 대한 적절한 대처를 병행하며 우리의 일상을 이어가는 것만이 최선일 듯 하다. 1993년 여름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고집쟁이 농사꾼 전우익 (1925~ 2004.12.19.) 선생님은 경북 봉화군의 부유한 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좌익계열의 반제국주의 청년운동가로 지내다가 6.25전쟁 후 낙향하여 평생 농사를 지으신 분으로 이름과는 달리 평생 “좌익”으로 사신 분이었다. 평소 좋아하는 분과 주고받던 편지글의 모음인 이 책을 추천하며 시인 신경림은 전우익 선생님을 “깊은 산 속 약초같은 사람”으로 회상하였다. “정신과 육체의 수많은 병이 나돌고 사람들은 약으로 수술로 병을 다스리려 드는데 말도 안 돼요. 병은 크게는 세상에서 작게는 생활에서 옵니다만 세상과 각자의 삶을 고치려 들지 않고 병만 고치려 하는 것 같아요.” 한의대에 갓 입학했던 나로서는 이 단순해보이는 문장에서 현대의학의 한계와 피상성을 지적하고 한의학의 철학적인 기반을 지지받은 듯한 느낌을 가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병리나 바이러스 질환 등에 천기(天氣)니 사기(邪氣)니 한열(寒熱) 등의 거시적이고 추상적인 한의학적 용어들을 꿰어맞추려는 경우 무리한 억지스러움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19”에 있어서 “청폐배독탕”이라는 중국과 한국의 권고처방이 “백신” 생산 이전의 대체제가 되기에는 보편성과 합리성이 부족해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가?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David Easton)은 정치를 가리켜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고 했다. 한 사회 내의 한정적 권력과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서울대 사회학과 장덕진 교수는 정치는 “제도화된 갈등”이며 그 갈등에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4·15 총선은 치러질 것이다. 한의사 출신 몇 분이 출사표를 던지셨다던데 각 지역구에 최종 후보로 공천이 되셨는지는 모르겠다. 늘 한의계 내외의 인사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한다. “한의계는 정치력이 부족하다” “한의계는 다른 의약단체들에 비해 로비력이 부족하다” “한의사 출신으로 공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뛰는 사람들이 너무 없다” 한의계가 지금보다 더 잘 나갈 수 있는데 정치적인 파워가 없다는 말인가? 과연 한의사 출신 4년 임기의 국회의원 한 두명 나온다고 한의계의 정치력이 또는 한의학의 대한민국 안에서의 입지가 금방이라도 상승될 수 있을까? 보수, 진보, 중도로 편을 갈라 싸우자는 것이 정치가 아니다. 정치과정에서의 사상과 지향점의 차이에서 나타난 결과적 그룹일 뿐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치이다. 우리는 어떤 가치를 지향하며 그 과정에서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으며 그 사이 도출되는 갈등을 또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진지한 토론이 당연히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가치가 공적인 기여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는 정의롭다는 평가를 받아야 그 직능 또는 이익단체는 지속적으로 “정치력”이라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개원가가 협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마당에 개인희생을 감수하며 이러한 인정투쟁, 가치투쟁에 영혼과 시간을 갈아넣어 한의계의 정치력 향상을 위해 봉사할 사람이 있을까 모르겠다. 이 또한 자발적이어야 하기에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를 처음 읽었던 1993년. 그로부터 27년만에 다시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단순히 책 제목 때문이었다. 한의계는 그동안 어떤 가치를 추구해 왔을까? 의협과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합리적인 전략은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중의, 중서의결합의를 적극 활용하는 오늘날의 중국의 의료환경은 어떻게 확립되었을까? 한의사들의 보다 넓은 사회참여를 위해서 전념해야 하는 공적인 영역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난 27년간 한의계의 정치력은 과연 성장 중인가? 대외적으로 더 큰 힘을 가지기 어려운 이유였는지 언젠가부터 한의계 역시 내부경쟁으로 초집중되어 개원가는 서로의 살을 깎아먹는 전쟁터가 되었다. 건물 하나에 2~3개가 옹기종기 간판을 내건 한의원들 사이에서 젊은 후배들은 365일 야간진료하는 시간파괴 진료를 고집하기도 하고 온라인 광고를 끝내주게 잘해서 전국적으로 초진환자를 잘 배분해준다는 비싼 프랜차이즈 한의원에 파트너 한의사로 투자를 감행하기도 한다. 모두가 부의를 꿈꾸지만 녹록치 않은 현실에 많은 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반강제적으로 실천할 수밖에 없는 빈의라 불리우는 계급에 잠시(!) 쉬어가기도 한다. 부의와 빈의의 갈림길을 모두 거부한 귀차니즘의 신봉자들은 봉직의를 고집스럽게 유지하기도 한다. 한 번 굳어진 취향이 바뀌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어서 면허취득 이후 본인 선택에 따른 이 세 갈래길은 긴 시간 평행선을 달린다고 보면 된다. “뉴 노멀(new normal)”은 “시대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으로 주로 경제의 변화 흐름에 따른 새로운 기준을 의미한다. 바이러스 전문가 네이선 울프(Nathan Wolfe)는 우리 인류가 “바이러스 폭풍의 시대” 즉 “세계화된 전염병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시대”에 이미 진입해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진 이후 다시금 도래할 신종 바이러스성 전염병을 대비하려는 안전에 대한 의식과 열망은 더욱 강해질 것이고 개개인은 더욱 높은 수준의 안전감수성을 추구할 것이다. “코로나19”를 관통하며 제도권으로부터 철저히 배제되고 있는 일개한의사로서의 초라함이 냉정함을 되찾을 무렵 일반인들의 “안전에 대한 기대의식”에 부합할 수 있는 “뉴 노멀” 한의학의 변혁은 어디에서 시작되어야 할까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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