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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미각‧후각 상실 회복기 환자에 향낭 도움 되길”[한의신문=김대영 기자] “그윽한 한약재 향 맡으며 코로나19로 잃어버린 미각과 후각을 되찾으세요!” 대한한의사협회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에서는 미각과 후각을 상실한 코로나19 회복기 환자에게 향낭을 처방하고 있다. 코로나19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특이적으로 회복기에 미각과 후각 상실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자 마침 지난 2일부터 매주 목요일 전화상담센터에 자원해 진료하고 있는 ㈜한의유통 박승택 전무이사(범아박승택한의원장)와 논의해 미각‧후각을 상실한 회복기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향낭을 처방하자는 데 뜻을 모으고 ㈜한의유통에서 향낭을 전량 기탁기로 한 것. 이 향낭은 애엽, 곽향, 박하, 백지, 목향, 창출, 강활, 정향, 천초, 세신 등 정유 성분이 많은 10개의 한약재로 구성됐다. 대륙체질에 맞춰진 중국의 처방을 고스란히 가져오지 않고 반도체질인 우리나라 국민에게 적합한 한약재로 구성을 새롭게 했다. 거실이나 침실 등 주거공간에 놓거나 주머니에 넣고 수시로 향을 맡으면 되는 향낭은 3~6개월 간 사용할 수 있다. 박승택 전무이사는 “지구 온난화로 감염병의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전화상담을 통해 치료제가 없는 신종 감염병 관리에 한의약이 충분히 예방‧치료‧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며 환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전했다. 특히 박 전무이사는 코로나19 확진으로 산후조리를 하지 못한 환자를 진료한 사례를 들며 “한약은 산전‧산후 관리에 뛰어나기 때문에 산후조리에 도움이 되는 맞춤형 처방이 가능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맞춤의학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텔레메디신이 된다면 환자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의료자원을 동원해야 하는 국가적 재난상황에서도 한의사를 배제하려고 하는 것을 보면 양의계의 한의약에 대한 배타성이 너무나 짙다”며 “한의계는 이에대한 대책을 철저하게 세워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혼자서는 힘들기 때문에 높은 도덕성과 사회성으로 무장하고 주변과 함께 성장하는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 박 전무이사의 생각이다. “한의계가 진정성을 갖고 노력하면 국민들이 알아줄 것이고 그러면 양의계가 반대해도 국민이 화답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한의계의 파이는 그렇게 넓혀갈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한의유통은 1997년 대한한의사협회 제2차 임시대의원총회 결의사항으로 정부와 대한한의사협회가 추진하고자 하는 약무정책의 실행 주체가 필요하다는 뜻을 가진 전국의 한의사들이 힘을 모아 1999년 설립됐다. 이후 합리적인 한약재 가격 기준을 제시, 한약재 품질 향상 및 가격 안정에 크게 기여해 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저빈도 한약재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코로나19 확진자, 호흡기 증상보다 ‘사회적 격리’ 불안감 호소[한의신문=민보영 기자] “참여하기 전에는 환자에 대한 걱정이 많았어요. 심적으로 괴로워하는 환자들도 많다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마음이 놓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들의 전화 상담을 위해 한의진료 서울 전화상담센터에 3일째 참여 중인 주병덕 한의사는 22일 전화상담에 나선 후 달라진 확진자에 대한 인식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호흡기, 소화기 증상 외에도 자가 및 시설 등 ‘사회적 격리’에 따른 불안감과 무력감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도 한약이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을 직접 환자들에게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경증의 피로감이나 무력감 등 일상생활의 삶의 질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은 양약과 다른 한약이 가진 장점이기도 하죠.” 그는 경증이나 무증상 뿐만 아니라 후각 상실 등 코로나19 감염자에게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도 한약으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병원에서 입원한 도중이나 퇴원한 후에도 바이러스 검사 결과가 음성과 양성을 오가는 환자분들도 더러 있었어요. 이들 중에는 전화상담센터에서 처방한 청폐배독탕을 복용한 이후부터는 지속적으로 음성 판정을 받은 분도 있었습니다. 후각을 잃었던 환자분들도 한의 처방으로 치료된 걸로 봐서, 한약이 감염증 치료에 여러모로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공보의를 마치고 개원 준비를 하고 있다는 주병덕 한의사는 다음 주에도 참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의사가 코로나19 치료에 참여할 공식 경로가 없는 상황에서, 한의계가 자발적으로 진료할 기회를 만들어냈을 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성과까지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이 지속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요인이 되는 것 같습니다.” -
“온 힘을 다해 환자들에 집중하고 있어”[한의신문=김태호 기자] “코로나19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를 통해 한의학을 홍보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번 기회에 코로나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모영택 한의사는 지난 6일부터 대한한의사협회가 운영하고 있는 ‘코로나19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에 참여해 약 130여 건의 다양한 케이스를 살폈다. 그는 “얼굴, 체형, 색 등을 보고 진찰하는 대면진료가 아니다보니 오히려 환자들이 느끼는 증상들에 좀 더 집중하게 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우려되는 점으로 ‘무증상 감염’을 꼽았다. 지난 19일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 78개 지역에서 5642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으며, 신규 확진자의 45% 이상이 무증상 감염자라고 소개했다. 모영택 한의사 역시 현재까지 진료를 마쳤던 환자들의 증상 등 세부사항들을 포함한 통계가 집계되지 않았지만 무증상 감염자가 꽤 있었고, 이들은 무증상이라는 이유만으로 자가격리 시설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두고 “환자들은 의사의 확고한 진단이나 경과에 대한 답을 얻길 원하고, 도움이 되는 처방을 받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며 “하지만 정작 가벼운 증상이나 무증상 확진자에 한약이 투약돼 효과가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약이라는 이유만으로 반입을 거부하는 격리시설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는 추후 다른 감염병 사태를 대비해서라도 개선돼야 할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국가재난사태를 맞아 의료인을 구분하는 정부의 행태도 비판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전파됐을 당시 그는 대구시청에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의사를 전했지만 한의사를 원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는 지난 2018년 봉사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한의원 문을 닫고, 사단법인 ‘꿈이있는더작은사람들’이라는 단체를 조직해 매년 해외의료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단체의 이런 결정이 더욱 안타깝다고 전했다. 마침 대한한의사협회에서 ‘코로나19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를 개소했고, 이에 지원하게 됐다는 것. 그는 “오래 앉아 있어야 하는 전화상담센터 업무가 조금은 힘이 들지만 이렇게 좋은 아이디어를 내서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있는 협회에 감사하다”며 “한 사람이라도 치료해줄 수 있고, 이런 기회가 마련됐다는 것이 의미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매일같이 이곳을 방문해 노력해주는 동료 원장님들 특히 후배들과 한의대생들이 옆에 있어 든든하다”며 “재난상황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는 한의계의 모습을 보며 한국의 미래 그리고 한의학의 미래도 밝을 것임이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끝으로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끝나는 형국을 보이고 있지만 예방적 거리두기 캠페인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며 “지금부터는 손·발을 깨끗한 상태로 유지하며, 정부지침에 따라 가이드를 잘 준수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
코로나19 한의치료 받은 환자들 만족도 매우 높아[한의신문=김태호 기자] 국립중앙의료원 소속 한의사들이 지난 6일부터 ‘코로나19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은 대한한의사협회가 보낸 지원 요청 공문에 환영의 뜻을 내비치며, 코로나19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4월 13일부터 17일까지 봉사활동에 참여한 국립중앙의료원 소속 이도은 한의사는 환자와의 통화 끝에 “한약으로 치료해 줘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의 업무 대부분은 차트내용에 누락된 부분의 유무를 검수하고,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에 자원봉사를 자청한 원장님들이 프로그램을 원활히 사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해주는 역할이다. 이와 함께 환자들의 증상들을 파악해 한의학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이 한의사는 최근 정서적 불안으로 인한 피로감이나 식욕부진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그램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현재 경희대 한방신경정신과에서 ‘한의사 마음 건강법 지도’ 매뉴얼을 통해 불안, 우울, 공포, 분노 등 심리적 문제 및 통증, 소화장애, 불면 등의 연관된 신체적 증상 관리를 위한 지도지침을 만들었다”며 “환자 분들이 겪는 심신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기 위해 지도지침 영상을 일괄 전송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그는 “어떠한 치료약도 없는 이 시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양방에서 무증상으로 분류하는 식욕부진, 피로감 등과 관련해 한의치료를 받은 환자 분들이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많은 분들이 한의치료를 접하고 경험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협회차원에서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를 마련해준 것에 대해 “한의사들이 집단적으로 긍정적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줘 감사하고, 감동받았다”며 “한방신경정신과 전공의로서 추후 적극적인 한의정신과적 개입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국가재난상황에서 환자들의 회복을 위한 적절한 의료지원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미래의 한의사, 한의대 학생들 덕분에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 학생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
“한·양방 구분 없이 힘 합쳐 국가적 재난사태 극복해야”[한의신문=민보영 기자] “대한한의사협회가 거래처여서 기부한 것만은 아니었어요. 전에는 거의 없던 에어캡(일명 뽁뽁이) 주문이 계속 많아지기에 그 이유가 궁금했어요.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에게 무료로 지원하는 한약을 포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작은 도움이라도 드렸으면 좋겠더라고요. 어려울 땐 서로 도와야죠.” 서울 강서구 소재 사무용품업체 ‘드림디포’ 발산역점 김정숙 대표가 대한한의사협회에 에어캡 50롤을 기부하며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한의사들에게 힘을 더했다. 평소 오래 서 있어 다리가 자주 붓고 출산 이후 허리에 통증을 느낄 때마다 한의원을 찾는다는 김 대표. 그는 최근 일이 늦게 끝나고 식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해 담적병 진단을 받았단다. 하지만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나면 부작용도 없고 항상 개운한 느낌이 든다고. 그는 감염병 치료에서도 한방과 양방을 구분하기보다 더 나은 치료를 위해 협업하는 길이 지금 상황을 조속히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의학이나 의학이나 모두 사람 살리는 학문 아닌가요? 파급력이 과거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보다 크다고 하는데 어떤 분야가 더 좋고 나쁘다고 할 것이 아니라 머리를 맞대 더 좋은 치료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길인 것 같아요.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마스크를 쓰는 삶을 상상만 해도 안쓰럽잖아요.” 김 대표는 코로나19 확진자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한의 진료에 나서준 한의사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하며 자신도 기회가 된다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힘을 보탤 것을 약속했다. -
“코로나19 확진자들 진료...공부하는 기회 돼”[한의신문=민보영 기자] “감염병의 특성 중 하나가 갑자기 발병해서 빠르게 확산되는 점 입니다. 이런 시기에는 바이러스를 파악하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신속하게 치료제를 개발하기도 어렵죠. 한의학은 ‘변증(辨證)’으로 한약을 처방하기 때문에 기운을 돋우는 측면에서도 도움이 됩니다.” 한의진료 서울 전화상담센터에 일주일 째 참여 중인 강시은 한의사는 1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한의학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하면서 한약이 코로나19에 따른 가벼운 증상뿐만 아니라 양약으로 호전되지 않던 증상까지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병원에 입원해 양약을 복용해도 낫지 않던 증상이 한약을 복용한 후 호전됐다는 환자를 여럿 접한 이후다. “실제로 병원에서 청폐배독탕을 복용한 후 이렇게 빨리 나을 수 있냐고 되묻던 환자도 있었어요. 재진 환자가 요즘 많기도 하지만, 회복기가 아니어도 한약이 유효하다는 증거입니다.” 현재 직장을 쉬고 있는 강시은 한의사는 지난달 개인 일정으로 대구 전화상담센터에 참여하지 못해 아쉬워하다 서울 전화상담센터가 열려 흔쾌히 지원하게 됐다. 대한한의사협회에서 지원하는 숙소에 머물면서 19일까지 봉사에 나선다. “의료인이 나서야 할 국가적 비상사태인데, 한의사의 참여가 막혀 있어서 비의료인의 시각으로 코로나19 환자를 대할 수밖에 없어 아쉬웠어요. 하지만 이렇게 전화상으로라도 직접 목소리를 들으며 진료하니 공부도 많이 되고, 환자 분에게 또 한약이 큰 효과가 있다니 보람도 정말 많이 느낍니다.”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13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한의계의 코로나19 대응에 “감사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코로나19 대응에서 직역간 협업할 수 있도록 논의 기회를 갖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강시은 한의사는 한의사들의 노력이 정부 관계자들의 인식을 바꾸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대본의 발표는 고무적이었어요. 환자 분들께 직접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고 실제로도 한의약 효과가 좋음에도 불구하고 한의사협회 차원에서 맨땅에 헤딩하듯 회원과 외부 기관의 기부로 바닥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거든요. 그래도 지금 하고 있는 자원봉사자 여러분들의 모든 노력이 감염병 방역 및 진료 업무에 대해 한의계의 제도 진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
[ISSUE Briefing] 중의약의 적극적인 코로나19 치료 참여로 중서의결합 의료체계를 견고히 하는 중국■ 대한한의사협회 한의학정책연구원 유설희 선임연구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되어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고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2020년 4월 현재까지 뚜렷한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상태에서 선진 의료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 받던 여러 나라들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19 사태의 전후로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흐름이 새롭게 바뀌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중국은 2003년 SARS 사태에서부터 중의약을 활용하면서 치료단계에서의 중의약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지속적인 연구 투자로 중서의결합 방역의료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방역 치료 단계에서의 중국의 중의약 활용 현황을 살펴보고, 감염병 진료체계에서의 한국의 한의학의 역할과 방향에 대해 모색해 보고자 한다. 감염병과 싸우며 발전해온 중의학의 역사 중국중의연구원이 출판한 《중국역병사감(中国疫病史鉴)》에 따르면 서한시대부터 청나라 말기까지 중국은 최소 321차례의 대형 전염병을 경험하였다. 중국의 거의 모든 왕조가 큰 전염병을 앓아왔고, 전염병의 창궐은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갔다. 그러나 전염병과의 전쟁은 장중경의 《상한잡병론(傷寒雜病論)》을 탄생시켰고, 금원시대《비위론(脾胃论)》을 만들었으며, 청대에는 이러한 이론을 기반으로 온병학설(溫病學說)을 구축하며 중의전염병학을 발전시켰다. 이때에 만들어진 처방은 현재까지도 여러 처방의 기초를 이루고 있으며, 한국 한의학과 학문적 흐름을 공유해왔다. SARS와 신종 인플루엔자 치료로 가능성을 증명하다1) 현대 중국에서도 전염병 치료체계에서 중의의 참여는 쉽지 않았다. 2003년 SARS의 발병 초기 때만해도 중의약은 단순히 예방을 위한 보조 방안으로만 활용되었으나 SARS가 처음 발생했던 광둥성이 최초로 중서의결합치료를 도입하여 효과를 보기 시작하면서 기타 지역 역시 점차 중의약을 활용한 치료가 늘기 시작했다. SARS의 중국내 확진자는 5,327례로 전 세계의 60%를 차지하였으나, SARS로 인한 사망률은 7%로 전세계의 사망률 11% 보다 현격히 낮았다. 게다가 중의약 치료 활용이 가장 빨랐던 광둥성의 사망률이 4% 이하로 집계되면서, 광둥성의 낮은 사망률은 중의약의 빠른 치료 개입이 주요 원인이 된다고 보고 있다2). 뿐만 아니라 SARS 유행 기간 개발된 연화청온(连花清瘟)이 항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음이 증명되면서 중국의 대표적인 SARS 치료제 중 하나로 소개 되었고, 2004년 8월 《중화인민공화국 전염병 예방치료법(中华人民共和国传染病防治法)》 등 관련법 규정에 중의가 추가되어3), 급성중증연구 범위에 포함되면서 감염병에 대한 중의학 활용이 더욱 적극적으로 연구가 진행되었다. 2009년 발병한 신종 인플루엔자A(H1N1)에서도 금화청감과립(金花清感颗粒)이 널리 쓰이면서 전염병 치료에 중의약이 적극 활용되었고, 중국인들에게도 전염병에 중의약을 활용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적극적인 중서의결합체제4) 중의약의 치료 개입은 2019년 12월에 발병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대응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중국 정부의 ‘중서의병중(中西医并重 : 중의와 서의를 함께 중시한다)’ 방침 아래, 1월 21일, 처음으로 국가급 중의전문가 8명이 전국의료치료전문가팀에 소속되어 우한으로 파견되었다. 이들은 의과 의사들과 함께 우한에서 직접 확진자를 진료하고, 이를 통해 중의진료방안을 수립하여5) 2020년 1월 23일 발표한 《코로나19 진료방안 3판》에 수록하였다. 이후, 중의 전문가들이 실제로 진료 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임상정보를 반영해 진료방안을 수정해왔고, 현재 7판까지 나온 중국의 ‘코로나19’ 진료방안은 그동안 축적된 임상 정보를 토대로 중의약 임상표현과 처방을 추가하여 더욱 실용적이고 세분화된 지침으로 만들어졌다. 국가급 중의사를 필두로 우한 지역 전방에 배치되는 중의의료팀 중서의결합 정책 아래 중국 정부는 중의의료인력을 코로나 치료 전방에 배치시켰다. 3월 23일 국무원 발표에 의하면 중국 정부는 신종코로나 발병 이후 전국에서 총 4,900여명의 중의인력을 우한지역에 파견시켰다6) 7). 특히 전국 97개의 중의의료기관의 중의사, 중서의결합의사 등으로 구성된 중의의료팀의 활약이 눈에 띈다. 1월 25일 처음으로 파견된 1차 중의의료팀이 금은담병원(金银潭医院)의 중증환자 병동에 투입된 이래, 약 800여명의 중의 전문가들이 총 다섯 차례 중의의료팀을 구성해 우한지역 전역에서 코로나 치료에 참여하였다. 또한 코로나 집중치료를 위해 우한지역에 설치한 16개의 방창병원 중 한 곳인 강하방창병원(江夏方舱医院)은 중의 위주의 특화병원으로 치료의 전 과정을 중의위주로 진행하였고, 강하병원에 입원한 환자들 중에는 단 한명도 중증으로 악화되지 않아 공공보건사업에서의 중의약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8). 중의약 활용 현황 3월 23일 국무원판공실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코로나 19 확진자 중 74,187명인 91.5%가 중의약 서비스를 받았다.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후베이성에서도 확진자의 90% 이상인 6만449명이 중의약을 사용했다. 임상효과율 역시 90%이상으로 중의약이 코로나19 경증환자와 일반 환자의 중증도 이행률 및 사망률을 낮추고, 회복기 재활에도 도움을 줄 수 있어, 중약의 조기개입과 재활단계에서의 효과가 강조되고 있다. 코로나 19 중의의료진의에 참여하고 있는 중국공정원 원사 장보리(张伯礼) 교수는 강서방창병원의 예를 들며 중의약 위주의 중서의결합 치료 후 564명의 환자 중 경증에서 중증으로 악화된 케이스는 한 차례도 없었으며, 이후 다른 방창병원에도 중의약 치료를 처치했을 때 중증 발생율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임상경험을 축적하여 개발한 새로운 처방과 효과 중국정부가 발표한 진료 방안에 따라 각 지방정부는 지역의 특징과 기후를 고려한 진료방안을 발표하였다. 대부분의 처방은 청열약(清热药), 화담지객평천약(化痰止咳平喘药) 위주의 약물로 구성되어 있는데9) 가장 대표적인 방약은 청폐배독탕(清肺排毒汤)이다. 청폐배독탕은 중앙정부의 진료방안에 수록되어 중국 28개의 성(및 시, 구)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3월 23일까지 후베이성 지역 외의 10개의 성 66개의 지정병원에서 1,265례의 확진 환자에게 사용되었다. 청폐배독탕을 사용한 환자 중 증상이 악화된 사례는 없었고, 완치되어 퇴원한 이후에도 간과 신장의 손상에 대한 보고도 없었다. 2월 21일 국무원은 청폐배독탕을 포함해 임상 관찰을 통해 효과가 우수한 중의약 약물 6가지를 ‘3약 3방10) ’으로 선정해 발표하고, 앞으로도 적극적인 연구를 통해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을 수행할 것을 발표했다. 특히 3월 18일, 3약 3방 중 하나인 화습패독방을 기초하여 만든 화습패독과립의 3기 임상시험허가 승인은 주목할만 하다. 이는 같은 시기 임상시험 허가를 받은 항바이러스 약물 렘데시비르(瑞德西韦, emdesivir), 아비간(法匹拉韦, Avigan)과 달리 중국에 지적재산권이 있는 유일한 중약으로 정부에서도 기대하는 바가 크다12) . 적극적인 참여로 결과를 만들어 내는 중의학 코로나19 치료업무에서 중국의 중의약은 정부의 지원 아래 의과와 동일한 의료인의 자격으로 코로나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중의약은 정부 신뢰를 바탕으로 중의약만의 특색을 찾아 긍정적인 결과를 산출하고 있으며, 치료효과 입증을 통해 전염병치료체계에 중서의결합시스템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또한 자신들이 만들어 낸 성과를 홍보하며 해외에 중의약의 효과성을 알리는데 기여하고 있다. 중국의 중서의결합모델이 한국의 한의학과 의과의 발전 방향에 좋은 모델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1) 신화망(新华网). 重识中医急症治疗. 2020.4.3.http://www.satcm.gov.cn/xinxifabu/meitibaodao/2020-04-01/14413.html 2) 邓铁涛. (2004). 治疗SARS:中医药无可取代. 科技中国.http://www.doc88.com/p-9069396810486.html 3) 중화인민공화국 중앙인민정부 홈페이지. (2004). 中华人民共和国传染病防治法(修订).http://www.gov.cn/banshi/2005-08/01/content_19023.htm 4) 천진중의약대학 신문망. (2020.3.27.). 【特别报道】中西医结合:最优化的抗疫中国方案.http://news13.tjutcm.edu.cn/info/1520/15181.htm 5) 국가중의약관리국.(2020.1.27). 우한 전염병 통제 일선 업무에 국가 중의의료 응급처치전문가팀 투입(国家中医医疗救治专家组专家投入武汉疫情防控一线工作) http://bgs.satcm.gov.cn/gongzuodongtai/2020-01-27/12573.html 6) 국가중의약관리국. (2020.3.24.). 超九成患者使用中医药治疗.http://www.satcm.gov.cn/xinxifabu/meitibaodao/2020-03-24/14229.html 7) 중공중앙기율조사위원회. (2020.3.29.). 战“疫”中, 中医药贡献了哪些中国智慧. 8) 중국일보 중문망. (2020.3.31.). 刘清泉解读全中医方舱医院. http://ex.chinadaily.com.cn/exchange/partners/82/rss/ channel/cn/columns/h72une/stories/WS5e836d0da3107bb6b57a9f26.html 9) 任伟钰, 苏敬, 刘永琦, 侯雯倩, 郑宜, 魏本君, 靳晓杰, 张利英, 张志明, 刘东玲, 宁艳梅. (2020) 全国各省区中医药治疗新型冠状病毒肺炎(COVID-19)的诊疗方案分析. Chinese Traditional and Herbal Drugs 51(5). pp. 1139-1146. 10) 3약(三药)은 금화청감과립(金花清感颗粒), 연화청온캡슐(莲花清瘟胶囊), 3방(三方)은 청폐배독탕(清肺排毒汤), 화습패독방(化湿败毒方), 선폐폐독방(宣肺败毒方) 11) 과기일보. (2020.2.21.). “三药三方案”进展如何?自限性疾病意味着什么?新冠肺炎科研攻关的最新消息来了. https://xw.qq.com/cmsid/20200221A0CJA800?f=newdc 12) 국가중의약관리국. (2020.3.21.). 化湿败毒颗粒获防治新冠肺炎临床批件,中医药抗疫集体智慧被认可.http://www.satcm.gov.cn/xinxifabu/meitibaodao/2020-03-21/14128.html -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 (180)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許燕 先生(1921∼1995)은 충남 당진에서 출생, 1956년에 한의사면허를 취득하고 서울 왕십리에 제원한의원을 개원하여 한의사로 활동했다. 그는 재경충남한의사회를 모태로 1970년 ‘화요한의학회’를 구성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하여 훗날 ‘청구한의학회’라고 이름을 바꿔가면서 사상의학을 연구하였다. 현재 이 학회는 ‘체형사상의학회’라고 이름을 바꾸어 그의 아들 허만회에 의해 계승되어 학회의 임상경험집과 학회지를 통해 연구되고 있다. 1973년 제3회 世界鍼灸學術大會가 서울에서 열렸을 때 許燕 先生은 「口眼喎斜의 臨床實驗的 鍼治療」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다. 이 논문을 통해 그는 口眼喎斜의 원인, 증상, 침치료법을 아래와 같이 발표하고 있다. 아래에 그 내용을 정리하여 소개한다. ○원인: 외상이나 이비인후과 질환에 의한 증후로 발생하는 수가 있고, 속발성으로 류마치스성이나 혈관장애로 오는 수가 있다. 원인불명으로 삼차신경이나 안면의 자율신경 마비로도 올 수 있다. 여름철에 차거운 돌에 대거나 한쪽 안면에 선풍기나 에어콘의 찬바람을 수면 중 쪼여 잠을 깨어 구안와사가 발생함을 자주 본다. ○증상: 안면에 약한 경련이나 마비감을 느끼면서 입과 눈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점차로 심한 안면경련이 수반되며 눈물이 흐른다. 입안에 있는 음식을 씹을 때에 음식물이 입밖으로 유출되며 평소에 침이 흐르며 말을 할 때나 웃을 때에는 완전히 입이 한쪽으로 쭈그러진다. 미각장애와 이명도 나타난다. ○침 치료법: 1일 1회 오전 중에 행하며 老衰虛弱者는 격일시침하는 것이 좋다. 와사측의 반대혈을 사용하여 많은 효과를 보았다. 먼저 補法으로 合谷穴을 施鍼五分(16㎜) 刺入한 후에 30분간 留鍼하고 다음 瀉法으로서 曲池穴 五分(16㎜), 地倉, 頰車穴은 相互鍼尖이 相合되도록 하여 강자극을 주며, 耳門穴 一分(3㎜), 風池 五分∼七分(16㎜∼23㎜)을 각각 10분간 留鍼한다. 특히 地倉, 頰車는 3분간격으로 강자극함을 잊어서는 안된다. 補法은 鍼尖이 상방향으로 45° 경사지게 직접 소정의 깊이까지 刺入한 뒤 鍼頭를 拇指前進하면서 9번 회전하고 곧 拇指를 후퇴 6번 회전시키는 것이다. 瀉法은 위의 補法에 반대로 鍼尖은 하방향 拇指後退 9번, 前進 6번 회전을 가급적 3회 내외로 실시하는 것이다. ○침의 종류: 금제와 스테인레스로 만든 호침을 사용한다. 금제침 직경 1㎜, 스테인레스 제침은 직경 0.6㎜ 이내의 침을 사용한다. ○임상성적: 구안와사 35건 중에 90%의 완치율로서 별병시일이 짧은 환자는 속효를 보였다. 35건 중 치료가 되지 않은 3건은 발별일이 오래 되었으며 또 다른 질병으로 인하거나 몹시 쇠약한 이유로 치료가 되지 않았다. ○결론: 이상으로 사용한 모든 鍼穴은 경락학적으로 보면 모두 陽經所屬의 經穴이며 안면을 두루 통과한 經絡이므로 大腸經의 原穴인 合谷에 刺鍼은 補로써 마비된 신경 및 근육에 氣를 조절하며 아울러 合穴인 曲池穴의 조절로써 균형을 이루며 기타 胃經의 地倉과 頰車, 三焦經의 耳門, 膽經의 風池穴 등에 刺戟은 와사의 반대측 안면의 모든 신경마비나 근이완을 흥분 또는 수축하게 하여 균형을 이루도록 하여 와사는 정상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
“한국 한의학 문화콘텐츠를 대표하는 치료법으로 자리매김할 것”본란에서는 최근 대한한의학회의 회원학회로 인준된 3개 학회 중 사암침법회의 학술적 성과와 특징, 향후 활동 계획을 싣는다. “사암침법을 주도적으로 연구하고 계승, 발전하는 대표 학회가 되고 싶습니다. 또 사암침법 연구자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해 사암침법이 다양한 방면으로 연구, 교육, 홍보되길 바랍니다.” 대한한의학회 회원 학회로 승인받은 사암침법학회(회장 이정환). 이 회장은 지난 13일 회원 학회로서 향후 △사암침법의 원전 의사학적 고찰 △다양한 사암침법 이론 및 응용현황을 고찰하고 정리 △국내외의 다양한 침구이론을 고찰하여 사암침법과 비교 △전문분야에 대한 사암침법 이론 고찰과 새로운 연구 및 임상응용 방향 제시 △다양한 임상실험과 임상례를 통한 사암침법의 효과 검증 △한의대학생과 한의사에 대한 사암침법의 교육 등의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8년 3월 대한한의학회 예비회원학회로 등록한 사암침법학회는 같은 해 ‘금오 김홍경의 의학사상과 사암침법’, 이듬해 ‘사암침법의 문헌고찰과 임상응용’ 등 학술대회를 통해 임상에서 사용되는 사암침법 견해를 수렴했다. 사암침법연구회에서 주관하던 ‘사암도인 침술원리 40인 강좌’도 한의대 대학생을 대상으로 4차례 진행했고, 사암침법의 선행연구 축적을 목표로 발간 중인 사암침법학회지를 발간하는 등 사암침법의 발전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 오고 있다. 조선조 광해군 시절 사암도인이 남김 사암침법은 한국 고유의 침법으로 손끝에서 팔꿈치 아래의 혈과, 무릎 아래에서 발가락까지의 혈만을 이용해 경락을 조절하고 치료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환자 입장에선 엉뚱한 곳에 침을 놓은 것처럼 보이더라도 침을 받은 이후엔 환부 통증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치료 부위의 경락에서 혈을 선택해 기운을 덜거나 보태는 ‘자경보사(自經補瀉)’, 해당 경락 외의 혈을 선택하는 ‘타경보사(他經補瀉)’의 원리에 입각했다. 사암침법학회의 전신은 1984년 결성돼 40년 가까이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사암한방의료봉사단의 사암침법연구회다. 임상과 의료 봉사를 목적으로 하는 사암한방의료봉사단은 현재 한의계에서 유일하게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비영리 민간단체다. 이 회장은 학회 설립 계기에 대해 “많은 한의사들이 뛰어난 효과로 사암침법을 이용하고 있는데도 그 연구는 전문적이거나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며 “국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방식의 사암침법을 통합, 연구해 다양한 방식의 사암 침법과 임상례를 접하게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마지막으로 사암침법의 가치에 대해 “현재 의료보험 적용을 받고 있는 사암침법이 주역·불교·유학 등의 동양사상과 정신이나 피부과·암성통증 같은 전문분야와 매선·약침·감정자유기법 등과 같은 의료기술과 접목되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 한의사회와 독일 의사협회의 요청으로 사암침법 교육을 기획하고 있는 만큼, 사암침법이 한의학 문화콘텐츠를 대표하는 치료법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
고전에서 느껴보는 醫藥文化 22안상우 박사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결모거별집』 3권의 만다라화 등에 약명변증 주석 달아 번초는 고추, 한중일 3국 모두 전래와 변증에 설왕설래 담바고(淡把姑)는 ‘淡芭菰, 淡婆姑’ 등 여러 가지로 표기 대자연의 초목이 애초부터 악마의 성질을 타고나진 않아 전호에 이어 일본판 신교정『본초강목』에 나온 본초 얘기를 좀 더 나눠보기로 한다. 『결모거별집(結髦居別集)』3권에 등장하는 만다라화는 불경인 『법화경(法華經)』에서 부처가 설법할 때, 하늘에서 이 꽃이 비처럼 뿌려졌다고 해서 신성시하는 꽃이고 도가에서도 북두칠성 가운데 다라성(陀羅星)이 있어 사자가 이 꽃을 손으로 잡고 인도하므로 후대 사람들이 이 때문에 이름을 화만다라라고 불렀다고 한다. 하지만 이 꽃에는 독성이 있어 옛날에도 이 꽃을 따서 술을 담가 마시면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춤을 추게 된다고 하였다. 편저자인 이노우 쟈쿠스이(稻生若水, 1655~1715)는 문헌에 기재된 이 문구를 실증해 보려고 직접 술을 담가 자신이 스스로 맛을 보고 다른 사람에게도 먹여 보았더니 웃는 사람도 있고 춤을 추는 사람도 있어 눈앞에서 징험하게 되었다고 적혀 있다. 또 이 꽃과 화마자(火麻子, 대마로 여겨짐)꽃을 그늘에서 말려 같은 분량으로 가루 장만하여 뜨겁게 덥힌 술에 타서 마시게 하면 잠시 뒤에 취한 것처럼 어질어질해지면서 종기의 창종을 칼로 째고 상처에 뜸쑥 불을 지펴도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고 적었다. 마취 용도로 사용한 셈인데, 전설의 명의 화타가 외과수술을 할 때 사용했다는 마비산(麻沸散)에도 이런 약재가 들어갔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 이 꽃 이름 아래 저자가 남긴 약명변증 주석에 여러 가지 이명(異名)과 함께 속명(俗名)에 ‘朝鮮挨索客和’(アサカヲ, 아사가오)라고 한다고 적혀 있는데, 조선과 무슨 관련이 있어 이런 이름으로 불렸는지 모르겠다. 후대 문헌을 참고해 보니 일본에서는 이것의 원식물이 조선에서 건너온 것으로 여겨 이런 이름(‘조선조안朝鮮朝顔’)이 붙여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꽃은 남아시아 원산으로 마취제 통선산(通仙散)의 주원료이자 한때 일본에서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켰던 옴진리교애서 신도들을 세뇌시키거나 자백 받을 때 사용했다고 하여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번초(番椒)는 알다시피 고추를 말하는데, 『본초강목』에 신온무독(辛溫無毒)하다고 하였으며, 서광계(徐光啟)의 『농정전서(農政全書)』에서는 진초(秦椒)라고도 불리는데, 흰 꽃과 씨가 필두채(筆頭菜)와 비슷하며, 색깔이 빨갛고 선명하여 관상할 만한데, 맛은 몹시 맵다고 하였다. 하지만 저자는 본초에 진초(秦椒)가 별도로 나오는데 이와는 다르다고 의심을 품었다. 한중일 3국에서 모두 고추의 전래와 변증에 관해서는 아직도 명료한 해답을 얻지 못하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담바고(淡把姑)는 ‘淡芭菰, 淡婆姑’ 등 여러 가지 표기로 쓰이며, 일명 연초(煙草), 반혼초(返魂草), 상사초(相思草), 담불귀(擔不歸), 연화(煙花)라 불리지만 모두 담배를 지칭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조선 사람들의 얘기가 인용되어 있다. 조선인들이 이 담배를 ‘녹남초(綠南草)’ 또는 ‘남령초(南靈草)’라고 부르며, 이수광(李睟光 , 1563~1628)이 지은 『지봉유설(芝峯類說)』을 살펴보니 “담바고 풀은 또한 이름을 남령초라고도 부르니 근년에 왜국으로부터 처음 들여온 것이다. 잎을 따서 땡볕에 포간(暴乾)해 두었다가 불을 붙여 사른다. 아픈 사람이 대나무통(竹筒)을 사용하여 그 연기를 빨아드렸다가 한 바퀴 돌리고 나서 내뿜으면, 연기가 콧구멍으로 나오게 된다. 담과 습을 제거하고 하기(下氣)시키는데 가장 좋다. 또한 술로 인한 숙취를 깨게 하는데, 요즘 사람들이 많이 심는다. 담배를 약으로 쓰는 방법이 썩 효과가 있는 듯하다. 그러나 함부로 시험할 일은 아니다.”라고 하였다. 혹자가 전하기를 남령국(南靈國)에 담파고(淡婆姑)라는 여인이 살고 있었는데, 담증(痰症)을 오랫동안 앓다가 이 약초를 먹고 나서 나았기에 이런 이름이 붙게 된 것이라고 하였다는 말까지 덧붙여 놓았다. 일본의 본초학자가 구태여 조선의 실학자가 한 말까지 덧붙여 놓은 것을 보니, 당대 일본에서도 담배가 어디로부터 유래되었는지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듯싶다. 아무튼 『본초강목』을 비롯하여 명대 이전 동아시아지역에서 담배는 일찍이 본적이 없는 매우 생소한 외국 약초였음에 틀림이 없다. 순조때 장혼(張混, 1759~1828)이 아동교육 교재로 펴낸 『아희원람(兒戱原覽)』이란 책에도 담배에 대한 언급이 등장하는데 “(남령초)는 요즘 들어 연다(烟茶)라고 불리며, 왜국에서 나왔다. 혹자는 남만으로부터 전해졌다고 한다.”고 했으니 이미 차처럼 누구나 즐겼던 기호품으로 인식한 것이다. 그것이 애초에 외래종인지라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과정을 거쳤겠지만 그중에는 그 효능을 빗대어 가래를 없애준다는 의미에서 아예 ‘담파고(痰破膏)’라는 약명으로도 불렸다고 한다. 만다라화는 부처님의 나라 인도에서는 불성을 상징할 정도로 아름답고 신성한 꽃이었으며, 중세에는 술로 담가 마시면 천상의 낙원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기쁨을 주는 약초로 생각했다. 하지만 점차 그 독성이 알려지자, 사교집단에서 신도들을 농락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었기에 세상을 어지럽히는 독초(우리말 이름 흰독말풀)로 여겨졌다. 그런 탓인지 서양에서 부르는 이름도 그 꽃의 형상이 나팔을 닮았다 하여 ‘Angel's Trumpet’이란 이름이 붙여졌지만, 그 독성 때문에 ‘Devil’s Trumpet’이란 별칭도 함께 가지고 있다. 고추 역시 처음 본 사람들은 몹시 매운 맛과 향 때문에 당혹스럽게 여겼을 것이며, 한때 전투에서 공성전(攻城戰)을 벌일 때 불을 붙여 적진에 투척하여 최루탄 용도로 사용할 정도로 이것을 처음 맛본 인간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속을 덥히고 땀을 나게 해주는 온중발한제로 사용했으며, 급기야 강력하고 신랄한 맛을 이용해 오랫동안 식품을 저장할 수 있게 해주고 식욕을 촉진시켜 주는 자연방부제이자 한민족의 식생활을 대표하는 양념의 대명사로 떠오르게 되었다. 담배 역시 조선 중기 임진왜란을 전후로 도입된 것으로 보이는데, 남해 바다 넘어 아득하고 신비한 여인의 설화까지 덧씌워져 구름오양의 담배 연기를 들여 마시면서 몽환적인 기분에 빠질 수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 처음 조선에 들어와서는 매캐한 담배 연기보다는 돈을 들여 담배 잎을 사고 그것을 태우느라 세월을 허송하는 탓에 지식인의 비판 대상이 되기도 하였지만 점차 임금으로부터 동네 아이까지 너나할 것 없이 즐기는 기호품이 되었다. 이 땅에서 어언 4백년 이상 애호 받은 이 약초가 이젠 폐암을 유발하고 공중환경을 오염시키는 갖가지 공해의 주역으로 천덕꾸러기가 되고 말았다. 본디 대자연의 초목이 애초부터 신성이나 악마의 성질을 타고 태어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람이 얼마나 자세히 살피고 어떻게 현명하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목숨을 살리는 약초도 되고 사람을 죽이는 독초도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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