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지역의료 붕괴 해법은 단순 의사 수 확대가 아니라 의료인력 배치체계를 국가 차원에서 재설계하는 데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처장 이관후)는 △한국형 의사 편재 지수(K-PUD) 기반 지역별 의대·전공의 정원 배분 △수가·주거·교육 지원 연계 △지역의사 패키지 인센티브 △환자·의사 동시 배분체계 구축 등 구조개편 방향을 제시했다.
국회입법조사처 김은정 입법조사관(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은 최근 ‘지방에는 왜 의사가 없을까’를 주제로 한 현안분석 보고서를 통해 외국 의사인력 지역배치 정책을 분석하고 국내 적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김은정 조사관은 수도권·대형병원 중심으로 고착된 의료전달체계 속에서 지방 필수의료 공백이 심화되고 있다며 단순한 의대 정원 확대를 넘어 지역 배치와 전달체계, 공공의료를 함께 고려한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공보의까지 급감…지역 필수의료 유지체계 붕괴
현재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상급종합병원과 대형 수련병원이 수도권·광역시에 집중되면서 의사와 전공의 역시 특정 지역에 편중되는 구조를 보이는 반면 농어촌·중소도시는 분만·응급·소아진료 등 필수의료 유지에 필요한 최소 인력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 활동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6~2.7명 수준으로 OECD 평균(3.7~3.8명)보다 낮고, 서울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4.67명에 달하는 반면 일부 비수도권 지역은 2.5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지역 편차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지역 공공의료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공중보건의사 제도 역시 한계에 직면했다. 2026년 신규 의과 공중보건의사 편입 인원은 98명으로 복무만료 예정자 450명의 22% 수준에 그쳐 지역 보건소·보건지소의 의료 공백 우려도 커지고 있다.

■ 대만 IDS 모델 주목…‘의사 배치’ 넘어 지역의료 생태계 구축
의료이원화 체계 국가인 대만의 경우 통합전달체계(Integrated Delivery System·IDS)를 통해 단순히 의사를 지방에 배치하는 방식이 아닌 지역 단위 통합 네트워크 중심으로 취약지 의료를 유지하고 있다.
대만은 단일 공보험 체계인 전민건강보험(NHI)을 기반으로 산간·도서지역 주민들에게 외래·입원·응급·이송·원격진료 서비스를 패키지 형태로 제공한다. IDS 참여 의료기관과 의료진에게는 운영비·사업비 보조와 보너스를 제공하고, 환자에게도 외래·재가진료 본인부담 경감 혜택을 부여한다. 동시에 원격진료·헬기이송·방문진료 비용까지 국가가 지원해 취약지 의료 제공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도록 설계했다.
또 특정 지역·전문과 의사 양성을 위해 장학금·등록금 지원과 장기 의무복무를 연계하고, 섬·오지 병원 운영비와 원격의료 인프라 투자까지 결합해 지역의료 생태계 자체를 유지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 “의무복무만으론 한계…경력·수가 연계 없는 지역의사제”
우리나라 역시 최근 ‘지역의사의 양성법률’ 제정을 통해 지역의사제 도입에 나섰지만 현재 제도가 교육·의무복무·경력경로를 유기적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 제도는 비수도권 의대 정원의 일정 비율을 지역의사 전형으로 선발하고, 등록금·주거비 등을 지원하는 대신 졸업 후 10년간 지정 지역에서 복무하도록 설계돼 있다.
김 조사관은 “일본의 ‘지역쿼터제’와 유사한 방식이지만 일본처럼 지역별 의사 부족 정도를 계량화하는 체계적 지표나 전문의 자격과 연계된 강한 페널티 구조는 아직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추진 중인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역시 월 400만원 수준의 수당과 일부 정주지원에 의존하는 구조여서 장기적 경력 설계와의 연계성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지역수가·공공정책수가 역시 개별 행위 가산 수준에 머물러 의사 개인이 지방 근무를 선택할 만큼의 구조적 유인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의대정원·수가·주거지원 연계…“‘지역의사 패키지’ 필요”
김 조사관은 “‘의사가 지방에 가지 않으려 한다’는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지방 중소병원과 농어촌 의료기관은 당직·업무강도·의료사고 부담·낮은 수가·지원인력 부족·경력 단절 위험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지방 근무 자체가 경력 리스크로 인식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김 조사관은 △한국형 의사 편재 지수(K-PUD) 도입 △의료취약지 법정 지정 △전공의·의대 정원의 체계적 지역 배분 △지역의사 장기배치 트랙 구축 △환자·의사 동시 배분체계 구축 등을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시·군·구 단위 K-PUD를 기반으로 의사 부족 정도를 데이터화하고 이를 토대로 의대·전공의 정원과 수가·주거·교육 지원을 연계 배분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지역 필수·만성질환 진료 수행기관에는 ‘지역의사 패키지 인센티브(인건비·필수과 수가)’ △상급병원은 중증·고난도 진료 중심으로 기능을 재조정하는 ‘환자·의사 동시 배분 시스템’을 병행하는 방안도 제안한 데 이어 이를 ‘지역의사의 양성법’, ‘공공보건의료법’, ‘보건의료인력지원법’ 등 국가 보건의료인력 계획과 연계한 중장기 전략으로 제도화할 것을 강조했다.
한편 대한한의사협회도 의료취약지 문제의 핵심을 단순 인력 부족이 아닌 현장에서 즉시 진료 가능한 일차의료 인력의 부재에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의과 공보의 감소로 무의(無醫) 지역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지역주민 진료 경험과 공공보건 현장 이해도를 갖춘 공중보건한의사를 즉시 활용 가능한 의료자원으로 제시했다.
한의협은 “일정 교육과 제도 보완을 통해 한의과 공보의에게 일정 범위의 일차의료 역할을 부여해 별도의 대규모 추경 예산이나 신규 채용 없이도 의료취약지 공백을 빠르게 메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의 시니어의사 확대 등 단기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현장에 이미 배치돼 있는 한의과 공보의를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