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대한동의방약학회(회장 이원행)는 10일 은행회관빌딩 국제회의실에서 ‘온병(溫病)의 날: 두 거장 薛生白·趙紹琴’을 주제로 2026년 대한동의방약학회 정기학술대회를 개최, 온병학의 대표적 두 축인 설생백(薛生白)과 조소금(趙紹琴)의 학술사상을 현대 임상에 접목하는 방안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한의사 회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오전에는 이원행 회장이 ‘설생백의 습열조변을 통한 임상 응용’을, 오후에는 정규석 원장이 ‘조소금 온병학술사상을 통한 임상 응용’을 주제로 각각 강연에 나섰다.
특히 이번 학술대회는 고전 온병학을 단순한 외감 열병 치료론으로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난치성 피부질환 △만성 장질환 △감염 이후 후유증 △반복되는 피로와 두면부 불청 △습열·화울·기기울체가 얽힌 내상잡병까지 확장해 읽는 데 초점을 맞춰 병명 중심 접근보다 병기와 처방 구조를 읽는 임상 훈련에 방점을 두고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설상백의 ‘습열조변’, 하나의 임상 지도로 재구성
이날 이원행 회장은 강의를 통해 청대 설생백의 ‘습열조변’ 46조 전체를 하나의 임상 지도처럼 재구성했다. 강의는 ‘원문 강독’보다 ‘조문이 놓인 자리’를 읽는 데 중점을 두고, 1조 총강에서 시작해 8조 막원, 9·10·11조 삼초 분치, 12·13·14조 설진 감별, 후반부의 상역·하리·영혈·서병·이질 감별까지 이어지는 전체 구조를 설명했다.
또한 습열을 양명·태음의 병으로 파악하고, ‘허→습→울→열→독’으로 전개되는 병리 흐름 속에서 개상(開上)·창중(暢中)·삼하(滲下)의 치료 공학을 제시했다. 아울러 삼인탕과 곽향정기산의 구조, 막원과 달원음의 의미, 갈근·마황·산약을 둘러싼 태음인 용약법과의 접점도 함께 다루며 ‘습열조변’을 현대 외래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진단·처방 알고리즘으로 풀어냈다.
특히 이 회장은 구갈이 있어도 물을 많이 마시지 않는 ‘구갈불인음(口渴不引飮)’, 설태와 흉비, 신중, 대소변 양상 등 습열 진단의 실제 지표에 대해 강조하는 한편 습열 치료에서 자음제 오용, 발한 일변도, 청열 과다, 오래된 이질의 성급한 온보를 주요 오치로 제시하고, 모든 공격축의 마지막 방어선은 위진 보존이라고 설명했다.

온병학이 내상잡병으로 확장되는 논리 제시
이어진 강의에서 정규석 원장은 조소금의 기기선창(氣機宣暢)·기기조창(氣機調暢) 사상을 중심으로 온병학이 내상잡병으로 확장되는 논리를 제시했다.
그는 조소금 학술사상의 핵심을 △기기선창 △화울관(火鬱觀) △혈기유통관(血氣流通觀)으로 정리하고, 외감 온병과 만성 내상잡병이 병인은 달라도 ‘사기가 기기를 저해하고 열이 울체되며 기혈이 통하지 않는 상태’로 귀결될 때 같은 치법을 공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정 원장은 위기영혈 변증을 단순한 병위 단계론으로 보지 않고, 사기가 빠져나갈 수 있는 통로가 열려 있는가의 문제로 재해석하는 한편 습열 치료의 대원칙으로 ‘치습열필선치습(治濕熱必先治濕), 치습필선화기(治濕必先化氣), 화기필당선폐(化氣必當宣肺)’를 제시하며, 선폐·개상·창중·삼하의 순서가 임상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와 함께 풍약을 단순 해표약이 아니라 기기를 열고 현부와 주리를 통하게 하며, 청양을 올리고 습을 움직이는 다기능 도구로 해석하면서, 형개·방풍·백지·독활 등 풍약과 생지유·적작·단삼 등 양혈화어약의 배합을 통해 기분과 혈분을 동시에 조정하는 기혈쌍조의 처방 구조도 소개했다.
이밖에도 △만성 설사 △불면 △피부소양 △건선 △말초 순환장애 △중증 아토피 △반복 코피 △소아 틱 △다낭신장병 등 다양한 의안과 임상 응용례를 제시한 정 원장은 “만성병에서 피로·무력·부종·안색불량이 보인다고 곧바로 허증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면서 “깊은 맥과 설태·설질, 열감과 배출 양상을 함께 보아 실사가 만든 허상을 감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원행 회장은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상한·온병·사상의학을 분리된 학파로만 보지 않고, 실제 임상에서 병기를 해석하고 처방을 구성하는 통합적 언어로 재배열하는 학술 방향을 제시했다”면서 “이를 통해 온병학의 고전적 깊이를 실제 외래의 진단·처방 감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 회장은 “앞으로도 대한동의방약학회는 고전 처방의 문헌적 이해와 현대 임상 적용을 연결하는 심화 교육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며 “한의사 회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