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 등 ‘비공식 돌봄제공자’들이 환자 사별 후 겪는 건강 변화가 단순한 ‘부담 해방’이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받고 있다. 즉 마음의 짐은 덜어지지만, 오랜 기간 쌓인 신체적 피로는 오히려 사별 후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의대학교 한의과대학 권찬영 교수 연구팀은 돌봄제공자의 사별 전후 건강 변화를 분석한 연구인 ‘Distinct trajectories of emotional distress and physical health among informal dementia caregivers surrounding bereavement: a systematic review’라는 논문을 SSCI급 국제학술지인 ‘BMC Psychology(IF: 3.0)’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연구는 동의대 한의대 학부생인 김지원·오지원 씨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해 눈길을 끈다. 학부생 연구원들은 교수진의 지도 아래 종단 연구 데이터를 정밀 분석하며 전 과정을 주도해 국제적인 성과를 일궈냈다.
마음의 회복과 대비되는 ‘신체적 여파’…건강의 불균형 현상 확인
연구팀은 사별 전후 돌봄제공자의 건강 궤적을 추적한 결과, 심리적 지표와 신체적 지표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상반된 건강 궤적’를 확인했다.
실제 사별 후 돌봄 역할이 종료되면서 간병 부담과 우울, 불안 같은 심리적 고통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지만, 이러한 마음의 회복과 대조적으로 신체적 삶의 질과 면역 기능은 사별 후 오히려 유의미하게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긴 돌봄의 터널을 지나온 뒤 긴장이 풀리면서 그동안 누적된 신체적 피로가 뒤늦게 건강 지표의 악화로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왼쪽부터 동의대 한의대 본과 4학년 김지원·오지원 학생.
오는 3월 ‘돌봄통합법’ 시행…가족 돌봄제공자 사후 관리 근거 마련
이러한 연구 결과는 오는 3월 시행되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법)’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중요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하는 것으로, 기존 정책이 환자 중심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돌봄을 제공하던 가족들의 사별 후 삶까지 지역사회가 보살펴야 한다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연구팀은 사별 전 형성된 사회적 지지망이 사별 후 신체 건강 회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에 따라 통합돌봄 체계 내에 돌봄제공자를 위한 심신 조절 프로그램과 예방적 건강 관리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한의계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권찬영 교수 “학부생들의 열정이 일궈낸 임상적 제언”
이번 연구를 지도한 동의대 한방신경정신과 권찬영 교수는 “학부생 연구원들이 임상 현장에서 간과되기 쉬운 돌봄제공자들의 고충을 학술적으로 규명해낸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이번 연구가 사별 후 건강 위기에 놓일 수 있는 돌봄제공자들을 위한 선제적인 지원책 마련의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부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지원하는 ‘동의대학교 인공지능그랜드ICT연구센터’의 ‘지역지능화혁신인재양성사업’의 지원(IITP-2026-RS-2020-II201791)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