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치료권 침해 논란과 반복된 감독 비리 문제가 맞물리며 금융감독원의 공공성·책임성 확보를 위한 대안으로 공공기관으로의 전환이 또 다시 요구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교통사고 상해등급 12~14급 환자의 치료 기간을 제한하는 내용의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환자·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앞서 ‘8주 치료 제한’ 문제는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민 기본권 침해를 인정하며 ‘원점 재검토’를 약속했으나 금융감독원은 이를 반영하지 않은 채 시행세칙 개정 강행에 나선 것.
이번 논란은 그동안 지속돼 온 한의진료에 대한 보험 차별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금융감독원은 ’09년 실손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해 한의 비급여 의료비를 보장 대상에서 제외했고, 이후 가입자들은 특약이나 추가 보험료 없이는 관련 보장을 받기 어렵게 됐다.
금융소비자 보호와 의료 선택권 보장이라는 공적 책무보다 보험사의 비용 절감을 우선한 조치라는 비판과 함께 금융감독원의 책임성과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 “감독기관 책임성 강화 필요”…공공기관 지정 논의 재점화
이런 가운데 국회입법조사처(처장 이관후)는 최근 ‘금융감독원, 공공기관 지정해야 하나?’를 주제로 한 보고서를 발간해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의 책임성과 투명성 문제를 다뤄 주목받고 있다.
저자인 김대성 경제산업조사실 입법조사관은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둘러싼 쟁점과 과제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금감원은 ’07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 당시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됐으나, ’09년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을 이유로 지정에서 해제됐다. 이후 재지정 논의는 ’18년과 ’21년에도 이어졌으나 조건부 유보 결정을 받았다. 지난해 정부 조직개편 과정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논의와 함께 금융감독원의 공공기관 지정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정감사에선 ‘관치금융의 폐해’보다 ‘공공성 미흡’ 문제가 더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공공기관 지정 필요성이 강조됐다.

■ 외국 금융감독기구, 재정 독립성 기반 책임성 확보
김 조사관은 해외 주요국 금융감독기구 사례로 영국의 PRA·FCA, 호주의 APRA·ASIC, 독일의 BaFin 등을 제시하며 “이들 기관은 정부 예산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재정적 독립성기반의 전문성·자율성을 확보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운영 방식은 감독기관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공공기관 지정 목적과 한계 공공기관 지정의 주요 목적은 감독 강화와 경영 투명성 제고로, 금감원은 2017년 감사원의 기관운영감사에서 채용 비리와 방만경영 문제를 지적받았고, 2020년 라임·옵티머스 사태에서도 감독 부실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외부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으며, 한국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등 유사한 지위의 기관이 이미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도 제기돼오고 있다.
다만 김 조사관은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에 비해 인사·예산·조직 운영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 요소로 제시했다.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될 경우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예산·인사 통제가 강화돼 감독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 IMF와 BCBS 역시 감독기구의 재정·인사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어 이들 국제 기준과의 충돌 가능성도 야기된다.
반면 금감원은 이미 금융위원회의 지도·감독과 감사원의 감사를 받고 있어 공공기관 지정이 중복 규제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 “금감원의 의사결정 구조·운영 시스템 전반 개선 병행돼야”
김 조사관은 “공공기관 지정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공공성과 책임성 강화”라면서 “단순히 기관 성격을 바꾸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금감원의 의사결정 구조와 운영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경영평가와 경영공시 제도를 통해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영국 FCA와 같이 연례보고서 제출과 공개회의 출석을 의무화하는 제도도 참고 사례로 제시했다.
김 조사관은 금융위원회 중심의 복층 감독 구조로 인한 비효율성과 감독 기능 약화를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현 체계에서는 금융정책 종속으로 인해 금융소비자 보호 이슈가 후순위로 밀릴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금융정책 △감독 기능의 분리·조정을 통해 감독 자율성·독립성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국내 자본시장 성장과 금융 글로벌화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의 감독 역량 확보를 위한 입법적 뒷받침도 제시했다.
금감원의 치료 기간 제한 추진은 보험 재정 관리라는 명분 아래 환자 권리와 의료 선택권을 제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공공기관 지정 논의 역시 단순한 지위 변경이 아닌 책임성과 독립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