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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12일 (화)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288)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288)

한의학적 서사론
“한의학 속에 숨어 있는 서사의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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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서사(敍事·narrative)란 어떤 사건이나 상황을 시간의 순서에 따라서 기록한 산문을 말한다. 형식적으로 서사는 사건이나 생각을 차례대로 말하거나 적는 ‘서술(narration)’과 서술을 포함한 이야기를 의미하는 ‘서사(narrative)’의 두 가지를 포함한다. 내용상으로 분류한다면, 첫째 경험적 서사는 사실을 기록하는 것으로 역사·전기·실록 등이며, 둘째 허구적 서사는 사상을 통하여 꾸며낸 사건을 표현하는 소설·드라마 등 문학이 이에 해당한다(김승환, 『인문학 개념어 사전』, 소명출판, 2022 참조).


인문학적 측면에서 바라본 한의학은 서사로 구성된 혼합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부터 미국에서 발흥한 ‘서사의학(Narrative Medicine)’이라는 신사조의 흐름을 타지 않고 이야기해도 한의학의 서사적 구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컬럼비아대학교의 리타 샤론(Rita Charon)에 의해 개척되어 정립된 서양의학적 맥락의 서사의학은 자세히 읽기와 창의적 글쓰기 등을 통한 서사적 역량을 키워서 환자가 자신의 상황을 말하고, 의사·간호사·치료사 등이 겸손하게 귀를 기울여서 환자와 의료인 사이의 위계를 약화시키는 방법을 기본으로 한다. 


이러한 방법은 서구에서 출발한 방법론이지만 한국의 전통적인 치료법이 정신과 신체의 통합, 인본주의와 집단적 선의 철학적 개념, 환자 각각을 개별적으로 치료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에 더욱 적합하다고 리타 샤론이 이미 인정하는 바이기도 하다(김준혁 옮김, 리타 샤론 등 저, 『서사의학이란 무엇인가』, 동아시아, 2021 참조).

한의학의 입장에서 서사적 방법을 적용시킬 수 있는 영역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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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떠오른 분야는 ‘醫案’일 것이다. 醫案은 편집의 형식에 따라 △專科類醫案 △個人類醫案 △合刊類醫案 △合輯類醫案으로 구분되고, 기록 형식에 따라 △실록 형식의 의안 △회상식의 의안 △病歷式의 醫案으로 구분되며, 서술 방법에 따라서는 △順敍式 의안 △倒敍式 의안 △夾敍夾議式 의안 △先案後論式 의안 △方論附案式 의안 △去繁就簡式 의안 △病證相合式 의안 △正誤式 의안 등으로 구분된다. 이 의안이야말로 서사적 구성체계로 구성된 전통의학 지식의 보고라고 할 것이다. 한국 한의학에서는 각종 醫書, 역사 기록, 문집, 구전 기록 등에 다수 등장하는 서사적 구성을 가지고 있는 지식체이다. 

 

다음으로 ‘醫話’를 꼽을 수 있다. 이른바 “의학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서사적 스토리는 한의학의 문화콘텐츠적 측면을 강화해주는 감칠맛 나는 구성요소이다. 각종 의서에 등장하는 의학 이야기와 논설, 의학적 설화와 전설 등 문자적 기록으로 구성된 플롯을 갖춘 이야기들은 한의학적 서사를 구성하는 중요 성분이다. 


다음으로 한의학의 ‘歌賦’ 형식의 자료들이다. 歌賦는 한의학 교육에서 중요한 방법론으로 활용된 ‘鍼灸歌賦’가 떠오르지만, 활용성을 극대화하는 노래의 형식으로 자신의 의학적 견해를 전달하려는 목적으로 많이 활용되었다. 


한국의 의서에는 ‘藥性歌’의 형식으로 이어진 전통이 있으며, 현대인으로서 김홍경(1950〜2021)의 ‘약성시가’ 등에는 순수 한국어로 구성된 파격적인 한의학적 서사시들이 존재한다. 그의 저술 『東洋醫學革命 총론/각론』, 『東醫에의 초대』, 『東醫한마당』, 『의생금오고락기』, 『한방불패』, 『약성시가』, 『新古典 사랑방』, 『활투 사암침법』, 『내 몸은 내가 고친다』, 『사암침법으로 푼 경락의 신비』, 『잊혀진 건강원리』, 『좋다 싫다 생각해보자』, 『S를 위하여』(모두 ‘도서출판 신농백초’에서 출판) 등은 이러한 한의학적 서사를 바탕으로 한 노래 형식의 서사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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