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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2월 11일 (수)

“국군장병들의 불면에 한약 처방은 효과적”

“국군장병들의 불면에 한약 처방은 효과적”

생활패턴에 따라 향사평위산, 이중탕, 향사육군자탕 등 처방
‘제52차 군진의학 학술대회’서 군진한의학 연구과제 발표

손변우.jpg

 

손변우 육군 7군단 대위

 

 

논문 타이틀 : Effectiveness of Herbal Medicines for the Treatment of Insomnia in Korean Military Service Members: A Prospective, Pragmatic, Pilot Study(육군 장병들의 불면에 대한 한약치료 효과: 전향적, 실용적, 예비연구)


먼저 많은 선·후배 한의사 분들이 구독하시는 한의신문에 기고를 게재하게 된 것에 부담감을 느끼는 한편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짧은 임상경력이지만 우리 한의사에게는 생소한 군진의학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경험과 2020년도 의무사령부 연구과제였던 ‘육군 장병들의 불면에 대한 한약치료 효과: 전향적, 실용적, 예비연구’에 대해 공유하고자 한다.

 

육군 장병들(간부 및 병사)의 불면에 한약을 처방했고, 이에 효과가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고정된 한 처방이 아닌 여러 가지 처방을 사용했으며, △귀비탕 △온담탕 △시호가용골모려탕 △산조인탕 등의 기존 처방을 고려해본 것이 아닌 △향사평위산 △이중탕 △향사육군자탕 △쌍화탕 △오적산 등을 사용했다. 이와 같이 대조군이 없는 관찰연구이지만 한약치료를 평가하는 논문으로서는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처방을 선택하기에 앞서 장병들이 어떠한 일과를 보내고, 어떻게 식사를 하며, 어떤 환경에서 생활하는지 파악했다. 장병들과 동고동락하며 그들의 생활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고, 그들이 가진 불편한 증상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대개 군인들은 규칙적인 생활을 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불침번, 당직, 야간 근무, 경계 근무 등으로 인해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간부들도 잦은 야근과 야간 당직으로 인해 만성피로에 시달려 수면의 질이 상당히 떨어져 있다. 여기서 수면의 질 저하, 淺眠, 불면이라는 주제를 떠올리게 된 것이다.

 

혈기왕성한 장병들은 급하게 식사를 한다. 통제된 생활을 하는 군부대 특성상, 장병들은 먹는데서 즐거움을 찾게 된다. 야간 근무가 끝나고 먹는 음식들로 인해 위장이 망가지기 일쑤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비슷한 생활패턴과 환경으로 대부분의 불면의 원인으로 胃中不化를 꼽는다. 이에 향사평위산이나 오적산, 안중산, 대화중음 등 소화지제를 빈용하게 됐다. 꼭 소화지제로만 해석하기보다 과도한 정신적, 신체적 긴장의 완화를 돕는 처방이라 볼 수 있겠다.

피곤을 호소하는 장병들에게는 향사육군자탕이나 이중탕, 쌍화탕 등을 처방했다. 피곤이 소화문제와 함께 드러날 때는 향사육군자탕을 주기도 하고, 이중탕과 향사평위산을 합방해 처방했다. 

부대 내에서는 한방엑기스제를 사용하고 있으며, 대부분 엑스제가 있지만 향사평위산의 경우 정제의 형태도 있고 연조엑기스제도 있다. 과거 병원에서 근무했을 적에는 엑스제가 다소 약하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부대에서 지속적으로 사용해보니 빠른 효과를 보는 케이스가 많았다. 개원가에서도 엑스제의 활용에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음으로는 수면의 생리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生長收藏을 하며, 하루 동안 활동하고 春夏秋冬을 살아가는데 어떤 원인에 의해서 收藏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입면이 잘 안되면 수렴이 부족할테고, 수면유지가 잘 안되면 藏이 좀 더 안 된다고 볼 수 있다. 收藏이 안되니 收藏하는 약을 쓸 수도 있고, 收藏이 안되게 하는 원인을 볼 수도 있겠다. 장병들의 경우 소화나 피로가 많았던 것 같다. 

다행히 수면의 생리 문제일 경우, 원인만 해결해줘도 빠르면 1주, 대부분 2~4주에 호전을 보였고, 생활티칭을 통해 유지도 잘 됐다. 30명 중 환자 한 명은 심리적인 문제로 증상 호전이 더뎌 양약을 복용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양약을 복용하기에는 부담스러워하고 심리적인 문제가 크지 않다면 로컬에서도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연구에 있어 한 처방을 고정해 본 것이 아닌 다양한 처방을 시도한 이유에 대한 이유를 말씀드리고자 한다. 과학적 접근법에서 연구는 RCT가 검증력이 높고, 이 경우 한 가지 약에 대해 실험군과 대조군이 약 복용을 달리해 그 효과를 보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 연구를 준비하던 2020년 초에도 관찰연구의 형태로 다양한 처방을 통해 한약의 불면 치료 효과를 확인했으며, 최근 후속연구로 준비한 ‘육군 장병들의 수면 및 식이/소화의 연관성: 다기관, 단면연구’에서 딥러닝 기반의 분석을 통해 한의학적 진료의 근거를 좀 더 한의학적인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는 실마리를 찾고 있다. 위 연구로 이현훈 한의군의관(육군 9사단)은 한의계 최초로 군진의학 학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

불면의 한약 치료나 한의 연구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다. 하지만 이번 기고를 통해 불면에 대한 한약 처방에 있어 새로운 시각을 가져보고, 한약 연구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또한 연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어려운 개원의를 위해 한국한의학연구원의 PBRN(임상의중심연구망) 사업이 마련돼 있으며, 한의학연구원은 연구 설계 및 분석을 주도하고, 개원의는 환자 모집 및 진료를 담당해 협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 사업이 일차의료 중심의 한의계에서도 대규모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초석이 되길 바란다.

 

끝으로 군진의학에서 입지가 좁았던 군진한의학을 마련키 위해 노력해준 많은 선배 한의사 분들과 특히 엄유식 대령님, 유정석 중령님 덕에 후배 한의군의관들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었다. 우리 동기들은 곧 전역하지만 고흥제 대위(육군 1사단)와 같이 후배 한의군의관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군진한의학 연구를 이어나간다면 한의계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연구자의 길을 걷는 한의사들이 많아지길 바라며, 언젠가 우리 한의계도 근거중심 의학으로 우뚝 서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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