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한의대 한의과대학 지선영 교수는 ‘코로나19 한의진료 대구 전화상담센터’에 대해 “우리 한의계에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0.01%라도 기여를 할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 오히려 내가 더욱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선영 교수는 지난달 9일 대구 센터 개소 첫 날부터 진료업무가 공식 종료됐던 지난 5일까지 매주 3일씩 전화상담센터를 찾아 환자 진료에 구슬땀을 흘렸다.
지 교수는 “올해가 마침 연구년이라 타 교수들보다 시간이 자유로워 봉사하게 됐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건 몸으로 때우는 것 밖에 없기 때문에 의료인력이 부족한 날을 꼽아서 알려주면 언제든 나가 돕겠다고 했다. 그렇게 자주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원봉사 의료진으로 참여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담담하게 밝혔지만, 누구보다 모교에 대한 애착이 강했고, 의료인으로서 환자를 돌봐야한다는 사명감이 지 교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실제 지 교수는 대구한의대 82학번으로 1991년부터 대구한의대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의 수업을 거쳐 졸업한 제자 수만 해도 3000여명에 달한다.
그런 만큼 모교에 전화상담센터가 마련된다는 소식을 듣고 의료인으로서 솔선수범 하고자 자원봉사에 나서게 된 것이다. 그러나 지 교수는 자신과 같이 의료봉사에 자원한 한의 의료진들도 대단하지만, 대구한의대 재학생들을 비롯한 전국의 자원봉사 한의대생들이야 말로 최고의 모습을 보였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 친구들이 없었다면 센터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다. 한의대생들의 역할이 매우 컸다. 해본적도 없는 전화통화를 통해 예진을 본다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환자도 어색하고 힘들다. 한 번 예진을 거치다보니 의료진 입장에서는 증상 파악에 있어서 한층 더 수월했다. 첫 대면이 힘든데도 불구하고 우리 학생들이 너무 잘해줬다. 또 예진을 하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똘똘하게 잘하는지 모르겠다. 대견하기도 하고 참 예쁘다.”
또 지 교수는 지난 한 달간 운영됐던 대구 전화상담센터에 대한 총평에 대해서는 “서로 위로가 됐던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땐 환자도 힘들었고, 우리도 진료 초기엔 센터 세팅이 안 돼 서로가 힘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들과 전화하고 상담하면서 한의사 선생님과의 통화만으로도 벌써 다 나은 것 같다고 격려를 해주더라. 서로에게 위로의 시간이 된 것 같다”면서 “그러다 차츰 운영 매뉴얼이 만들어지고, 시스템도 체계적으로 진화하면서 대구 센터가 성공리에 마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 교수는 이번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를 계기로 우리 스스로가 의료체계에 있어 자신감을 찾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지 교수는 “의학이라는 것은 양방과 한방을 다 떠나 병을 다루는 학문이다. 하지만 공통이 되는 영역을 전부 양방한테 양보한다”며 “우리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없다 보니 자꾸 위축이 된다. 그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 교수는 이어 “이번 코로나19 확산은 우리 한의계 뿐만 아니라 의료계 전체가 처음 겪어 보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확산 초기에 한의사의 참여 부분이 언급되지도 않았다”면서 “현대 한의학을 연구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지금의 모습을 자꾸 국민들에게 알리고 어필해야 한다. 현대 한의사들 대부분이 맥을 짚기보단 진단기기 등을 활용해 객관적인 진단을 하고 있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런 측면에서 지 교수는 “이번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 운영을 기회로 우리 한의학 역시 매우 실용적인 학문이고, 감염 질환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많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