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가 7일 발간한 ‘이슈와 논점(제1699호)’에서는 ‘환경 파괴로 늘어나는 전염병 현황 및 대응방안’(이혜경 사회문화조사실 환경노동팀 입법조사관)을 주제로 글을 게재,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환경정책의 사각지대를 살펴보는 한편 환경파괴로 인한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국내 환경정책 과제를 점검했다.
2003년의 사스(SARS), 2015년 메르스(MERS)에 이어 코로나19까지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의 전염병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의 전염병은 박쥐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야생동물을 중간숙주로 해 인간에게 전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즉 사스는 사향고양이를 통해, 메르스는 낙타를 통해 인간에게 전파될 수 있다는 연구가 있으며, 코로나19의 전파경로에 대한 연구 역시 진행 중이다.
이혜경 입법조사관은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 등으로 인간과 야생동물의 접촉이 늘어나면서 환경파괴가 전염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 글에서는 환경파괴로 늘어나는 전염병 현상의 원인을 환경정책의 미비에서 찾는 국제적 논의동향을 소개하고, 환경파괴로 인한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국내 환경정책의 개선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글에서는 △야생동물 밀수규제의 미비 △공장식 축산정책의 문제점 △기후변화 정책의 미비 등과 같은 전염병 증가의 환경정책에 관한 국제적 논의 동향을 설명하는 한편 향후 환경파괴로 인한 전염병 예방을 위한 국내 환경정책 과제로 △야생동물 밀수 규제 및 체험시설 관리 강화 △친환경 축산의 확대 △기후정책과 보건정책의 연계 강화 등을 제시했다.
이 입법조사관은 “우리나라도 멸종위기 야생동물 밀수의 청정지대는 아닌 만큼 야생동물의 밀수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제4차 야생생물보호 기본계획(2021∼2025)을 준비하면서 야생동물 판매·개인 소유 관리방안을 포함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야생동물 카페·체험시설·이동동물원 등의 관리 강화를 위한 입법과제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공장식 축산 시스템 하에서 가축 전염병이 퍼지면 사육 동물의 공장식 밀집 사육과 유전자 다양성 결여 때문에 급속도로 확산되기 쉽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의 ‘축산법’의 기준에 따라 가축사육업의 허가를 받고 등록을 하려면 사실상 공장식 밀집사육이 불가피하다는 비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가축 전염병 예방을 위한 가축 살처분으로 인한 부작용도 수반되는 만큼 이러한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일각에서는 가축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대형살 처분을 하기보다는 예방적 살처분기준(전염병 발 생 반경 3㎞ 범위)을 처음부터 축사 이격거리 조건으로 허가해 대규모 살처분을 애초에 예방하는 방식이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며 “친환경 축산으로의 전환과 함께 가축의 유전적 다양성을 높이는 정책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입법조사관은 기후변화가 생물다양성의 감소를 유발하고, 서식지가 파괴되어 갈 곳을 잃은 야생동물들과 인간 사이의 접촉이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려면, 기후변화·생물다양성·환경보건 정책을 체계적으로 연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의 기후보건정책은 부처간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왔으며, 이를 개선코자 정부에서는 연구개발 사업을 범부처 협력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이제는 유럽의 ‘기후변화적응 공중보건정책’(Public Health and Climate Change Adaptation Policies in the European Union, 2018)과 같은 보다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정책비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 입법조사관은 “인간이 동굴 속 박쥐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은 인간의 무분별한 환경파괴의 결과로 볼 수 있으며, 이는 야생동물의 불법 밀수 관리의 미비, 공장식 축산정책의 문제점, 기후변화 정책의 미비 등의 환경정책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사태이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 사태는 매우 유사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우리나라의 환경정책에도 큰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도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환경정책을 점검, 야생동물 밀수 규제 및 체험시설 관리 강화, 친환경 축사의 확대, 기후정책과 보건정책의 연계 강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환경 파괴로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신종 바이러스들도 나타나고 있고, 대규모 전염병의 발생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 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사후적으로 대응책을 찾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환경을 보호하는 사전적 예방책이 국내외에서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