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모바일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에 연재 중인 ‘제생의원:한성좀비록’을 쓴 정명섭 작가에게 한의사를 주인공으로 세운 이유와 한의사에 대한 이미지 등에 대해 들어봤다.

“한의사는 민족의학을 수호하기 위해 애쓰셨던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양 의학이 대세를 이룬 지금도 한의사와 한방이 남아있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곁에 오랫동안 존재했기 때문이고요. 1919년, 경성역에서 사이코 마코토 총독에게 폭탄을 던진 강우규 열사 역시 한의사 출신입니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데 한의사들이 앞장섰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3일 웹소설 ‘제생의원:한성좀비록(이하 제생의원)’이 모바일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에서 절찬리에 연재 중인 가운데 소설을 지은 정명섭 작가는 한의사에 대한 평소의 이미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제생의원은 주인공인 한의사 송천명이 일제강점기 시절 치료를 위해 종두법 등 새로운 의술을 배우기 위해 찾은 병원에 나타난 ‘불생인’, 즉 좀비를 퇴치하러 나서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 작가는 ‘상해임시정부’, ‘조선변호사 왕실소송사건’ 등 굵직한 역사소설을 출간한 작가로도 유명하다. 대한민국 상해임시정부 수립과정에는 식민지 청년 독립운동가들의 활약과 투쟁이 담겨 있다.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각색된 등장인물 여운형은 후손에게 광복 후 좌후합작운동으로 암살당한 인물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정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3.1운동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인물로 재탄생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건 틀린 얘깁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현재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망각하고 잘못 생각한 과거가 끊임없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죠.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역사를 이해해야만 합니다. 저는 미래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과거의 지나간 역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정 작가가 직접 경험한 한의사는 어린 시절 아프고 병든 환자의 편에서 인술을 펼쳤던 할아버지가 처음이다.
“군인 시절, 휴가 나오기 직전 축구를 하다가 발목을 심하게 다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동네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고 금방 나았던 기억이 납니다. 인자한 할아버지 한의사가 침을 몇 번 놔줬고, 그걸로 부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어요. 치료가 끝난 후에 군인이라면서 따로 비용을 안 받으셨던 기억이 납니다. 제대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한의원은 문을 닫았습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제대로 드리지 못한 게 늘 마음에 걸렸습니다.”
카카오페이지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접속해 쉽고 편리하게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소셜 플랫폼이다. 서점에 가지 않고도 한 번의 클릭으로 소설, 만화를 보거나 드라마, 영화 등을 시청할 수 있다.
“종이책의 소비가 계속 줄어드는 반면, 웹소설은 계속 성장하고 있는 중입니다. 따라서 소설가 입장에서는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는데, 플랫폼이 다르기 때문에 연령대와 소비방식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늦기 전에 도전해보고 싶었고, 좋은 기회가 되어서 이번 작품을 쓰게 되었습니다.” 모바일에 친숙한 세대가 좀비를 퇴치하는 한의사 캐릭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