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실질적으로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과 다르지 않다” 판결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을 가장해 사실상 영리를 목적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한 조합원들에게 유죄를 확정한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원 제2부(대법관 신영철)는 생협을 통해 의료기관을 불법적으로 운영하다가 유죄 판결을 받은 13인의 피고인들이 2심의 재판결과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이를 모두 기각했다고 20일 밝혔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비의료인)이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유자격 의료인을 고용하여 그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한 행위는 형식적으로만 적법한 의료기관의 개설로 가장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한 것으로서 위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또한 “개설신고가 의료인 명의로 되었다거나 개설신고 명의인인 의료인이 직접 의료행위를 하였다 하여 달리 볼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적시했다.
재판부는 또 “이러한 법리는 의료사업을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생협법)에 의하여 설립된 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신고가 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협법은 소비자들의 자주,자립,자치적인 생협조합 활동을 촉진함으로써 조합원의 소비생활 향상과 국민의 복지 및 생활문화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로서, 그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설립된 생협조합이 비영리법인으로서 할 수 있는 사업과 관련하여, 제45조 제1항 제4호에서 ‘조합원의 건강개선을 위한 보건,의료사업’을 규정하고, 제11조 제3항에서 ‘이 법은 조합 등의 보건, 의료사업에 관하여 관계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생협법이 생협조합의 보건,의료사업을 허용하면서 의료법 등 관계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되도록 한 것은, 보건,의료사업이 생협조합의 목적달성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그 사업수행에 저촉되는 관계 법률의 적용을 선별적으로 제한하여 생협조합의 정당한 보건,의료사업을 보장하기 위한 것일 뿐, 생협조합을 의료법에 의하여 금지된 비의료인의 보건,의료사업을 하기 위한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는 경우와 같이 형식적으로만 생협조합의 보건,의료사업으로 가장한 경우에까지 관계 법률의 적용을 배제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재판부는 또 “의료생협조합의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처럼 외관을 만들었다고 판단하였음을 전제로 하여 원심의 사실인정이 잘못이라고 다투고 있으나, 의료생협조합이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처럼 외관을 만든 뒤 이 의료생협조합의 명의를 이용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하였음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음이 기록상 분명하므로, 피고의 주장은 잘못된 전제에 선 것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형식적으로는 각 해당 의료생협조합이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처럼 외관을 만든 뒤 실질적으로는 피고인들이 각자의 비용과 책임으로 각 해당 의료생협조합의 명의를 이용하여 각 개인 의료기관을 개설하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이를 다투는 사실오인의 항소이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에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 생협 조합원들은 영리 목적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하기 위하여 창립총회 사진을 조작하고 의료생협 설립인가를 받아낸 뒤 다수의 의료기관을 운영해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