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학연구원, 국제표준화사업비 총예산의 0.1~0.8% 불과
한의학 국제표준화 콘트롤타워로서의 역할 감당할 수 있는가
중국의 주도로 운영되고 있는 국제표준화기구(ISO) TC249 문제가 향후 국내 한의약산업은 물론 한약재 생산농가에게까지 심각한 타격을 입히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새누리당 김명연 의원도 올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그동안 방관자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 정부의 자세를 강도 높게 질타한 바 있다.
한의학 국제표준화사업에 대해 정부가 얼마나 무관심 했는지는 한의학 국제표준화 사업에 배정된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인력이 말해준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이하 한의학연)의 총예산 중 국제표준화 사업 예산의 비중은 2009년 0.1%(5,500만원), 2010년 0.4%(1억4,500만원), 2011년 0.6%(2억8,500만원), 2012년 0.8%(3억7,500만원), 2013년 0.6%(2억9,300만원)에 불과하다.
국제표준화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팀원 또한 2013년 10월 기준으로 총 4명이다.
한의학연 전체 직원 320명 중 1.2%에 해당된다. 이는 ‘한의기술표준센터 중장기 운영계획(2012)’ 상의 적정수치(적정예산 10억원, 적정 인력 15명)에도 한참 못미치는 수치다.
정부의 이같은 소극적 대처로 지난해 6월 국제표준화기술위원회에서 총 9건의 국제표준안이 채택된 가운데 우리나라는 홍삼의 제조공정, 부항 등 2건의 의료기술만 채택된 반면 중국은 총 5건이 채택돼 국제표준화에서 중국에 주도권을 빼앗긴 상황이다.
특히 지난 2월3일에는 ISO가 중국이 제안한 '일회용 멸균호침‘에 대한 국제표준(ISO17218:2014)을 공식 발표했다.
사실 중국은 그동안 중의약의 세계화를 WFAS(세계침구학회연합회)나 WFCMS(세계중의약학회연합회)를 앞세워 추진해 왔다.
하지만 그 한계가 느껴지자 국제표준으로 방향을 틀어 중의학의 세계화를 위한 도구로 ISO를 적극 활용하려는 속셈을 보이고 있다.
2009년 8월 24일~25일 북경에서 열린 한국·중국·일본·호주 4개국 회의에서 ISO에 새로운 기술위원회(TC) 설립을 제안한 중국은 그 명칭을 중의학(TCM)으로 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9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ISO 제46차 TMB에서 한국과 일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현재 중국과 캐나다 등 중의학이 진출해 있는 국가들의 적극적인 찬성에 힘입어 TCM을 잠정 명칭으로 하되 ISO TC249 제1차 총회에서 정식 명칭과 업무범위를 결정할 것을 결의하게 된다.
중국 정부는 2010년 6월 7일~8일 중국 북경에서 ISO TC249의 첫 총회가 있기 전부터 모든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19개국 대표를 초청, 비공식회의를 여는 등 명칭과 업무범위에 대해 국제적 공감대를 만들어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Traditional Medicine(TM)’이나 ‘Traditional East Asian Medicine(TEAM)’으로 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반대 의견에 부딪쳐 아직 그 계획이 실현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은 WFAS를 통해 세계 100여 개국에 중국의 중의약 교육제도를 따를 것을 요구하는 등 중의약 교육제도를 세계에 전파해 교육제도를 국제표준으로 등극시키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에 한국과 일본을 위시한 국가들은 중국 일변도로 계속 운영될 경우 TC249를 탈퇴해 신규기술위원회를 설립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TCM에 대한 국제표준안을 한국이 지속적으로 제출할 경우 한의학 관련 제품 및 용어 등이 TCM의 아류로 여겨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는 이처럼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전통의학시장을 둘러싼 국제정세에 이제라도 관심을 갖고 관련 예산투자와 인력을 확충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한해 평균 2~3억원의 예산으로 국제표준화 사업을 위한 연구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의학연도 한의학 국제표준화를 위한 콘트롤타워로서의 역할에 더욱 충실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