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奉仕’ 세상을 바라보는 생각이 바뀐다
둘째 날의 봉사활동은 밀림을 헤치고 오지를 향해 탐험을 떠나는 기분이 드는 길을 따라 약 1시간 정도 가다보니 작은 학교가 하나 눈에 띄었다. 봄펜리치마을의 초등학교, 우리가 봉사할 장소였다.
일부 교실에선 수업을 하고 건물 뒷편 교실을 빌려 진료실로 사용하기로 하였다. 미리 안내를 하였는지 주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의료진들은 각자의 파트별로 진료실을 꾸미기 시작했다. 한방진료실은 교실의 책상을 두 개씩 붙여 그 위에 돗자리를 깔아 베드를 만들었다. 첫째 날은 바닥에서 침을 시술하느라 수석부회장님이 앉았다 일어났다 무척 힘들어 했었다. 날이 더워 땀이 나니 무릎이 쓸려 쓰리다고 하였다.
할머니도 오고 할아버지도 오고 팔이 없는 환자도 오고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도 오는 등 여러 계층의 환자들이 왔다. 환자들의 연령대는 30세에서 85세까지 있었고, 주로 여자 환자들이 많았다. 박승택 원장님의 진단시 설질담홍색으로 양허하고 설태는 얇고 희며 설연은 치흔이 많았다.
먹거리가 부족한 환경이다 보니 있을 땐 많이 먹고 없을 때는 굶는 형태로 무절제한 식습관으로 위 기능의 이상이 있는 ‘위 기능 실조증’이 기본으로 있다고 했다. 식수의 불결함과 장 연동운동 이상으로 설사 환자가 많았으며 더위로 인한 두통현훈도 기본적으로 있었다. 복진시 압통이 심와부와 중완부에 많았다고 한다.
체침 위주로 아시혈을 찾아 가며 놓기도 하다가 전형적인 소음인이나 태음인시 태극침법으로 시술하였다. 시술시 그들의 표정은 너무 편안하고 순박해 보여 양순한 민족임을 느낄 수 있었다.
학교라고 하지만 허술한 건물에 운동장엔 풀들이 무성하고 교실이라야 칠판하나가 전부인 내부에 도마뱀도 왔다 갔다 함께 수업을 듣나보다. 진료실까지 찾아온 도마뱀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뛴다.
저녁을 먹으러 식당에 갔는데 그곳에서도 자연스럽게 돌아다니고 있는걸 보니 어디든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것 같았다.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라 그런지 나도 조금은 적응이 되어가고 있었다.
쉬는 시간에 학교를 둘러보다 내가 캄보디아에 태어나지 않은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이곳에서 태어났다면 나는 아마도 글을 깨우치지 못했을 것이다. 상형문자 그대로인 모습의 글자들은 마치 라면을 부셔서 뿌려놓은 형상이다.
이걸 어찌 깨우치겠는가. 그래서 그런지 캄보디아의 문맹률이 75%란다. 동심의 세계는 어느나라든 다 천진난만하다. 맨발로 뛰어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맨발로 다니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가난과 헐벗음의 고통들은 온데간데 없고 오직 자유스럼과 여유로움 그리고 순수함이 전부였다.
갑자기 우리나라 학생들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오로지 공부만을 위해 살고 있는 듯한 가엾은 우리 학생들에게도 이러한 자유스러움을 안겨주고 싶었다. 그들은 비록 가난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살지만 마음만은 어느 선진국보다도 평화롭고 여유로워 보였다.
겉으로 보여지는 환경을 보고 그들이 불행할거라 생각한건 오히려 우리들의 편견일지도 모르겠다. 비록 풍요롭지 못한 환경이지만 그들의 표정은 어른들이나 아이들이나 그리 어둡고 불행해 보이지 않았다. 우리들을 보고 부러워하는 느낌도 없었다. 언제가 신문에서 보니 오히려 형편이 어려운 나라일수록 개인의 행복지수가 높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났다.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둘째날의 점심은 김밥이었다. 김밥의 간편함을 해외에서도 느껴봤다.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더위와 씨름하며 오후진료를 마치고 이틀 동안의 의료봉사활동을 모두 마무리하였다.
다시 또 그들을 만날 수 있을지 기약을 할 순 없지만 이러한 봉사가 단순히 몇 백명의 환자를 일회성 진료와 간단한 약품의 전달보다는 지속적으로 그들에게 기본적인 위생관리(손 씻기, 물 끓여 먹기, 의복 세탁 등), 건강관리 등을 일깨워주는 공중보건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또한 현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주민들에게 홍보가 부족했었다는 느낌이었고, 앞으론 민간 차원보단 그 지역의 행정기관을 통해 좀 더 체계적이고 발전적이며 지속적인 관리가 진행되어야 더 큰 힘이 실려 봉사의 효과가 더 클 수 있다는 자체 평가를 해보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여러 기업들이 진출하여 캄보디아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여러 부분의 지원사업도 한다는 말에 같은 국민으로서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려운 시절을 겪어냈던 우리나라가 이젠 부족한 국가들을 지원하며 그들의 나라에 한국을 알릴 수 있다는 우리의 현실이 가슴 벅차올랐다.
어려운 시절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았지만 우리국민 스스로도 얼마나 많은 노력과 근면함을 발휘하였던가. 그 부지런하고 강한 의지로 수혜국에서 지원국으로 바뀌게 된 우리나라가 너무 자랑스럽다. 캄보디아도 그들 스스로의 노력들이 좀 더 필요한 것 같았다.
더운 나라 국민들이 약간은 게으르다고 들었는데 그들도 좀 그런 면이 조금은 느껴졌다. 우리나라 크기의 1.8배 국토 중 평지가 70%고 산악지대가 30%로 이루어졌다는 캄보디아는 2모작이 가능한 기후라지만 아직까진 1모작만 하고 있다고 하였다. 시내를 제외한 지역은 아직까진 국유지가 대부분이고 사유재산이 없다고 한다.
부지런하기만 하면 예전의 크메르왕국의 번성을 다시 한번 재현할 수도 있을 텐데 후손들의 노력이 매우 부족한 것 같아 아쉬웠다. 의식 있는 많은 젊은이들이 앞장서서 국민들을 계몽시킬 필요가 절실하게 느껴지는 나라였다.
쉽지 않은 일정이었지만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생각이 좀 더 넓어지고 깊어지게 됨을 감사한다. 나보다 못한 이웃들을 외면하지 않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고 또한 그들의 뜻이 많은 곳으로 퍼져 나가고 있는 동안 세상은 더욱 아름다운 공간으로 만들어 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작은 힘이지만 미력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기쁜 마음으로 언제든 기꺼이 달려 나갈 준비를 하여야겠다. 그리고 지금의 나의 현실에 무조건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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