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병훈 의원, ‘의료법’·‘환자안전법’ 개정 예고
[한의신문] 최근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수면·전신마취 시술 후 사망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마취·수술 환자안전 관리체계 곳곳에서 제도적 공백이 드러났다. 수면마취를 집중 시행하는 의원 10곳 중 8곳 이상이 제세동기를 갖추지 않았고, 의원급 사망사고는 환자안전사고 의무보고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
수술실 CCTV 역시 설치율은 사실상 100%에 달했지만 실제 촬영률은 3.8%에 그쳐 사고 예방·사후 확인을 위한 안전망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세동기 없는 수면마취, 보고되지 않는 사망사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소방청·의료기관평가인증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의원급 마취 진료비 청구는 ’21년 29만8375건에서 ’25년 42만8425건으로 43.6% 증가했다.
상주 마취과 의사 없이 외부 마취의사를 일시 초빙하는 ‘초빙 마취’도 같은 기간 5만1291건에서 8만6732건으로 69.1% 늘었다.
반면 응급상황 대응 장비는 크게 부족했다. 올해 상반기 프로포폴·미다졸람·케타민 등 수면마취·진정 약물 처방이 집중된 상위 440개 의원 가운데 △인공호흡기 보유·신고 2곳(0.5%) △제세동기 66곳(15.0%) △전신마취기 77곳(17.5%)에 그쳤다. 특히 374곳(85.0%)은 심정지 발생 시 사용할 제세동기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은 법정 수술실과 중환자실에 인공호흡기를, 제세동기는 중환자실에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술실로 등록되지 않은 외래 처치실이나 내시경 검사실 등에서 정맥주사로 수면마취를 시행하는 의원은 해당 장비 설치 의무에서 벗어나 있다.
사고 발생 이후 국가 감시체계에도 공백이 확인됐다. 소방청에 따르면 ’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의료관련시설 119 구급대 출동은 총 47만4634건으로, 마취·시술 부작용 추정 환자 이송 가운데 △심정지 1만5509건 △의식장애 2만9382건 △호흡곤란 5만8768건이 집계됐다. 119 구급차 내 심폐정지 환자도 1025명에 달했다.
하지만 소방청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심정지·사망 등 중대 응급환자를 이송한 이후 보건복지부나 관할 보건소에 이를 통보하는 공조체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현행 ‘환자안전법’상 중대 환자안전사고 의무보고 대상도 ‘200병상 이상 병원급 및 종합병원’으로 한정돼 의원급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의무적으로 국가 감시망에 보고되지 않는다.
실제 최근 5년간 의원급에서 보고된 환자안전사고 3만3606건 가운데 중증사고는 단 1건에 그쳤다. 위해없음(86.7%)과 근접오류(12.8%)가 99.5%를 차지했으며, 의원급 보고의 97%는 의료기관 자체 보고보다 약국 단계에서 약사가 처방 오류를 사전에 발견해 보고한 사례였다.
수술실 CCTV 설치 100%…실제 촬영률은 3.8%
마취·수술 과정의 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수술실 CCTV 역시 설치와 실제 촬영 사이에 큰 간극을 보였다.
복지위 전진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 대상 의료기관 2529곳 가운데 휴업 중인 1곳을 제외한 2528곳이 모두 CCTV를 설치했다.
하지만 제도 시행일인 ’23년 9월25일부터 올해 6월 말까지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시행된 수술 509만4504건 가운데 CCTV가 실제 촬영된 수술은 19만4014건(3.81%)에 불과했다. 100건 중 4건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낮은 촬영률의 원인은 촬영 거부보다 전체 수술의 3.8%에 불과한 ‘촬영 요청’ 자체에 있었다. 현행 제도가 환자의 자발적인 요청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환자가 CCTV 촬영을 요청한 19만4806건 가운데 19만4014건(99.6%)이 촬영으로 이어졌다.
현행 ‘의료법’은 환자 또는 보호자가 요청하면 의료기관이 수술 장면을 촬영하도록 하고 있으나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촬영을 요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개별적으로 고지하도록 하는 의무는 두고 있지 않다. 환자가 제도를 스스로 인지해 촬영을 요청해야 CCTV가 작동하는 구조다.
전진숙 의원은 “수술실 CCTV 설치율은 사실상 100%인데 실제 촬영률은 3.8%에 그친다는 것은 ‘설치’만으로 제도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라며 “수술 전 CCTV 촬영 가능 여부를 충분히 안내하고, 환자가 촬영 여부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환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병훈 의원은 “병상 수는 단순한 입원 수용 능력일 뿐 시술의 위험도와 마취의 치명성을 대변하지 못한다”며 “200병상 미만이라는 이유로 의원급 마취 사망사고가 국가 감시망에 포착되지 않고, 10곳 중 8.5곳이 제세동기조차 없이 환자를 마취하는 무방비 상태를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소 의원은 ‘의료법’과 ‘환자안전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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