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한의학의 과학화는 ‘객관화와 근거중심’

기사입력 2026.09.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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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재근 교수, 한국체대 30여 년의 교직 생활 마침표
    방콕아시안게임 의무위원, AVC 의무위원장 등 스포츠 한의학 인식 개선
    각종 국제 대회에 한의사 팀닥터 참여, 진천선수촌 한의과 개설 등 큰 기여
    개인별 운동프로그램 제공해 인지능력 향상···“치매운동센터 운영하고 싶어”

    <편집자주> 한의학문의 발전과 후학양성에 평생을 바친 많은 한의대 교수들이 지난 8월 정년을 맞아 정들었던 강단을 떠났다. 이 가운데 오재근 교수의 발자취는 일반적이지 않았다. 그의 마지막 고별 강연은 한국체육대학교에서 마쳤다. 그는 1996년 3월8일부터 2026년 8월31일까지 무려 30년 6개월 동안 스포츠 한의학의 위상과 저변을 넓히는데 헌신했다.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에 한의사로는 처음으로 국가대표 의무위원으로 참가했고, 지난해에는 아시아배구연맹(AVC) 의무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선출되는 등 그가 내디딘 발걸음은 스포츠 한의학의 역사가 됐다. 그의 긴 여정 속으로 들어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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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체육대학교 오재근 교수>

     

    Q. 평생을 바친 교직 생활과 연구 현장을 뒤로하게 됐다.

    : 정년을 맞이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어느덧 오랜 세월이 흘러 강단에서 내려서게 됐다. 한국체육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을 당시 딱 3년만 현장에서 선수들을 치료해 보다가 한방병원으로 돌아가겠다고 아내와 약속했었다. 그런데 대학에서 부상 선수들을 돌보고, 젊고 열정적인 학생들과 함께하다 보니 30년이라는 세월이 눈 깜박할 새 지나갔다.

    아내는 지금도 사기 당했다고 하지만 나의 선택에 후회는 없다. 한의사 팀닥터로 수많은 국내외 대회의 현장을 다니면서 운동선수들을 치료하면서 경험했던 그 모든 순간들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Q. 임용 당시만 해도 ‘스포츠 한의학’은 생소한 분야였다.

    : 한방병원에서 수련의로 근무하면서 체육대학에서는 ‘스포츠의학’을, 한의과대학에서는 ‘한방재활의학’을 전공으로 각각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러던 중 한국체대에서 스포츠의학 과목의 신임교수 채용공고가 난 것을 보고 고민을 많이 했다. 당시만 해도 스포츠 한의학의 학문적 기초나 임상 활동이 매우 열악했었다.

    하지만 대한스포츠한의학회 이민영 회장께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보라고 강력히 권유해 주셨다. 매번 흔들릴 때마다 그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는 선배님의 응원 덕분에 스포츠 한의학이라는 외길을 걸으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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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 동안 박사 60명을 지도했다. 대학원 세미나 후 단체 사진 촬영>   

     

    Q. 한국체대 교수로 재임 중 가장 보람찼던 순간들은?

    : 1998년에 방콕아시안게임에 한의사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선수단 의무위원으로 참가했었다. 대회 기간 내내 밀려오는 많은 부상 선수들을 밤낮으로 치료했다. 비록 몸은 힘들었으나 말할 수 없이 큰 기쁨을 느꼈다.

    지난해에는 아시아배구연맹(AVC) 의무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의무위원회 위원이 된 지 13년만인데, 그 동안의 활동을 인정받은 것 같아 매우 뿌듯하다. 최근 학교에서 보내 온 자료를 보니 그동안 60여 명의 박사를 지도했는데, 이 역시 큰 보람이 아닐 수 없다.

     

    Q. 국내외 스포츠 관계자들에게 한의치료 효과를 각인시켰다.

    :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때 박찬호(야구), 서장훈(농구), 김세진(배구) 선수 등 많은 선수들이 한의치료 효과가 좋다며 의무실을 빈번하게 찾아왔다. 내과, 가정의학과, 재활의학과 의사들도 있었지만 그들이 주로 약을 처방해 주는 것과 달리 한의 분야는 즉석에서 치료를 통해 부상 회복을 향상시킬 수 있는 큰 장점을 갖고 있었다. 당시의 진료 실적만이 아니라 현재까지도 한의치료의 효용성이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을 정도로 한의치료 효과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Q. ‘스포츠 한의학의 과학화’란 어떤 의미인가?

    : 스포츠 한의학의 과학화는 ‘객관화와 근거중심’이라 할 수 있다. 근거 중심의 스포츠 한의학이라는 것이 너무 서양의학적 사고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스포츠 현장에 가보면 정형외과를 비롯한 각 분야의 의사들 및 스텝들과 함께 일해야 함으로 단순히 경험의학으로는 치료와 소통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의 치료 효과가 훌륭하다고 해도, 이를 근거중심으로 설명할 수 있는 객관화가 필수적이다. 물론 이 같은 일을 어느 누가 혼자 다 할 수는 없다. 스포츠 한의학의 과학화라는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려 노력했지만, 되돌아보면 해 놓은 일이 별로 없어서 부끄러울 따름이다.

     

    Q. 한약재의 도핑 안전성과 관련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 도핑 안전성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에 많은 자문을 했다. 이 과정에서 성분이 분류되지 않은 한약에 대해 과학적인 입증과 표준화 작업을 함께 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KADA의 과제로 ‘운동선수의 보충제와 한약 복용 실태’를 연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성분 분석 때 한의사들의 직접적인 참여 기회는 제공되지 않고 있다. 또한 한약에 아주 극미량의 도핑 성분이 들어 있다는 이유로 얼만큼 복용하면 이상이 없는지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력 향상에 효과적인 많은 한약재들이 도핑 리스트에 올라가 있는 것은 반드시 시정이 필요하다.

     

    Q. 스포츠 한의학의 위상을 크게 올렸다고 자부하는 대목은?

    : 대한스포츠한의학회 활동을 통해 ‘팀닥터 프로그램’을 만든 일이다. 이 프로그램을 수료한 많은 한의사들이 각 경기 단체의 팀닥터로 국내외 주요 대회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의계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진천선수촌 한의과 진료실’ 개설도 자부할 만하다. 대한체육회 의무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한 정지천 교수(동국대 한방병원)와 힘을 모아 국제저널의 논문자료와 IOC 지침, WHO 근거 등을 바탕으로 진료실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한 끝에 2018년 진료실 개소를 이룰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대한스포츠한의학회 임원들께서 큰 도움을 주셨다. 그 분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현재 높은 치료 효과를 인정받는 한의진료실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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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천선수촌 한의과 진료 개소식>   

     

    Q. 스포츠 한의학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과제는?

    : 정부는 한약의 문제와 그것의 해결 방안을 얘기하면서 한의사를 배제해선 안 된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각종 국제대회에 한의사가 들러리가 아닌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한의계 내부적으로도 한의학의 우수성을 세계무대에 널리 알리기 위해는 스스로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다. 협회-대학-학회의 유기적인 협조 체제가 필요하다. 협회는 스포츠 한의학 분야의 발전을 위한 상시적 기구를 운영해야 하고, 대학은 스포츠 한의학 과목 개설과 대학원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스포츠한의학회는 스포츠 한의학 교재 마련 및 관련 정보의 활발한 제공과 더불어 권위 있는 학회지 발간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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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르단에서 열렸던 아시안여자U16 챔피언쉽 배구대회서 의무감독관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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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안여자U16 챔피언쉽 배구대회서 우승한 한국팀 선수들과 우승 자축 세레머니>

     

    Q. 앞으로의 계획은?

    : 아내는 개업하라고 성화지만, 아마도 내가 원하는 또 다른 길을 걸을 것 같다. 올해 초 한약재를 이용한 근감소증 음료 개발 프로젝트가 정부기관의 예비 창업 과제로 선정됐다. 현재는 시제품 개발 단계이고, 내년에는 창업 과제로 선정될 것 같다. 비록 경험은 부족하더라도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계속 가고 싶다.

    또한 3년 전부터 한국체대 부근의 치매센터와 함께 인지-체력테스트 및 운동-인지향상 프로그램을 제공해 왔다. 인지기능 검사와 체력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개인별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얼마나 인지능력이 향상됐는지를 살펴봤을 때 효과가 매우 좋았다. 이와 연관된 치매운동센터를 운영하고 싶다. 아마도 이번 생에서는 아내의 희망인 한의원 개업은 물 건너 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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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구 조직위원회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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