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훈련에도 암모니아 감소·IgA 증가…생맥산 임상연구 ‘주목’
최영진 원장(경희다복한의원)
오는 10월 16일부터 22일까지 제주도에선 제107회 전국체육대회가 열린다. 17개 시·도 선수단과 해외동포 선수단 등 3만여 명이 50개 종목에서 경쟁을 펼친다. 대회를 두 달여 앞둔 8월은 무더위 속에서도 훈련 강도가 최고조에 이르는 시기다. 이 시기 선수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한 컨디션 관리다. 이에 엘리트 선수에게 한약을 처방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선수에게 한약을 처방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약재는 강근골(强筋骨)·보간신(補肝腎) 계열이다. 두충, 속단, 우슬, 골쇄보 등이 대표적이다. 반복되는 고강도 훈련으로 근골격계 손상이 잦은 선수들에게 이러한 접근은 충분히 타당하다.
하지만 대회 당일의 경기력은 근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산소 운반 능력과 피로물질 처리, 면역 유지 등 회복 능력 역시 중요한 변수다. 근골격계를 하드웨어에 비유한다면, 피로 회복 시스템은 소프트웨어에 해당한다. 하드웨어만 보강하고 소프트웨어를 방
치하면 훈련량은 늘어나도 기록은 정체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주목할 수 있는 처방이 생맥산이다. 생맥산은 인삼·맥문동·오미자로 구성돼 기를 보하고 진액을 보충하며 흩어진 기운을 수렴하는 대표적인 기음양허 처방이다.
◆ 고강도 훈련에도 암모니아 ‘절반’…간기능·면역지표도 개선
생맥산을 중재로 한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 임상시험 ‘Modified Saengmaeksan, an herbal formula containing six herbs, improves hypertension through RhoA/Rho kinase-mediated vasorelaxation(Shi J, Lee JH, Won SJ, Oh S, Ha MS. *J Immunol Res*. 2023;2023:3269293)’ 논문을 살펴보면 대학 남자 테니스 선수 18명을 대상으로 4주간 여유심박수 70~90% 수준의 고강도 훈련을 주 5회 시행했다. 생맥산군은 하루 770mL를 7회로 나누어 복용했고, 대조군에는 색상과 포장을 동일하게 맞춘 위약을 투여했다.
연구 결과는 의미 있는 변화를 보여줬다. 암모니아의 경우 생맥산군은 120.56±43.61 μg/dL에서 58.89±37.21 μg/dL로 감소한 반면 대조군은 142.22±35.32에서 160.78±48.18 μg/dL로 증가(시간×처치 교호작용 F=21.620, p<0.001)했다.
간기능(ALT)는 생맥산군에서 20.67→15.78 IU/L로 감소했고, 대조군에서는 13.22→16.44 IU/L로 증가(p=0.041)했다. AST는 군 간 차이는 없었으나 생맥산군에서 20.78→17.00 IU/L로 유의하게 감소했다.
점막 면역 IgA는 생맥산군에서 증가했고 대조군에서는 감소(p<0.01)했으며, 젖산의 경우 두 군 모두 유의한 변화는 없었다.
◆ 승부 가르는 ‘판단력’과 감염 변수…생맥산서 찾은 두 개의 신호
특히 암모니아 감소는 임상적으로 주목할 만하다. 암모니아는 운동 후 중추피로를 유발하는 주요 물질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농도가 높아질수록 판단력과 정밀한 운동 수행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 따라서 생맥산 복용군에서 암모니아가 감소했다는 결과는 테니스나 구기종목, 격투기처럼 순간적인 판단과 정확성이 경기 결과를 좌우하는 종목에서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IgA 결과 역시 현장에서 활용 가치가 높다. 지구성 종목 선수들은 고강도 훈련 이후 타액과 점막의 IgA가 감소하면서 상기도 감염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대회를 앞둔 선수들의 컨디션을 무너뜨리는 가장 흔한 변수 가운데 하나가 감기와 같은 상기도 감염이다.
물론 이번 연구는 대상자가 18명에 불과했고, 단일 기관·단일 종목의 남성 선수만 포함했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VO₂max나 실제 경기 기록과 같은 직접적인 경기력 지표를 평가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고강도 훈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화학적 스트레스를 생맥산이 완화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왜 ‘생맥탕’이 아니라 ‘생맥산’일까
한 가지 덧붙이자면 생맥산은 이름 그대로 ‘탕(湯)’보다 ‘산(散)’ 제형으로 활용하는 것이 유리할 가능성이 있다. 구성 약재인 오미자의 주요 활성성분인 쉬잔드린(schisandrin) 계열 리그난은 친지질성 물질로 물에 대한 용해도가 낮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미자의 수추출물과 에탄올 추출물을 비교한 연구에서는 에탄올 추출물의 리그난 함량이 수추출물보다 수 배 이상 높게 보고됐다.
따라서 열수추출물보다 산제로 복용하면 유기산에 의한 수렴(收斂)·생진(生津) 작용뿐 아니라 씨앗 속 리그난까지 함께 섭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임상에서 반드시 탕제를 사용해야 한다면 오미자를 분쇄한 뒤 탕전하는 방법을 권하고 싶다. 세포벽이 파괴되면서 리그난이 외부로 노출되고 표면적도 넓어져 통째로 달이는 것보다 유효성분의 추출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알코올 추출제나 환산제를 활용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차선책이다. (『과학으로 보는 한약 이야기』 14, 한의신문 2026. 3. 30.)
◆ 근거·제형·도핑, 선수 한약의 세 가지 조건
“丹溪心法附余”에서도 생맥산의 용량과 조제법을 기록하고 있는데, "약재를 빻아 물 한 컵을 넣고 7/10이 남을 때까지 달여 복용한다"고 하였다. 즉 약재를 탕전하기 전에 여러 번 문질러 고운 입자로 만드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선수에게 한약을 처방할 때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도핑 안전성이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가 지난해 발표한 ‘한약재 도핑 방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다빈도 사용 한약재 32종 가운데 금지약물 성분이 검출된 약재는 다음과 같다.
* 마황: Ephedrine, Methylephedrine, Pseudoephedrine
* 백굴채·부자·세신·연자육·오수유·오약·산초: Higenamine
* 마전자·보두: Strychnine
임상적으로 특히 주의해야 할 약재는 연자육이다. 마황이나 부자는 선수에게 사용을 피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자리 잡았지만, 연자육은 보약 처방에 비교적 쉽게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히게나민은 세계도핑방지규약(WADA) S3 베타-2 작용제에 해당하는 상시 금지 성분이다. 처방 단계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선수 한약은 단순히 몸을 보하는 처방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근거 중심의 처방, 유효성분을 고려한 제형 선택, 그리고 철저한 도핑 안전성 검토가 함께 이뤄질 때 비로소 경기력 향상과 선수 보호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12년 만에 제주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이 스포츠한의학의 이러한 원칙이 더욱 확산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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