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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9월 10일 (목)

동서양의 교차로 사마르칸트, 한의학으로 마음을 잇다

동서양의 교차로 사마르칸트, 한의학으로 마음을 잇다

정광호 한의사(천안시 서북구 보건소 공중보건의)
KOMSTA 제185차 우즈베키스탄 의료봉사를 다녀와서 <2>

185차 정광호 한의사1.jpeg


[한의신문] KOMSTA(대한한의약해외의료봉사단)는 1993년 설립 이후 정부의 지원과 대상국 정식 의료 허가를 받아 의료혜택에서 소외된 전 세계 사람들을 위한 지속적인 의료봉사 및 질병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단체이다. 이번 제185차 WFK-LKC KOMSTA 봉사단은 17명(한의사 6명, 학생단원 11명)으로 구성되어 우즈베키스탄 사마르 칸트 주립 의과대학에서 봉사활동을 수행했다.

 

4일 동안 초진/재진 포함 총 836명의 환자들이 진료소를 방문하였으며, 침·부항·한약·외용 연고 등 다양한 한의 약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학생 단원들은 접수 및 안내, 진료보조, 약재 제공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동서양의 교차로, 사마르칸트에서 한의학으로 마음을 잇다

 

사마르칸트는 예로부터 실크로드의 중심에서 동서양의 문화가 만나던 도시로, ‘문화의 교차로’라 불려온 곳이다. 도시 곳곳의 모스크와 유적들은 푸른색과 하늘색 타일로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었고,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만큼 처음 마주한 사마르칸트의 모습은 특별하게 다가왔다.

 

이번 제185차 KOMSTA 의료봉사를 통해 과거 수많은 문화와 사람들이 오갔던 이곳에서 한의학을 매개로 현지 주민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사마르칸트 주립의과대학 관계자분들은 우리 봉사단을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그동안 우즈베키스탄에서의 의료봉사가 주로 타슈켄트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사마르칸트 주민들 역시 이러한 의료봉사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첫날은 현지 병원이 쉬는 날이었고 아직 봉사 소식을 접하지 못한 주민들도 있어 비교적 한적하게 시작했다.

 

하지만 첫날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가족과 지인들에게 소식을 전하면서 둘째 날부터 환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고, 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날에는 잠시 앉아 있을 틈조차 없을 정도로 진료실이 붐볐다. 첫날 치료를 받은 뒤 몸이 한결 편해졌다며 다음 날 가족이나 지인을 데리고 다시 찾아오는 환자들도 많았다.

 

처음 통역을 사이에 두고 환자를 진료하는 경험은 생각보다 낯설었다.

 

한국에서 늘 하던 문진과 치료도 말이 통하지 않는 환경에서는 새롭게 느껴졌다. 하지만 “어디가 아프세요?”, “조금 따끔합니다”, “편하게 계세요”와 같은 기본적인 현지 표현을 하나둘 익히고, 통역가분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점차 환자들과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었다.

 

진료실에는 허리와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가장 많았다.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주민들이 많았고, 장시간 운전으로 목과 어깨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또한 한국에서 접했던 것보다 다양한 내과적 질환에 대해 한의학적 치료를 받고 싶어 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침에 대한 현지 주민들의 거부감은 예상보다 훨씬 적었고 이미 침 치료를 경험해 본 환자들도 많았다.

 

어린 환자들도 종종 진료실을 찾았는데, 옆 진료실에서는 첫날 침이 무서워 하나만 맞겠다고 했던 아이가 날이 지날수록 침의 개수를 늘려 마지막 날에는 열 개가 넘는 침을 맞고 돌아가는 재미있는 일도 있었다.

 

한약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한 환자분은 처방받은 한약을 먹은 뒤 평소 잘 이루지 못했던 잠을 편안하게 잤다며 돈을 낼 테니 약을 더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물론 의료봉사로 가져온 의약품인 만큼 판매는 어렵다고 설명드렸지만, 이런 경험들을 통해 현지 주민들이 한의학을 생각보다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현지 의료진과의 교류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진료실을 준비하는 순간부터 진료에 불편한 점은 없는지 수시로 확인해 주었고, 현지 의사가 시행하는 수기치료를 직접 체험하면서 한국의 추나치료와 닮은 점과 다른 점을 느껴볼 수도 있었다.

 

반대로 현지 의료진들 역시 우리가 시행하는 침과 부항 치료에 큰 관심을 보였다. 서로 다른 의료환경에서 일하고 있지만 각자의 치료법에 관심을 갖고 경험해 보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185차 정광호 한의사2.jpeg

 

지팡이 없이 다시 찾아온 환자

 

이번 봉사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분은 다발성 요추 추간판탈출증과 척추관협착증을 앓고 있던 60대 환자분이었다. 병원에서 촬영한 MRI와 검사 자료를 들고 지팡이에 의지한 채 허리를 많이 굽힌 모습으로 진료실에 들어오셨다.

 

검사 자료와 증상을 확인한 뒤 침과 부항 치료를 시행했다. 치료를 마치고 침대에서 일어나셨을 때 처음보다 허리가 눈에 띄게 펴진 모습에 나뿐만 아니라 통역가와 진료실에 있던 사람들도 놀랐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다음 날이었다. 전날 지팡이를 짚고 오셨던 환자분이 이번에는 지팡이 없이 진료실을 다시 찾아오셨다.

 

환자분은 나흘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치료를 받으러 오셨고, 어느 순간부터는 나 역시 매일 그분이 진료실에 들어오실 때마다 오늘은 얼마나 더 편해지셨을지 궁금하고 기다려졌다. 마지막 날에는 이런 치료를 계속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으셨고, 우즈베키스탄에서 지속적으로 한의학 진료를 하고 계신 송영일 원장님을 안내해 드렸다. 환하게 웃으며 거듭 고맙다고 인사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큰 보람을 느꼈다.

 

언어는 달라도 마음은 통한다

 

진료가 이어지면서 통역가분들과의 호흡도 자연스럽게 맞아갔다. 재진 환자에게 전날 치료 후 상태를 묻고 한약에 관해 설명하는 일이 반복되자, 마지막 날쯤에는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통역가분이 무엇을 물어볼지 알고 먼저 설명해 주기도 했다. 특히 어려운 의학용어를 별도의 스크랩북에 정리해 공부하고, 정확한 의미를 다시 물어가며 통역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봉사단을 이끌어주신 팀장님과 대리님을 비롯한 여러 단원들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진료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 주시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셨기에 팀원들이 각자의 역할에 집중하며 봉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오랜 대기시간에 지쳐 굳은 표정으로 진료실에 들어오던 환자들도 진료를 마치고 나갈 때는 오른손을 가슴에 올리고 환하게 웃으며 “라흐마트”라고 인사해주었다. 어떤 분은 러시아어로 “스파시바”, 영어로 “Thank you”, 심지어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해주기도 했다. 사용하는 언어는 모두 달랐지만 그분들이 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이해하는 데에는 통역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번 봉사를 통해 가장 크게 느낀 것도 바로 이것이었다. 처음에는 언어의 장벽을 어떻게 넘어야 할지가 가장 큰 걱정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의료에서는 언어만큼이나 환자를 대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환자를 향한 따뜻하고 세심한 진료와 이에 미소와 감사로 화답하는 환자들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장벽이 없었다.

 

마지막 날, 첫날부터 꾸준히 치료를 받으러 오셨던 환자들과 작별하며 거듭 감사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며칠간의 기억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사마르칸트를 떠나면서 우리가 이곳에 머문 시간은 짧았지만, 우리의 진료가 조금이나마 이분들의 건강과 삶에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는 마음과 이제 떠나야 한다는 아쉬움이 함께 밀려왔다.

 

오래전부터 서로 다른 문화와 사람들이 만나고 이어졌던 동서양의 교차로 사마르칸트에서, 이번에는 한의학을 통해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만났다. 그곳에서 나는 언어는 달라도 사람을 향한 마음은 충분히 전해질 수 있다는 것과 한의학이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제185차 사마르칸트 의료봉사는 내게 첫 KOMSTA 활동이자 첫 해외의료봉사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 의사로서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올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KOMSTA 의료봉사에 참여하고 싶으며, 해외의료봉사를 고민하는 주변 동료 한의사들에게도 이 특별한 경험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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