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으로 전한 진심, 센베노부터 바이시테까지

기사입력 2026.08.26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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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경 학생(한국외국어대학교 말레이.인도네시아어통번역학과 4학년)
    KOMSTA 제183차 몽골 의료봉사를 다녀와서 <2>

    김태경 (1).JPG


    [한의신문] 내가 과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출국 직전까지도 가졌던 고민이었다. 나는 한의학도도, 간호학도도 아니다. 그렇다고 의료계에 몸담고 있는 것도 아닌, 평범한 어문 전공생 중 한 명이었다. 국제개발협력사업에 관심이 있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주관적인 느낌에서 비롯되는 공헌감을 중요한 가치라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지금껏 봉사에 임해왔고, 이번 파견 역시 그러한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처음 주변에 합격 소식을 알렸을 때, 반응은 크게 두 가지였다. “축하한다”와 “네가 거기서 뭐 해?”였다. 솔직히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번 파견은 ‘한의학 의료봉사’라는 명확한 목적이 있었기에, 일반 단원으로서, 더군다나 유일한 비의료계열 전공자로서 나의 역할과 능력에 스스로 의구심이 든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최대한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보자는 마음으로 총무 역할에 자원했다. 그리고 단원들에게 도움은 주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피해는 주지 말자는,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출국장을 나섰다.

     

    조금씩 그 답을 찾아가다

     

    3시간의 비행 끝에 울란바토르에 도착했다. 한의사 4명과 일반 단원 7명으로 이루어진 제183차 WFK 몽골 한의약봉사단은 8월 6일부터 12일까지 7일간 울란바토르 현지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보건 및 건강 증진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활동에 임했다.

     

    전날 진료소 세팅과 현지 교육을 마치고 본격적인 진료 첫날. 병원 앞은 이미 30분 전부터 기다리고 있던 주민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아,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였다. 순간적으로 정신이 번쩍 들면서, 정말 이 기간만큼은 의료진의 마음가짐으로 진지하게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료 첫날 진료 보조를 맡은 나는 종일 긴장의 연속이었다. 초반에는 몰려드는 환자들에 정신을 놓아 재진증 배부를 잊기도 하고, 처음 만져보는 의료기구에 손이 떨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원장님은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다독여주시며 용기를 주셨고, 통역사분을 비롯한 주변 분들도 응원의 메시지를 건네주었다. 그리고 조금씩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임했다.

     

    환자가 진료실로 들어올 때 “센베노”(안녕하세요)를 시작으로, 진료를 마치고 나서는 “바야를라, 바이시테”(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를 잊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환자분들은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고, 다음 날에도 병원을 방문해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았다.

     

    이후 진료일에는 접수처, 약제실, 그리고 다시 한 번 진료 보조 역할을 수행하며 환자분들과 소통하고 미소를 지으면서 점차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을 확대해 나갔다. 주변에서 많이 배려하고 도와주었기에 점차 나도 자신감을 가지고 활동에 임할 수 있었다. 마지막 날에는 능숙하게 환자를 응대하고 진료를 수행하는 나 자신을 보며 스스로가 조금은 기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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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 그리고 추억

     

    셋째 날, 진료 마감 한 시간 전 방문하신 할아버지 한 분이 기억에 남는다. 환자의 부항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나의 실수로 피가 옷깃에 묻는 일이 발생했다. 괜찮다고는 하셨지만 마음에 걸렸던 나는 병원 문 앞까지 그분을 배웅해드렸다. 와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도와줘서 고맙다며 눈빛과 표정으로 말씀하였고, 그분이 환한 미소와 함께 건네신 포옹은 아직까지도 내 마음 한편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한 가지 더 기억에 남는 것은 환자분들이 오랜 대기 시간에도 어느 누구 하나 불평이나 불만을 표하지 않았고, 순서를 새치기하는 일도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대부분의 환자분들은 따뜻한 눈빛과 표정으로 치료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어떤 환자분들은 서툰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의료진 한 명 한 명에게 악수를 건네기도 했고, 4일간 진료를 담당해주신 원장님께 마지막 날 선물을 건네는 훈훈한 장면도 있었다.

     

    드리러 왔지만 오히려 받는, 마음이 충만해지는 시간이었다.

     

    봉사를 마치며

     

    4일간의 활동을 마친 후, 총 880명의 진료 기록과 함께 우리는 몽골을 떠났다. 비록 우리는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머물다 떠나지만, 남아 있는 이들에게는 우리가 남긴 기억과 치료의 효과가 오래도록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국 전까지 품었던 ‘내가 과연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이제는 조금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것은 반드시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만은 아니었다. 환자를 맞이하며 건넨 “센베노”, 진료를 마치며 전한 “바야를라, 바이시테”, 그리고 서툴지만 진심을 담아 건넨 작은 미소 하나도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몰랐지만,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봉사였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도움을 주러 간 사람인 동시에, 오히려 더 많은 마음을 받고 돌아온 사람이 되었다.

     

    이번 몽골 파견은 나에게 ‘봉사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한 시간이었다. 짧은 7일이었지만, 그 안에서 만난 사람들의 따뜻한 눈빛과 포옹, 그리고 “감사합니다”라는 한마디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어쩌면 내가 몽골에 전하고 싶었던 진심보다, 몽골에서 받은 진심이 훨씬 더 컸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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