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간 딸에게 이체한 1억 2천만원, 왜 세금이 더 나왔을까

기사입력 2026.07.1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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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생활 속 조세·법률 상식 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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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호 변호사

    -한의사

    -법무법인 율촌, 조세그룹


     


    제마의 딸 제니는 캐나다로 3년간 유학을 떠났다. 제마는 딸이 유학 가 있는 동안 한의원을 성실히 운영하여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게 되었다. 제니가 떠난 지 2년째 되는 어느 날, 제마는 한의신문 칼럼에서 미성년 자녀에게 2천만원까지는 증여세 없이 증여할 수 있고, 하루라도 빨리 증여해야 10년 후에 다시 증여세 없이 증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제마는 제니의 국내 금융기관 계좌로 1억 2천만원을 송금하고, 직계비속에 대한 증여재산공제 2천만원을 적용하여 과세표준 1억원, 산출세액 1천만원으로 증여세를 신고·납부했다. 그런데 수개월 후, 제마는 세금을 더 내라는 고지서를 받게 되었다. 이유가 무었일까?


    세법상 ‘거주자’란


    사람마다 국적이 있다. 이를 기준으로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는 장소가 결정되고, 납세의무와 병역의 의무, 참정권 행사의 범위 등이 정해진다. 납세의무로 좁혀 보면, 대한민국은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는 전세계소득에 대하여 과세를 하고, 외국인을 대상으로는 국내원천소득, 즉 대체로 대한민국 내에서 발생한 것으로 여겨지는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를 한다. 다른 나라들도 대체로 이와 비슷한 과세 체계를 갖추고 있다. 여기서 세법상 ‘국민’의 범주는 실제 국민의 범주보다 조금 넓다. 따라서 세법은 ‘국적’ 외에 ‘거주자’라는 개념을 따로 정하고 있다. 


    먼저 소득세법은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 거소(居所)를 둔 개인을 거주자로, 그렇지 않은 개인을 비거주자로 구분한다. 여기서 주소는 주민등록상 주소가 아니라 가족관계, 직업, 자산 등 생활의 근거가 국내에 있는지를 종합하여 판단하는 개념이다. 실무에서는 1차적으로 1년에 183일 이상 국내에 머물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른바 ‘183일 룰’이다. 


    만약, 두 개 이상 나라에 생활의 근거가 있어, 내가 어떤 나라 거주자인지 알기 어렵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OECD 모델조세협약은 ① 항구적 주거, ②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 ③ 일상적 거소, ④ 국적 순으로 거주지를 판단하도록 기준을 정해 두었고, 이 기준은 대체로 여러 나라의 조세조약에 반영이 되어 있다. 따라서 국경이동이 잦은 납세자라면 자신이 어떤 나라의 거주자인지 위 기준에 따라 판단하면 된다. 


    이처럼, 어떤 나라의 거주자인지 판단하는 기준은 여러 개별 사실관계를 종합하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유학생이라고 해서 일률적으로 비거주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제니처럼 3년의 장기 일정으로 출국하여 국내에 머무는 날이 거의 없고, 국내에 별도로 사업체 기타 경제적 기반이 분명하지 않다면, 출국 후 반년 이상이 지나면 비거주자로 판정될 가능성이 높다. 


    과세 구조 자체가 다른 비거주자에 대한 증여


    비거주자에 대한 증여는 공제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과세체계부터 다르므로 이를 먼저 살펴보자. 수증자가 거주자인 경우, 국내외 모든 증여재산에 대해 수증자가 증여세를 낸다. 수증자가 비거주자이면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으로는 국내에 있는 재산을 증여받은 경우에만 과세된다. 이 경우 증여재산공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한편, 수증자가 비거주자라 하더라도 수증자에게 세금을 매긴다. 다만 수증자가 세금을 내지 못할 때 증여자에게 연대납세의무를 묻게 된다. 


    그렇다면 거주자가 국외에 있는 재산을 비거주자에게 증여하면 과세를 피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제35조)은 거주자가 비거주자에게 국외재산을 증여하는 경우 수증자가 아닌 증여자에게 증여세 납세의무를 지운다. 만약 제마가 캐나다에 있는 제마의 예금계좌에서 제니의 캐나다 현지 계좌로 송금했다면 국외재산의 증여에 해당하여, 납세의무자는 제니가 아니라 제마 본인이 된다. 다만 이 경우에는 증여재산공제가 적용된다. 


    반면 증여자도 비거주자, 증여받는 자도 비거주자라면 국외재산의 증여에 대해 대한민국이 과세하지 않고, 국내재산 증여에 대해서면 과세를 한다. 즉 국외재산의 증여는 증여자가 거주자인지에 따라 과세 여부가 갈리는 셈이다.


    ‘거주자’에게 집중된 세제혜택


    증여세 관련 증여재산공제(예컨대 직계비속에 대한 증여의 경우 수증자가 성년이면 5천만원, 미성년이면 2천만원)도 증여받는 사람, 즉 수증자가 거주자인 경우에만 적용된다. 예컨대, 서두의 사례에서 제니가 비거주자로 인정되는 경우 2천만원의 공제를 받을 수 없고, 과세표준은 1억원이 아니라 1억 2천만원이 된다. 이 경우 산출세액은 1,400만원(1억원까지 10%, 초과분 20%)으로, 제마가 신고한 1천만원보다 400만원이 많다. 여기에 신고·납부를 적게 한 데 따른 가산세까지 붙는다. 이것이 바로 제마가 고지서를 받은 이유이다.

    증여 외에 유상거래까지 범위를 넓혀 보아도, 우리 세법은 공제·감면 등 주요 세제혜택을 설계할 때 거주자를 우대하고 있다. 중요한 것 위주로 몇 가지만 살펴보자. 


    첫째, 부동산 양도소득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감면제도 가운데 하나인 1세대 1주택 비과세 제도는 양도일 현재 거주자에게만 적용된다. 세법에서 말하는 ‘1세대’가 “거주자 및 그 배우자가 그들과 같은 주소·거소에서 생계를 같이하는 자”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1세대 1주택자에게 주어지는 최대 80%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또한 거주자에게만 적용된다. (비거주자는 30%한도의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적용받을 수 있다. 다만 조정지역에서 2주택자인 경우에는 양도 당시의 규정을 재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12억 원 이하의 1세대 1주택 비과세를 적용받고자 하는 경우, 혹은 12억 원 초과 주택으로서 12억 원 이하 부분에 해당하는 양도차익의 비과세와 함께 그 초과 부분의 양도차익에 대하여 거주·보유기간에 따라 최대 80%에 달하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받고자 한다면, 양도 전 자신이 거주자인지를 점검해 보아야 한다. 


    둘째, 종합소득세의 인적공제와 각종 특별공제·세액공제도 납세자가 거주자임을 전제로 주는 혜택이다. 비거주자는 본인에 대한 기본공제 등 일부만 적용받을 수 있다. 


    셋째, 상속세에서도 피상속인이 비거주자이면 기초공제 2억원만 적용될 뿐 배우자상속공제나 일괄공제 5억원 같은 공제를 받을 수 없다. 


    비거주자에게 돈을 줄 때는 원천징수의무가 있는지 살펴야


    거주자가 비거주자 사이의 유상 거래에서 한 가지 꼭 기억할 것이 더 있다. 비거주자에게 돈을 줄 때 원천징수의무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없는 비거주자나 외국법인에게 국내에서 과세되는 소득, 즉 국내원천소득을 지급하는 자는 그 지급액에서 세금을 미리 떼어 국가에 납부할 의무가 있다. 대한민국 과세관청이 해외에 있는 비거주자나 외국법인을 찾아가 과세할 권한이 없다 보니, 국내에 소재하면서 세무조사와 추징, 체납처분이 가능한 ‘소득을 지급하는 자’에게 납세협력의무를 부여하여 징세사무를 대행하게 한 것이다.


    만약 원천징수 없이 대금을 전부 지급해 버렸는데, 세무조사 과정에서 그 사실이 발각된 경우에는 소득을 지급한 국내 거주자나 내국법인은 원천징수하였어야 할 세금을 가산세와 함께 국가에 납부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 세금은 본래 소득을 얻은 비거주자나 외국법인이 내어야 할 세금이었다. 따라서 비거주자·외국법인 대신 세금을 먼저 납부한 소득 지급자는 그 비거주자·외국법인에 대해 별도로 구상청구를 하여 납부세액만큼 보전을 받아야 한다(이 때 일반적으로 가산세 등 추가비용은 보전받을 수 없다). 상대방이 해외에 있는 이상 소송의 진행과 소송 결과에 따른 집행이 쉽지 않다는 부담도 떠안아야 한다. 


    따라서 한의원을 운영하며 해외 업체에 홈페이지 제작비나 광고료, 사용료를 지급하거나 해외 인력에게 용역대가를 지급할 일이 있다면, 송금하기 전에 원천징수 의무가 있는지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조세조약에 따라 세율이 낮아지거나 과세가 면제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상대방이 어느 나라의 거주자인지도 함께 살펴보고, 해당 조세조약에 따른 혜택도 최대한 적용받는 것이 좋겠다.


    에필로그 

     

    제마는 자신이 증여의 ‘타이밍’을 간과했음을 깨달았다. 제니가 출국하기 전, 즉 아직 거주자일 때 2천만원을 먼저 증여했다면 미성년 직계비속 공제 2천만원이 적용되어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었다. 그 후 제니가 해외에 있는 동안 1억원을 추가로 증여했다면 이 1억 원에 대해서만 10%의 낮은 세율을 적용받아 증여세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같은 거래라 하더라도 납세자가 거주자인지 여부, 거래상대방이 거주자인지 여부에 따라 납세의무가 달라진다. 송금 버튼을 누르기 전에 ‘거주자’라는 세 글자를 먼저 떠올려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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