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어 마주한 통합돌봄과 한의학의 미래

기사입력 2026.07.1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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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도쿄도 하치오지시 시청 및 후쿠다의원 방문 기고(하)
    시흥시 학술이사로서 품었던 두 가지 꿈
    장진용 원장(시흥시 재택의료센터 대표·사랑한의원)


    하치오지시 방문기고_장진용.jpg

     

    후쿠다 의원 방문: 상호 존중 속 피어난 학술 교류

    이튿날인 64, 진정한 학술 교류의 장을 실현하기 위해 다시 렌터카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렸다.

    전날의 일정이 행정과 정책 중심이었다면, 이날은 임상과 학술의 깊이를 나누는 자리였기에 또 다른 긴장감이 엄습했다.

     

    후쿠다 원장님은 의과대학을 졸업한 소화기내과 전문의이자 소화기내시경 전문가이지만, 뜻한 바가 있어 동양의학에 심취해 현재 한의 치료를 융합해 진료하고 있다. 일본동양의학회 전문의 겸 지도의 자격을 보유한 권위자이기도 하다. 작년 1시간가량 화상 화면으로만 마주했던 그를 실제로 만난다는 사실에 심장이 뛰었다.

     

    의원에 도착해 후쿠다 원장, 그리고 그의 오랜 지인인 스즈키 침구사, 쯔무라제약 관계자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본격적인 원내 견학이 시작되었다. ·서 의학을 융합한 진료실답게 X-ray, 심전도 및 혈액검사 장비, 그리고 각종 예방접종 백신 등이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었다.

     

    하치오지_후쿠다의원.png

     

    이어 도로 건너편에 위치한 아인 약국으로 자리를 옮겼다. 처방전을 발급하면 즉석에서 한약을 조제·탕전할 수 있는 전문 시설이 마련되어 있었고, 진열대에는 양약과 한약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었다. 환자의 건강을 위해 두 의학의 경계를 허문 의료 시스템을 목도하며 만감이 교차했다. 하치오지시 관내에서 이처럼 한약을 직접 탕전하여 처방하는 의원은 후쿠다 의원이 유일하다는 설명에서, 의학을 대하는 그의 숭고한 진정성이 전해졌다.

     

    그는 양약과 한약의 적응증을 명확히 구분하고, 때로는 병용 투여를 통해 시너지를 내는 임상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유해주었다. 이어 동양의학적 진찰법인 복진(腹診)에 대한 지견 공유와 실습이 이어졌다. 필자는 한국에서 다빈도로 활용되는 호침, 도침, 약침 등을 선보였는데, 후쿠다 원장과 스즈키 침구사 모두 한국 한의학의 발전된 치료 도구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복진상담.jpg

     

    역설 속에서 피어난 한국 한의학의 저력

    스즈키 침구사는 일본 국민의 약 5%만이 침구 치료를 받고 있어 저변 확대가 시급하다는 고민을 토로했다.

    그의 말을 들으며 필자는 한국 한의학의 건강보험 보장성 현실을 되짚어보게 되었다. 동시에 하치오지시 전체에서 탕전 시설을 갖춘 의원이 단 한 곳뿐이라는 현실은, 현대사회에서 한의학이 처한 좌표를 냉정하게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탕전약과 침치료가 분절된 일본의 제도적 한계와 달리, 한국은 제도적 역경 속에서도 약침(藥鍼)이라는 독창적이고 강력한 치료 수단을 스스로 개척해냈다는 자부심이 차 올랐다.

    약을 처방하는 의사와 침을 놓는 침구사로 이원화된 일본의 시스템에서는 결코 도출될 수 없는 고도의 치료 옵션이 바로 대한민국의 약침이다. 어쩌면 우리 한의학이 이룬 눈부신 성취는, 역설적이게도 수많은 불합리한 제도적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 사투를 벌여온 과정에서 축적된 저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약국에 놓인 롤파우치 형태의 약탕기를 보며 필자가 저희한의원의 옛날 약탕기와 같아 향수가 느껴진다고 하자, 후쿠다 원장은 반대로 일본 한방의 척박한 현실에 대한 고민을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수요 부족으로 인해 약탕기 한 대 가격이 500만 원(50만 엔)을 호가한다는 일본의 현실, 그리고 이와 대조적으로 수많은 한의사가 보건의료의 한 축으로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한국의 한의학 생태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그의 눈빛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치오지_후쿠다의원1.jpg

     

    국경을 넘어 이어질 인연을 기대하며

    이어진 만찬 자리는 양국의 경계를 허문 소통의 장이었다.

    비싼 대학 등록금에 대한 넋두리부터, 국제 정서 불안으로 인한 주사기 등 필수의약품 수급난에 대한 동병상련, 양국의 의사회 조직 체계와 개원의로서 거주지 근처에서 겪는 소소한 불편함까지 다채로운 대화가 오갔다. 양국의 역사, 동년배로서의 자녀 교육 고민, 자동차와 주식에 이르기까지 깊은 공감대 속에 흘러간 시간은 오후 2시에 시작된 만남을 밤 9시가 넘어서야 마무리 짓게 했다.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귀국한 지 나흘 뒤,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후쿠다 원장이 오는 9월 중 필자의 한의원을 답방하고 싶다는 의사를 타진해온 것이다. 일회성 방문에 그칠 줄 알았던 교류가 지속 가능한 학술적 연대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34일간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필자가 얻은 확신은 결코 가볍지 않다. 대한민국 한의학은 여전히 국민 건강의 공고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며, 열악한 환경이라는 모순 속에서 오히려 더 단단하게 진화해왔다는 사실이다.

     

     

     

    이번 방문에서 얻은 혜안을 바탕으로, 시흥시 재택의료센터의 내실을 다지고 시흥형 통합돌봄 안에서 한의학이 고유의 빛을 발할 수 있도록 걸음을 재촉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필자를 따뜻하게 맞아준 하치오지시 관계자들과 후쿠다 원장님께 깊은 경의를 표한다.

     

    저녁식사.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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