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보는 한약 이야기 17

기사입력 2026.07.06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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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桂枝는 肉桂로 대체할 수 있는가?
    - 성분과 임상근거로 다시 본 계지·육계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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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철 교수

    경희대 한의대 본초학교실 교수

    (주)뉴메드 대표이사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김호철 교수(경희대 한의대 본초학교실)의 ‘과학으로 보는 한약 이야기’를 통해 임상 현장에서 자주 제기되는 한약의 궁금증과 문제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최신 연구 결과와 한의학적 해석을 결합해 쉽게 설명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이 기존의 한약 지식을 새롭게 바라보고, 실제 진료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회에서 우리는 桂枝와 肉桂의 구분이 본래 약리학적 발견에서 출발했다기보다, 한 그루의 계피나무에서 나오는 부위 차이와 송대 본초학의 법상론적 해석 속에서 형성되었을 가능성을 살펴보았다. 밑둥과 굵은 줄기의 두껍고 향이 강한 수피는 肉桂로, 위로 올라가며 얇아지는 가지와 어린 가지는 桂枝로 나뉘었고, 후대 본초학은 이 차이를 해표(解表)와 온리(溫裏), 온경통맥(溫經通脈)과 보화조양(補火助陽)이라는 효능으로 정리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두 약재는 성분부터 다른가. 肉桂에는 있고 桂枝에는 없는 결정적인 성분이 따로 있는가. 더 중요한 것은 임상이다. 桂枝는 실제로 사람의 몸에서 표를 풀고, 肉桂는 리를 덥힌다는 차이가 확인되어 있는가. 아니면 같은 계피나무에서 나온 부위 차이를 후대 본초학이 효능 차이로 설명해 온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桂枝와 肉桂는 완전히 다른 약재라기보다 같은 계피류 안에서 부위와 농도가 다른 약재다. 肉桂는 밑둥과 굵은 줄기의 두껍고 향이 강한 수피이고, 桂枝는 위쪽의 가는 가지나 어린 가지다. 두 약재의 차이는 전혀 다른 성분의 차이라기보다, 같은 계피류 성분이 얼마나 진하게 들어 있느냐의 차이에 가깝다. 후대 본초학은 이 차이를 해표와 온리라는 효능으로 설명했다. 결국 桂枝와 肉桂의 구분은 먼저 계피나무의 부위 차이에서 출발했고, 그 차이가 본초학 속에서 효능 차이로 정리된 것이다.


    다른 성분이 아니라, 진하고 옅은 차이다


    성분을 보아도 桂枝와 肉桂는 전혀 다른 약이 아니다. 두 약재는 모두 Cinnamomum cassia 계열에서 나오고, cinnamaldehyde, cinnamic acid, coumarin, procyanidin류, phenolic compound류 같은 계피류의 대표 성분을 함께 가진다. 한쪽에만 있고 다른 쪽에는 없는 결정적 성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차이는 같은 성분이 얼마나 많이 들어 있느냐에 있다.


    이 차이는 부위에서 나온다. 肉桂는 밑둥과 굵은 줄기의 두꺼운 수피다. 이 부위에는 정유 성분과 polyphenol 성분이 더 많이 모여 있다. 반면 桂枝는 위쪽 가지나 어린 가지다. 수피는 얇고 목질부는 많다. 그러니 같은 계피류 성분을 가지고 있어도 전체 농도는 낮아진다. 桂枝 안에서도 껍질에는 cinnamaldehyde와 cinnamic acid가 많고, 목질부로 갈수록 줄어든다.


    물론 肉桂와 桂枝가 화학적으로 완전히 같다는 뜻은 아니다. 다르다. 그러나 그 차이는 전혀 다른 약리 본성의 차이라기보다, 같은 계피나무에서 어느 부위를 쓰느냐에 따라 생기는 농도와 비율의 차이다. 산지, 수령, 채취 시기, 껍질 두께, 건조와 가공 방식에 따라서도 이 성분 함량은 크게 달라진다.


    그러므로 성분 분석만으로 “桂枝는 표를 풀고, 肉桂는 리를 덥힌다”고 말할 수는 없다. 성분 분석은 肉桂가 더 진한 수피이고, 桂枝가 더 옅은 가지라는 점을 설명해 줄 뿐이다. 그 차이가 사람 몸에서 해표와 온리라는 효능 차이로 나타나는지는 별도의 약리실험과 임상연구로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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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경통·혈당 연구는 계피 연구이지, 계지·육계 비교 연구가 아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계피류 약재의 효과는 보고되어 있다. 월경통, 혈당, 대사 관련 연구가 있고, 일본의 계지복령환처럼 계피류가 들어간 복합처방 연구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이 연구들은 桂枝와 肉桂를 나란히 놓고 비교한 연구가 아니다.


    대부분의 임상연구에서 사용한 cinnamon은 어린 가지 桂枝가 아니다. Cinnamomum cassia나 Cinnamomum verum의 수피 분말, 추출물, 정유, 또는 계피류가 들어간 복합처방이다. 쉽게 말하면, 현대 임상연구에서 말하는 cinnamon은 대개 桂枝라기보다 桂皮·肉桂에 가까운 수피 산물이다.


    따라서 cinnamon이 월경통이나 혈당에 효과를 보였다고 해서, 곧바로 “桂枝는 해표하고 肉桂는 온리한다”는 구분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그 연구들은 계피류 약재가 사람 몸에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桂枝와 肉桂가 사람 몸에서 어떻게 다르게 작용하는지를 비교한 것은 아니다.


    일본의 계지복령환 연구도 마찬가지로 보아야 한다. 일본에서 쓰는 桂皮는 한국·중국식 의미의 어린 가지 桂枝가 아니라 Cinnamomi Cortex, 즉 계피·육계 계열의 수피에 가깝다. 그러므로 일본의 계지복령환 연구는 어린 가지 桂枝의 독자적 효능을 입증한 자료라기보다, 일본 한방이 桂枝와 肉桂를 엄격히 나누지 않고 桂皮 중심으로 처방을 운용해 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자료에 가깝다.


    그러므로 지금까지의 임상연구만으로 桂枝와 肉桂를 반드시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계피류 약재가 사람에게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은 확인되고 있지만, 桂枝와 肉桂를 같은 조건에서 비교한 연구는 부족하다. 이 구분은 과학이 확정한 결론이라기보다, 후대 본초학이 정착시킨 운용상의 기준으로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桂枝는 ‘약한 계피’였지만, 해표약으로 쓰이게 되었다


    그렇다면 桂枝는 단순히 품질 낮은 肉桂인가. 상품학적으로 보면 그렇게 볼 여지가 있다. 肉桂는 밑둥과 굵은 줄기의 두껍고 향이 강한 수피이고, 桂枝는 위쪽의 가는 가지나 어린 가지다. 肉桂에 비해 桂枝는 껍질이 얇고 목질부가 많아 계피류 성분의 농도가 낮다. 그런 의미에서 桂枝는 본래 진한 계피가 아니라, 더 옅고 가벼운 계피류 산물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본초학은 이를 단순히 낮은 등급의 약재로만 보지 않았다. 후대 의가들은 얇고 가벼운 가지라는 특징을 효능으로 연결했다. 두껍고 향이 강한 수피는 안으로 들어가 속을 덥히는 약으로 보았고, 얇고 가벼운 가지는 밖으로 퍼져 표를 풀고 경맥을 통하게 하는 약으로 보았다. 계피나무의 부위 차이가 본초학 안에서 효능 차이로 설명된 것이다.


    따라서 桂枝는 처음부터 肉桂와 전혀 다른 약효를 가진 별개의 약재였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肉桂보다 성분 농도가 낮고 가벼운 계피류 산물이었고, 후대 본초학이 그 가벼움을 해표와 온경통맥이라는 효능으로 설명하면서 따로 쓰이게 된 것으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桂枝와 肉桂는 용량을 맞추면 바꾸어 쓸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 임상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중요한 질문은 결국 이것이다. 桂枝와 肉桂를 서로 바꾸어 쓸 수 있는가. 나는 조건을 맞추면 가능하다고 본다. 두 약재는 전혀 다른 약이 아니라 같은 계피류 약재이고, 차이는 주로 부위와 농도, 작용 강도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같은 양으로 그대로 바꾸면 안 된다. 肉桂는 밑둥과 굵은 줄기의 두껍고 향이 강한 수피이므로, 桂枝보다 정유성 자극과 온열감이 강할 수 있다. 따라서 桂枝 대신 肉桂를 쓸 때는 용량을 줄여야 한다. 반대로 肉桂 대신 桂枝를 쓸 때는 필요한 작용 강도에 따라 용량을 늘리거나 조제 방식을 조절해야 한다.


    장중경 처방을 고증학적으로 생각한다면, 오늘날의 어린 가지 桂枝만을 고집할 필요도 없다. 장중경이 쓴 桂가 가지껍질이나 桂皮·桂心류에 가까웠을 가능성을 생각하면, 桂皮나 肉桂 계열을 쓰되 용량을 조절하는 방식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 반대로 후대 한국·중국 본초학의 체계를 따르려면 桂枝 처방에는 桂枝를, 肉桂 처방에는 肉桂를 쓸 수 있다. 다만 그 구분이 현대 약리학으로 확정된 법칙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보면 桂枝와 肉桂를 유연하게 본다는 것은 전통을 무시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 전통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하고, 약재의 부위와 농도, 용량과 조제 방식을 함께 보며 다시 임상의 판단을 회복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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