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불법 진료 관리·감독 기능 강화”
[한의신문]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와 관련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현지조사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이 야당에서도 추진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한지아 의원(국민의힘)은 5일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최근 자보 진료비 증가와 위탁심사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개정안은 심평원의 심사·조사 권한을 강화하려는 입법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심평원은 보험회사 등의 위탁을 받아 의료기관이 청구한 자보 진료수가를 심사·조정할 수 있으며, 제공받은 자료와 청구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의료기관을 방문해 현지확인을 실시할 수 있다.
또한 국토교통부 장관은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의료기관에 출입해 서류를 검사하거나 질문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심평원이 실시하는 현지확인이 단순한 사실 확인 수준에 그쳐 서류 검사 등을 수행할 수 없는 한계가 있으며, 국토교통부가 직접 수행하는 검사 역시 인력과 전문성 부족으로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반면 ‘국민건강보험법’의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의 현지조사 업무가 효율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심평원이 해당 업무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두고 있다.
한지아 의원은 “현행법도 검사·보고요구·질문에 불응하거나 이를 방해·기피한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유사한 행정조사 협조 의무 위반을 규율하는 ‘국민건강보험법’과 비교하면 제재 체계의 일관성과 합리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 의원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심평원이 국토교통부 장관의 현지조사 업무를 지원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의료기관의 검사·보고요구·질문에 대한 협조 의무(위반 시 과태료 부과)를 명시했다.
한 의원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의료기관의 불법·과잉 진료에 대한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유사 제도 간 규율 수준의 정합성과 행정조사의 실효성을 함께 높이겠다”고 밝혔다.
앞서 복지위 김선민 의원(조국혁신당)도 지난달 자보 진료수가 심사 및 분쟁 조정 과정에서 심평원의 진료기록 열람 근거를 명시한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자보는 교통사고 피해자의 충분한 회복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인 만큼 심평원의 심사·조사 권한 강화 논의 역시 환자 보호 원칙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에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
한편 이번 개정안은 한 의원을 비롯해 고동진·김건·김성원·박성훈·백종헌·이상휘·이헌승·서명옥·정성국 의원(국민의힘)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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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임상, 자살 위험 선별 역량 강화 시급”…10년 추적연구가 던진 과제우울증 환자의 한의 의료기관 이용이 장기적인 자살 예방 효과로 이어지는지를 전국 규모의 빅데이터로 분석한 연구가 발표됐다. 분석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예방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한의 임상에서 정신건강 관련 역량 강화 필요성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의대 한의대 권찬영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맞춤형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우울증 환자의 한의의료 이용과 자살 및 질환 악화 위험의 연관성을 분석한 ‘Impact of traditional Korean medicine on suicide prevention in depression: A nationwide 10-year follow-up study’라는 제하의 연구논문을 SCIE급 국제학술지 ‘Journal of Traditional and Complementary Medicine(Impact Factor 3.0)’에 게재했다. ■ 건보 빅데이터 기반 전국 코호트…우울증 환자 10년 추적 분석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2007년부터 2008년 사이 우울증을 처음 진단받은 성인 대상 전국 규모의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수행했으며, 연구 대상자는 최대 10년간 추적 관찰됐다. 분석에서는 성향점수 매칭(propensity score matching)을 적용해 두 집단의 비교 가능성을 높였다. 그 결과 우울증 진단 후 180일 이내 한의 의료기관을 13회 이상 방문한 환자 916명을 ‘한의 이용군’으로, 동일 규모의 비이용군 916명을 설정해 총 1832명을 분석했다. 주요 결과 변수는 자살로 인한 사망으로, 국민건강보험 자료와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를 연계해 확인했다. 국제질병분류(ICD-10) 코드 X60~X84(의도적 자해)를 기준으로 하고 의도 불명 사망(Y10~Y34)도 포함했다. 이차 결과 변수는 자살, 우울증 입원 치료 또는 3차 의료기관 이용으로 정의한 ‘우울증 악화’였으며, 분석에는 경쟁 위험을 고려한 Fine-Gray 모델을 적용해 하위분포 위험비(SHR)와 95% 신뢰구간을 산출했다. ■ 자살 감소 경향 있었지만 통계적 유의성은 확인 못해 분석 결과 우울증 악화는 5년 추적 시 182명(9.9%), 10년 추적 시 314명(17.1%)에서 발생했다. 한의 이용군에서 우울증 악화 위험은 다소 낮은 경향을 보였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위험비는 5년 추적에서 SHR 0.962(95% CI 0.727–1.27), 10년 추적에서 SHR 0.869(95% CI 0.697–1.08)로 나타났다. 자살 사망 역시 두 집단 간 유의미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5년 추적에서 SHR 1.00(95% CI 0.25–4.01), 10년 추적에서는 SHR 0.666(95% CI 0.236–1.88)로 분석됐다. 즉 수치상으로는 한의 이용군에서 자살 발생이 더 적은 경향이 관찰됐으나 신뢰구간이 넓어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실제 효과가 제한적일 가능성과 함께 자살이라는 사건 자체가 비교적 드물기 때문에 표본 규모나 추적 기간의 한계로 효과가 충분히 포착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 우울증 환자의 한의 이용…‘통증 관리’ 특성 뚜렷 연구 과정에서 또 하나 주목된 점은 한의 의료기관을 이용한 우울증 환자들의 임상적 특성이었다. 분석 결과 한의 이용군은 비이용군에 비해 통증 관련 질환을 동반한 비율이 크게 높았다. 구체적으로 관절염은 한의 이용군에서 31.9%로 비이용군(15.4%)보다 두 배 이상 높았고, 요통 역시 48.3%로 비이용군(26.4%)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이었다. 이는 상당수 우울증 환자가 정신 증상 자체보다는 통증 관리 등의 신체 증상을 주요 이유로 한의 의료기관을 찾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특징은 임상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만성 통증과 우울증이 동시에 존재하는 환자군은 자살 위험이 높은 집단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한의 임상에서 만나는 우울증 환자 상당수가 통증을 동반한 복합 환자군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러한 환자군에 대한 자살 위험 선별과 정신건강 연계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자살 위험 선별…한의 임상에서 중요한 역할 가능” 권찬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의 치료가 자살 예방에 미치는 간접적 효과를 통계적으로 입증하지는 못했다”면서도 “만성 통증과 우울증을 동시에 가진 환자가 한의 임상에 많이 존재한다는 점은 중요한 발견”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의 임상이 자살 예방 체계에서 새로운 역할을 할 가능성에 주목한 그는 “우울증 환자 중 상당수는 정신건강 문제보다는 신체 증상을 호소하며 의료기관을 찾는다”며 “특히 통증 뒤에 가려진 자살 위험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은 기존 자살 예방 체계에서 충분히 다루어지지 못했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의 의료기관은 이러한 환자를 임상 현장에서 직접 접하는 접점이라는 점에서 자살 위험 선별과 적절한 전문가 연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향후 한의 임상의 정신건강 교육과 자살 위험 선별 역량을 강화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에는 윤성훈 가천대 의료산업경영학과 교수·박일수 동의대 의료경영학과 교수가 공동저자로 참여했으며,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원하는 한국보건기술 R&D사업(과제번호: RS-2022-KH127599)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통합돌봄 체계에서의 한의사 역할 확대에 매진”[한의신문] 서울 중랑구(구청장 류경기)는 5일 중랑구청 소회의실에서 ‘의료·요양 돌봄통합 지원사업- 퇴원환자 연계 및 방문의료지원사업 협약식’을 개최, 퇴원환자 및 거동불편 환자의 재가 의료서비스 수요 충족을 위한 돌봄통합 지원체계 구축에 나섰다. 이번 협약식은 △방문의료지원 협약의원 34개소(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3개소, 일차방문진료 31개소) △퇴원환자연계 협약병원 5개소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이중 한의계에서는 방문의료지원 사업에 어깨동무한의원(원장 김성민)과 친절한홍한의원(원장 홍석민)이 참여하고 있다. 돌봄통합 방문의료지원사업은 중랑구 재택의료기관 참여 활성화 및 돌봄통합지원 대상자 방문진료의 접근성 향상을 위한 ‘중랑형 돌봄통합’ 체계 구축을 목적으로 추진된다. 참여 의료기관의 경우에는 돌봄통합지원 대상자 발굴 및 사업 홍보를 비롯해 방문진료 서비스 제공, 서비스 모니터링 실시 등의 역할을 하게 되며, 중랑구청에서는 △중랑구 돌봄통합 방문의료지원사업 추진 총괄 △사업 홍보 및 업무 매뉴얼 작성 및 보급 △돌봄통합 대상자 발굴·선정 및 개인별 지원계획 수립 △재택 방문진료 서비스 모니터링 및 평가 등을 진행한다. 이와 관련 김성민 원장(중랑구한의사회장)은 “오는 27일부터 전국 모든 지자체에서 시행되는 통합돌봄은 우리나라의 의료체계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중차대한 것으로, 한의계에서도 제도 시행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해 점차 역할을 넓혀가야 한다”면서 “앞으로 통합돌봄에서 한의약의 강점을 적극적으로 부각시켜 참여기관을 늘리는 등 한의사의 의권 확대에 매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한의 방문진료에 대한 대상자들의 높은 만족도와 치료효과는 실제 현장에서 입증되고 있다”면서 “대상자들이 살던 곳에서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보다 다양한 서비스 방안도 함께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중랑구는 이날 협약식에 앞서 지난달 26일 중랑구청 지하대강당에서 ‘2026년 돌봄통합 지역돌봄 관계자 역량강화 교육’을 개최, 새로운 돌봄체계 구현이 가져올 지역사회의 긍정적인 변화에 대해 공유하는 한편 성공적인 중랑형 돌봄통합을 위한 민·관 협력방안을 모색했다. -
네팔과 히말라야가 전하는 겸손* 겸손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긴 머리를 자르고, 반백의 모발을 염색하고 다소곳한 세월을 만든다. 늘어지지 않은 모습으로 네팔을 만나러 간다. 일주일 전부터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괜히 잠을 설친다. 분주하고 허둥대고 얼굴이 근엄해지는 것은 마음이 이미 네팔과 히말라야에 갔기 때문이다. 설렘이 벌써 비행기에 탑승하고 저 높은 곳으로 떠난 상태이다. 서울 속에 네팔이 존재할 것이다. 육체는 정신을 지지하고 지탱한다. 새벽 산책을 하고 아파트 계단을 무심히 오른다. 근력을 키우고 정신을 단단히 한다. 맑은 정신으로 네팔에 가야 한다. 목욕하고 삼배 적삼 입고 조상 제례를 지내는 선비의 엄중함이다. 서서히 기대가 증폭된다. 진한 사랑의 시작이고, 애무는 오르가즘의 전 단계이다. 언제부터인가 정신적 카타르시스를 꿈꾸었다. 네팔과 히말라야는 겸손의 교훈을 준다. 물질과 자연의 균형을 주문한다. 그 거친 산을 오르며 작은 자신을 발견하고 나대지 말라며 타이른다. 작은 존재 안에 그 가치가 있으니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심장은 가히 우주의 박동이다. 산을 오르는 트레커의 스틱 소리는 히말라야를 울린다. 무릎과 허리가 약해지는 세월을 전하며 건강에 자만하지 말라는 경고까지 보인다. 지갑의 몇 장 지전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고층 아파트에 산다고 고급 인생이 아니다. 삶에서 물질이 전부가 아니라며 사물을 보는 눈을 길으라 한다. 겸손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갈 수 없다는 엄한 가르침이다. 겸손(humility)은 자비(humanity)와 연민(compassion)을 바탕으로 하는 내면의 세계이다. 척추와 관절은 해부학적 구조인데 자비와 연민은 인간의 정신적 영역이다. 그들은 인성과 품격을 만든다. 안거 기간 묵언 수행하는 선승처럼 고민하고 갈등하고 번민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갈구, 새로운 시간과 공간을 만드는 몸부림이니 열정이다. 높고 깊은 히말라야를 찾는 까닭이다. 벅차다. * 네팔은 그리움이다 기다림이 없는데, 그들에게 약속한 것도 아닌데, 부채는 더더욱 없는데 그 곳을 찾는다. 그리움이다. 의료 진료의 현장을 잊을 수 없다. 몇 초 만에 작은 액정에 표시되는 혈압과 혈당. 요술 같은 자동혈압계와 혈당측정기는 그들에게 생경하다. 70 평생 처음이라는 검게 그을린 주름진 네팔 어르신, 천진한 맑은 눈의 어린이들, 순하디 순해 차라리 바보처럼 살아가는 네팔 사람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다. 진료를 통한 공감, 교류, 교감, 그리고 소통이다. 진료는 미소다. 살찐 서울의 한의사에게 침 치료받고 한방 엑기스 한약 한 봉지 받은 네팔인은 웃는다. 서로 반갑다고, 고맙다고, 또 만나자고 웃는다. 내가 당신의 존재를 존중한다고 두 손 모아 인사한다. 나마스테. 초라한 차림새이지만 쉽게 보면 안 된다. 그들의 내면은 옹색하지 않고 넉넉하다. 말이 없다고 속이 없는 것이 아니다. 자본이 지배하는 수직적 사회구조가 아니라 정신과 인성의 수평적 관계를 이루고 산다. 쉐르파족, 따망족, 네와리족 동족의 형제애를 나누어 얼굴이 맑고 밝다. 경제보다 포옹을 우선한다. 나눔은 그들의 공동체 의식이다. 그들을 통해 삶의 내면을 배우고 싶다. 그래서 침통을 챙기고 떠난다. 네팔과 히말라야는 순수이다. 태초 지구의 탄생이고, 네팔인은 그 안의 존재이다. 척박한 다락논을 일구며 숲속에서 살아가는 그들은 또 하나의 히말라야다. 히말라야는 네팔이 있어 그 존재 가치가 있고, 네팔인은 히말라야를 통해 그 존재를 인정받는다. 자연합일, 방문객은 그 거울을 통해 자신을 비추는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감성적 서정의 풍경뿐만 아니라 네팔과 히말라야, 그들의 내면을 사유하는 인문학적 서사를 찾고 싶다. 아직 더디다. 좀 더 진화된 존재로 다가가야 하는데 미숙하여 그곳을 찾는다. * 봉사는 소통의 의식 이번 의료봉사활동은 네팔 에이전시의 권유로 산간 마을이 아닌 카트만두 인근 지역으로 정했다. 의료 환경과 사회로부터 소외받는, 네팔인 중 빈민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네팔 정부에서 우리의 노숙자 같은 분들을 모아 관리하는 곳이다. 수용시설, 요양기관. 진료실은 그들의 숙소에 테이블을 놓고, 침대에서 침 시술을 한다. 2월 찬 바람이 부는데 난방 시설이 없다. 그래도 하얀 가운을 입은 외국 의사가 많은 약재를 가져와 명절 대목 같은 분위기이다. 환자들이 줄지어 진료실에 들어온다. 2명 중 1명은 휠체어 신세이다. 깜밥진 손으로 어렵게 자신의 휠체어를 굴린다. 양말을 신지 않은 맨발이 춥게 보인다. 무표정한 표정, 하지만 무언가 회한이 남은 얼굴들이다. 진료실 밖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밝고 맑은 음율이 수용소를 배회한다. 아마 잠들기 전까지 음악은 쉬지 않을 것 이다. 어둡고 차가운 사람들에게 밝고 따뜻한 음악을 전한다. 용기와 미래를 가지라는 주문이고 부탁이다. 혈압과 혈당을 측정한다. 통역은 그동안 필자의 진료와 트레킹 때 동행한 네팔 현지인 N이다. 영어에 능하고 서툰 한국어는 소통의 통로이다. 가져간 300개 구충제를 노인 분들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껍질을 까 직접 입에 넣어 준다. 절대 식사 후 복용할 것 같지 않아 N이 직접 경구 투여한다.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달바트를 먹는 네팔인들. 필자는 의료봉사시 항상 구충제를 준비했다. 2~30% 환자는 자신의 나이를 알지 못한다. 가족의 버림받고 배회하는 인생이다. 친구도 없이 거리에서 살다 죽음 직전에 당국으로부터 구출된 삶은 척박하다. 면회 오는 사람 없는 모두 고아인데 서로 애정을 나눌 힘조차 없다. 환자가 오면 먼저 전자 혈압계로 혈압을 측정하고, 손끝에서 피 한 방울 채혈하여 혈당을 측정한다. N에게 결과를 알려주고, N은 환자에게 고혈압 당뇨병의 유무를 알려준다. 하지만 압박골절로 하반신 마비된 중년 아저씨에게 혈압 혈당이 그리 중요한 건강지표가 아니다. 압박골절을 치료하지 못하고 평생 불구로 휠체어 신세인데 차라리 고혈압으로 인한 뇌출혈로 저 세상으로 떠나는 생각을 하는지 모른다. 그들은 체념, 절망에 익숙한 시간을 보낸다. 몇 차례 수술과 회복과정을 거쳐야 그래도 사람 구실을 할 텐데. 첨단 의료시설과 수준 있는 외과 의료진, 그리고 벅찬 진료비. 그들에게 가당치 않은 세상일 뿐이다. 수용소에서 제공하는 하루 두 끼 달바트가 유일한 즐거움이고 생명줄이다. 뇌졸중으로 인한 언어장애와 반신불수 환자들이 줄지어 진료를 기다린다. 왜 이리 중풍 후유증 환자가 많은지. 고혈압인지 모르고 살다가 갑자기 쓰러지고, 과다 염분, 지방식이 건강에 해로운지 모르고 섭취한 까닭이다. 힘든 생활 얼마나 신경썼을까? 한쪽 팔은 덜렁덜렁하고, 한쪽 다리는 질질 끌고, 어눌한 입은 무겁다. 말 못하는 어린이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더 이상 흘릴 눈물이 없는지 모른다. 파킨슨병, 팔을 흔들고 의식은 차츰 몽롱해진다. 동공이 풀린지 오래다. 많은 불면증 환자. 침 한 번으로 약 며칠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질환이던가? 아! 한탄이다. 의학의 한계, 의료인의 무능. 진료실에 먹구름이 내려앉는다. 도움을 주겠다고 찾은 그 먼 길이 무색하다. 무력하다. 2일째 진료-한국에서 온 한의사가 한약 엑기스도 주고, 침 치료와 간혹 뜸과 부항 사혈해 주니 신기하고 고맙다. 입소문인지 공짜 치료 때문인지 환자 대기 줄이 길다. 해외의료봉사. 비행기로 그 먼 나라를 찾는다. 숙소를 마련하고 진료실을 마련하고 밀려오는 환자를 진료한다. 이익이 없는 진료, 어쩌면 의시대고 폼 나는 일이다. 의학 지식이 풍부한 의료인이 병들고 마음 약한 환자에게 치유의 영역을 마련한다. 하지만 의료 봉사가 힘 있는자의 약자에 대한 혜택으로 정의하면 매우 옹색하다. 일방적인 베품의 상하 관계가 아닌 좌우 ‘소통’의 의식이어야 한다. 누가 누구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서로의 인성과 인정을 나누는 행위일 뿐이다. 네팔인과 히말라야처럼, 그들의 동질성처럼. 아침 일찍 시작한 진료는 해지고 저녁 9시 뉴스 시간쯤 끝이 난다. 공진단이나 우황청심환 한 알 챙겨 먹고 싶은 피로감이다. 꽉 찬 하루, 오랜만에 삶의 가치를 느낀다. 2일간 170명 진료. 수용시설 측에서 2일 추가 진료를 요청한다. 진료 받지 못한 200명 가까운 환자가 있단다. 준비해 간 한약이 거의 소진되고, 의료인도 탈진 지경이다. 미안한 마음으로 합장을 한다. 서둘러 수용시설을 빠져나왔다. 비겁한 자비심. * 감동이 크면 묵언이다 이제 트레킹 일정이다. 안개 때문에 4시간 늦게 도착한 포카라 공항에 가이드 겸 포터 꺼멀이 기다리고 있다. 준비한 지프(Jeep)를 타고 트레킹 출발지로 향한다. 벌써 도착하여 한창 오를 시간인데 이제 출발하니 일정이 무너진다. 네팔 국내선 비행기는 보통 2~3 시간 지연 출발이 다반사다. 제시간 출발이 비정상이다. 출발 1시간 후, 작년에 트레킹한 마르디 히말(Mardi Himal) 출발지 카레(Khare)를 지나 나야폴(Naya pul, 1070m)에 도착한다.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 트레킹 출발지이다. 그런데 요즘 지프뿐만 아니라 버스까지 운행할 수 있는 산간 도로가 생겼다. 정부에서 관광객을 위해 히말라야에 지프 로드를 만들고 있다. 깊숙한 곳까지 산길을 만들어 관광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곳에서 30달러 지불한 입산 허가증(permit)을 제시해야 한다. 히말라야는 거의 입산 통행요금을 낸다. 은둔의 땅 무스탕의 경우 1인당 500달러이니 만만하지 않지만 네팔 경제의 큰 몫을 차지하니 인상 쓰지 말아야 한다. 일행은 나야플에서 목적지 왼편 고레파니로 향한다. 산악도로가 있어 지프를 이용하기로 했다. 차는 차츰 굉음을 내고 심하게 흔들린다. 크고 작은 웅덩이를 피하고 큰 돌을 비켜나가야 한다. 특히 왼편 낭떠러지는 절벽으로 아찔하다. 잘못되면 시신 수습도 어렵다. 커브에서 혼을 크게 울려 자신의 위치를 알려야 한다. 반대편 차량과 비좁은 산길에서 만나면 낭패다. 뒤뚱거리고, 촐싹거리고, 오래된 타이어는 조금씩 밀려 승객은 불안하다. 작은 마을과 계곡, 차츰 고도를 올린다. 물질을 이용해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는 비겁한 가짜 트레커는 먼지를 맞으며 산길을 오르는 진짜 트레커에게 미안하다. 대개 유럽 사람 몇 사람이 팀이 되어 히말라야를 오른다. 아마 중간 어느 산간 마을에서 하룻밤 묶을 모양이다. 걸어서 트레킹하는 사람은 여유로운데 지프로 오르는 짝퉁은 저 깊은 계곡으로 추락하는 상상에 공포스럽다. 울레리(Ulleri, 2080m)를 지나 차가 높이 오를수록 절개지의 속살이 드러난다. 포크레인이 산 허리를 잘라 붉은 흙이 그대로 드러난 산길이 거칠고 험하다. 다른 지프로 바꾸어 탄다. 도시형 지프는 사륜구동인데, 전문 산악용은 기어가 두 개 이다. 운전석 왼편(네팔 차는 운전석이 우측)에 일반 기어 1개와 그 아래 발쪽에 또 다른 보조 기어 1개가 설치되어 있다. 사륜구동 기어가 2개로 4*4 DW로 표기되어 있다. 가파른 산길과 질퍽한 빗길도 힘있게 오른다.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하지만 꾸준히 오른다. 원래 반탄티(Banthanti. 2300) 까지 지프를 이용하고 걸어갈 계획이었는데 해가 기울고 있다. 그곳에 제법 큰 롯지가 1개 있는데 한적해 하룻밤 묶어도 좋을 듯하다. 산속의 정적과 함께 지내면 히말라야의 깊이를 알 수 있다. 할 수 없이 추가 요금을 지불하고 목적지 고레파니(Ghorepani. 2750m)까지 올랐다. 지프는 롯지가 운집한 마을까지 들어간다. 산을 오르지 못하는 사람도 히말라야를 가까이 즐길 수 있다. 필자가 20여 년 전 1박 2일 걸으며 오른 코스인데 지프로 3시간 만에 땀 흘리지 않고 올랐다. 애기주머니가 튼튼한 임산부는 이 산길을 피해야 한다. 자연의 현대화 활용인지 퇴행인지 모른다. 히말라야의 포옹인지, 인간의 탐욕이 빚은 재앙인지 모른다. 가이드 10년 이상의 꺼멀은 전망 좋은 롯지로 안내한다. 구름이 걷히고 서서히 설산이 모습을 드러내고 방문객들은 숨을 죽인다. 저만큼 히말라야가 벅차게 반갑다. 다울라기리(Dhaulagiri, 8267m), 안나푸르나 남봉(Annapurnasouth, 7219m), 히운출리(Hiun Chuli, 6444m), 마차푸차레(Machapuchare,6993m)가 산맥을 이룬다. 맑고 밝은 만년설이 위용을 드러낸다. 고단한 일상은 치유되고, 잡다한 생각은 소멸된다. 만년설이 가슴으로 들어와 눈물이 된다. 울컥하다. 감동. 한동안 이런 풍광은 보지 못했다. 하얀 만년설을 보고 있으면 가슴속의 번뇌와 분노가 사라진다. 특히 ‘하얀 산’의 뜻을 가진 다울라기리는 유난히 하얗다. 태초의 순백색, 방문객은 순수의 세계로 들어간다. 지구에서 제일 착한 백색이니 눈으로 가슴으로 담아야 한다. 그림 그리는 화백은 캔버스에 저 백색을 표현하지 못해 미칠 것 이다. 직접 히말을 찾아 미치고 마십시오. 거대한 바위에 걸친 만년설은 오랜 세월 거친 바람과 태양을 받아 수행한 자연이니 인간이 표현하기 힘들 것 이다. 저 백색, 저 설산은 석가가 되고 예수가 되니 가히 신앙이다. 바람이 불고 시간이 흐르고 일몰의 태양이 히말라야에 걸친다. 히말은 서서히 변신, 붉게 변한다. 황금산(gold mountain). 황금 가사를 걸친 부처가 된다. 환희, 감탄, 환호. 그러나 말로 표현할 수 없다. * 히말라야를 닮은 소녀 푼힐(Poon Hill, 3210m) 전망대는 고레파니에서 1시간 거리. 히말라야 트레킹의 초보 코스로 적은 고생으로 많은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일출을 보러 많은 세계 트레커들이 헤드랜턴을 켜고 새벽 산길을 오른다. 서서히 일어나는 히말라야가 생명체로 다가온다. 고레파니 롯지에서 본 히말을 좀 더 높은 곳에서 넓게 볼 수 있다. 고산증도 없이 히말라야를 만날 수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아침 식사를 한다. 가볍게 갈릭(Garlic) 수프와 삶은 계란이면 족하다. 롯지 마당 테이블에서 히말을 보면서 식사를 즐긴다. 세계에서 제일 럭서리한 조찬이다. 저 맑고 밝은 히말의 기운을 흡(吸)한다. 정신적 육체적 식사이다. 식사를 마치고 꺼멀에게 사진을 부탁한다. 히말을 닮은 아주 평온한 사진이 나온다. 새벽부터 만년설과 같이 지내 트레커는 그 설산을 닮았다. 오랫동안 간직할 추억의 사진이다. 2일째 타다파니로 향한다. 1시간 좀 지나 작은 능선 작은 전망대 타프라단다(Thapla Danda, 3165m)이다. 돌계단에 걸쳐 차를 마신다. 다울라기리, 안나푸르나 남봉 등이 눈앞이다. 더 밝은 햇살을 받은 히말은 더욱 건강하고 친근하다. 어쩌면 이번 트레킹의 정점이다. 엄숙한 시간이 흐르는 것은 고요하기 때문이다. 가끔 저 만치 힘들게 올라오는 트레커가 보일 뿐 사람이 없다. 운집한 새벽 푼힐 전망대하고 비교가 된다. 꺼멀과 단둘이 저 장엄함을 즐긴다. 고요해야 산의 내면을 볼 수 있고, 그 엄숙함이 방문객의 가슴으로 들어온다. 한적한 겨울, 또 호젓한 타프라단다 언덕은 보기 드문 뷰 포인트이다. 다소곳한 히말라야를 겸손한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다. 고레파니에서 2시간 산행하면 데우랄리(Deurali, 2990m). 좁은 계곡 사이에 2개 롯지가 몰려있다. 소녀가 먼지를 일으키며 앞마당을 쓴다. 강한 태양에 그을린 얼굴의 소녀가 정숙하다. 어쩌면 카트만두 한번 나가지 못하고 이 깊은 산속에서 히말라야 햇살과 바람과 성장했을 것이다. 물질보다 자연 속에서 자라고 있을 소녀에게 준비해 간 선물(양말, 볼펜, 노트)을 건네주니 당황한다. 쑥스럽다. 그리고 이내 방으로 쏙 들어간다. 아마 밤새 삼색 볼펜으로 일기를 썼을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 대도시 한번 나가지 못하고 그 산골에서 살아갈지 모를 그 소녀에게 ‘히말라야 딸’이라고 위로하는 것이 무슨 의미일지. 고레파니에서 목적지 타다파니(Tadapani, 2710m) 구간은 V형 산길이 이어진다. 한참을 내려가고, 또 한참 올라간다. 등산객들이 제일 싫어하는 지형으로 극기를 요구한다. 그 거친 산길을 20kg 넘는 짐을 지고 오르는 짐꾼 포터들을 만난다. 맨몸도 걷기 힘든 산길인데 빵빵한 배낭 3~4개를 노끈에 묶어 등에 메고 이마에 걸치고 거친 땀을 흘린다. 고된 노동의 대가는 1일 25달러, 그 중 5달러는 여행사가 떼어간다. 직업소개소에서 소개비를 받는 것과 같다. 문둥이 콧구멍에서 마늘씨를 빼먹는 격이다. 노동 강도는 쎈데 한국 근로자의 1/10 수준이다. 나마스테. 지랄. 도착한 타다파니는 제법 큰 롯지가 모여 작은 마을을 이룬다. 짐을 방에 두고 코카콜라(작은 패트병 4,000원)를 꺼멀과 나누어 마신다, 갈증이 풀려 따뜻한 유기농 레몬티(1,500원)를 들고 롯지 옥상에 오른다. 구름이 배회하는 히말라야가 신비롭다. 겨울 히말라야는 오후 2시가 지나면 구름이 끼기 시작하여 서둘러 감상해야 한다. 푸른 숲 저편의 만년설이 차갑다. 따뜻한 감성보다 차가운 이성의 산군들이 벅차다. 따뜻한 찻잔을 감싼다. 온기를 느낀다. 오늘도 벅찬 하루였다. 내리막과 오르막이 연속인 그 험한 산길을 걸었다. 중간 롯지에서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하고 산행을 즐기면 좋았을 텐데, 평소 벌떡증이 발생했다. 끝없는 전진, 중단 없는 전진의 DNA. 꺼멀이 6시간 코스인데 4시간 만에 도착했다며 대단한 체력이라고 감동한다. 하지만 그 칭찬은 비아냥일 것이다. 역시 나는 한국인이다. 지랄. *병. * 물질과 자연 3일째 타다파니에서 간드룩(Ghandruk, 1990m)으로 향한다. 아침 트레킹을 떠나면 하룻밤 묶은 롯지 사람들과의 이별이다. 다시 만날 기회가 없을 짧은 인연이라 아쉽고 한편 짠하다. 롯지 자녀인 10대 소년 소녀와의 헤어짐이 아쉬워 아침 히말라야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수줍게 웃는 모습이 히말라야의 일출을 닮았다. 서서히 빛을 건네는 태양의 조심스런 일출처럼 소박한 미소를 사진에 담아 간직한다. 준비한 초콜릿과 단백질바를 건네며 아쉬움을 달랜다. 간드룩 가는 산길은 환상적이다. 높낮이 없는 능선을 따라 산길이 이어진다. 간혹 왼편 숲 사이로 하얀 히말라야가 존재를 드러낸다. 잠시 멈추고 눈을 마주쳐 예의를 갖춘다. 평탄한 흙길 3시간이면 간드룩에 도착한단다. 어제처럼 급하게 가지 않기, 힘들지 않아도 휴식하기, 다시 못 올 길이니 가슴에 담기 등등. 그래도 12시 전에 도착할 것이다. 그럼 오후 내내 넘치는 시간이 문제이다. 간드룩은 매우 큰 마을로 학교도 있고 설산이 마을을 감싸고 있어 풍광이 좋단다. 하룻밤 묶으며 설산을 감상하는 것도 좋으리라. 그런데 정오 전에 도착하면 포카라로 향하는 버스가 있단다. 그 버스를 타면 바로 포카라로 갈 수 있고, 호텔에 따뜻한 샤워와 시원한 맥주가 있다. 그동안 설산 충분히 보았으니 하산해도 좋지 않은가. 하얀 만년설 그 산이 그 산이 아니던가. 오후 내내 무엇을 할지? 선택, 갈등, 고민. 한편 하루 일찍 도시로 내려가도 반기는 사람 없고, 오기 힘든 히말라야인데 굳이 빨리 도시로 갈 필요가 없다. 평소 여유있게 자신의 시간을 가져보지 못했는데, 설산을 보면서 여유를 찾는 것도 좋지 않은가. 멍석을 깔아주면 놀지 못하는 우리들 아닌가. 여유로운 시간 속에 무엇인가 얻기 위한 품격의 여행을 약속하지 않았던가. 간드룩에 도착하여 결정하기로 했다. * 히말라야를 닮은 음악 간드룩 마을 중간쯤 작은 공터가 있다. 오토바이, 지프, 버스, 마을버스 등이 머물러 있는 나름 터미널이다. 포장되지 않아 먼지가 푸석하지만 세계에서 경치 좋은 정류장이다. 저 멀리 히말라야 산군들이 마을을 지키고 승객들을 환영한다. 어쩌면 폐차장에 있을 버스가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신차 출고 이후 세차를 한 번도 안했을 것이 확실하다. 고물차가 여행객들은 안달이지만 네팔인들에게는 매우 친근하다. 사람만 고물이 아니면 된다. 승객을 가득 태운 버스는 먼지를 일으키며 출발한다. 트레킹을 마치고 만년설과 이별이다. 이별은 달달한 쓴맛이 있다. 버스는 먼지를 일으키며 굽이굽이 산길을 내려가고, 차창의 히운출리 마차푸차레가 서서히 멀어진다. 운전기사는 무엇이 신나는지 음악을 튼다. 굉음, 경쾌한 타악기와 관악기가 연주를 하고 높은 옥타브로 네팔 아가씨들이 음률에 맞춰 노래한다. 경쾌한 장조인데 왠지 내면에 슬픔이 젖어있다. 아픈 사연을 감추었을 뿐이다. 척박한 민족의 아픔을 즐겁게 표현하며 위로와 연민을 전한다. 좀 경쾌한 아리랑 같다. 아리랑은 아리랑이다. 나쌈 피리리 네팔의 음악이 히말라야를 닮았다. 감성적 안정과 정신적 풍요를 노래한다. 왠지 울컥하고 눈시울이 시린 것은 히말라야와의 이별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트레커는 얼른 선글라스를 찾는다. 반대편 지프에서 일으키는 먼지가 확 버스 안으로 들어온다. 음악은 더욱 경쾌해진다. 서서히 마을을 내려가는 버스는 먼지를 남기고, 산길은 아쉬움을 남긴다. 뒤편으로 설산은 아스라이 멀어지고 승객은 더 많아진다. 힘든 진료와 짧은 트레킹이었지만 역시 뽕 한 대 제대로 맞은 기분이다. 중독성 있는 네팔과 히말라야는 정신 건강에 좋은 마약이다. 오면 힘들지만 떠나면 또 오고 싶은 곳이다. 아마 귀가하면 다음 트레킹 코스를 인터넷 검색하느라 분주할 것 이다. * 수척한 세월 산에서 도시로 내려와 제일하고 싶은 것은 따뜻한 사워다. 호텔 욕실은 트레킹 내내 그리웠다. 끈적이는 몸과, 떡진 머리, 덥수룩한 수염. 설산은 순수의 감동을 전하지만 사람 꼴을 유지하기 힘들다. 도시로 돌아온 트레커는 면도기를 들고 욕실 거울에 선다. 잠깐 숨을 멈춘다. 그리고 놀란다. 모발처럼 검정일 거라는 코와 턱수염을 보고 경악한다. 그동안 한 달에 한 번 치루는 가임여성의 생리처럼 한 달에 한 번씩 머리 염색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염색한 머리처럼 콧수염도 검게 나올 거라는 착각이 있었다. 염색으로 세월을 감춘 음흉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무대의 주인공으로 착각한 현실을 깨닫는다. 청춘으로 착각한 광대는 이제 서서히 무대를 떠나야 하는 슬픈 세월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언제인가 검은 커튼이 내려올 순간을 예측한다. 광대의 대사는 힘이 빠지고 관객은 객석을 빠져나갈 것 이다. 하지만 광대는 더 큰 목소리로, 더 우아한 율동으로 품격있는 연극을 즐기기로 했다. 주인공으로 존재하는 당찬 몸짓이 자신의 모습이라고 자위한다. 히말라야는 여윈 세월을 위로해주고 용기를 준다. 하얀 수염을 검게 만든다. 나마스테. -
자보 진료비 관리 강화 추진…심평원 현지조사 지원 근거 마련[한의신문]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와 관련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현지조사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이 야당에서도 추진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한지아 의원(국민의힘)은 5일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최근 자보 진료비 증가와 위탁심사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개정안은 심평원의 심사·조사 권한을 강화하려는 입법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심평원은 보험회사 등의 위탁을 받아 의료기관이 청구한 자보 진료수가를 심사·조정할 수 있으며, 제공받은 자료와 청구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의료기관을 방문해 현지확인을 실시할 수 있다. 또한 국토교통부 장관은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의료기관에 출입해 서류를 검사하거나 질문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심평원이 실시하는 현지확인이 단순한 사실 확인 수준에 그쳐 서류 검사 등을 수행할 수 없는 한계가 있으며, 국토교통부가 직접 수행하는 검사 역시 인력과 전문성 부족으로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반면 ‘국민건강보험법’의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의 현지조사 업무가 효율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심평원이 해당 업무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두고 있다. 한지아 의원은 “현행법도 검사·보고요구·질문에 불응하거나 이를 방해·기피한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유사한 행정조사 협조 의무 위반을 규율하는 ‘국민건강보험법’과 비교하면 제재 체계의 일관성과 합리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 의원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심평원이 국토교통부 장관의 현지조사 업무를 지원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의료기관의 검사·보고요구·질문에 대한 협조 의무(위반 시 과태료 부과)를 명시했다. 한 의원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의료기관의 불법·과잉 진료에 대한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유사 제도 간 규율 수준의 정합성과 행정조사의 실효성을 함께 높이겠다”고 밝혔다. 앞서 복지위 김선민 의원(조국혁신당)도 지난달 자보 진료수가 심사 및 분쟁 조정 과정에서 심평원의 진료기록 열람 근거를 명시한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자보는 교통사고 피해자의 충분한 회복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인 만큼 심평원의 심사·조사 권한 강화 논의 역시 환자 보호 원칙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에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 한편 이번 개정안은 한 의원을 비롯해 고동진·김건·김성원·박성훈·백종헌·이상휘·이헌승·서명옥·정성국 의원(국민의힘)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
상지대 한의학과 동문 이주영 원장, 기부금 전달[한의신문] 상지대학교 한의학과 동문인 이주영 원장(동편부부한의원)이 5일 상지대(총장 성경륭) 본관 2층 총장실에서 상지대 한의학연구소 발전을 위한 연구기금 400만원을 기부했다. 이주영 원장은 상지대 한의학과 2001학번으로, 현재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에서 동편부부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전달식에는 성경륭 총장과 전용한 대외협력처장을 비롯해 기부자인 이주영 원장, 김주희 교수(한의학연구소장), 유준상 교수(한의학연구소 운영위원), 권보인(한의학연구소 운영위원 겸 감사) 등이 참석해 기부의 의미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주영 원장은 지난 2021년부터 그간 한의과대학 발전기금과 대학 발전기금, 한의학연구소 연구기금 등을 꾸준히 기부해 왔으며, 이번 기부를 포함해 누적 기부액은 총 2천만 원에 이른다. 상지대는 이번 기부금을 한의학연구소 연구 활성화와 학문 발전을 위한 연구기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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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 터졌는데 경상이라니…상해급수 왜곡 바로 잡아야”[한의신문] 국토교통부가 교통사고 피해자의 치료기간을 8주로 제한하려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하위법령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동네 일선 한의원 원장들이 자발적으로 국토교통부 및 국회,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전개하면서 개정안의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하는 등 한의계 내부의 분노를 전하기 위해 적극 나섰다. 이들은 △디스크 탈출증, 회전근개 완전 파열 이게 경상입니까? 상해급수 왜곡 바로 잡아라! △합의금 폐지+8주 치료 이중제한 중단하라! △환자 치료 막지 말고 차량수리비 구조 바로 잡아라! △집값 잡겠다는 국토부, 교통사고 환자도 잡을 생각입니까? △출퇴근 시간 세계 1위 대한민국, 노동자 보호 없애려는 자보 개악 철폐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판넬을 들고,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자배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4일 국토교통부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선 정희원 원장은 “교통사고 상해등급 12∼14급 환자에 대한 8주 초과 치료 제한은 한의계의 문제가 아닌, 언제든 교통사고에 노출돼 있는 전체 국민들의 문제”라고 운을 떼며,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디스크 파열, 회전근개 완전 파열, 무릎연골 파열 등이 현행 상해급수상 경상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실제 자동차보험에서의 인적 담보(치료비+합의금)는 매년 감소하고 있는 반면 자동차 자체에 대한 물적 담보의 급증으로 인해 보험회사의 손해율이 높아지는 상황이지만, 정작 보험회사들은 한의치료의 과잉진료가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높이는 주범으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8주 치료 제한의 문제는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모든 사람들의 문제임에도 불구, 아직까지 이 문제에 대한 중요성을 소비자단체를 비롯해 국민들도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1인 시위는 이같은 중차대한 문제를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최소한의 행동이라고 생각되며,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반납하면서 1인 시위에 함께 동참해 주고 있는 동네 한의원 원장님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며 “그동안 한의계에서 많은 노력을 해왔겠지만 보다 다양한 논리를 발굴하는데 있어서는 다소 미흡했던 부분도 있었지만, 남은 기간 한의계의 힘을 모아 개정안이 국민건강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개악이라는 부분을 적극 알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허윤 원장은 “환자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8주라는 치료기간 자체가 굉장히 제한적이라고 생각된다”며 “8주라는 기간 동안 환자들이 모두 낫는다면 좋겠지만, 실제 임상에서 보면 통증이 왔다갔다 하기도 하고, 통처가 옮겨가기도 하는 등 치료기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자배법 개정안에서 정부는 합의금을 없애는 것과 함께 치료기간을 8주로 제한하려고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경상환자 분류를 (학술적인 근거가 아닌)자기들만의 잣대로 하려고 한다”면서 “이는 의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는 생각에서 1인 시위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의 자동차보험은 지금도 여러 가지 제약을 통해 관리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개정안에서는 합의금 폐지와 더불어 8주 치료기간라는 이중적인 제한을 제도화하려 한다”면서 “이는 결국 환자들이 다 낫지 않은 상태에서 치료 종료를 강요당할 수 있는 우려가 있는 만큼 반드시 이번 개정안은 철폐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홍승기 원장은 “자동차보험 관련 제도의 변화가 있을 때마다 한의사를 비롯한 의료인의 의견이 너무 반영이 안되고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다”면서 “이러한 제도의 변화가 너무 경제적인 논리 중심으로만 쏠리다보니 이같은 상황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며, 경제적 논리가 아닌 환자의 치료 부분이나 의료인의 견해가 반영된 제도의 설계의 필요성을 알리고자 1인 시위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해등급 분류 등의 문제는 일반인들이 알기에는 어려운 부분으로, 이에 대한 전문가인 의료인이 나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알리는 것 또한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활동이라는 생각에서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덧붙였다. -
체외충격파치료, 관리급여 지정 보류…자율시정 진행[한의신문] 보건복지부는 5일 서울 국제전자센터 대회의실에서 2026년 제1차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이하 협의체) 회의를 열고, 체외충격파와 언어치료에 대한 관리급여 지정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체외충격파치료는 의료계가 제시한 자율시정 계획을 우선 진행하고,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관리급여 지정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자율시정이란 대한의사협회가 비급여 적정 진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의료기관의 자율 관리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또 언어치료의 경우, 급여화 방안 등을 포함해 향후 추가 검토한다. 협의체는 지난해 12월9일 제4차 회의에서 도수치료,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 방사선온열치료를 관리급여 항목으로 선정했고, 체외충격파치료와 언어치료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번 회의에서 방향을 정리하기로 한 바 있다. 고형우 필수의료지원관은 “체외충격파치료의 진료량 변화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계획”이라며 “지금까지 협의체 논의를 바탕으로 관리급여 항목으로 지정된 3항목에 대해서는 가격, 급여기준 마련에 필요한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
‘한의사를 위한 실비보험 & 자동차보험’ 출간[한의신문] 보험제도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그 내용 또한 점점 복잡해짐에 따라 환자뿐만 아니라 실제 진료를 담당하는 의료인조차 보험 기준과 적용 범위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로 인해 충분한 치료가 이뤄지기 전에 치료가 중단되거나, 환자와 의료진 모두 불필요한 혼란과 부담을 겪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임상 현실을 바탕으로 실제 의료현장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집필된 실무 중심 보험 안내서인 ‘한의사를 위한 실비보험 & 자동차보험’이 최근 출간됐다. 예영철 한의사(한방내과전문의)가 집필한 이 책은 진료실에서 교통사고 환자나 건강보험 환자를 진료하는 한의사들이 실비보험과 자동차보험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저술된 것으로, 실비보험·자동차보험의 이론적 배경을 약관을 중심으로 핵심 이론을 정리했으며, 실제 진료에 필요한 보험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아울러 이러한 이론이 임상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진료 과정에서 자주 겪는 문제와 그에 대한 현실적인 대응 방법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담아내는 한편 세대별 보험제도의 변화에 대해서도 실무를 중심으로 해설해 놨다. 예영철 원장은 “2022년부터 개인 블로그 등을 통해 실비보험·자동차보험에 대한 단편적인 글들을 시리즈 형태로 연재했으며,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다”면서 “이후 정보를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해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결과 온라인 강의인 ‘보험 마스터 클래스’까지 런칭하게 됐지만, 온라인 강의의 특성상 제한된 시간 안에 핵심을 전달해야 하다 보니, 보험의 이론적 배경이나 약관의 세부 내용까지 충분히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언제든 필요할 때 꺼내 참고할 수 있는, 교과서 같은 책이 한 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해왔다”면서 “마침 군자출판사에서 한의사를 대상으로 한 전문 보험서적 출간을 제안했고, 그 취지에 공감해 진료실 한켠에 꽂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편하게 찾아볼 수 있는 서적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집필을 결정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책의 구성을 보면 먼저 ‘실비보험’ 편에서는 △실비보험의 기초 △세대별 실비보험 약관 이해하기 △알고 있으면 유용한 보험상식 △실비보험 실전 활용하기 △자주 발생하는 문제 상황들 등으로, 또한 ‘자동차보험’ 편은 △자동차보험의 기초 △자동차보험의 보장항목 △보험료 할증, 합의금 △꼭 알고 있어야 할 자보 관련 상식 △보험 처리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순간들 등으로 정리돼 있다. 예영철 원장은 “환자가 겪는 보험 관련 어려움을 이해하고, 진료 과정에서 이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것은 환자와의 신뢰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면서 “이 책은 교통사고 환자나 건강보험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보험과 관련된 궁금증이나 어려움을 겪는 임상 현장의 상황을 바탕으로, 실제 진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진료실에서 교통사고 환자나 건강보험 환자를 진료하면서 보험에 대해 늘 궁금증을 느껴왔던 원장님들, 보험 문제로 인해 환자가 치료를 중단하는 상황이 반복되어 답답함을 느끼셨던 원장님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 이 코너는 한의사 회원이 집필한 책을 간략히 소개하여, 회원들의 다양한 활동과 한의학의 저변 확대를 함께 나누고자 마련되었습니다. 책의 내용에 대한 자세한 서평이나 본지의 편집 방향과는 다를 수 있으며, 특정 도서에 대한 광고나 추천의 의미는 아님을 안내드립니다. -
“강원도의사회는 시대착오적 직역 이기주의를 즉각 멈춰라”[한의신문] “강원도의사회는 시대착오적 직역 이기주의를 멈추고, 초고령사회 어르신들의 ‘건강권’과 ‘의료 선택권’을 보장하라!” 강원특별자치도한의사회 클린-K특별위원회(이하 강원지부)는 5일 최근 강원도의사회가 횡성군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과 관련해 한의사가 운영하는 센터를 악의적으로 폄훼한 것과 관련해 깊은 분노를 표하며 이를 강력히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강원도의사회는 4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재택의료치료는 전문적인 의학적 지식과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관리가 필수적”이라면서 “한의사들의 무분별한 참여는 의과 영역을 침탈하는 행위로 법적·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무책임한 시도”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강원지부는 의사협회의 주장은 보건복지부의 국가사업 지침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며, 무엇보다 거동이 불편해 의료 소외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의 생존권을 담보로 한 ‘기득권 지키기’에 불과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강원지부는 한의학은 과학적·임상적 근거를 갖춘 ‘검증된 의학’임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강원지부는 “의사협회는 해묵은 논리로 한의학의 근거를 부정하고 있으나, 이는 현대 한의학의 발전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의학은 이미 국가 표준 임상진료지침(CPG)과 수많은 국제 학술지(SCI급)에 등재된 근거를 바탕으로 체계화돼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 또한 국제질병분류(ICD-11)에 한의학을 정식 등재해 그 가치를 전 세계적으로 인정했고, 특히 노인성 질환, 만성 통증, 재활 분야에서의 한의학적 치료 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로써 이를 부정하는 것은 현대의학의 상식마저 부정하는 독단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강원지부는 또한 재택의료의 본질은 특정 직역의 독점이 아닌 ‘다학제 통합 돌봄’에 있음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강원지부는 “의사협회가 주장하는 응급 상황에 대한 우려는 재택의료의 본질을 왜곡한 것”이라면서 “재택의료센터는 집에서 수술을 하는 곳이 아니라, 환자의 평소 상태를 가장 가까이서 살피며 질병의 악화를 방지(Primary Care)하고, 응급 상황 발생 시 적기(Golden Time)에 각 기관으로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라고 밝혔다. 강원지부는 이와 함께 한의 재택의료는 지역 의료 공백을 해소하는 국가적 대안임을 분명히 했다. 강원지부는 “초고령 사회, 특히 강원도와 같은 의료 취약 지역에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기다려도 오지 않는 의사’가 아니라, ‘정기적으로 찾아와 내 몸을 살피는 의료인’”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한의사는 이미 지역사회 통합돌봄 현장에서 그 역량을 충분히 증명해 왔으며, 정부 역시 이를 인정하여 한의원의 참여를 보장한 것이기에 이를 방해하는 의사회의 행위는 결국 어르신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포기하라고 강요하는 비윤리적인 처사”라고 지적했다. 강원지부는 이와 함께 의사협회는 소모적인 비난을 멈추고 환자 중심의 의료 상생에 동참할 것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강원지부는 “강원도의사회는 한의계를 향한 근거 없는 비방을 즉각 중단하고, 어떻게 하면 어르신들이 살던 곳에서 더 안전하고 존엄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만약 계속해서 국민의 진료 선택권을 침해하고 정당한 국가사업을 방해한다면, 우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국민과 함께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
자보 한의진료비 ‘과잉’ 프레임 논란…“환자 수요·제도 목적 외면한 통계”▲(왼쪽부터) 송인선 이사, 정범길 전문위원, 강정화 회장, 신성식 기자, 백선영 팀장, 김애련 센터장 남인순·복기왕·송기헌·김선민 의원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강중구)이 4일 ‘자동차보험 진료비 위탁심사 평가 및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으나 토론회 취지와는 달리 ‘한의과 진료비 과잉’ 프레임을 둘러싼 논쟁이 전면에 부상했다. 특히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발제에서 자보 진료비 중 한의과 비중이 2009년 4% 수준에서 2024년 60%까지 급증했다는 수치와 최근 5년간 68.8% 증가, 매년 10% 안팎의 상승이라는 통계가 제시되면서, 양방의료계·보험업계 패널들이 이를 ‘과잉’ 문제로 연결해 논란이 불거졌다. ◎ “한의진료비 증가=과잉 단정 신중해야…자보는 피해자 보호 제도” 이날 패널토론에서 반박에 나선 송인선 대한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의과 진료비가 정체된 반면 한의과의 비중 증가만으로 과잉진료라고 단정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보와 건보 제도 목적 차이를 핵심 근거로 보험연구원 연구를 인용하며 “척추 염좌나 단순 타박상 환자의 자보 진료일수는 한의과와 의과 모두 건보 환자의 약 두 배 수준으로, 이는 의료기관의 진료행태라기보다 보험 제도의 목적 차이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건보가 제한된 재정 안에서 적정진료를 목표로 하는 제도라면 자보는 교통사고 피해자의 원상회복을 보장하는 제도로, 두 제도를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은 제도의 목적을 반영하지 못하는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비급여 보장 구조 역시 통계 해석의 중요한 변수로 짚었다. 건보에선 비용효과성 문제로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가 자보에서는 보장되며, 건보에선 비급여 진료비가 통계에 잡히지 않지만 자보에선 전체 진료비에 포함되기 때문에 건당 진료비가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환자 다수가 상해 12~14급의 근골격계 손상 환자로, 해당 효과에 강점을 가진 한의진료를 선호한다는 점을 강조한 송 이사는 “영상검사에서 특이점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지속적인 통증과 기능 제한을 동반한다”며 “근골격계 통증 치료에 강점을 가진 한의진료가 선택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자보 환자들의 의료 선택 구조도 건보와 다르다고 지적하며 “건보에선 비용이 의료 선택에 영향을 미치지만 자보는 본인부담이 없고, 비급여까지 보장되기 때문에 환자들이 치료 효과 중심으로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다”며 “자보에서 한의진료가 증가하는 현상은 환자 수요의 결과로 해석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제도 개선 논의와 관련해선 진료비 관리 중심 접근의 위험성도 제기했다. 그는 “다빈도 진료 보장 제한이나 심사 기준 강화는 의학적 필요성보다 비용 관리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며 “환자 상태에 따른 개별 진료가 제한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향후치료비(합의금) 문제에 대해선 “합리적 기준 설정 필요성에는 일부 공감하지만 12~14급 환자의 지급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며 “치료비 추정서와 진단서 등 객관적 의료 판단을 기준으로 결정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송 이사는 “일부 사례를 근거로 제도를 설계하면 그 부담은 대부분의 환자에게 돌아간다”며 “자보는 비용 관리 제도가 아니라 피해자 보호 제도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태연 의협 부회장은 피켓까지 동원해 한의진료 이용률을 제시했다. ◎ “통계는 제도 변화의 산물…구조 요인 함께 봐야” 정범길 대한한의사협회 보험전문위원도 이날 논란이 된 자보 통계 해석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며 “통계는 항상 Bias(편향)가 존재하고, 어떤 관점에서 제시되느냐에 따라 다른 의미로 읽힐 수 있다”며 “단순 수치 제시만으로 정책 판단을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특히 자보 통계에는 제도 변화에 따른 구조적 변곡점이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보 한의진료 통계는 특정 시점마다 변화 구간이 존재한다”며 “제도 변화에 따라 통계가 달라지는 구간을 걸러내지 않으면 전체 흐름을 왜곡해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교통사고 유형 변화도 중요한 분석 요소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동차 설계의 안전성 향상과 차체 보강 등으로 중증 외상 환자보다 12~14급 환자가 늘어나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자동차 기술 변화와 사고 특성 변화가 통계 분석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불제도 개선 방향과 관련해선 “12~14급 환자가 많은 자보 특성을 고려하면 행위별 수가보다 에피소드 단위 묶음수가가 더 적합할 수 있다”며 보험연구원 등과 협력을 통한 ‘에피소드 기반 묶음수가’ 모델 개발을 제안했다. 또한 기왕증(旣往症) 치료 비용이 건보 재정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외국 사례처럼 사고 관련 치료와 건보 데이터를 사후 정산하는 방식도 제안했다. 정 위원은 “피해자는 충분한 치료를 받아야 하고, 의료기관은 치료를 제공해야 하며 보험사는 지속 가능한 사업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며 “이 세 가지 관점이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제도가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 “자보 핵심 문제는 평가체계 부재…적정성 평가 도입 필요” 자보 제도의 핵심 문제로 ‘평가 체계 부재’를 지적한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다빈도 진료 제한이나 심사 강화 같은 정책은 심사조정 기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며 “의료 서비스의 효과성을 평가하는 적정성 평가 체계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치료기간과 제공량이 적정한지에 대한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결국 경험칙에 기반한 판단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비급여 문제를 중요한 변수로 지목하며 “자보만의 문제가 아니라 건보와 실손까지 포함한 전체 의료비 구조 속에서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하며, 보험료로 의료서비스를 구매하는 구조라면 보험회사 역시 의료기술의 유효성 평가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성식 중앙일보 기자(보건복지 분야)는 “자보는 건보에 비해 ‘돈이 새는 것 아니냐’는 인식에 따라 신뢰도가 낮은 만큼 보험료 인상이 아닌 비합리적 지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적자를 줄여 나가야한다”면서 “지난 2013년 심평원이라는 전문기구에 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권한과 역할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자보 심사제 구조 재정비 필요…심평원 권한·재원 추가 검토돼야” 백선영 국토교통부 자동차운영보험과 팀장은 자보 제도의 행정 시스템을 문제로 들어 “국토부와 심평원 관계가 법령상 명확하지 않은 특이한 구조로, 이 같은 행정적 고민이 제도 개선 논의를 촉발했다”면서 “실제 자동차손배법 시행령 11조에 전문심사기관으로 심평원이 지정, 법률적으로 이미 규정돼 있으나 심평원의 법적 권한 강화와 재원 문제에 대해선 제기된 의견을 바탕으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평원의 역할 확대 필요성을 강조한 김애련 심평원 자동차보험심사센터장은 “현재 자보 심사 업무는 심사조정 기능에 국한돼 있다”며 개선 방향으로 △심사수수료 계약 구조 개선 △심사 인력 확충 △적정성 평가 도입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심사수수료 계약 방식에 대해선 “민간 보험사와 계약하는 구조로 인해 심사의 독립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부담금 방식 법제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자보의 궁극적 목적은 사고 환자가 적정 치료를 받고 신속히 일상으로 복귀하도록 지원하는 것으로, 환자 경험 평가 등 적정성 평가 도입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 1부 기사(클릭) “자보 진료비 관리, ‘행위 규제’ 아닌 의료이용 구조 기반 접근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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