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보 한의진료비 ‘과잉’ 프레임 논란…“환자 수요·제도 목적 외면한 통계”

기사입력 2026.03.0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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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보 진료비 위탁심사 평가·제도 개선 토론회’서 심평원 권한 등 논의
    송인선 한의협 보험이사 “건보 기준의 자보 해석은 오류” 통계 편향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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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송인선 이사, 정범길 전문위원, 강정화 회장, 신성식 기자, 백선영 팀장, 김애련 센터장


    남인순·복기왕·송기헌·김선민 의원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강중구)이 4일 ‘자동차보험 진료비 위탁심사 평가 및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으나 토론회 취지와는 달리 ‘한의과 진료비 과잉’ 프레임을 둘러싼 논쟁이 전면에 부상했다.

     

    특히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발제에서 자보 진료비 중 한의과 비중이 2009년 4% 수준에서 2024년 60%까지 급증했다는 수치와 최근 5년간 68.8% 증가, 매년 10% 안팎의 상승이라는 통계가 제시되면서, 양방의료계·보험업계 패널들이 이를 ‘과잉’ 문제로 연결해 논란이 불거졌다.


    ◎ “한의진료비 증가=과잉 단정 신중해야…자보는 피해자 보호 제도”

     

    이날 패널토론에서 반박에 나선 송인선 대한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의과 진료비가 정체된 반면 한의과의 비중 증가만으로 과잉진료라고 단정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보와 건보 제도 목적 차이를 핵심 근거로 보험연구원 연구를 인용하며 “척추 염좌나 단순 타박상 환자의 자보 진료일수는 한의과와 의과 모두 건보 환자의 약 두 배 수준으로, 이는 의료기관의 진료행태라기보다 보험 제도의 목적 차이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건보가 제한된 재정 안에서 적정진료를 목표로 하는 제도라면 자보는 교통사고 피해자의 원상회복을 보장하는 제도로, 두 제도를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은 제도의 목적을 반영하지 못하는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비급여 보장 구조 역시 통계 해석의 중요한 변수로 짚었다. 건보에선 비용효과성 문제로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가 자보에서는 보장되며, 건보에선 비급여 진료비가 통계에 잡히지 않지만 자보에선 전체 진료비에 포함되기 때문에 건당 진료비가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환자 다수가 상해 12~14급의 근골격계 손상 환자로, 해당 효과에 강점을 가진 한의진료를 선호한다는 점을 강조한 송 이사는 “영상검사에서 특이점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지속적인 통증과 기능 제한을 동반한다”며 “근골격계 통증 치료에 강점을 가진 한의진료가 선택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자보 환자들의 의료 선택 구조도 건보와 다르다고 지적하며 “건보에선 비용이 의료 선택에 영향을 미치지만 자보는 본인부담이 없고, 비급여까지 보장되기 때문에 환자들이 치료 효과 중심으로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다”며 “자보에서 한의진료가 증가하는 현상은 환자 수요의 결과로 해석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제도 개선 논의와 관련해선 진료비 관리 중심 접근의 위험성도 제기했다. 그는 “다빈도 진료 보장 제한이나 심사 기준 강화는 의학적 필요성보다 비용 관리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며 “환자 상태에 따른 개별 진료가 제한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향후치료비(합의금) 문제에 대해선 “합리적 기준 설정 필요성에는 일부 공감하지만 12~14급 환자의 지급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며 “치료비 추정서와 진단서 등 객관적 의료 판단을 기준으로 결정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송 이사는 “일부 사례를 근거로 제도를 설계하면 그 부담은 대부분의 환자에게 돌아간다”며 “자보는 비용 관리 제도가 아니라 피해자 보호 제도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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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이태연 의협 부회장은 피켓까지 동원해 한의진료 이용률을 제시했다.

     

    ◎ “통계는 제도 변화의 산물…구조 요인 함께 봐야”

     

    정범길 대한한의사협회 보험전문위원도 이날 논란이 된 자보 통계 해석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며 “통계는 항상 Bias(편향)가 존재하고, 어떤 관점에서 제시되느냐에 따라 다른 의미로 읽힐 수 있다”며 “단순 수치 제시만으로 정책 판단을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특히 자보 통계에는 제도 변화에 따른 구조적 변곡점이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보 한의진료 통계는 특정 시점마다 변화 구간이 존재한다”며 “제도 변화에 따라 통계가 달라지는 구간을 걸러내지 않으면 전체 흐름을 왜곡해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교통사고 유형 변화도 중요한 분석 요소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동차 설계의 안전성 향상과 차체 보강 등으로 중증 외상 환자보다 12~14급 환자가 늘어나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자동차 기술 변화와 사고 특성 변화가 통계 분석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불제도 개선 방향과 관련해선 “12~14급 환자가 많은 자보 특성을 고려하면 행위별 수가보다 에피소드 단위 묶음수가가 더 적합할 수 있다”며 보험연구원 등과 협력을 통한 ‘에피소드 기반 묶음수가’ 모델 개발을 제안했다.

     

    또한 기왕증(旣往症) 치료 비용이 건보 재정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외국 사례처럼 사고 관련 치료와 건보 데이터를 사후 정산하는 방식도 제안했다.

     

    정 위원은 “피해자는 충분한 치료를 받아야 하고, 의료기관은 치료를 제공해야 하며 보험사는 지속 가능한 사업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며 “이 세 가지 관점이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제도가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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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보 핵심 문제는 평가체계 부재…적정성 평가 도입 필요”

     

    자보 제도의 핵심 문제로 ‘평가 체계 부재’를 지적한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다빈도 진료 제한이나 심사 강화 같은 정책은 심사조정 기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며 “의료 서비스의 효과성을 평가하는 적정성 평가 체계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치료기간과 제공량이 적정한지에 대한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결국 경험칙에 기반한 판단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비급여 문제를 중요한 변수로 지목하며 “자보만의 문제가 아니라 건보와 실손까지 포함한 전체 의료비 구조 속에서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하며, 보험료로 의료서비스를 구매하는 구조라면 보험회사 역시 의료기술의 유효성 평가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성식 중앙일보 기자(보건복지 분야)는 “자보는 건보에 비해 ‘돈이 새는 것 아니냐’는 인식에 따라 신뢰도가 낮은 만큼 보험료 인상이 아닌 비합리적 지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적자를 줄여 나가야한다”면서 “지난 2013년 심평원이라는 전문기구에 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권한과 역할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자보 심사제 구조 재정비 필요…심평원 권한·재원 추가 검토돼야”

     

    백선영 국토교통부 자동차운영보험과 팀장은 자보 제도의 행정 시스템을 문제로 들어 “국토부와 심평원 관계가 법령상 명확하지 않은 특이한 구조로, 이 같은 행정적 고민이 제도 개선 논의를 촉발했다”면서 “실제 자동차손배법 시행령 11조에 전문심사기관으로 심평원이 지정, 법률적으로 이미 규정돼 있으나 심평원의 법적 권한 강화와 재원 문제에 대해선 제기된 의견을 바탕으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평원의 역할 확대 필요성을 강조한 김애련 심평원 자동차보험심사센터장은 “현재 자보 심사 업무는 심사조정 기능에 국한돼 있다”며 개선 방향으로 △심사수수료 계약 구조 개선 △심사 인력 확충 △적정성 평가 도입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심사수수료 계약 방식에 대해선 “민간 보험사와 계약하는 구조로 인해 심사의 독립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부담금 방식 법제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자보의 궁극적 목적은 사고 환자가 적정 치료를 받고 신속히 일상으로 복귀하도록 지원하는 것으로, 환자 경험 평가 등 적정성 평가 도입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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