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85% 무의미한 연명치료 원치 않아…당사자 의사 존중돼야"
[한의신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한지아 의원(국민의힘)과 건강보험연구원(원장 장성인)이 25일 ‘장기요양 노인의 존엄한 죽음 맞이를 위한 과제’를 주제로 제2차 초고령사회를 위한 연속 토론회를 공동개최한 가운데 장기요양 등급 노인과 가족의 의사를 존중한 임종케어 체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날 ‘장기요양 노인의 생애말기 서비스 이용실태와 향후 과제’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한은정 건강보험연구원 건강고령화정책연구센터장은 장기요양 노인의 의사를 반영한 연명의료 결정과 재택 임종을 지원하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18년부터 연명의료 결정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장기요양제도 내에서는 임종기 의료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이다.
한은정 센터장이 제시한 ‘장기요양 사망자의 사망 전 1년간 급여 이용 실태 분석(‘23년, 건강보험연구)’ 연구에 따르면 장기 요양 노인 중 84.1%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원치 않는다고 응답했으나 실제 연명의료 중단 결정 계획을 수립한 환자는 13.1%에 불과했으며, 이 중 56.5%는 사망 직전 한 달 내에 급하게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연령이 높을수록 연명의료계획 수립과 이행 비율은 더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한 센터장은 “임종에 가까운 시점에는 결정 능력이 떨어져 환자 본인의 의사를 반영한 계획 수립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장기요양 인정조사 단계부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연명의료중단 결정을 이행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 윤리위원회의 운영 방식도 재검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많은 장기요양 수급자들이 임종 징후 발생 시 병원을 찾고 있으며, 이는 높은 의료비로도 이어지고 있다.
장기요양 최초 등급 인정 후 사망까지 기간은 평균 3.84년이며, 사망자 중 16만114명이 사망 전 사망 전 1개월 동안 건강보험 급여는 평균 440만 원(입원 520만원, 외래 29만원)으로 집계됐고,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내린 환자군이 오히려 더 많은 의료비를 지출하는 경향도 확인됐다.
한 센터장은 “2023년 기준 장기요양 인정자는 약 110만명이며, 2040년에는 272만 명까지 증가할 것”이라며 “제도 안에서 임종케어 제공체계를 마련하지 않으면 고비용의 병원 임종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장기요양 노인들의 임종 장소에 대한 선호도 조사에서도 이러한 필요성이 확인됐다.
조사에 따르면 돌봄수급노인의 78.2%, 가족의 64.4%가 재택에서 임종을 원한다고 답했으나 실제로는 72.9%(요양병원 36.0%, 종합병원 22.4%, 상급종합병원 13.7%)가 의료기관에서 사망했으며, 재택 사망은 14.7%에 그쳤다.
한 센터장은 이에 따라 요양시설·재가 장기요양 대상자에 적합한 임종케어 모델(시설·인력 기준, 서비스 가이드라인, 수가 등)을 개발하고, 의료인·간호사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 센터장은 “특히 호스피스 기관과의 연계 체계를 마련해 요양시설이나 재택에서도 완화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전달체계가 개편돼야 한다”면서 “장기요양 인정자와 가족의 연명의료 결정이 제도 안에서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하며,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법·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날 장성인 건강보험연구원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한 패널토론에선 재가 중심의 생애말기 돌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안이 잇따랐다.
특히 임종기에도 병원이 아닌 재택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 정비와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창오 돌봄의원 재택의료센터 원장(한국재택의료협회 부회장)은 “생애말기 60일 동안 임종전문교육을 이수한 요양보호사로부터 하루 8시간의 재가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임종기 특별재가요양급여’ 신설과 인구 50만명당 1개소의 ‘기능강화형 재택의료센터’를 전국에 100개소 지정해 야간 및 공휴일 임종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현재 다양한 재가급여는 존재하지만 임종만큼은 여전히 병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진영 국립암센터 중앙호스피스센터장도 “유럽은 이미 고령화에 대비해 가정과 지역사회 기반의 생애말기 돌봄 정책을 추진 중인 만큼 우리나라도 질환별 말기환자의 특성과 돌봄 필요 수준을 반영한 다양한 서비스 모델 개발이 시급하다”면서 “지역사회 방문의료진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과 함께 권역별 호스피스 센터가 거점기관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재경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장기요양 환자의 임종기 판단은 공용윤리위원회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며 “공용윤리위원회 지정·운영에 대한 체계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석 건강보험연구원 센터장은 “병원에서 임종하지 않을 권리를 존중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대안으로 △가정형 호스피스 연계 △방문간호센터 역할 강화 △장기요양시설 내 계약의사 및 가정간호서비스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한샘 보건복지부 요양보험제도과 사무관은 “정부는 호스피스 대상을 비암성 질환으로 확대하고 말기돌봄 진료지침을 개발해왔으나 이제는 노쇠로 인한 사망까지 포괄하는 생애말기 케어 체계를 고민할 시점”이라며 “재택의료센터와 장기요양기관 등 지역사회 연계 강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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