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백병원 폐원...‘도심 공동화’가 낳은 ‘도심 의료공백’”

기사입력 2023.09.2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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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백병원 폐원에 따른 의료공백과 서울 도심 살리기 대책 마련 토론회’ 개최
    최재형 의원 "도심 생활기반 시설을 확충 및 거주 여건 개선이 이뤄져야"
    박성준 의원 "도심 공동화 극복 위한 도시재생, 공공 의료서비스 확대 대안 마련돼야"
    윤영희 시의원 “서울시, 병원 부지 종합의료시설로 유지 결정...시의회도 협력할 것”

    서울백병원 단체 사진.jpg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재형 의원(국민의힘)과 정무위원회 박성준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5일 ‘서울백병원 폐원에 따른 의료공백과 서울 도심살리기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도심 의료공백 사태 및 도심 공동화 심화 현상에 대한 극복방안을 논의했다.


    서울백병원은 서울 도심 상주인구 감소와 대형 병원들의 잇단 설립으로 경영악화를 겪으면서 최근 20년간 누적된 약 1745억원의 적자 부담에 따라 운영주체인 인제학원 이사회가 지난 6월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며 82년만에 역사로 남게 됐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도심의 업무 기능이 발달해 주간에는 출근 인구가 밀집했다가 야간에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도심이 텅 비게 되는 현상인 ‘도심 공동화’ 심화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최재형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서울 도심에 소재한 대형 병원이 하나 둘 문 닫기 시작하더니 결국 서울백병원까지 폐원하면서 의료공백 및 지역소명문제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며 “도심 지역의 인구 유출을 막고, 다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생활기반 시설을 확충하는 것은 물론 거주 여건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심지역에 지나치게 부과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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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준 의원은 “소아청소년과 진료, 중증 환자 진료 등 지역 응급의료기관으로서 필수 의료 역할을 수행해온 서울백병원의 폐원은 민간 병원에 맡긴 공공의료가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이는 서울 시민 전체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만큼 이번 토론회를 통해 의료 공백 사태와 더불어 향후 도심 공동화 극복을 위한 도시재생, 공공 의료서비스 확대에 대한 대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백병원의 설립자인 백인제 박사의 제자 장기려 박사의 손자인 장여구 인재대학교 서울백병원 외과 교수(노조지부장)은 ‘서울백병원 폐원으로 인한 도심 의료 공백과 도심 공공의료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서며 지역주민을 위해 서울백병원을 복부 위장관, 뇌 손상에 특화된 중증 응급 의료시설로 전환할 것을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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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교수에 따르면 서울백병원은 지난 1932년 백인제 박사가 우에무라 외과 의원을 인수해 해방 이후부터 우리나라 외과의 역사를 장식한 병원으로, ‘86 아시안게임’, ‘88 서울올림픽’ 등의 지정 병원으로 활약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중구의 유일한 감염 전담병원으로써 공공의료의 한 축을 담당했다,


    또한 과거 도심 한복판에 사회 공공시설과 문화 공간과 함께 위치한 병원들이 1970년대 중반 명동 성모병원을 시작으로, 을지병원, 중앙대학교 필동병원, 이화여대 동대문병원 등이 이전·폐원하면서 중구에서는 서울백병원이 대학병원으로는 유일하게 남아 종로, 중구, 용산구 일부의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져왔다.


    장 교수는 “백병원이 폐원하면서 서울 도심 중앙의 공공의료의 공백은 시작됐다”면서 “도심 한복판에서의 공간의 한계성을 극복하고, 위치의 장점을 살린 의료 환경을 만들어 간다면 만성 적자에 무조건 폐원만이 정답이라는 논리를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어 “최근 중증 외상 환자가 진료 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목숨을 잃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는데 위치적으로 큰 장점을 가진 서울백병원을 복부 위장관과 뇌 손상에 특화된 중증 응급 의료시설로 전환하고, 지역 주민을 위한 최소한의 의료시설로 유지한다면 중구·중로구 지역주민은 물론 서울시민 전체에서도 환영받는 공공의료 실현 병원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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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정 단국대학교 건축과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과 서울백병원 폐원을 계기로 본 서울 구도심 재생의 과제와 비전’을 주제로 발제에 나서며 도심 공동화 완화를 위해 관광객에 편중된 상업구조가 아닌 새로운 지식 생산활동에 기반한 산업구조와 도시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것을 제안했다.


    김호정 교수에 따르면 명동 중심부와 인근지역은 물리적 문제로 △내·외부 연결성 부족 △명동 내 영역별 편차, 낙후 영역 심화(공실) △소규모필지에 의한 개발 제한(토지 가치 잠재성 구현의 문제) △공원, 녹지 부족 △저층 상업시설을 둘러싼 고층 오피스에 의한 시야 단절 등이 존재했으며, 사회문화적 문제로는 △문화중심으로써의 정체성 결여 △도심 인구 감소와 공동화(주거기능의 부재) △외국인 중심 관광 특구의 지나친 의존성 △비싼 임대료가 존재했다.


    김 교수는 “명동의 구도심 회복을 위해선 관광객에 편중된 상업구조를 지양하고, 새로운 지식 생산활동에 기반한 산업구조와 도시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면서 “이를 근대화의 상업  일번지 명동, 과거의 문화 중심지로써의 명동의 역사를 재발굴한다면 ‘글로벌 명동’의 잠재력 활용해 지식산업의 허브, 국제 커뮤티니의 허브로 재탄생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를 위해 △보행환경 개선 및 주거 공급·거주성 강화 △새로운 형식의 도심형 복합용도 건축물의 유형 개발 △인접 지역으로 지구단위 구역계 확장을 통해 넓은 의미로의 명동과 지역의 미래를 종합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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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 김유경 한국공공브랜드진흥원장이 좌장으로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는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영희 의원(국민의힘·한의사)은 “서울백병원 폐원이 현실화된다면 중구는 상급종합병원과 민간종합병원이 단 한 곳도 없는 자치구가 되며, 서울 도심 공동화와 의료자원 결손으로 인한 시민 피해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면서 “인접한 마포구에도 현재 지정된 응급의료기관이 단 한 곳도 없어 응급의료 자원 역시 부족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이어 “도심의 공동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심의 주거 기능을 강화해야 되는데 주거 기능의 가장 중요한 축은 의료자원의 유지와 확충”이라면서 “현재 서울시는 서울백병원 부지를 종합의료시설로 유지할 것을 결정하고, 정부와 협의하고 있으며, 서울시의회도 이에 필요한 부분에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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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찬 전 보건복지부 차관은 “서울백병원 폐원은 당시 인제학원 이사회의 일방적인 결정이었던 것 같아 안타까웠으며, 이러한 중요 사안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의사결정 방식의 문제라고 본다”며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로 병원을 폐원할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이익을 염두한 논의와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황두진 건축가는 “도심 공동화 심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상주 인구를 늘리는 ‘50만 역사 도시 계획’을 제안한다”면서 “이를 통해 서울시민 출퇴근 시간이 단축되고, 정책적·건축적으로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수단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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