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증 따라 맞춤치료…한의약, 바이러스 극복 가능한 신체 만들어”

기사입력 2022.06.09 15:08

SNS 공유하기

fa tw
  • ba
  • ka ks url
    전채헌 금산군 보건소 공보의, ‘코로나19 맞춤 한의치료’ 사업 성공 견인
    보건소에서는 드물게 탕약 처방, 담당 공무원협력 복잡한 행정 절차 극복
    사업 추진 후 설문조사 10명 중 8명 “도움이 됐다”
    “한·양의 갈등 탓 한의 치료 효과 과소평가 안타까워”
    “맞춤형 한의약 특성 감안해 바우처 형식 사업 진행”

    전채헌1.jpg

     

    코로나19 후유증 치료를 위해 맞춤형 한약 등을 제공한 충청남도 금산군 보건소의 사업이 호평 속에 마무리됐다. 보험한약 위주로 처방하는 보건소 사업에서 조제용 탕약을 사용해 만족도를 높인 건 이례적이다.

     

    이번 사업은 기획 단계부터 금산군보건소 한방보건팀 소속 전채헌 공중보건한의사(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과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금산군보건소 한방보건팀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증상 및 후유증상 비대면 한의약 진료’ 사업은 지난 4월 한 달 동안 관내 주민 100여명에게 한약 처방 및 배송 등 한의사 비대면 진료를 제공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양성 확진을 받은 지 3일 이내 환자를 대상으로 했지만 격리해제일 이후까지 이어지는 후유증 등을 고려해 6일이 지난 환자도 진료 대상에 포함했다.

     

    사업 종료 후 참가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참가자 중 과반인 56명(65.1%)이 건강 회복에 ‘매우 도움이 됐다’, 21명(24.4%)이 ‘도움이 됐다’고 응답해 전반적으로 큰 도움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에 만족한 참가자는 84명(97.6%)에 달했고, 사업을 타인에게 추천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2명도 “이벤트성이라서”, “한정된 인원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등 제한적인 사업 규모를 이유로 들었다. 한약 복용에 따른 부작용이나 이상반응은 별도로 관찰되지 않았다.

     

    한약은 보험 한약과 탕약을 비슷한 비중으로 처방됐다. 보험한약 중에는 구미강활탕, 형개연교탕, 연교패독산, 보중익기탕 등의 사용 비중이 30세트, 25세트, 15세트, 15세트 순으로 높았으며 탕약은 쌍패탕, 형방패독산, 삼소음 등이 40세트, 40세트, 20세트 처방됐다.

     

    이 사업의 기획 단계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한 전채헌 금산군 보건소 공보의(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는 이번 사업 배경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에서 운영한 ‘코로나19 한의진료센터’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보건소에서 시행하던 한의약 건강증진사업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시간적, 재정적 여유가 난 것도 사업을 실행하는데 한 몫 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전채헌 공보의와의 일문일답이다.


    Q. 사업 추진 과정은?

    코로나19 확진자 100명을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통해 증상에 맞게 한약을 처방했다. 대부분 자가 격리 중이라 가족이 수령하거나 택배로 보내드렸다. 한약은 보건복지부 인증 원외탕전실에서 조제한 탕약과 보건소에서 진료에 사용하는 보험한약을 각각 5일 분씩 처방했다. 복약 7일 후에 증상의 변화와 사업 만족도를 조사했는데, 대부분 증상이 호전됐고 만족도도 매우 높았으며, 보고된 부작용은 없었다.


    Q. 사업 추진에 있어어려웠던 점은?

    보건소에서 외래진료나 보건사업에 한약을 처방할 때 대부분 보험한약을 사용한다. 보건소에서 보건사업에 의료용 한약재로 조제한 탕약을 사용하는 것이 전국적으로도 거의 없는 사례로 알고 있고, 금산군 보건소에서도 처음이다 보니 원외탕전실과 계약 맺는 등의 행정적인 절차가 복잡해서 담당 공무원 분이 힘들었을 것이다.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하는 사업이라 세부적인 기획이 다소 어려웠지만, 담당 팀장님을 비롯한 공무원 분들이 업무 경험이 많고, 적극적으로 협조하여 주신 덕분에 잘 극복할 수 있었다.

     

    전채헌2.jpg

     

    Q. 코로나19 등 감염병 치료에서 한의약 역할은?

    한의학은 전염병, 감염병을 치료하며 발전해 온 치료의학이다. 모교 은사님인 지규용 교수님의 기고를 인용하자면, ‘한의학은 감염병이 어떤 환경에서 생겼는지, 환자의 평소 병증과 체질적 강약이 어떠한지, 병원체가 어느 부위에 붙어서 주요 증후를 일으키는지, 사람에 따라 어떤 장기와 조직으로 병증이 발전하는지를 감별하는데 집중’해 질병의 변화 과정에 맞춰 약을 변경해가며 대응했다.

     

    바이러스 자체에 집중해 항바이러스제가 필요한 의과와 달리,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이나 환경에 따라 개개인에 맞춘 약물치료를 시행할 수 있는 것이 한약의 장점이다. 끊임없이 변이가 생기는 바이러스의 특성상 바이러스 자체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증상을 완화시키면서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어주는 한의약에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의 치료 외에도 의과적 처치가 필요한 환자들이 있지만, 의료이원화로 인한 갈등 때문에 한의약이 충분히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질환에도 접근 기회조차 부여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Q. 지역사회 사업을 함에 있어 개선할 부분은?

    전국 보건소 중에서 한의약 전담 부서가 있는 곳이 적다고 들었다. 저는 운 좋게도 금산군 보건소에 ‘한방보건팀’이 있었기에 이번 보건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다른 공보의들도 코로나 확진자를 대상으로 한의 진료 사업을 하고자 했지만 전담 부서가 없어 추진이 어려웠다. 한의약이 일차 의료, 방문 진료에 강점이 많고 앞으로도 지역 보건에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생각되는 만큼, 다른 보건소에도 한의약 전담 부서가 설치된다면 한의과 공보의를 통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한의약 건강증진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Q. 사업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다는 의견이 있다.

    확진자의 개인정보를 함부로 이용할 수 없어 플래카드, 지역 카페 등을 이용해 홍보하다 보니 보건사업이 있는 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대상 인원이 100명으로 적었는데,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홈페이지, 확진 안내 문자 등 홍보 방법을 다양화하고 대상자 수를 확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급성 감염증이 호흡기 증상 위주였다면 후유증은 호흡기, 소화기, 전신, 정신건강 증상 등으로 다양하게 그리고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보건소에서 치료 목적으로 탕약을 제공하려면 원외탕전실과 계약해 한꺼번에 공급받을 수밖에 없는데, 후유증 환자로 확대하면 탕약이 증상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개인별로 다양하게 나타나는 증상에 맞춤형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한약의 장점이므로 바우처 사업 형식으로 진행된다면 환자의 만족도가 가장 높을 것 같다.

     

    전채헌3.jpg

     

    Q. 남기고 싶은 말은?

    아직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감염병 팬데믹 상황에서 전국의 많은 한의과 공보의들이 방역 업무에 투입됐고 아직도 업무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관련 업무를 한 공보의 중에서는 제가 가장 고생을 덜 했다고 생각하는데 인터뷰까지 하게 돼 부끄럽다. 드러나지 않게 묵묵히 고생하시는 분들을 많이 생각해주셨으면 한다.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