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전염병 치료 위한 한의학 서적 '간이벽온방', 보물로 지정된다

기사입력 2020.09.0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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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 국보, '간이벽온방'‧‘신구공신상회제명지도 병풍’ 보물 지정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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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신문=김대영 기자] 조선 시대 전염병 치료를 위한 한의학 서적인 '간이벽온방(언해)'이 보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2일 고려 시대 고승(高僧)의 실제 모습을 조각한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보물 제999호)을 국보로, 15세기 한의학 서적 ‘간이벽온방(언해)’과 17세기 공신들의 모임 상회연(相會宴)을 그린 ‘신구공신상회제명지도 병풍’ 등 2건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국보로 지정 예고된 보물 제999호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陜川 海印寺 乾漆希朗大師坐像)'은 신라 말∼고려 초까지 활동한 승려인 희랑대사(希朗大師)의 모습을 조각한 것으로 고려 10세기 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초상조각[祖師像;僧像]이다.

    유사한 시기 중국과 일본에서는 고승의 모습을 조각한 조사상을 많이 제작했지만, 우리나라에는 유례가 거의 전하지 않으며 ‘희랑대사좌상’이 실제 생존했던 고승의 모습을 재현한 유일한 조각품으로 전래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문헌기록과 현존작이 모두 남아있는 조사상은 ‘희랑대사좌상’이 유일하며 제작 당시의 현상이 잘 남아 있고 실존했던 고승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재현해 내면의 인품까지 표현한 점에서 예술 가치도 뛰어나다.

    보물로 지정 예고된 '간이벽온방(언해)(簡易辟瘟方(諺解))'는 1525년(중종 20년) 의관(醫官) 김순몽(金順蒙), 유영정(劉永貞), 박세거(朴世擧) 등이 평안도 지역을 중심으로 역병(疫病, 장티푸스)이 급격히 번지자 왕명을 받아 전염병 치료에 필요한 처방문을 모아 한문과 아울러 한글로 언해(諺解)해 간행한 의학서적이다. 

    국립한글박물관 소장본이며 1578년(선조 11) 이전 을해자(乙亥字)로 간행한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을 보면 병의 증상에 이어 치료법을 설명하고 있으며 일상생활에서 전염병 유행 시 유의해야 할 규칙 등이 제시돼 있다.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간이벽온방(언해)’는 ‘선사지기(宣賜之記, 왕실에서 하사했음을 증명해주는 인장)’가 찍혀 있고, 앞표지 뒷면에 쓰인 내사기(內賜記)를 통해 1578년(선조 11)년 당시 도승지였던 윤두수(尹斗壽, 1533∼1601)에 의해 성균관박사 김집(金緝, 1610∼?)에게 반사(頒賜)된 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이는 이 책이 늦어도 1578년(선조 11년) 이전에 간행됐음을 추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이러한 기록 등을 토대로 ‘간이벽온방(언해)’는 현재까지 알려진 동종문화재 중 시기적으로 가장 앞선 판본임을 알 수 있으며 그 전래가 매우 희귀해 서지학 가치 또한 매우 높게 평가되고 있다. 

     '간이벽온방(언해)'는 조상들이 현대의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을 극복하고자 노력한 흔적을 보여주는 서적일 뿐 아니라 조선 시대 금속활자 발전사 연구에도 활용도가 높은 자료인 만큼 보물로 지정해 보존‧관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이다.

    '신구공신상회제명지도 병풍(新舊功臣相會題名之圖 屛風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 제146호)'은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 소장품으로, 선조 연간(1567∼1608) 녹훈(錄勳)된 구공신(舊功臣)과 신공신(新功臣)들이 1604년(선조 37년) 11월 충훈부(忠勳府)에서 상회연(相會宴)을 개최한 장면을 그린 기록화이다.
    상회연의 신‧구공신은 총 151명으로, 1590년(선조 23년) 2월 1일 녹훈된 광국〮공신(光國功臣)과 평난공신(平難功臣) 42명과 1604년(선조 37년) 6월 25일 녹훈된 호성공신(扈聖功臣), 선무공신(宣武功臣), 청난공신(淸難功臣) 109명을 말한다. 

    ‘신구공신상회제명지도 병풍’의 좌목(座目)에 적힌 공신들은 1604년 상회연 당시 생존해 있던 63명의 명단으로, 이중 5명(이산해, 류성룡, 정탁, 이운룡, 남절)은 노환(老患)으로 불참했으므로, 실제 행사에 참석한 인원은 58명이다. 좌목은 공신 명칭, 문무관 품계, 자, 생년, 본관, 이름순으로 기재되었다.

    ‘신구공신상회제명지도 병풍’은 총 4폭으로 구성돼 있는데 왼쪽 제1폭은 상회연의 장면을 그린 것이고, 제2폭∼제3폭에 걸쳐 참가자들의 명단을 작성한 것이며, 제4폭은 위쪽의 제목을 제외하고 내용은 비어 있다. 

    ‘신구공신상회제명지도 병풍’은 공신 관련 그림으로서 현재까지 유일하게 알려진 작품이라는 점, 제작시기가 명확해 기년작(紀年作, 연도를 알 수 있는 작품)이 드문 17세기 회화 양식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기준작이 된다는 점에서 역사ㆍ미술사적으로 의의를 지닌 작품이므로 보물로 지정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평가다.


    문화재청은 국보로 지정 예고한 보물 제999호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을 비롯해 보물로 지정 예고한 '간이벽온방(언해)' 등 2건을 포함한 총 3건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국보‧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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