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써 환자를 기억한다”

기사입력 2020.08.0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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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강연 통해 친숙한 한의약 이미지 개선에 힘 써
    월간지 <개똥이네 집>, <작은 책>에 수년 간 한의학 내용 연재

    [편집자 주] 한의학을 통해 즐겁게 일하고, 환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권해진 원장(래소한의원)은 진료 과정에 있었던 스토리를 바탕으로 글을 연재하고 있다. 그의 글에는 환자를 기억하고, 환자를 케어하기 위한 방법들이 그만의 방법으로 기록돼 있다. 그가 글을 쓰게 된 계기와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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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환자들과의 만남, 한의학적 견해 등 다양한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다.


    래소한의원은 파주출판단지에서 가장 가까운 한의원이다. 그래서인지 인쇄 종사자, 삽화 및 동화책의 그림 디자이너, 편집자 등 출판과 관련된 분들이 환자로 많이 방문한다. 그 중 편집자 두 분이 내게 글을 써 볼 것을 권유했다. 


    그분들은 환자에게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내 모습을 글로 표현하면 좋겠다는 조언을 했고, 이를 바탕으로 2011년 처음 글을 쓰게 됐다. 


    선생님같은 두 분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글을 쓰기 시작하자 지역신문에서 칼럼을 요청했고, 이후에는 출판사와 잡지에 내 글이 연재되기 시작했다. 


    <개똥이네 집>, <작은 책> 두 월간지에서 각각 5년, 2년 한의학 건강상담 등의 내용으로 연재를 했으며, 이 내용들을 묶어서 내년에는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낼 예정이다.


    Q. 글을 잘 쓰기 위한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욕심’을 버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단한 작품을 쓴다는 생각을 버리고, 부담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 또한 그런 일념 하에 용기를 갖고 글을 썼던 것 같다.


    두 번째로 ‘마감’이라는 시간의 감옥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간에 쫓겨 계속 글을 들고 있으면 정신적 압박, 스트레스, 에너지 소비 등 낭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시간의 감옥에 갇히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글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있으면 좋다. 그것이 독서모임으로 이어져도 좋다. 나 역시 독서모임을 시작한 지 10년이 지났고, 책을 읽고 글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사람이 주위에 있어 큰 도움이 된다.


    이외에도 글과 관련된 많은 지식들을 습득하고자 노력한다. 김탁환 선생님의 <천년의 습작>, 이강룡 선생님의 <글쓰기 기본기> 등의 저자강연을 들으면서 글 쓰는 법만큼 중요한 저자의 태도에 대해서도 공부 하게 됐다.


    이를 토대로 글처럼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집중해야하고, 살아가는 내용을 글로 표현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됐다.


    Q. 주로 어떤 내용의 주제를 다루는지?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환자와 있었던 이야기를 주로 쓰며, 한의학을 조금 가미한다. 동료 원장님들의 차트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보통 차트를 살펴보면 한의학 용어가 90% 쓰여 있고, 나머지 10%는 환자들의 개인사가 담겨 있다. 10%의 개인사가 조금 조정돼 풍부하게 다뤄졌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차트를 작성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환자를 어떻게 기억하고 후에 어떤 방식으로 돌봐야겠다는 나만의 다짐이다.


    Q. 쓰신 글 일부에 환자들과의 대화 내용들이 자연스레 녹아있는 것을 봤다.


    유독 내 글에는 대화체가 많다. 표준어를 구사해 글을 쓸 때와는 달리 대화체에서는 그런 굴레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환자는 아픔을 표현할 때, 단순히 ‘아프다’라는 표준어를 사용하지 않고 ‘자글거린다’ 등 본인이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들이 표현하는 단어를 듣고 증상을 기억하기도 한다. 그것이 공감이라 생각하며 글에 그대로 녹여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Q. 글쓰기 외에도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다.


    내겐 두 아이가 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해 글에 대해서 알기 시작하자 내가 쓴 글과 한의사라는 나의 직업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글과 한의학을 쉽게 설명해주던 것이 강연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아이들이 한의학을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부모와 함께 오감으로 느끼는 한의학’이라는 강연을 했다. 치자를 갈라 우리 몸에서 펌프 역할을 하는 심장의 모습을 상상하게 도와줬더니 아이들이 약재인 치자를 쉽게 잊지 못하더라. 


    강의에 왔던 아이들이 “한의학이 가깝게 느껴져요. 침도 맞아 보고싶어요” 웃으며 말할 때면 기분이 좋아진다.


    코로나19로 인해 강연을 지속하지 못했지만 9월에 해오름 작은 도서관에서 다시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Q. 남기고 싶은 말은?

     

    글쓰기를 권장하고 싶다. 한의사 동료분들 가운데서도 한의학을 주제로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이 계신다. 이 분들의 노력 덕에 많은 한의학 관련 도서가 대중들에게 읽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저 역시 분발해서 좋은 글들을 남겨 대중들이 한의학과 좀 더 친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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