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참위, 복지부에 병원 가습기살균제 사용 실태 전면 재조사 촉구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위원장 장완익·이하 사참위)의 가습기살균제사건 진상규명 소위원회가 지난 2007년 2월부터 2011년 6월까지 총 4년4개월간 한 대학병원(이하 A병원)이 식재료·식기살균소독제를 가습기살균제로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A병원은 원내 ‘감염관리지침서’에 따라 식기소독제인 ‘하이크로미니’(정식제품명: 하이크로정)를 가습기살균제로 사용했다. 병원에서 가습기살균제를 명시적인 ‘감염관리지침서’에 근거해 지속적·체계적으로 사용한 사실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병원의 하이크로정 사용으로 인해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관련 질환에 걸렸거나 사망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조사로 새롭게 확인된 가습기살균제 하이크로정의 주성분은 NaDCC(이염화이소시아뉼산나트륨)이다. NaDCC는 국립환경과학원 동물(쥐) 실험결과 흡입독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물질이고, 반복흡입노출에 의한 조직병리학적 검사 결과 폐에서 독성 변화가 관찰됐다. 기존에는 가습기살균제 주요성분이 PHMG(옥시싹싹 등), PGH(세퓨 등), CMIT/MIT (가습기메이트 등), NaDCC(엔위드 등)로 알려졌으며 이번 조사를 통해 NaDCC를 사용한 제품이 하나 더 추가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NaDCC를 주성분으로 하는 가습기살균제 제품은 ‘엔위드(N-with)’와 ‘세균닥터’다. 그 중 ‘엔위드’를 사용해 건강피해를 입었다고 환경부(한국 환경산업기술원)에 신고한 사람은 93명이다(2020년 6월 기준).
엔위드 제품과 다른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함께 사용한 사람 가운데 5명이 폐질환을 인정받았다. 엔위드 제품만 사용했다고 한 2명과 엔위드 제품과 다른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함께 사용했다고 한 8명이 각각 천식질환을 인정받았다.
하이크로정은 식품위생법상 가습기 살균·소독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되는 제품으로, 제조업체는 하이크로정을 2003년 ‘혼합제제 식품첨가물’로 출시하고 2009년에 ‘기구 등의 살균소독제’로 품목 변경했다. 혼합제제 식품첨가물일 경우에는 식재료를 살균·소독하는 용도, 기구 등의 살균소독제일 때는 식품용 기구를 살균·소독하는 용도로만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의약품 도매업체(이하 C업체)는 하이크로정이 ‘가습기내(물통, 분무통) 세균과 실내공기, 살균, 소독 목적으로 개발된 제품’이라는 허위문구를 기재한 제품설명서를 작성했다.
이 허위 제품설명서를 C업체로부터 전달받은 A병원은 정식 계약을 체결한 납품업체(이하 B업체)에게 하이크로정을 주문, 이에 따라 B업체는 2007년 2월부터 2011년 6월까지 C업체에게 하이크로정을 구입해 A병원에 ‘가습기 하이크로’라는 이름으로 3만7400정(374박스)을 공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사참위는 지난 2018년 11월부터 2020년 3월까지 ‘가습기살균제 사용 다중이용시설 실지조사’ 용역을 발주, 병원 및 요양원 23곳(종합병원 등 22곳, 시립요양원 1곳)을 대상으로 사용실태를 조사하고, 환경부에 접수한 피해신청인 현황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A병원이 하이크로정을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환경부에 접수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신청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가습기살균제 환경노출조사 ‘제1∼제4-3차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신고자 6159명 중 병원에서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사람은 360명(5.85%)으로 확인됐다. 360명 중 병원에서만 노출된 사람은 142명(39.44%), 병원 및 병원 외(가정, 요양원 등)에서 노출된 사람은 218명(60.56%)이다.
병원 및 요양원에서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됐다고 응답한 480사례(복수응답 포함) 중 가습기살균제를 환자가 ‘개별구입’한 비율은 60%, ‘병원 등 다중이용시설 제공 및 다중이용시설 제공 추정’ 비율은 34.79%, 알 수 없음 5.21%다.
병원 등에서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이후 새로운 질환이 발병(115명)되고 악화(6명)됐다고 응답한 경우는 121명으로 나타났으며, 새로운 질환을 얻은 115명 중 폐 이외 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폐질환을 앓았다고 응답한 사람은 78명(67.82%)이다.
이와 관련 가습기살균제사건 진상규명 소위원회 최예용 위원장은 “병원에서 식기소독제가 가습기살균제로 둔갑된 지 모른 채 ‘감염관리지침서’에 따라 오랜 기간 잘못 사용한 사실이 최초로 확인됐다”며 “보건복지부 등 관련 정부기관은 혹시라도 과거에 유사 사례가 있었는지 파악하기 위해 병원(요양병원 포함)의 ‘감염관리지침’을 전수 조사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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