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병수당' 왜 필요한가?… 獨, 유급병가로 코로나 확산 막아

기사입력 2020.06.24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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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ECD 가운데 한국만 아플 때 쉴 권리 보장 안 해
    보사연 김기태 부연구위원, 상병수당 점진적 도입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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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신문=김대영 기자] 코로나19 감염병을 계기로 방역당국은 ‘아프면 집에서 쉬라’며 연일 권고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에게는 여전히 꿈같은 얘기로 들린다. 

    상병수당(유급병가)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당장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쉴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업무 외 상병으로 인한 아픈 노동자의 쉴 권리를 보장해주지 않는 유일한 나라, 우리 대한민국에도 상병수당을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원장 조흥식)이 24일 발간한 '보건복지 ISSUE & FOCUS' 제388호에 김기태 포용복지연구단 부연구위원이 쓴 '한국의 상병수당 ‘부재’ 현황과 상병수당 도입을 위한 제언'이라는 글에서다.

     

    김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확산하는 시기에 상병수당은 두 가지 핵심적인 기능을 한다. 

    하나는 노동자의 쉴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자가 질병을 참고 일터로 나왔을 때 생기는 전염병 확산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예방하는 것이다.

     

    실례로 미국에는 유급병가가 없어서 다수의 노동자들이 아픈 몸을 이끌고 일터에 나온 결과, 바이러스가 확산돼 700만 명이 감염된 반면 독일에서는 노동자들이 유급병가를 써서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았다.

     

    OECD 회원국 가운데 공적 재원을 통해 상병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과 이스라엘, 스위스, 미국 4개국이다. 

    그러나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세 나라는 직간접적으로 노동자의 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연방정부 차원의 공적 상병수당제도는 없으나, 업무 외 상병으로 인한 무급휴직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국가가 직접 유급병가를 지원하지 않는 대신 기업이 노동자에게 유급병가를 주도록 국가가 강제하는 간접적인 방식을 택하고 있으며 이스라엘도 노동자를 위한 유급병가가 기업 복지 차원에서 마련돼 있다.

    국가는 기업 단위 유급병가의 최소 수준을 정하는 '유급병가법'을 통해 규제를 가하고 있는 것.


    노동자의 병가 기간 동안 소득을 보장해 주는 상병수당 도입을 위해서는 재원 마련이 필수적이다. 

    상병수당 도입에 따른 소요 재정을 계산한 과거 연구들을 보면 연간 비용을 최소 4520억 원에서 최대 1조 5387억 원까지로 추정하고 있다. 

    김 부연구위원은 “2018년 기준 건강보험 총지출액이 약 66조 원인 점을 고려하면, 가장 높은 수준의 추정액을 기준으로 해도 건강보험 총지출액의 2.3%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상병수당 도입에 따라 그동안 ‘아파도 일해야 했던’ 노동인구 다수의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제도의 점진적인 도입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제도가 안착하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상병수당 도입의 첫 단계는 노동자의 쉴 권리에 대한 법적인 보장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한국은 근로기준법이나 표준취업규칙에서 노동자가 쉴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 최소 수준에서 노동자의 병가에 대한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적 정비만 된다면 그 이후 제도 설계는 수월할 수 있다.

    김 부연구위원은 “현재 상병수당은 건강보험법 제50조에 명시돼 있으므로 법적 근거에 따라 시행할 수 있는 편의성이 있다”며 “다만, 상병보험이라는 사회보험이 신설돼서 별도의 보험료가 부과되는 형식으로 갈지, 건강보험료를 인상해서 그 안에서 상병수당이 지급되는 방식으로 갈지에 대해서는 검토 및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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