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조선족 3세로서 2003년 경기도 안산시에 개원해 봉사, 연구·강연·저술 활동 등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노현숙한의원의 노현숙 원장에게 하루 일과와 한의학만의 차별점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자신을 소개한다면.
2003년 경기도 안산시에서 개원해 척추, 관절, 난임, 소아과 등 한의 진료에 나서고 있다. 부모님은 일제 강점기 때 만주로 이주한 뒤, 중국 헤이룽장성 아청시 해동촌서 나를 낳으셨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은 깡촌인 그 곳에서 열심히 공부해 1985년 하얼빈 중의대 중의과에 합격했다. 그러다 1996년 한국인 남편을 만나 한국에 와서 세명대한의대에 입학했다. 현재 척추, 관절, 난임, 소아과 등의 진료를 보고 있다. 대한여한의사회, 경기도한의사협회 이사, 안산시한의사회 부회장 등을 맡았었고 지금은 한의원 내에 연구소를 차려 집필과 연구 활동, 진료에 주력하고 있다.
Q. 한의대 수학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가?
결코 쉽지 않았다. 중국과 달리 교양도 익혀야 했고, 띠동갑인 학생들과 경쟁하기에 벅찬 적도 많았다. 그랬기에 더욱 공부에만 매달렸다. 6년 동안 수업 외에 참여한 유일한 행사가 졸업 여행이었는데, 중국에서 온 간첩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았다. 나중엔 동기들에게 한자와 중국어를 가르치면서 친해졌고, 교수님도 중의사 경력을 존중해주셔서 힘이 됐다.
Q. 진료 이외의 시간은 어떻게?
연구, 봉사, 집필 활동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구는 내가 중국에서 배웠던 의술을 활용하고, 한의학에 적용하기 위해 시작했다. 한의원 원장님이 4명이어서 연구소를 차렸다.
봉사활동은 주로 이주여성의 삶을 살피는 진료 위주로 하고 있다. 나도 중국에서 한국으로 왔던 경험 때문인지 이주한 여성들의 삶의 환경에 관심이 간다. 이들은 경제적, 문화적으로 어려운 상태에서 힘들게 육아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주 여성에게 쌀이나 연탄이 필요하면 관련 물품을 제공하고, 필요에 따라 한의 진료를 제공하는 식으로 진행한다.
집필 활동은 체질에 따른 침법을 소개하는 내용인데, 3~4년 전부터 시작해 지금은 마무리 작업 단계에 있다.
Q. 연구, 한의원 진료 외에도 쌀 배달, 무료 한의 진료 등 봉사활동을 1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안산시한의사회 소속으로 취약계층에 쌀을 배달하거나, 외국인노동자나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를 하고 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부단히 노력해서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이제는 내가 가진 것을 더 쌓아올리기 보다는 주변의 사람들과 나눠야 할 때다. 혼자 잘 살기 보다는 더불어 잘 살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Q. 임상 현장에서 느끼는 한의사와 중의사의 큰 차이점은?
먼저 중국은 우리보다 연구소도 많고 관련 시설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연구 결과 등이 나오면 국가에서 알아서 전국의 중의사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보급하기에 연구 결과를 알기 위해 개인적인 노력을 덜 들여도 된다. 하지만 한국은 이런 제도가 미비한 상태다. 의술이나 연구 개발을 위해 개인이 들여야 하는 품이 많다보니, 나만 해도 임상을 하면서 뭔가 새로운 의술을 발견해서 발전시켜봐야겠다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주변의 한의사끼리 모여 연구소를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중국은 한국처럼 양의학이 전통의학에 대해 도 넘은 비난을 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한의사가 열심히 진단해서 한약을 처방해도, 양방 병원에만 가면 한약 먹으면 간이 안 좋아지니 먹지 말라고 딱 잘라 말한다. 하지만 양약 부작용이야말로 무시할 만한 수준이 못 된다. 양약 때문에 위장에 탈이 나서 응급실에 가거나, 머리가 빠지거나, 불면증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여럿 봤다. 양약 부작용은 언급하지 않으면서 한약 부작용만 지적하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Q.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 중의 제도에서 배워야 할 점이 있다면?
중의학을 대할 때 옳고 그름이 아닌 다름과 장단의 차이로 받아들인다. 중의학만의 장점을 충분히 수용하고 인정한다는 뜻이다. 염좌 질환은 침 치료가 훨씬 효율적이고 1주일이면 완치되는데, 양방에서는 2~3주 정도 걸리는 기브스를 하도록 하면서 침 치료가 부적합하다고 말하는 의사들도 있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더불어 잘 살자는 의미에서, 우리 한의원에 있는 원장님들의 급여를 보전해주고 싶다. 현재 우리 한의원에는 군의관을 다녀온 원장님도 계시고, 주5일제 근무에 적은 급여를 받으면서 진료를 하고 있다. 한의사 3명, 간호사 10명이어서 부담도 크지만 그래도 이 부분은 내년부터 꼭 지키고 싶다.
최근에는 연구소에서 중국 저서를 들여와 번역하는 일도 시작했다. 개소한지 얼마 안 된 이 연구소가 앞으로 자리를 잡고 많은 임상적, 학술적 성과를 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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