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한의사의 역할 확대 위한 출발점”

기사입력 2019.10.1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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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편적 의료를 담당할 수 있는 의사로 거듭나기 위해선 교육이 ‘좌우’
    의학교육 임상실습 및 임상표현 학습성과 교육과정 사례 ‘공유’
    한의학교육평가원, ‘제5차 한의학교육 심포지엄’ 개최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원장 신상우·이하 한평원)은 지난 12일 서울역 대회의실에서 ‘제5차 한의학교육 심포지엄’을 개최, 의학교육에서의 임상실습 구성 및 임상표현 학습성과를 기반으로 한 교육과정 사례를 공유하는 한편 졸업역량 설정과 학습성과 연계를 추진한 각 한의과대학의 과정 및 추진시 현장에서 겪게 되는 어려운 점 등을 직접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한국 한의사들은 몇 천년 동안 이 땅에서 포괄적이고 보편적으로 가능한 당대의지식과 경험을 다 합쳐서 환자를 치료해 왔지만, 일제 강점기를 겪으면서 해방 이후 지금까지도 파라메디컬의 역할밖에 할 수 없는 것이 지금의 실정”이라며 “반면 일제 강점기를 겪지 않은 중국은 생의학의 모든 지식과 경험을 흡수해 나름대로의 의학을 창조, 지금과 같은 중의학과 중의사 체계를 창조해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제는 한국의 한의사제도가, 한의학이 다시 원류로 돌아가야 한다. 즉 한의사가 한약과 침이라는 도구의 수호자가 아닌, 특정 도구만을 담당하는 파라메디컬이 아니라 보편적 의료를 담당할 수 있는 의사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한 최 회장은 “그렇게 되기 위한 출발점은 바로 교육에 있다. 앞으로의 미래는 한의과대학을 어떻게 규정하고,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며 “오늘 이 자리가 의학교육이 변화된 틀을 잘 살펴보고, 앞으로 한의학교육이 나아갈 길, 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새기는 귀중한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최도영 대한한의학회장은 “의료에 있어서의 키워드는 연구-교육-진료로, 이 세 가지가 잘 맞물려 돌아가야만 의료의 발전이 있을 수 있다”며 “한의계도 그동안 이러한 것들에 매진한 결과 일차의료에서의 한의사의 역량이 많이 향상됐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처럼 미래에 한의약을 짊어질, 또한 국민건강을 책임질 훌륭한 한의사들이 배출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진 심포지엄에서는 △의학교육에서 임상실습의 구성 사례(김영전 원광대 의대 교수) △임상표현 학습성과 기반 교육과정 사례(정성수 충남대 의대 교수) △졸업역량 설정과 학습성과 연계 사례(선승호 상지대 한의대 교수·황보민 대구한의대 한의대 교수·성현경 세명대 한의대 교수·오용택 우석대 한의대 교수) 등이 발표됐다.


    이날 김영전 교수는 발표를 통해 원광대 의대에서 진행되고 있는 임상실습 수업 구성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함께 임상실습에서 학생들을 효과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해 관심을 끌었다.


    김 교수는 “임상실습 지도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방법은 ‘마이크로스킬’로, △학생의 명확한 의견이나 생각 듣기 △학생의 의견·생각을 지지하는 증거를 찾아내기 △일반적인 원리를 가르쳐주기 △옳은 것·잘한 것을 강화해주기 △실수를 교정해주기 등의 5단계로 구성된다”며 “또한 학생들에게 질문할 때에는 단순지식이나 폐쇄형 질문 및 위협적인 질문을 피하고, 개방형·명시형·탐색형으로 질문을 하되 질문 후에는 학생이 대답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실습 수행에 있어서도 학생이 한 행동에 대한 피드백이 중요한데, 이 경우 관찰 가능한 구체적인 행위에 근거해서 추측보다는 사실에 근거해서 얘기해야 하며, 관찰된 행위를 하게 된 동기는 학생들에게 우선 물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또한 실습 중 수기 행위에 대한 피드백의 경우에는 개선해야 할 행위를 중심으로 대안을 구체적인 행위로 제시해야 하며, 서두른다는 느낌을 준다거나 모멸감을 줄 수 있는 인신공격적 언사, 학생의 성품·능력에 대한 언급은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정성수 교수는 “지식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현대시대에 과연 늘어나는 정보의 양만큼 교육시간을 늘려야 하느냐의 의문을 제기할 수 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 때문에 의학교육에서도 단순한 지식 전달에서는 벗어나야 하며, 조직화된 지식 즉 스키마(과거 학습경험을 적극적으로 조작하고 많은 구체적인 예를 표상할 수 있는 조직화된 지식덩어리)를 어떻게 학생들에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정 교수는 “처음 임상표현 학습성과 기반 교육과정으로 전환하면서 수업내용을 질병 단위에서 임상표현으로 바꾸기만 하면 될 줄 알고 시작했다”며 “그러나 실제 해보니 수업내용의 변화뿐만 아니라 수업 개발, 교수법 개발, 임상실습과정 및 평가 개발, 교육과정 개발 등을 포함한 전체 교육철학 자체를 변화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졸업역량 설정과 학습성과 연계 사례’ 발표에서는 상지대·대구한의대·세명대·우석대 한의과대학에서 각각 진행한 연계 과정과 함께 실제 연계하면서 현장에서 느꼈던 어려운 점, 향후 계획 등이 발표·공유됐다.


    각 대학들은 졸업역량을 설정하면서 학교의 인재상·목표를 수용하고, 교수나 학생, 학부모, 동창회 등 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절차를 거치는 등의 과정을 거쳤으며, 대부분 졸업역량과 학습목표 즉 목표와 현실을 일치시키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현재 한의과대학의 인재상·졸업역량 등에 대해 명확히 제시된 부분이 없어 각 한의과대학마다 새롭게 정립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만큼 향후 대한한의사협회나 한국한의과대학학장협의회 등과 같은 공신력 있는 단체에서 생각하고 있는 한의사의 상이나 졸업역량을 설정해 기준을 제시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한편 신상우 원장은 “그동안의 교육과정은 지식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지식 분야에 치우쳐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졸업역량을 만들려고 하다보니 기존에 학습해온 과목들과 졸업역량간의 매칭이 어려운 것 같다. 오늘 심포지엄을 통해 각 한의과대학의 상황이 가감없이 공유된 만큼 앞으로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다함께 고민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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