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의학은 공공성이라고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기사입력 2019.06.2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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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동 교수님이선동 교수 상지대 한의과대학
    時論 - 한의학과 한의사의 공공성
    “한의사는 의료전문가다. 한의학지식과 경험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전문가로 확실한 사회적 책임감(accountability)과 의무를 좀 더 올바르게 해야 한다”
    첩약의 건강보험 참여는 국가의 사회보장 정책에 참여하느냐, 아니냐의 문제

    한의학은 공공재인가, 아닌가? 모두가 공유하는 자산인가? 한의사만의 것인가? 뜬금없거나 이상한 물음인가? 이런 질문에 아마도 대부분은 당연히 공공재라고 생각할 것이다. 일부는 한의사만의 것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다.
    필자는 한의학을 포함한 모든 의학은 공공재라고 생각한다. 좁게는 환자치료이지만 더 넓게는 국가와 사회의 안녕과 건강을 위해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한의학을 하는 한의사도 공인이며 중요한 의료인이다. 모든 의료인들은 사회에 공헌해야 하며, 동시에 항상 환자를 위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한의학의 공공성 강화에 대한 많은 고민이 필요
    따라서 국가와 사회가 한의사의 도움이 필요하고 요구가 있으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원칙적으로는 개인적인 일보다 공적인 일이나 사업이 우선되거나, (최소한) 동일시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한의학은 공공성이라고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형편이다. 몇 명의 중앙·지방직 공무원, 군업무를 대체하는 한의사공보의, 90여명의 공직한의사 등이 전부이다.
    2만5000여명의 한의사 중에서 이 정도면 공직한의사들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전체의료의 10% 정도가 공공의료로 미국, 일본의 약 30%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지만 한의학은 이중에서도 그 비중이 매우 낮다. 한의학, 한의사의 공공성 강화에 대한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그동안 한의사의 역할도 문제가 있다. 찾아온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도 공인으로서 역할이다. 그러나 제3자 입장에서 보면 국가와 사회, 환자보다 한의사 개인이나 한의계 이익만을 우선한 부분이 많다. 한의계가 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았다고 본다.
    물론 한의계 입장에서는 그동안 국가의 태도나 한의계에 해준 지원 등에 대해 많은 유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공인으로서 자부심이 있다면 이런 유감을 내세우기 전에 과연 한의사가 의료인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정확히, 엄격히 잘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한의사는 의료전문가이다. 한의학 지식과 경험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전문가로 확실한 사회적 책임감(accountability)과 의무를 좀 더 올바르게 해야 한다. 즉 한의사, 한의학의 공공성을 되돌아 봐야 한다는 뜻이다.

    의학 자체는 공공재이며 공공성을 전제한다
    한의학이든, 서양의학이든 의학자체는 공공재이며 공공성을 전제한다. 이러한 이유로 의료는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사회보장제도 하에 운영되고 있다. 각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문제는 국가가 관여하고 보장한다. 한국도 보건의료 분야에 국가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해 오고 있다.
    특히 현 정부의 보장성 강화 등의 의료정책은 과거 정부에 비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의학의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한의계는 침, 일부 한약제제 등만 한국의 건강보험제도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한의계의 논란인 첩약의 건강보험 참여는 실은 국가의 사회보장정책에 참여하느냐, 아니냐의 문제이다. 참여 또는 비참여시 한의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만약 참여한다면 국가의 관리와 보호로 한의학은 질적, 양적 측면에서 좋아질 수 있다. 국가의 이런저런 간섭과 통제도 더욱 커질 수 있다.
    한의학 정책 중 좋아진 것은 한약재 관리이다. 잘 아는 것처럼 국가의 관리 이후 한약재 오염, 독성문제 논란이 거의 없어졌다. 현재의 건강보험제도인 침 등으로 상당수 환자들이 가격부담 없이 한의원을 이용하고 있다.
    당연히 첩약이 보험에 참여하면 한약처방이 늘어 한의사의 치료율이 높아져 환자의 의료만족도가 좋아질 수 있다. 반대로 비참여시 국가의 간섭과 관리가 적어지기 때문에 한의사의 자율성은 보장될 수 있지만 국가의 보건의료 정책에서 배제되고 고립된다.

    제도가 사람보다 더 믿을만 하다
    이외에도 건강보험제도에 참여하지 못함으로써 비싼 비용, 진료비의 이중부담으로 인한 한방의료기관의 경쟁력 저하, 치료율이나 의료전달체계 등 상당부분에서 부가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도 한의원을 4차 의료기관이라고 하지 않은가? 이처럼 사회보장제도의 한 방편인 건강보험제도는 너무 중요하고 필요성이 크다. 특히 최근 첩약건강보험 논쟁의 시작이 자보, 추나의 제한이 첩약에도 적용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안다.
    또한 요즘 문제가 되는 환자당 30~40분 진료시간, 턱없이 낮은 진료수가, 의약분업과 약사참여 문제 등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므로 한의계 내부의 철저한 논의가 필요하다. 한의계의 분명한 수용조건을 정하여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하는 게 우리가 할 일이다.
    최근의 상황이 한의학의 공공성 강화와 한의학 발전의 토대와 변화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한의학은 훌륭한 민족유산이며 앞으로도 더욱 발전해야 하고, 더욱 많은 환자들이 한의학을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제도가 사람보다 더 믿을만 하다는 것을 생각하자. 진리는 세상의 公器이다. 이는 한 개인의 사유재산이 아니며 영원히 존재해야 한다. 과거와 현재를 한의계만의 시각으로 보지 말고, 전세계의 정치경제의 큰 흐름, 보건의료 분야의 변화 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며, 미래에 닥칠 문제를 대비해야 한다.
    현재로는 사회보장제도에 적극 참여하는 게 우리가 할 일이다. 한의학이란 진리를 지금의 한의사들이 잠시 사용하는 것이며 동시에 지금보다 더 발전되고 변화된 한의학을 물려줄 책임도 우리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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