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료사회협동조합의 장애인 방문진료 사업에 참여, “장애인 환자를 진료하며 꽤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힘들어도 가능하면 의사소통은 장애인 본인과 하도록 하는 것”
한의사와 장애인 주치의 사업 (中)
한국의료사회협동조합의 장애인 방문진료
2015년부터 한국의료사회협동조합(이하 의료사협)과 노들이 함께 하는 장애인 방문진료 사업이 추진되었고, 준비하는 과정 중에 저도 운 좋게 장애인 방문진료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진료공간이 진료소를 넘어 장애인 분의 집으로 확대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역시나 시간적 여유는 부족해 평일 한나절 정도의 시간을 내는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그리고, 두 분의 중증 장애인 분들을 진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 분은 뇌병변장애이고, 다른 한 분은 루게릭으로 알려진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환자입니다.
47세, 딸아이의 엄마
이 병이 찾아오기 전까지 김*미님은 그야말로 평범한 가정주부였습니다. 4년 전 어느날 팔의 기운이 없으면서 힘이 빠지더니 그릇 하나 들 힘조차 나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병원에서 루게릭이란 병명을 진단받았고 진단을 받은 이후 그 속도는 점점 심해졌다고 합니다. 제가 처음 방문했을 때는 자가호흡마저 거의 불가능한 상태로 완전와상 상태였습니다.
처음 병력을 들으며 집안을 둘러보다가 남편, 딸과 함께 찍은 사진을 통해 건강하던 때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렇게 건강했었는데 이제는 손가락 하나조차 움직일 수 없으며 거의 모든 근육이 위축되어 말은 커녕 호흡을 하기도 버겁게 되었다니,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 어려운 지경이었습니다.
겨우 눈 깜박임만으로 사람들과 의사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저와도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처음 방문해서 생각했습니다. 과연 이런 환자에게 방문 진료가 얼마나 도움이 될까?
그러나 이내 처음 장애인 진료를 시작하며 가졌던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장애인 환자분들을 치료하는 것은 장애를 치료하고자 함이 아니다. 즉, 루게릭을 치료하는 것은 저의 몫이 아니란 것이지요(물론 이를 위한 다른 노력들이 필요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장애를 제외한 무엇이 현재 이 환자분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고 난 그 부분을 어떻게 도와드릴 수 있을까에서 진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전신근육통, 불면을 주소로 잡고 그를 위한 치료를 시행하였습니다. 침치료와 테이핑, 수기요법은 근육통에 꽤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만 불면은 쉽사리 개선되고 있지 않습니다.
다행히 의료사협에서 진행하는 장애인 방문 진료사업은 한약까지 지원이 돼 한약도 투약할 수 있어 불면에 대한 부분도 조금이나마 개선되기를 기대합니다.
32세, 장난꾸러기 아이
처음 방문 진료를 갔을 때가 생각납니다. 그 때가 월드컵 예선이었는지 아님 세계청소년 축구대회였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침에 축구경기가 있었던 탓에 박*주님은 발가락에 태극기를 끼고 계셨습니다.
박*주님은 모든 의사소통을 발로 합니다. 질문이 본인의 뜻에 맞으면 발을 들고 틀리면 발을 내리는 식으로 본인의 의사를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그 날은 발가락에 태극기를 꽂은 탓에 질문에 태극기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여 저도 즐겁게 진료를 보았던 것 같습니다.
박*주님은 뇌성마비로 뇌병변 장애를 얻게 된 장애인입니다. 진료를 보며 눈에 띈 것은 아마도 어렸을 때 다쳤을 왼쪽 쇄골 골절이었습니다.
이런 경우는 장애인 환자분들을 진료하다 보면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어렸을 때 골절이 되었는데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거나 견관절 탈구가 되었음에도 치료하지 못하고 지나가 그로 인한 후유증이 나타나는 등 처음 발병시에 적절한 의료조치를 받았으면 지금처럼 불편하지는 않게 되었을텐데 하는 경우 말입니다.
쇄골 골절로 인해 견갑골은 전방으로 회전되어버렸고 그렇게 부착된 근육들은 만성적인 통증으로 힘들어 하였습니다. 이런 경우 침 치료와 수기요법은 아주 많이 도움이 됩니다.
한번도 근육에 대한 치료를 해본 적이 없던 박*주님은 침 치료와 수기요법을 시행하면 경직된 근육이 훨씬 완화되며 견부의 통증 및 두통까지도 많이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일요일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동안 목과 어깨의 근육통 때문에 힘들어하던 것,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해서 이동하면서 힘들었던 근육통도 꽤 개선되었다고 합니다.
다만 처음 감기 때문에 한약 엑스제를 투약하였는데 소화기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탓에 약을 드시고 꽤 고생하였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소화기나 배뇨장애를 위한 투약을 권하는데도 일체 약을 드시지 않고 있는 것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항상 장애인 환자분들에게 약물 치료를 하게 될 때 위장과 장의 상태를 고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절차임을 깨닫게 됩니다.
박*주님은 종종 전화를 하기도 합니다. 전화기는 보지도 않은 채 발가락으로 전화기 버튼을 눌러 저에게 전화를 겁니다.
처음에는 전화를 하고 아무 응답이 없어서 그냥 끊고 하였는데 나중에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무 응답이 없으면 ‘혹시 박*주님이세요?’하고 물으면 전화기 버튼 소리가 ‘띠’하고 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상태로 대화를 이어나갑니다.
“어디 아프세요?”
“띠-”
“배가 아파요?”
“띠-”
“뭐 잘 못 드셨어요?”
“...”
“대변을 못봤어요?”
“띠-”
이런 식으로 말이지요. 장애인 환자를 진료하며 꽤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힘들어도 가능하면 의사소통은 장애인 본인과 하도록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잘 안 들리고 뭐라고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열심히 듣다 보면 말도 이해되게 되고 적절한 질문도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박*주님이 발가락으로 전화 거는 모습은 거의 신출귀몰할 지경입니다.
두 분을 정기적으로 진료하며 느끼는 것은 역시 진료횟수의 부족과 장애인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의료경험의 부족입니다.
저보다 훨씬 더 장애인 진료에 대한 전문가가 최소 주에 한번 내지 두 번 그리고 필요하면 추가적으로 더 방문할 수 있다면 이 분들의 삶의 질이 얼마나 더 좋아질까요?
즉 이 분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주치의가 생긴다면 얼마나 좋은 일일까요? 그리고 그것이 국가 차원에서 이뤄질 수 있다면 장애인 분들의 건강과 삶이 얼마나 개선될지 그로 인해 우리 사회는 얼마나 더 건강해질지 상상만해도 가슴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속에서 한의학과 한의사들의 역할이 아주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 장애인 주치의 사업에서 한의사가 배제되었지만 올해 시범사업 등을 통해 2019년에는 장애인 주치의 사업에 한의사도 포함되어 장애인 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한의사와 장애인 주치의 사업 (中)
한국의료사회협동조합의 장애인 방문진료2015년부터 한국의료사회협동조합(이하 의료사협)과 노들이 함께 하는 장애인 방문진료 사업이 추진되었고, 준비하는 과정 중에 저도 운 좋게 장애인 방문진료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진료공간이 진료소를 넘어 장애인 분의 집으로 확대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역시나 시간적 여유는 부족해 평일 한나절 정도의 시간을 내는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그리고, 두 분의 중증 장애인 분들을 진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 분은 뇌병변장애이고, 다른 한 분은 루게릭으로 알려진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환자입니다.
47세, 딸아이의 엄마
이 병이 찾아오기 전까지 김*미님은 그야말로 평범한 가정주부였습니다. 4년 전 어느날 팔의 기운이 없으면서 힘이 빠지더니 그릇 하나 들 힘조차 나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병원에서 루게릭이란 병명을 진단받았고 진단을 받은 이후 그 속도는 점점 심해졌다고 합니다. 제가 처음 방문했을 때는 자가호흡마저 거의 불가능한 상태로 완전와상 상태였습니다.
처음 병력을 들으며 집안을 둘러보다가 남편, 딸과 함께 찍은 사진을 통해 건강하던 때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렇게 건강했었는데 이제는 손가락 하나조차 움직일 수 없으며 거의 모든 근육이 위축되어 말은 커녕 호흡을 하기도 버겁게 되었다니,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 어려운 지경이었습니다.
겨우 눈 깜박임만으로 사람들과 의사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저와도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처음 방문해서 생각했습니다. 과연 이런 환자에게 방문 진료가 얼마나 도움이 될까?
그러나 이내 처음 장애인 진료를 시작하며 가졌던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장애인 환자분들을 치료하는 것은 장애를 치료하고자 함이 아니다. 즉, 루게릭을 치료하는 것은 저의 몫이 아니란 것이지요(물론 이를 위한 다른 노력들이 필요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장애를 제외한 무엇이 현재 이 환자분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고 난 그 부분을 어떻게 도와드릴 수 있을까에서 진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전신근육통, 불면을 주소로 잡고 그를 위한 치료를 시행하였습니다. 침치료와 테이핑, 수기요법은 근육통에 꽤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만 불면은 쉽사리 개선되고 있지 않습니다.
다행히 의료사협에서 진행하는 장애인 방문 진료사업은 한약까지 지원이 돼 한약도 투약할 수 있어 불면에 대한 부분도 조금이나마 개선되기를 기대합니다.
32세, 장난꾸러기 아이
처음 방문 진료를 갔을 때가 생각납니다. 그 때가 월드컵 예선이었는지 아님 세계청소년 축구대회였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침에 축구경기가 있었던 탓에 박*주님은 발가락에 태극기를 끼고 계셨습니다.
박*주님은 모든 의사소통을 발로 합니다. 질문이 본인의 뜻에 맞으면 발을 들고 틀리면 발을 내리는 식으로 본인의 의사를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그 날은 발가락에 태극기를 꽂은 탓에 질문에 태극기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여 저도 즐겁게 진료를 보았던 것 같습니다.
박*주님은 뇌성마비로 뇌병변 장애를 얻게 된 장애인입니다. 진료를 보며 눈에 띈 것은 아마도 어렸을 때 다쳤을 왼쪽 쇄골 골절이었습니다.
이런 경우는 장애인 환자분들을 진료하다 보면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어렸을 때 골절이 되었는데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거나 견관절 탈구가 되었음에도 치료하지 못하고 지나가 그로 인한 후유증이 나타나는 등 처음 발병시에 적절한 의료조치를 받았으면 지금처럼 불편하지는 않게 되었을텐데 하는 경우 말입니다.
쇄골 골절로 인해 견갑골은 전방으로 회전되어버렸고 그렇게 부착된 근육들은 만성적인 통증으로 힘들어 하였습니다. 이런 경우 침 치료와 수기요법은 아주 많이 도움이 됩니다.
한번도 근육에 대한 치료를 해본 적이 없던 박*주님은 침 치료와 수기요법을 시행하면 경직된 근육이 훨씬 완화되며 견부의 통증 및 두통까지도 많이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일요일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동안 목과 어깨의 근육통 때문에 힘들어하던 것,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해서 이동하면서 힘들었던 근육통도 꽤 개선되었다고 합니다.
다만 처음 감기 때문에 한약 엑스제를 투약하였는데 소화기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탓에 약을 드시고 꽤 고생하였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소화기나 배뇨장애를 위한 투약을 권하는데도 일체 약을 드시지 않고 있는 것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항상 장애인 환자분들에게 약물 치료를 하게 될 때 위장과 장의 상태를 고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절차임을 깨닫게 됩니다.
박*주님은 종종 전화를 하기도 합니다. 전화기는 보지도 않은 채 발가락으로 전화기 버튼을 눌러 저에게 전화를 겁니다.
처음에는 전화를 하고 아무 응답이 없어서 그냥 끊고 하였는데 나중에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무 응답이 없으면 ‘혹시 박*주님이세요?’하고 물으면 전화기 버튼 소리가 ‘띠’하고 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상태로 대화를 이어나갑니다.
“어디 아프세요?”
“띠-”
“배가 아파요?”
“띠-”
“뭐 잘 못 드셨어요?”
“...”
“대변을 못봤어요?”
“띠-”
이런 식으로 말이지요. 장애인 환자를 진료하며 꽤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힘들어도 가능하면 의사소통은 장애인 본인과 하도록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잘 안 들리고 뭐라고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열심히 듣다 보면 말도 이해되게 되고 적절한 질문도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박*주님이 발가락으로 전화 거는 모습은 거의 신출귀몰할 지경입니다.
두 분을 정기적으로 진료하며 느끼는 것은 역시 진료횟수의 부족과 장애인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의료경험의 부족입니다.
저보다 훨씬 더 장애인 진료에 대한 전문가가 최소 주에 한번 내지 두 번 그리고 필요하면 추가적으로 더 방문할 수 있다면 이 분들의 삶의 질이 얼마나 더 좋아질까요?
즉 이 분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주치의가 생긴다면 얼마나 좋은 일일까요? 그리고 그것이 국가 차원에서 이뤄질 수 있다면 장애인 분들의 건강과 삶이 얼마나 개선될지 그로 인해 우리 사회는 얼마나 더 건강해질지 상상만해도 가슴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속에서 한의학과 한의사들의 역할이 아주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 장애인 주치의 사업에서 한의사가 배제되었지만 올해 시범사업 등을 통해 2019년에는 장애인 주치의 사업에 한의사도 포함되어 장애인 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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