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을 담은 법안이 지난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됐다. 한의신문은 대한한의학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는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이재동 교수에게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와 한의학에서의 진단의 의미 등에 대해 들어봤다.
[한의신문=민보영 기자] Q.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을 담은 법안이 지난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한의사 의료기기에 대한 양의사의 주요 반대 논리는 의료기기가 한의학 고유의 진단 도구가 아니라는 주장인데, 여기에 대한 생각은?
A. 한의학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질병치료를 위해 정확한 병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은 한방과 양방이 다를 수 없다. 어떻게 한의사가 보는 디스크와 양의사가 보는 디스크가 다를 수 있나? 동일한 질병에 대해서는 한의사나 양의사 모두 다르지 않기 때문에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라는 공통된 질병코드를 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단지 한의사는 ‘질병치료 접근법’에 있어 양의사와 달리 질병자체에 대한 치료뿐만 아니라 몸의 문제점을 개선해서 몸 스스로 질병을 치료하도록 하는 몸 치료라는 플러스 알파의 치료법을 더 가지고 있다 보니 양의사의 눈에는 한의사는 단지 몸의 문제점에서 나타나는 맥이나 설태 등 생체반응이나 증상만을 가지고 진단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의학은 질병 치료를 위해 질병자체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소홀히 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개발돼온 다양한 진단기기가 제도적으로 사용이 제한돼 왔기 때문에 질병의 상태 파악을 위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단지 사용을 하지 못했을 뿐이다. 예를 들어 허리 통증환자가 병원에 내원했다면 통증의 원인이 디스크 탈출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 요부 염좌로 인한 것인지에 따라 치료의 방법과 예후가 달라지기 때문에 현대의료기기를 이용한 질병의 정확한 상태 파악은 한의사에게도 대단히 중요하다. 다시 말하자면 과학기술의 발달로 개발된 의료기기는 ‘질병’의 병리적 상태를 파악하고 치료하기 위한 것으로 과거에 쓰던 기술이 아니므로 지금도 쓰지 말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논리이다. 정부는 이 문제를 이익단체의 주장에 귀 기울일 것이 아니라 국민건강과 국가 의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결정해야 할 것이다.
Q. 한의학적 질병치료 접근법에서 질병 치료와 몸 치료 두 가지 측면이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면.
A. 무릎 통증 환자를 예로 들면, 한의학적 치료법은 무릎 자체의 부종과 통증개선을 위한 치료(표증치료) 및 무릎에 통증이 생긴 몸의 문제, 즉 심폐 기능이 약해지면서 대사력이 떨어져 체중이 늘어나면서 무릎에 하중이 증가했다거나 간신의 음기가 부족해져 무릎이 약해지면서 통증을 가중시킨 원인치료(본증치료)가 있다. 이때의 치료는 표증과 본증의 완급 정도에 따라 선후를 결정하게 되는데 표증치료는 무릎자체의 통증이나 부종 개선을 위한 약물이나 무릎 주위의 기능개선을 위한 국소적인 침 치료를 한다. 본증 치료를 위해서는 원인에 따라 심폐기능이나 간신기능을 개선하는 약물을 처방하며, 침구치료는 사암침법 등을 이용해 장부의 기능 개선으로 무릎을 강화하거나 역학적으로 무릎에 하중을 줄여준다.
이때에도 좀 더 정확하고 효율적인 진료를 위해서는 무릎의 상태 즉 연골이 얼마나 닳았는지, 관절 내에 부종이 얼마나 심한지, 또한 혈액 속의 염증수치가 얼마인지에 따라 한의학적 치료가 달라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제한됨으로써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Q. 교수님은 현재 학회 수석부회장도 맡고 계시지만,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척추관절센터장으로서 현대의료기기를 이용한 임상도 많이 하시는 걸로 알고 있다. 소개 부탁한다.
A. 그렇다. 현재의 제도로는 경희의료원과 같이 양방과 같이 있는 병원에서만 의뢰를 통해 가능하다. 경희대 한방병원에서는 디스크나 척추관 협착증환자의 경우 MRI 검사를 통하여 병변 부위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침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디스크를 예로 들자면, 디스크가 돌출되면 추체가 안정성을 잃으면서 추체양측 횡돌기와 척추후관절에 부착된 인대나 근육들이 긴장을 하게 되고 경결되게 된다. 이러한 경우 침을 이용하여 경결 부위를 이완시키고 소통시키는 치료가 중요한데 환자의 체격이나 비(肥)수(瘦)에 따라 치료위치가 달라질 수 있다. 때문에 MRI검사를 통해 병변의 위치를 확인한 후 독맥에서 양측 후관절과 횡돌기까지 거리를 측정하여 자침 위치를 결정하고 그 위치에서 후관절과 횡돌기까지의 깊이를 계측한 후 침 치료를 시행한다. 이 침법은 실제 임상에서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병원 내에서 ‘관침요법’이라고 명명하여 활용하고 있다. 관침요법으로 명명한 이유는 침구학경전인 ‘영추경 관침편’에 골질환인 골비증 치료에 응용되는 전통 침자법을 계승시킨 것이다. 여기에는 5자법, 12자법 등 의료기기가 없던 시대인 데도 비교적 정확하게 해부학적 위치에 따른 침법이 기술되어 있다. 이는 우리 한의학에 해부학적 근거가 적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정확한 치료를 위해서는 현대의료기기를 이용한 진단이 필요한 대목이다.
Q. 마지막으로 한의사 회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A. 올해로 한의사 생활을 한지 30년이다. 지금까지 임상을 해오면서 한의학은 대단히 훌륭한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수년간 한의계가 점점 어려워 지는 것은 한의학이라는 학문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환경과 제도적인 문제로 본다.
2000년대 초 한의학의 전성기가 있었다. 이때만 해도 한의의료 실손보험 가입자가 상당히 있었고 또한 양방도 현재처럼 급여항목이 확대되지 않았기 때문에 양방과 비교해서 비용대비 효능(cost-effctiveness)에 경쟁력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에는 제도적으로 실손보험에서 한의진료가 배제되고 양방의 다수 의료 행위가 급여화되면서 한의약은 환자들에게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의학처럼 여겨지게 됐다. 정부나 공공기관에게 한의학을 잘 봐달라고 부탁하는 게 아니다. 최소한 한의학과 양의학이 지금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합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절차를 만들어달라는 얘기다. 엄연하게 한의학과 양의학을 다른 시스템으로 둬 놓고도, 제도적 지원이나 정책은 한 쪽에 불리하게 돼 있다. 이 부분이 바로잡혔으면 좋겠다.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은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한의신문=민보영 기자] Q.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을 담은 법안이 지난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한의사 의료기기에 대한 양의사의 주요 반대 논리는 의료기기가 한의학 고유의 진단 도구가 아니라는 주장인데, 여기에 대한 생각은?A. 한의학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질병치료를 위해 정확한 병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은 한방과 양방이 다를 수 없다. 어떻게 한의사가 보는 디스크와 양의사가 보는 디스크가 다를 수 있나? 동일한 질병에 대해서는 한의사나 양의사 모두 다르지 않기 때문에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라는 공통된 질병코드를 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단지 한의사는 ‘질병치료 접근법’에 있어 양의사와 달리 질병자체에 대한 치료뿐만 아니라 몸의 문제점을 개선해서 몸 스스로 질병을 치료하도록 하는 몸 치료라는 플러스 알파의 치료법을 더 가지고 있다 보니 양의사의 눈에는 한의사는 단지 몸의 문제점에서 나타나는 맥이나 설태 등 생체반응이나 증상만을 가지고 진단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의학은 질병 치료를 위해 질병자체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소홀히 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개발돼온 다양한 진단기기가 제도적으로 사용이 제한돼 왔기 때문에 질병의 상태 파악을 위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단지 사용을 하지 못했을 뿐이다. 예를 들어 허리 통증환자가 병원에 내원했다면 통증의 원인이 디스크 탈출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 요부 염좌로 인한 것인지에 따라 치료의 방법과 예후가 달라지기 때문에 현대의료기기를 이용한 질병의 정확한 상태 파악은 한의사에게도 대단히 중요하다. 다시 말하자면 과학기술의 발달로 개발된 의료기기는 ‘질병’의 병리적 상태를 파악하고 치료하기 위한 것으로 과거에 쓰던 기술이 아니므로 지금도 쓰지 말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논리이다. 정부는 이 문제를 이익단체의 주장에 귀 기울일 것이 아니라 국민건강과 국가 의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결정해야 할 것이다.
Q. 한의학적 질병치료 접근법에서 질병 치료와 몸 치료 두 가지 측면이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면.
A. 무릎 통증 환자를 예로 들면, 한의학적 치료법은 무릎 자체의 부종과 통증개선을 위한 치료(표증치료) 및 무릎에 통증이 생긴 몸의 문제, 즉 심폐 기능이 약해지면서 대사력이 떨어져 체중이 늘어나면서 무릎에 하중이 증가했다거나 간신의 음기가 부족해져 무릎이 약해지면서 통증을 가중시킨 원인치료(본증치료)가 있다. 이때의 치료는 표증과 본증의 완급 정도에 따라 선후를 결정하게 되는데 표증치료는 무릎자체의 통증이나 부종 개선을 위한 약물이나 무릎 주위의 기능개선을 위한 국소적인 침 치료를 한다. 본증 치료를 위해서는 원인에 따라 심폐기능이나 간신기능을 개선하는 약물을 처방하며, 침구치료는 사암침법 등을 이용해 장부의 기능 개선으로 무릎을 강화하거나 역학적으로 무릎에 하중을 줄여준다.
이때에도 좀 더 정확하고 효율적인 진료를 위해서는 무릎의 상태 즉 연골이 얼마나 닳았는지, 관절 내에 부종이 얼마나 심한지, 또한 혈액 속의 염증수치가 얼마인지에 따라 한의학적 치료가 달라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제한됨으로써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Q. 교수님은 현재 학회 수석부회장도 맡고 계시지만,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척추관절센터장으로서 현대의료기기를 이용한 임상도 많이 하시는 걸로 알고 있다. 소개 부탁한다.
A. 그렇다. 현재의 제도로는 경희의료원과 같이 양방과 같이 있는 병원에서만 의뢰를 통해 가능하다. 경희대 한방병원에서는 디스크나 척추관 협착증환자의 경우 MRI 검사를 통하여 병변 부위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침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디스크를 예로 들자면, 디스크가 돌출되면 추체가 안정성을 잃으면서 추체양측 횡돌기와 척추후관절에 부착된 인대나 근육들이 긴장을 하게 되고 경결되게 된다. 이러한 경우 침을 이용하여 경결 부위를 이완시키고 소통시키는 치료가 중요한데 환자의 체격이나 비(肥)수(瘦)에 따라 치료위치가 달라질 수 있다. 때문에 MRI검사를 통해 병변의 위치를 확인한 후 독맥에서 양측 후관절과 횡돌기까지 거리를 측정하여 자침 위치를 결정하고 그 위치에서 후관절과 횡돌기까지의 깊이를 계측한 후 침 치료를 시행한다. 이 침법은 실제 임상에서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병원 내에서 ‘관침요법’이라고 명명하여 활용하고 있다. 관침요법으로 명명한 이유는 침구학경전인 ‘영추경 관침편’에 골질환인 골비증 치료에 응용되는 전통 침자법을 계승시킨 것이다. 여기에는 5자법, 12자법 등 의료기기가 없던 시대인 데도 비교적 정확하게 해부학적 위치에 따른 침법이 기술되어 있다. 이는 우리 한의학에 해부학적 근거가 적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정확한 치료를 위해서는 현대의료기기를 이용한 진단이 필요한 대목이다.
Q. 마지막으로 한의사 회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A. 올해로 한의사 생활을 한지 30년이다. 지금까지 임상을 해오면서 한의학은 대단히 훌륭한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수년간 한의계가 점점 어려워 지는 것은 한의학이라는 학문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환경과 제도적인 문제로 본다.
2000년대 초 한의학의 전성기가 있었다. 이때만 해도 한의의료 실손보험 가입자가 상당히 있었고 또한 양방도 현재처럼 급여항목이 확대되지 않았기 때문에 양방과 비교해서 비용대비 효능(cost-effctiveness)에 경쟁력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에는 제도적으로 실손보험에서 한의진료가 배제되고 양방의 다수 의료 행위가 급여화되면서 한의약은 환자들에게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의학처럼 여겨지게 됐다. 정부나 공공기관에게 한의학을 잘 봐달라고 부탁하는 게 아니다. 최소한 한의학과 양의학이 지금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합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절차를 만들어달라는 얘기다. 엄연하게 한의학과 양의학을 다른 시스템으로 둬 놓고도, 제도적 지원이나 정책은 한 쪽에 불리하게 돼 있다. 이 부분이 바로잡혔으면 좋겠다.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은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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