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약 표준제조시설 사업 둘러싼 논란…복지부와 한의협에 건의한다"

기사입력 2017.03.13 15:09

SNS 공유하기

fa tw
  • ba
  • ka ks url
    논란의 이유는 한약분쟁 트라우마로 인한 성급한 일반화 및 의도 확대의 오류 때문
    복지부, 논리적 오류 기반한 직능갈등적 주장보단 국민건강과 시장 신뢰 회복이라는 취지에만 신경써야
    한의협, 한의계 지혜와 역량을 모아 올곧은 사업 추진 도모해야
    한창우 교수(부산대학교한방병원)
    한창우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29일 한약(탕약·한약제제)의 안전성·유효성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공공인프라 구축에 3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된 이후 △한약 비임상연구시설 △임상시험용 한약제제 생산시설 △탕약표준조제시설 등의 3가지 공공인프라 가운데 탕약표준제조시설 사업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1월19일 성명서를 통해 이 사업을 두고 '원외탕전실 현대화 계획을 철회하라'며 '복지부가 발표한 탕약 현대화 시범사업 추진에 대해 한의원의 불법행위 조장과 업무영역을 파괴하는 불합리한 사업'이라고까지 비난했다(약사공론·데일리팜).

    그런데 허창회 전 대한한의사협회장은 "탕약을 GMP 제조 의약품과 같이 표준조제시설, 표준제조공정에 따라 만들어 낸다는 것은 결국 한의사의 손에서 한약을 떼어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비판했다(2월13일, 뉴스타운). 급기야 한국민족문화협의회에서도 "(탕약현대화 사업은)한약처방의 큰 장점인 가감(환자의 상태에 따라 특정 약재를 더 넣거나 줄이는 것)을 없애고 표준화 한다는 것으로, 한약처방의 크나큰 장점을 없애고 양약화 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양약사의 의약분업의 단초가 될 것이 자명한 일"이라고 밝혔다(2월17일, 뉴스타운).

    또한 지난 6일에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총동문회·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총동문회·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재경동문회도 공동성명서를 통해 "한약 안전성·유효성 검증 지원 공공인프라 구축, 탕약 품질 개선이란 미명 하에 처방 획일화와 한의약 주권 강탈을 획책하는 복지부의 정책에 강력히 항의한다"고 했다.

    '탕약표준제조시설 사업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 필요
    탕약표준제조시설 설치 사업을 두고 한쪽에서는 한의사로부터 한의약의 주권을 강탈하는 일이라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한의사들에게 특혜를 준다고 주장하며 사업을 철회하라는 강력한 의사표명까지 이뤄지고 있으니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이러한 현상이 생긴 것은 각 팀에서 성급한 일반화와 의도 확대의 오류를 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리적 오류들은 왜 생기는 것인가?

    이는 일부 약사나 한의사들의 한약분쟁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트라우마는 논리적 사고를 저해하고, 트라우마와 관련된 단어만 등장해도 집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논리적 오류를 걷어내고, 이 사업의 본질을 한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12월29일 보건복지부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한약의 안전성·유효성 검증을 지원하고, 산업화와 해외 진출 기반을 조성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더불어 '한의약의 안전성·유효성 관련 정보를 국민에게 전달하여 한약에 대한 대국민 신뢰를 제고'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한 해동안 한약의 안전성·유효성 관련 이슈들이 많이 있었다. 이는 한의계 자체에도 타격이 되었고, 이로 인해 한약 신뢰도가 저하되어 진료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한약 관리를 책임지는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책임에서 자유롭진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궁여지책이 '한약 공공인프라 구축사업'이라고 생각한다. 궁여지책이기는 하지만 지금이라도 이렇게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정책을 펼친다는 점은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갖은 억측으로 시작하기 전 싹부터 잘라버리는 우 범해서는 안돼
    그러나 이러한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갖은 억측이 나오고 있는 것은 사업 시작시 서로 내용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논란일 지도 모른다. 다만, 직능갈등의 극단적 입장들 때문에 좋은 취지로 제시된 사업이 제대로 구체화 해보기도 전에 싹을 잘라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겠다.

    즉 보건복지부는 논리적 오류에 기반한 직능갈등적 주장에 휘말리지 말고, 올곧이 국민건강과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 정책을 추진해주길 바란다.

    또한 '탕약표준제조시설'의 구체적인 사업목표와 진행계획이 아직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구체화되지 못했기 때문에 갖은 억측이 생기는 것인 만큼 하루 빨리 '탕약표준제조시설'의 여러 가지 가능성을 현실에서 어떻게 구체화 할지 논의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한약과 한의학은 이미 최신 의학이 지향하고 있는 맞춤의학적인 장점이 있다. 체질과 변증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한의학도 전통적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처방들도 발달해 왔으며, 개인 맞춤으로 가감하기 전에 통치방과 같은 보편적 접근을 하기도 했다.

    양방의학이 개인 맞춤적 접근이 부족해 최근 그에 대한 반성으로 맞춤의학적 접근이 각광을 받는 반면, 우리 한의학은 개인 맞춤적 접근만 하면서 보편적 접근을 놓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질병을 치료하고 보편성을 획득하는 과정에는 여러 가지 제도와 정책이 필요하겠지만, '탕약표준제조시설'이 그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의학도 이젠 개인 맞춤적 접근뿐만 아니라 보편적 접근에도 눈 돌려야
    특히 대한한의사협회에도 건의하고 싶은 것이 있다.

    질병 등의 보편적인 진료는 탕약을 표준화 하고 과학적 입증과정을 통해 획득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개인맞춤 첩약의 과학적 입증과정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첩약을 뺏기고 원내 한약이 도태될 거라는 일선 한의사들의 막연한 불안은 여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한의사협회는 어떤 큰 그림을 갖고 정책을 논의하고 있는 중인지 회원들에게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 필자는 보편적 한약은 물론 맞춤 한약 둘 다 필요하고 같이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 길이 구체화 되는 과정을 적극 도울 생각이 있다. 한약이 현대화되고 선진화 되는 첫 걸음에 과거의 트라우마에 기댄 논리로 이 사업이 싹부터 상처받아서는 안된다.

    이 사업이 올곧게 성장하도록 한의계 모두의 지혜와 협조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