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삐면 침 맞으러 가잖여~침 맞기 전에 얼마나 틀어졌는지 알려면 X-Ray를 찍어야 할 거 아녀~ 그래야 한의사가 침을 놓든지, 부항 치료를 해야 하는 지 판단을 할 수 있겠제. 그런데 한의사는 X-Ray를 못 쓰고 있는겨. 왜냐면 의료법에 ‘한의’라 하면 ‘전통적 방식’으로만 치료를 해야 한다고 나와 있거든."
"'전통적 방식'이란 게 뭐예요?"
"그러니께! 전통적 방식이란 게 침, 부항밖에 없는데 아무것도 쓰지 말란 말인겨. 한의대에서 6년 동안 배웠고 의료기기로 치료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일종의 진단을 하겠다는 건데. 국민 입장에선 어쨌든 정확한 진단 뒤 치료가 중요한데도 말이제."
19대 국회에서 한의 실손보험 적용에 앞장선 3선의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 서울 양천구 을에 당선되며 20대 국회에 재입성해 내년 정무위원장에 내정된 그를 한의신문이 15일 그의 지역구 인근에서 만났다.
김 의원은 의료기기 사용 제한으로 국민들의 한의 치료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되고 한의사가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특유의 친근한 충청도 말씨로 동행한 학생 인턴에게 차근차근 설명해 나갔다.
◇한의약과의 운명적 만남
한의사에 상당히 '편향적'이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한의약 예찬을 외치는 그에게 한의약과의 인연에 대해 물었더니 "한의 쪽에 친화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난 2002년 원인 모를 발바닥 통증으로 고통받던 시절, 우연히 알게 된 한의사가 그 질환을 치료했고 그로 인해 한의약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는 것.
"당시 족저근막염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는데 병원가서 아무리 X-Ray를 찍고 약물 투입하고 별거 다 해봐도 아무런 증상이 발견되지 않았죠. 근데 정작 저는 아파서 걷지를 못할 정도였어요.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서 한의사를 소개받았고 침,뜸 치료 뒤 한약을 한달치 먹었습니다. 치료 후 20일 만에 나았는데 당시 신장이 허하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신(腎)이 발바닥과 연결돼 있다고 하던데 양의에서는 못 믿겠지만 진짜 신기하더라고요"
그는 원래 명리학이나 주역 같은 동양 사상과 고전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그는 "사람 몸이라는게 오묘한데 수천년동안 이어온 동양의학, 특히 한의학이 균형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잖아요? '보(補)'하는것 뿐 아니라 '사(瀉)'하는 것, 즉 몸의 허한 부분에 보완해주는 것 뿐 아니라 넘치는 부분은 빼줘야 한다는게 한의약의 핵심"이라며 "몸을 열고 작동하는 것을 찢는 서양의학의 기술이 압도적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료하지 못하는 게 너무 많죠. 특히 만성질환 분야에선 한의학이 훨씬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의 실손보험 적용, 고무적
작년 국정감사에서 한의치료의 실손보험 배제를 강력하게 문제 제기했던 김 의원은 "금융감독원에서 무분별한 도수 치료에 대해 실손보험 지급을 제한하기로 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라 판단한다"며 "국민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도수치료 말고 모든 국민이 하는 추나 요법에 실손보험을 적용하려는 새로운 움직임들이 고무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당시 그는 실손보험을 축내는 것으로 알려진 양방 도수치료 때문에 정작 많은 국민들이 이용하는 한의 추나 치료는 실손보험에서 제외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했고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 올해부터 한의 실손보험 상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아직 일부 보험사에서 출시되고 있어 향후 보완이 필요하기는 하나 어쨌든 그가 물꼬를 텄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한의신문에 바란다
그는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기관지인 한의신문에 애정어린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의신문이 한의사들만 보는 신문으로 한정지으면 안 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신문을 최종 플랫폼이라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한의신문이 컨텐츠를 생산하고 최종 목표는 우리 사회, 국민 등이 한의에 친화적이 되는 것으로 삼아야 하고 그 목적하에 컨텐츠를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김필건 한의협 회장이 왜 한의사가 됐는지, 하나의 드라마같은 사연인데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대중들이 들으며 한의학이란 게 어떤 건지 친숙해져야 사람들 입에서 왜 도수치료는 실손보험이 되는데 한의는 안되느냐는 질문이 나오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실손보험 추진 당시 "주변에 의사 선후배들이 많다보니 정형외과에서 벌떼처럼 의원실에 와서 항의를 하는 는 등 협박도 많이 받았다"며 "그럼에도 이런 상황을 견뎌냈던 힘은 과거에 겪던 질병이 한의치료로 나은 기억 덕분이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한의원의 역할은?
그는 1차 한의 의료기관인 한의원의 역할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한의원이 '동네 사랑방' 역할을 충실히 하며 대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창구가 돼야 한다는 것.
"만성질환의 경우 양방에서는 정형외과, 가정의학과에 가서 어르신들이 일주일에 몇 번 가봐야 의사하고 눈이나 마주치고 끝이고 물리치료사들이 온찜질하고 전기 자극치료 하는데 한의원은 가면 최소한 '아이고 할머니 요새 속 편하시쥬?'하며 진맥을 하고 몸을 만져가며 침을 놓으며 국민과 직접 접촉할 수 있지 않습니까? 국회를 움직이려면 국민부터 움직여야 합니다."
오는 일요일에는 자생한방병원 소속 한의사들을 대상으로 강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김 의원. 약 40분간의 만남이었지만 평소 한의에 대한 그의 깊은 고민과 애정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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