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위기 속에 살아남은 중의학, 비결은?

기사입력 2015.12.0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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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에서 배제시키는 한국과 달리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 덕”

    토론

    중의학이 존폐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은 비결에 대해, 중국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꼽았다.

    지난 4일 열린 ‘한중 감염병 질환 공동 대응방안 모색을 위한 세미나’ 지정토론에서 스리칭 박사는 “1929년도에 중의학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많은 항쟁을 벌인 끝에 존폐위기에서도 살아남았다”며 “무엇보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중의학을 전폭적으로 지지해 온 기반이 있고, 헌법상으로도 중의학과 서양의학을 동시에 중요시 여긴다는 규정이 있다”고 밝혔다.

    중국 헌법 21조를 살펴보면 “현대의학과 중국 전통의학(중의학)을 발전시켜”라는 문장이 포함돼 있고, 중의약 조례에는 “중의 및 양의를 공동 중시하는 원칙에 따라 서로 학습·보완을 통해 유기적 결합을 추진해 중국의 전반적 중의약 사업을 발전시킨다”고 명시해 중의학과 서양의학의 결합을 꾀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의지는 예산과 연구개발(R&D) 규모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중의학을 담당하는 중국 위생부 중의약관리국 1년 예산은 1조 3634억 원으로 한국 220억 원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해당 부처의 예산 비율도 중국은 5.8%지만 한국은 0.046%다.

    중의학을 연구하는 중국중의과학원 연구원은 6000명으로 산하병원 6개, 관련 연구기관도 8개가 있다. 반면 한국은 한국한의학연구원(143명)이 전부다. 그마저도 임상연구를 위한 산하 한의병원은 전무한 실정이다. 국립중의학병원은 중국에서만 3590개가 운영되고 있지만 한국은 국립의료원과 부산대한방병원이 유일하다. 중의약을 통한 수출은 4조원에 달하지만 한국 한약제제 수출은 사실상 전무하다.

    사스 치료시 중의학의 효험 실감안 사스 영웅 중난산
    양방사인데도 ‘만성 기침 치료 지침’에 중의학 포함

    무엇보다 중국의 경우 이러한 제도 때문에 유명한 양방사가 의무적으로 중의학을 공부하면서 실질적인 효험을 실감하고 이런 경험들이 중의학에 대한 인지도를 향상시켜 “양의사가 중의학도 해야 한다”는 인식이 형성되고, 이러한 과정에서 결국 중의사도 양방을 공부해 같이 두 가지 학문을 함께 융합·발전시키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

    이들은 대표적인 사례로 중국 사스 퇴치 영웅인 중난산 원사를 꼽았다. 사스 창궐 당시 광저우 호흡기질환연구소 소장이었던 중난산 원사는 현재 중국 의학회장으로 메르스 사태 시 ‘메르스 통제를 위한 전문팀’ 팀장을 역임한 인물. 그는 만성 기침 치료 지침을 발표할 때 양방사인데도 최초로 중의학적 내용을 포함시킨 바 있다.

    장수난 박사는 “중난산 원사는 원래 양방 출신인데도 사스를 겪으면서 중의학적 방법들이 전염성 질병의 경우 효과적 대응책이라는 걸 인식하고 있어 메르스 환자가 중국서 유입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중의학적 방법들을 대안으로 세웠다”며 “일 추진 과정에 무엇보다 중의학의 효험을 실감한 이들의 적극적인 의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중국의 경우, 1956년도에 정식 도입된 고등교육에서는 자연스럽게 중의학 쪽에서의 이러한 인재 육성 방식이 한·방 교류의 물꼬를 자연스럽게 틀 수 있는 창구를 만들었고, 임상연구에서 바로 대조군을 설정해 양방과 한방의 치료 효과를 객관적으로 비교해볼 수도 있는 환경이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장수난 박사는 “전통의학이 감염성 질환에 개입하는 과정에 있어서는 중국이 한발 더 앞서 보이지만 양국이 전통의학 분야에서 아직 노력해야 할 부분은 똑같이 어려운 과제에 당면하고 있다”며 “전통의학과 양방 간, 또는 전통의학과 정부와의 교류의 장을 넓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토론2 이에 대해 조희근 대한한의사협회 약무이사는 “한의협이 메르스 발생 당시 정부에 참여 방안을 건의했지만 한국에선 양방이 저해를 많이 해 이런 노력에 상당한 걸림돌”이라며 “오늘 이 자리는 현재까지 국가 감염체계에 한의계의 역할이 부족했다는 반성의 표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측 대표인 이형민 질병관리본부 연구원은 “한의계의 감염병 체계 참여는 복지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미래부나 산하 기관이 함께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거대한 계획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며 “비용대비 효과가 얼마나 나타날지 정책 결정자 입장에서 중요하지만 공익적인 효과가 크다면, 할 만한 여지들은 분명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예컨대 메르스의 경우 격리 병상이라는 접근이 제한된 환경에서 치료가 이뤄지는데 한의사들이 이러한 상황에서의 치료 경험을 축적하고, 학회를 중심으로 정책에 반영할 만한 연구를 수행해 근거를 가지고 제안한다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득영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은 “학술적인 측면에서 에비던스가 갖춰진다면 제도적 측면에서도 편하다”며 “협의체에서 진행되는 의료기기 문제가 잘 타협되고 한의계가 발 빠르게 움직여 준다면 앞으로 좋은 성과가 있지 않을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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